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한주(raker5235@hanfos.com) 2003-09-04 23:01:43
킴버의 제품은 다른 제품과는 확연히 구별할 수 있는 킴버만의 소리를 내주는 데 주저함이 없다. 뿐만 아니라 그 차이의 정도도 제법 큰 편이어서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인터커넥터를 바꿨을 때의 차이를 어렵지 않게 느끼고 변화된 소리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어떻게 들리는지 평가해보기 쉬운 편이다. 리뷰어에게는 개성이 강한 만큼 리뷰를 쓰기도 수월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약에 단순히 킴버 제품의 전체적인 특성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서라면 지금까지도 스테레오파일 추천기기 리스트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PBJ 인터커넥터를 사용해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겠지만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좀 더 고급스런 취향의 사용자들이 오랫동안 사용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을 법 하다. 킴버는 이런 고급 사용자들을 겨냥해서 KCAG나 KCTG등의 은선 기반의 고급 인터커넥터를 개발한 바 있지만 현재는 일부 단종된 상태이다. 이들 고급 인터커넥터의 후계기는 현재 셀렉트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셀렉트 시리즈의 인터커넥터는 모두 여섯 종류로 제품명은 네 자리의 형번으로 표기되고 있다. 11로 시작하는 것은 밸런스드 XLR 단자가 달린 제품이며 10으로 시작하는 것은 싱글엔디드 RCA단자가 달린 제품이다. 세번째 숫자는 모두 동선으로만 구성된 것이 1, 시그널 선은 은선이며 그라운드 선은 동선으로 구성된 것이 2, 모두 은선으로만 구성된 것은 3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숫자는 개량형의 숫자가 된다. 이번 리뷰에 사용된 1021은 따라서 RCA단자가 달려있고 주 신호선만 은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번째 개량형에 해당한다는 것이 되겠다. 제품명에 공통으로 달려 있는 KS는 Kimber의 Select라는 것을 줄여쓴 것으로 보인다.
킴버의 셀렉트 시리즈는 다른 회사의 제품에 비해서 외관과 보안성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민망할 뿐이지만 어설픈 외관을 가진 회사의 제품처럼 모조 제품이 유통 되기는 좀 어려워 보인다.
들어보기
필자의 시스템에서 수행한 각종 케이블 비교결과는 소스기기와 프리앰프 사이에 연결한 것을 기초로 했다. 필자의 시스템을 가지고 한 케이블의 비교 청취 경험에 의하면 소스기기와 프리앰프 사이에 연결한 인터커넥터의 소리 성향이 전체 시스템의 소리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컸다. 가령 소스와 프리 사이에 킴버 셀렉트 1021을 사용하고 프리와 파워 사이에 리버맨 고딕 인터커넥터를 연결해 두면 전체의 소리는 킴버 셀렉트 1021의 소리 스타일이 많이 반영된다. 고딕의 소리는 덜 들린다. 이번에는 반대로 둘을 뒤바꿔 놓으면 전체 소리는 고딕의 소리가 주도적으로 들리게 된다. 이런 현상을 활용하면 차이가 좀 덜 나는 쪽에 저렴한 케이블을 사용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한편, 리뷰의 후반부에 번외로 등장한 케이블의 시청시에는 이와는 반대로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 사이에 연결된 것을 가지고 청취했다. 그 시스템의 주인은 그렇게 연결된 경우에 더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은 경험을 얘기하고 있다. 관점에 따라서, 또는 시스템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필자의 연결 경험은 그저 참고로만 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킴버 셀렉트 KS1021의 전체적인 인상을 먼저 정리하고 들어가자면 보기에 따라서는 거칠게 보이기도 하는 실제 자연의 풍광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편이라기 보다는 테마파크에 재현시킨 자연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잘 정돈되고 가다듬어서 말쑥하고 정교하기 이를 데 없다는 느낌이다.
저역은 킴버의 스피커 케이블들과 서로 상호 보완하기로 계획되어 있어서인지 몰라도 미들급 정도라기 보다는 그보다 가벼운 웰터급 정도의 다소 부담 없는 경량화된 무게로 가볍게 링 위에 뛰어드는 격이다.
그 대신 현란하고 빠르고 세련되고 거칠지 않고 미끈하게 다루기 때문에 듣다가 지치는 일이 생기기는 힘들 것 같다.
레퍼런스 레코딩에서 출시한 레스피기작 시바의 여왕 벨키스 조곡 중에서 Orgiastic Dance를 틀어보면, 큰 북을 때릴 때 울리는 저역이 부풀게 들린다거나 규모가 넘치지 않는다. 따라서 저역의 과도함으로 인해서 고역이 마스킹이 일어날 걱정은 없다. 소리의 줄어들고 커지는 것이 단조롭지 않고 풍부한 단계를 가지고 변화되며 작은 소리가 파묻히지 않게 드러내주고 있어서 해상력은 상당히 뛰어난 편에 속한다. 정돈되지 않은 성가신 잡음 같은 것으로 신경쓰지 않아도 될 만큼 배경은 충분히 차분하다. 고급기종의 인터커넥터에서 기대해 볼 수 있는 기본 수준을 잘 만족시키고 있다.
이런 복합적인 특성의 덕으로 작은 북의 활약이 잘 들리며 미묘한 당김음도 파묻히지 않고 잘 드러난다. 리듬감이 잘 살아난다. 또한 쥐어 짜내는 듯한 소리가 아니라 힘들이지 않아도 위로 시원하게 잘 뽑아져 올라가는 편이다. 큰 음량에서도 억눌리지 않게 신호를 전송하는 점은 훌륭하다.
같은 음반에서 레스피기작 로마의 소나무를 틀었다. 이 곡은 오케스트러에 동원된 온갖 악기를 가지고 내줄 수 있는 고역을 전부 등장시켜서 극대화시켜 표현한 것으로 오디오 시스템의 방향이 피곤한 쪽으로 가있는지 그리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킴버의 저가형 제품과는 다르게 킴버 KS 1021은 고역에서 그레인이 없다. 딱딱하고 경직되지 않은 소리를 들려준다.
게르기에프가 지휘하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을 틀어보면 킴버 KS1021은 곡의 규모가 크게 들린다거나 불꽃이 일렁일 만큼 화끈하게 재생되는 것처럼 일부러 호들갑스럽게 들리게 튜닝된 타입이 아니다. 그 대신에 중고역의 정보를 놓치는 일이 없다. 해상도를 잃지 않으며 특별히 오버하지 않는다. 카랑카랑한 소리는 아니며 그렇다고 무르고 펑퍼짐한 소리는 더 더욱 아니다. 일부러 긴장감이 적고 편안한 소리로 변조시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음악을 듣게 만드는 힘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My heart will go on을 들어보면 킴버의 은선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상쾌한 은빛 톤의 울림이 더해져서 곡의 효과가 더 상승된다. 시각적으로 비유하자면 사려 깊은 좋은 조명으로 셀렌디온의 얼굴이 전체가 부드럽게 감기듯이 드러나게 하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다. 공기는 미끌어지 듯 흐르는 것 같고 가수의 뒤로 오라가 어른거리는 것 같다. 이것은 은선 계열의 장점을 잘 살린 경우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은선 계열의 고질적인 약점인 날림이 있는 고역은 훌륭하게 극복한 편이지만 은선의 다른 특성인 절제된 저역으로 인해서 음악에 있어서 파워가 줄어드는 것처럼 들리곤 한다. 어쩔 땐 상대적으로 굴곡이 없는 것처럼 들리는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 중 [그대의 찬손]을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의 노래로 들어보면 킴버 KS1021은 다른 케이블에 비해서 좀 더 포커스가 좁혀진 테너의 발성 소리를 내준다. 소리 핵이 좀 더 응집되며 성악가의 몸집보다 좁아진 내부의 한 점에서 지렛대를 대고 튕겨내듯이 소리가 뿜어져 나옴이 느껴진다. 이점은 다른 인터커넥터들과 비교해 보면 킴버에서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특성이다. 그렇지만 여성 성악가들의 곡에서는 이런 특성을 눈치채기는 힘들고 비교청취에서 가려내기도 쉽지 않았다.
다른 케이블과의 차이, 킴버 제품군에서의 차이
앞서 언급한 킴버 인터커넥터의 특징은 다른 장소에서 들은 [O Sole Mio] 파바로티 음반에 수록된 8번 트랙 [Pecche (De Flaviis, Pennino)]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때 사용한 인터커넥터는 킴버 셀렉트 KS1130다.
필자의 판단기준으로 보면 킴버 KS1130과 KS1021모두 그 조여지는 정도가 좀 심한 것 같다.
임희숙 35주년 골든 에디션 CD중 10번 트랙 [잊혀진 여인]을 킴버 셀렉트 KS1130으로 들어보면 킴버의 소리는 다른 인터커넥터와는 달리 임희숙의 소울풍의 재즈보컬 소리를 다소 팝페라풍으로 매끈하게 변조시켜 버리는 버릇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동일 음반을 구입하여 집에서 다시 KS1021을 다른 케이블들과 비교해서 들어보았더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일한 경향을 가진 것을 확인했다.
가격으로 보나 성능으로 보나 아무래도 적절한 비교대상은 아니지만 킴버 PBJ와도 비교해봤다. 킴버 인터커넥터가 사용하는 지오메트리는 고가형이나 저가형이나 할 것 없이 동일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예닐 곱 배의 차이가 나는 가격만큼의 가치 차이가 나는 것인지도 궁금해서였다. [PBJ]와 [킴버 셀렉트 KS1021]의 다른 점은 해상력의 현저한 차이와 에어리한 느낌의 여부다. 공통적인 면이 있다면 조여진 소리이며 저역은 절제되었다는 점이다.
케이블을 거치면서 미세한 정보 손실이 일어나게 되면 모든 음악 장르에서 불필요하게 힘이 들어간 듯 하며 절뚝거리고 난폭하게 들리는 식으로 들린다. 이런 해상력의 손상현상을 좋게 표현해 주면 터보를 킨 것처럼 맹렬하고 콸콸 쏟아진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그대신 유의할 점은 음악 신호가 소실된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 청취시 쉬 피로해 지며 음악감상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갈리나 고르차코바가 부른 나비부인 중 아리아 [Un bel di]를 들어보면 PBJ의 소리는 콸콸콸 터져 나오지만 스핀토성이 강해지게 된다. 컴퓨터 게임 [스타크래프트] 용어를 사용하자면 스팀팩을 맞은 듯 하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자면 폴리니가 연주한 쇼팽 피아노 연습곡도 힘이 세진 듯 팔팔하며 굵은 소리를 내준다. 마구 밀어부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쉴새 없이 몰아친다.
그러나 애써서 구축한 필자의 시스템 수준이 졸지에 다운그레이드된 것처럼 들리게 만들어 버리므로 인터커넥터는 그 사용 시스템의 레벨에 적합한 수준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마무리
킴버의 셀렉트 인터커넥터 KS 1021은 킴버 고유의 소리 특성을 많이 공유하고 있으나 셀렉트 급의 면모를 뽐내는 완성도 높은 튜닝이 이뤄졌다. 요령 있고 안정감이 느껴진다. 은선의 장점을 잘 살렸으면서도 위험성이 있는 은선의 단점이 두드러지지 않게 소리를 매만졌고 그 결과로 산만하지 않으며 해상력의 손상이 생기지 않고 힘과 다이나믹스의 재현에 탁월하다. 팽창감이나 스피드감 등에서 감점요인이 없다. 거친 음악에서나 쉬운 음악에서나 할 것 없이 제어가 잘 되는 수준급의 제품이다. 지휘자로 치자면 카라얀이 연상될 법 싶다. 이러 저러한 면모를 놓고 보면 이 제품이 The Absolute Sound에서 Golden Ear Award를 받은 것이 충분히 공감이 갈 만 하다.
혹시 필자의 섣부르고 설익은 평가로 여러분들에게 만에 하나 올바르지 않을지도 모르는 편견을 심어두는 일일지 모르겠지만 킴버 셀렉트 KS1021인터커넥터가 잘 어울리는 장기는 여성 보컬이나 현악기 등이 아닐까 싶으며 재즈풍을 잘 살리는 편이라기 보다는 팝에 잘 어필하는 스타일이라는 느낌을 준다. 클래식에서는 장르에 따라서 일장일단이 있다고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앞단에 있는 저역 정보를 원래 있는 것 만큼 모조리 다 뒷단으로 전송해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질적인 면에서 우수한 편이다.
제품의 이러 저러한 특성을 감안해 보면 넓은 공간 보다는 좁은 공간에서 (그러나 저역은 넘치는 환경에서) 장점이 더 많이 드러날 듯 싶다.
사용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