하이파이넷(webmaster@hifinet.co.kr) 2003-10-04 09:41:15
먼저 하이파이넷의 두 필자가 CD 재생 성능에 대해 평가한 자료를 올립니다.
소니 SCD XA-3000ES(이하 3000ES)는 경쟁 제품들을 모두 따돌릴 만큼의 대단함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CDP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성능을 보여준다
3000ES의 두드러지는 장점은 깨끗한 배경 속에 섬세하게 펼쳐지는 이미징이다. 이 가격대의 다른 경쟁 제품들이 모두 납득할 만한 성능을 보여주지만 3000ES는 좀 더 선명하고 깨끗한 배경 속에서 각 음원들이 뒤섞이지 않고 명확하게 표현된다. 비욘디와 유로파 갈란테의 비발디 협주곡집(OPUS 111)을 들어보면 불분명하게 들리기 쉬운 컨티누오 파트의 움직임이 정확하게 표현된다. 따뜻한 음색을 만들어 내기 위해 낮은 중역대가 강조되는 제품을 들어보면 이 음반의 컨티누오 파트가 불분명하게 뒤섞여 들리기 쉬운데 3000ES는 굳이 신경을 곤두 세우지 않아도 각 파트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손쉽게 파악된다. 이런 장점은 정경화가 연주한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강조된 독주악기에 가려져서 다소 불분명하게 녹음된 오케스트레이션 파트도 대단한 규모감을 연출하지 않지만 뭉뚱그려져서 협주로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각 악기군이 섬세하게 잘 구분된다. 따라서 오밀조밀하게 솟아나는 각 음원들의 이미지가 생생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매우 정밀하게 음악을 표현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렇지만 이 곡에서 오케스트라의 규모감은 축소되어 들리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베이스의 무게감이 다소 모자라기 때문이다.
카멜의 ‘stationary traveler’를 들어보면 도입부 신세사이저의 나은 효과음이 충분하게 감상자를 감싸기에는 다소 빈약한 듯이 들리며 드럼과 베이스가 합류하는 지점에서 베이스 기타는 탄력적인 리듬을 잘 표현하지만 곡의 안정감을 주기에는 그 무게가 다소 모자라는 느낌이다. 무게감은 약하지만 선명함과 섬세함은 이 곡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기타, 드럼, 건반 그리고 베이스 등 각 트랙들이 이질감 없이 잘 조화되면서도 각 파트만 따로 채보가 가능할 정도로 또렷하게 구분되어 들린다. 특히 심벌 셋의 타격음은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는데 이 부분은 빌 에반스의 ‘quintessence’ 음반을 들어보면 더 확실해 진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브러시와 스틱의 세밀한 강약과 타격음의 울림이 상당히 섬세하게 표현된다. 그렇지만 이 곡에서도 전체적으로 베이스가 약하게 들리고 4번 트랙에 등장하는 색스폰의 경우 음색이 다소 가늘고 댐핑이 좀 많이 된 쪽으로 기울어 있어서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주지는 못한다.
3000ES는 CDP 만으로 이 가격대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섬세함과 선명함이라는 뚜렷한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좀 더 정교해진 베이스 매니지먼트 기능을 탑재한 멀티채널 SACD 플레이어라는 점에서 싱글 CDP들에 대해 경쟁력을 가진다. $1,000 정도의 가격에서 CDP만의 성능을 놓고 보았을 때 국내에서 경쟁할만한 제품은 로텔의 RCD-1070(최근 RCD-1072로 모델 변경이 있었지만 국내에는 수입 안됨)과 아캄의 DiVA CD-82T 정도가 있을 것이다. 가격을 약간만 더 높이면 케언의 FOG 2.0 기본형을 살 수도 있다. 이 가격대의 DVDP보다는 확실히 우수한 CD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최근 성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보급형 DVD 플레이어와 같이 사용한다면 100만원 초반대의 CDP 1대 가격으로 다양한 매체를 즐길 수 있다. 더불어 사진보다 훨씬 훌륭한 만듦새는 보는 즐거움도 같이 준다.
- 노정현
순수 오디오 재생기다운 품위있고 세련된 고음의 음색, 해상도에서 탁월. 저음의 펀치와 다이내믹에서는 후방 기기와의 매칭을 고려해야 할 듯
SACD의 이론적 우수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지만, 그 음질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다. 수년전 내한했던 R.Harley의 경우 필자와의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들어봤던 최고의 아날로그 소스보다도 SACD가 분명히 우수하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적어도 동일한 음원으로 제작된 CD와 SACD를 비교해 들어보면, 음색의 자연스러움, 공간의 재현성 등에서 분명 SACD가 탁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흥미롭게도 이런 차이는 고가의 분리형 CD 플레이어와 중급 정도의 SACD 플레이어와의 비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SACD 타이틀 숫자는 1천여 매를 헤아리는 만큼, CD 라이브러리가 특히 많지 않는 분이라면 CD Only 플레이어를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소니의 SACD 플레이어는 적어도 SACD 재생에서는 달리 비교할 만한 제품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CD 플레이어와 달리 소니의 메커니즘과 DSD 디코더를 외면하고 SACD 플레이어를 만들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원천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제품의 성능 구현에 가장 앞설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문제는 소니의 다른 라인업 제품들과의 가격 대비 성능에서의 경쟁과 CD재생 성능에서 이미 기술적으로 상당한 완성도를 보이는 타 업체 모델과의 경쟁이 될 듯 하다. 이를테면 전 모델인 SCD-XA333ES가 DVD 재생 기인 DVP-NS999ES에 비해 SACD 재생 능력에서 밀렸다든지, SCD-XB780 모델이 CD 재생 성능에서 해외 매거진으로부터 혹평을 받았던 것이 그 사례가 될 것이다.
다행히도 시청 결과 SCD-XA3000ES는 순수 오디오 플레이어답게 고음의 음색 재생, 정밀한 사운드스테이지, 디테일의 해상도에서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했다. 이 분야에서의 성능 만큼은 적어도 2배 정도 가격대의 제품과 당당히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전 모델인 SCD-XA333ES은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오히려 복합기인 DVP-NS999ES보다도 고음의 뻗침에 손색이 있었다. 특히 현 악기의 예리한 음색을 가닥 끝까지 들려주는 능력에서 DVP-NS999ES는 DVD 플레이어 답지 않게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SCD-XA3000ES는 오디오 전용 기기답게 아주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음색을 들려준다. 특히 파비오 비온디가 연주한 비발디의 화성의 영감에서 들려준 현의 윤기 있는 음색은 전혀 예상하지 못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수 백만원대의 제품이라 하더라도 현의 음색을 재생해 내는 능력에는 편차가 있으며, 그 중 상당수의 제품은 SCD-XA3000ES보다 색이 빠진 수수하고 단조로운 음색을 재생한다. 따라서 다른 오디오 팩터보다 현악기의 음색에 집착하는 사용자라면 SCD-XA3000ES가 대단한 만족감을 줄 것이다. 전용기인 만큼 당연한 결과지만 CD 재생 성능에서는 DVP-NS999ES와 1:1로 비교하더라도 다른 차원의 수준이었다. SCD-XA3000ES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이미지 사이의 빈 공간과, 중역대 텍스처의 자연스러움이다.
사운드스테이지 재생의 우수성은 살바토레 아카르도 등이 참여한 드보르작의 피아노 5중주곡(Dynamic)에서 잘 드러났다. 여기서는 실내악의 각 악기들이 서로 겹쳐지지 않고 적절한 거리를 두면서 연주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고음의 뻗침과 해상도만 강조한 것이 아니라 중역대의 뒷받침 역시 충실한 편이다. 덕분에 각 악기들의 밸런스 역시 고르게 들렸으며, 첼로나 피아노의 음색에서도 충분한 양감을 확보하고 있었다. 중역대의 텍스처가 자연스럽게 재생된 것은 보컬의 재생에서 입증되었다. 제니퍼 원스에서는 이 가격 대의 전용 CD 플레이어 이상으로 촉촉하고 부드러운 보컬의 음색을 들려주었다. 큰 소리로 내지를 때에도 소리가 튀거나 딱딱해지는 일 없이 안정감을 그대로 유지했다. 약간 위로 올라간 듯한 밸런스 덕분에 목소리의 호소력이 한결 더해진 느낌이다. 마찬가지로 바리톤 올라프 베어가 노래한 슈만 가곡집에서도 젊고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약간 거친 결이 느껴지던 DVP-NS999ES와 달리 SCD-XA3000ES의 중역대는 대단히 부드럽고, 강약이나 고저의 변화에서도 소리결의 짜임새를 흐트러트리지 않는다. 연주자의 감성을 재생해내는 능력이 수준급이긴 하지만 SCD-XA3000ES의 소리는 기본적으로는 지성적인 분석력에 더 기대고 있다.
SCD-XA3000ES는 고요한 감상에 빠져들 수 있는 정숙한 배경을 선사하며, 낮은 노이즈 플로어에서 잔향과 여운을 정확하게 포착해낸다. 폴리니가 연주한 베토벤의 열정 소나타에서는 청중없는 넓은 연주회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건반의 마이크로적인 다이내믹스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연주자의 악보 해석에 대한 집중력이 감지된다. 해상도와 분석력을 내세우는 일부 디지털 기기가 음악적인 융합력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일이 많은데 비해 SCD-XA3000ES는 그런 한계에서도 자유로운 편이었다. 아바도가 연주한 로시니 서곡집(DG)의 경우 여러 악기가 모여서 만들어 내는 선율과 화음에 저절로 집중하게 되었다. 섬세한 곁가지와 꽃잎의 섬세함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은 감상자가 요구할 때만 제시될 뿐 SCD-XA3000ES를 통해 편안하게 음악에 몸을 맡기면서 주변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크레센도로 소리가 커져가는 부분에서도 악기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 가격 대의 제품들이 그렇듯이 SCD-XA3000ES 역시 완벽하지는 않았다. 중 고역 대에서는 흠 잡을 데 없는 높은 성능을 보여준 반면 저음의 펀치와 다이내믹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다. 칙 코리아가 연주한 라 피에스타(ECM)에서는 에너지 부족으로 드럼의 어택을 현실감 있게 살리지 못했다. 다소 댐핑이 강한 저음은 공간으로 튀어나와 감상실을 메우기보다는 스피커 주위에서 감도는 느낌이었다. 감상자 아래로 내리 깔리는 듯한 박력있는 저음을 구사하기에는 체급이 다소 부족해 보였다. 여기에서는 내내 눌려있던 DVP-NS999ES 쪽이 오히려 우세한 편이었다. DVP-NS999ES는 전혀 거리낌 없는 펀치와 킥을 구사하며 재즈와 팝 음악 재생에서의 존재감을 시위했다. 견고하면서도 분명한 음정을 들려주어 리듬을 새겨나가는 능력도 좋았다. 이에 비해 SCD-XA3000ES는 얕은 물속에서 움직이는 느낌이었으며, 평면적인 저음을 들려주었다. 사실 CD 플레이어가 만들어내는 저음의 특성이란 앰프와 스피커에서의 지배적인 영향력에 비해 하찮은 존재이기도 하다. 시청 기기였던 B&W의 시그너처 805와 케언의 인티 앰프 모두가 저음의 재생에서는 약점이 있는 기기이기도 했다. 강력한 저음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앰프와 스피커의 성능이며, 시청 환경에서 나타난 SCD-XA3000ES의 약점은 실제적으로 에너지를 발산해내는 후방 기기의 성능으로 충분히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박우진
소니 SCD-XA3000ES 음질 평가(SACD)
박우진(acherna@hanmail.net) 2003-10-06 01:32:16
SACD 재생 성능
SCD-XA3000ES는 CD 재생에서와 마찬가지로 SACD 재생에서도 이전에 국내에 소개된 재생 장치들을 능가하는 특성을 나타내었다. 리뷰에 사용된 시스템은 필자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B&W 노틸러스 804, HTM2, B&W LM-1 스피커와 야마하 DSP-AZ1 AV 리시버였다.
먼저 스테레오 방식으로 녹음된 Salvatore Accardo 연주의 I vilolini di Cremona(fone 003 SACD)에서는 현의 탄력과 질감이 매끄럽게 재생되었다. CD에서는 활의 움직임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느낌을 받기 어려운데, 여기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고역대의 해상에 주력하면서도 귀에 거슬리는 잡음이나 거친 소리, 가는 소리를 내지 않는 점이 좋았다. 멀티 채널 디스크인 Ray Brown Monty Alexander Russel Malone(Telac SACD-63562)에서는 재즈 앙상블을 실내악적인 아늑한 분위기로 들려주었다. 특정 대역에 과장이 없는 차분하면서도 여유로운 울림새가 편안하게 느껴진다. 흥미롭게도 처음 CD 재생음을 비교할 때보다는 더 여유로운 저음을 들을 수 있었다. 피아노의 낮은 음에도 더 무게가 붙고, 베이스의 울림에도 탄력이 더해졌다.
바리톤 Dmitri Hvorostovsky가 노래하는 Passione di Napoli(Delos DS3290)에서는 역시 오케스트라 각 악기의 위치가 보다 정밀하게 그려졌으며, 풍부한 잔향도 인상적으로 재생되었다. 이전의 2채널 CD 리뷰에서는 전혀 생각지 못했었는데, 여기에서도 저음 재생 성능이 향상된 것에 한 가지 힌트를 얻게 되었다. 멀티 채널 서라운드 시스템, 그 중에서도 서브우퍼를 사용하는 시스템에서라면 SCD-XA3000ES의 깊이가 얕고 팽팽한 저역 특성은 거의 단점이 되지 않을 듯 하다. 홈 시어터 시스템의 멀티 채널 구성 자체가 중고역 마스킹, 저역 과잉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오히려 SCD-XA3000ES의 밸런스가 타당할 지도 모른다.
Valery Gergiev가 지휘한 Sheherazade(PHILIPS 470 618-2)에서는 대단히 투명한 사운드스테이지를 선사해 주었다. 이전엔 느끼지 못했었는데, SCD-XA3000ES는 갑작스럽게 소리가 사라져 버리는 CD에서와 달리 약음의 여운을 정말 끝까지 잡아냈다. 최고급 아날로그 시스템에서는 경험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필자에게는 대단히 생소한 느낌이었다. CD라는 포맷 자체가 그런 부분까지는 의식하지 않은 규격을 지니고 있는 만큼 어떤 고급기에서도 이런 체험은 불가능하다. 무음 시의 정적감이라든지 대음량에서의 안정감은 SACD 전용기의 필요성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소니 DVP-NS999ES와 유니버설 플레이어인 데논 DVD-2900과 비교해 봤더니 각 제품들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났다. 다만 SCD-XA3000ES를 들으면서 SACD들의 녹음이 상당히 좋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는데, 복합기에서는 아무래도 그런 느낌이 덜 오는 편이었다.
DVD-2900은 소리를 매끈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DVP-NS999ES는 거친 부분까지 마다하지 않는 직설적인 특성을 지닌다. DVD-2900은 포근하면서도 두터운 소리를 내지만, 느리고 섬세한 뉘앙스가 부족하다. DVP-NS999ES는 비교적 투명한 고음과 정확하면서도 힘찬 저음 특성을 보여주었다. 다만 대편성의 음악에서는 중고역대의 소리결이 약간 딱딱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알려져 있듯이 DVD-2900의 화질은 정말 뛰어나며, DVD-A 재생까지 가능하다. DVP-NS999ES도 화질에서는 물론이고 음질에서 인정 받는 고급 제품이다. 한 분야에서의 부족은 다른 부분에서의 부족으로 커버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 오디오 애호가에게는 특히 음질 부족을 화질로 커버한다는 발상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이야기일 것이다. 고급 오디오 기기들이 내세우는 음색이나 음장의 정밀한 재생에서는 역시 SCD-XA3000ES 쪽이 다른 리그에 있다. 결과적으로 오디오 애호가들에게는 유니버설 플레이어보다는 SACD 전용기에 저렴한 DVD 플레이어를 추가하는 조합이 보다 타당하리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