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현(evaa@hitel.net) 2002-06-24 11:40:37
아캄 FMJ DV-27 DVD 플레이어는 지금까지 아캄이 발표한 제품중 옵션을 포함하지 않은 기본형으로서는 가장 비싼 $2,500짜리 제품이다. 아무리 눈을 씻고 뒤져봐도 $2,000대의 제품은 찾아볼 수 없는 마크 레빈슨 같은 브랜드와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지만 $2,500짜리를 가장 비싼 제품으로 생산하는 브랜드라고 얕보면 큰 코 다칠 만큼 뛰어난 성능의 제품을 많이 생산하고 있다.
이 제품은 발표 당시부터 매니어들의 관심을 끌었는데 디인터레이서(de-interlacer)로 실리콘 이미지의 칩셋을 사용한다는 점과 FMJ 라인업인 만큼 CD 재생능력 또한 뛰어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필자 또한 이 제품의 발표되던 시점부터 성능이 매우 궁금했었는데 마침 리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매우 기뻤다. 아무리 아캄이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생산한다고는 하지만 DVD 플레이어가 $2,500이라면 성능에 관계없이 매우 비싼편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성능을 가지고서는 그 값어치를 하기가 힘들다. 다른 하이파이 혹은 홈시어터 관련 제품과 달리 DVD 플레이어가 $2,500이라면 고급 부띠끄(boutique)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이번 리뷰만큼은 편하게 결론부터 말하고 시작하고 싶다. 아캄이 또 한 건 했다. 어떻게 사고를 쳤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기능 및 디자인
사용전압 : 115V or 230V ac (후면 스위치로 전환가능)
소비전력 : 45 VA (최대)
크기 : 430mm x 85mm x 280mm
무게 : 6.1kg
영상출력 (R=ohms)
Composite : 1조(75R)
S-Video : 1조 (4 pin mini DIN, 75R)
Component : 1조(75R, 화면비 자동조절)
Progressive 출력 : 1조 (480p, 75R, 화면비 조절안됨)
음성출력
아날로그 출력 : 2조(스테레오, 금도금 단자)
출력레벨 : 2.2V rms/0dB signal (4.4V rms/ HDCD)
재생대역 : 20Hz to 20kHz (+0.1, -0.5 dB)
THD+N : <0.005% / 1kHz 0dB
S/N 비 : 105dB ( 20Hz-20kHz)
디지털 출력 (IEC958) : 동축 1조, 광 1조(PCM/Dolby Digital/MPEG/DTS)
샘플링 레이트 : 48kHz/24 bit (광) 96kHz/24 bit (동축)
재생매체 : DVD-Video, CD Video, SVCD, CD-Audio (CD-R,CD-RW) , HDCD, MP3
DV-27은 같은 FMJ 라인업의 CD-23과 동일한 섀시를 사용한다. 섀시만 같은 것이 아니라 전면 패널의 트레이, 디스플레이 그리고 버튼의 배치 및 기능까지 동일하다. 다른 점은 트레이 커버에 DVD-VIDEO 로고가 있다는 것 뿐이다. 따라서 디자인은 아캄 FMJ 시리즈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맘에 들만한 제품이다. 후면 패널을 보면 각종 단자들이 다소 어지럽게 배치되어 있는데 CDP와 동일한 섀시를 사용하다 보니 공간상의 문제 때문에 억지로 회로를 구성한 듯한 느낌을 준다.
오디오 출력은 2조의 싱글 엔디드 2채널 아날로그 출력과 광/동축 각 1조씩의 디지털 출력을 지원한다. 아날로그 출력단 위에 여분의 슬롯이 보이는데 차후에 발표될 DVD-audio 업그레이드 보드가 들어갈 자리인 것 같다. 비디오 출력은 SCART, interlaced component, progressive component 및 composite과 S-video 출력단을 갖추고 있다. 컴퍼넌트 출력이 프로그레시브와 인터레이스 모드가 구분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내부를 열어 보지는 않았지만 MPEG 디코더 출력을 별도의 스케일러 보드(당연히 실리콘 이미지의 회로일 것이다)로 출력하는 형태의 설계인 것 같다. 다양한 형태의 비디오 출력단을 장착했지만 출력 선택은 단 한가지만 할 수 있다.
그리고 단자 배치도 특이하게 되어 있는데 프로그레시브 출력은 후면 패널 맨 위에 일렬로 배치되어 있고 인터레이스 출력은 컴퍼넌트 단자와 컴퍼지트 단자가 2*2 형태로 한 군데 모여 있다. 또 프로그레시브 출력의 경우 일반적으로 Y/Pb/Pr 손으로 좌에서 우로 혹은 우에서 좌로 배치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 제품은 Pr/Y/Pb 순으로 되어 있다. 일반적인 단자색으로 따져보면 R/G/B의 배치인데 무의식적으로 Y 위치만 확인하고 연결하면 잘못 연결하게 된다. 게다가 단자가 모두 같은 색이어서 랙에 배치하게 전에 반드시 위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랙에 일단 기기를 집어넣고 레터링을 확인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2,500이나 하는 DVD 플레이어의 비디오 출력 단자에 색 구분조차 되어 있지 않은 점이 매우 황당한데 금도금 단자를 사용한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뒷면의 다소 기괴한 단자배치 및 구성은 그래도 OSD 메뉴에 비하면 양반이다. OSD 메뉴는 블랙 바탕에 흰색 글씨로 구성된 것이 전부이다. 매뉴 선택을 하게 되면 파란색 백그라운드가 생긴다. 아무리 실용적인 면에만 신경을 썼다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얼떨떨해지는 부분이다. OSD 메뉴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은 바로 PAL/NTSC 설정이다. 필자가 받은 제품은 초기 모드가 PAL로 설정되어 있어서 NTSC로 변환해 주어야 했는데 매뉴얼을 아무리 봐도 리모콘에서 바꾸는 기능이 없었다. 바꾸는 방법은 셋업 매뉴에서 TV를 설정해 주어야 하는데 이미 PAL로 설정되어서 화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셋업 매뉴를 어떻게 찾아가라는 것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에는 아래 위 둘로 나뉘어져 따로 보이는 화면을 보면서 감으로 TV 설정항목을 찾아내었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설정 항목에서 커서를 한 번 옮기면 다음 항목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블랙이 떠버린다. 처음에는 시스템이 다운된 줄 알고 몹시 당황했는데 우연히 커서를 두 번 이동하게 되어 다음 항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리뷰용 제품을 대여해 준 환뮤직에 문의했더니 다른 제품들은 그런 일이 없었다고 했다. 아마도 필자가 운이 나빠서 PAL로 초기설정된 제품을 받은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불편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처음 경험해 봤다.
리모콘도 아주 불편한데 이 가격대의 제품이라면 반드시 있어야할 백라이트 기능이 없다. 사실 이 제품의 리모콘은 CD-23T의 리모콘과 같은 것이다. 선택 버튼을 눌러서 CDP와 DVDP 두 제품을 모두 조종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CDP에 맞추어 놓은 리모콘이라서 DVDP 사용자들이 직관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불편함이 많다. 특히 각종 기능키들이 하단에 세 줄로 몰려 있는데 크기도 매우 작고 레터링은 더더욱 작아서 영화 보는 동안 조작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실내등을 켜고 조작하든지 아니면 버튼의 위치를 철저하게 암기하는 수 밖에 없다.
사용자 편의성이라는 측면에서 또 한가지 불만사항은 타이틀 재생시 트랜스포트의 회전 소음이 꽤 큰 편이다. 이정도 가격대의 일본 제품을 보면 트랜스포트의 소음을 철저하게 차단하여 사용의 쾌적함을 주지만 DV-27의 경우 트랜스포트부의 소음에 대한 별도의 대책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회전수가 높은 DVD 트랜스포트부의 특성상 소음은 어쩔 수가 없는데 적어도 $2,000이 넘는 제품에서 이정도 소음을 들려준다는 것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역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사용자 편의성 면에서 이렇게 완벽하게 불편한 제품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제작자가 이 제품의 성능에 대해 대단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능면에서 이 제품은 아주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무슨 기능이 있는지 외우기 조차 힘든 일본제품들과 비교하면 허전하기까지 하지만 꼭 필요한 기능 외에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제작자의 설계 의도가 드러나는 것 같다. 이 제품은 화질 조정기능(video adjustment)을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니터를 통해 조정해야 하는데 실재로 플레이어의 화질 조정 기능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제품 자체의 완성도가 뛰어나다면 별로 필요 없는 기능이다. 과감하게 생략되어 있다. 스크린 세이버는 아캄의 로고가 무성의하게 왔다갔다 하지만 모니터를 충분히 보호할 정도로 과격하게 움직인다. 미적인 측면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이 제품의 가장 돋보이는 기능은 프로그레시브 스캔 모드시 오디오 딜레이 선택인데 프로세서에 많은 부하가 걸리는 디인터레이싱 과정에서 오디오와 비디오의 싱크가 틀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이 기능은 특히 부하가 많이 걸리는 비디오 소스의 디인터레이싱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정말 필요한 기능인데 확실하게 지원한다. 이 외에 PAL 소스를 2;2 pull down 재생할 수 있는 다시 말해 PAL 소스도 프로그레시브 스캔으로 재생할 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현상태에서는 바이패스되어 있다. 저작권 문제 때문인데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면 지원이 가능하다고 제작사는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화면비 조절은 인터레이스 모드에서는 가능하지만 프로그레시브 모드에서는 지원되지 않는다. 실리콘 이미지의 회로가 이를 지언하지 않기 때문이다. 와이드 TV 사용자가 4:3 타이틀을 볼 경우 프로그레시브 입력시 화면비 조절 기능이 있으면 TV에서 조절해 주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플레이어의 줌(zoom) 기능을 이용해야 한다. 줌 인(zoom in)으로 재생하는 화질도 상당히 괜찮은 편인데 줌 메커니즘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화질 자체가 워낙 훌륭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VIDEO
화질은 필자의 집에서 필립스의 Q50과 삼성 CT-29A7DR 모니터를 사용해 비교했고 동료필자인 조춘원님 댁에서 바코 시네 7 프로젝터와 소니 NS300V/ 실리콘 이미지 iSCANpro 스케일러 조합과 비교하였다. 세팅은 AVIA를 사용하여 각 모니터의 최적치를 찾았다. 참고로 이 제품은 콘트라스트가 상당히 높게 설정되어 있으므로 사용전에 반드시 AVIA나 비디오 에센셜등의 칼리브레이션 타이틀을 가지고 모니터를 조정하기 바란다. 제품 자체가 상당히 높은 콘트라스트비를 보여준는데 화이트 밸런스값까지 높기 때문에 이미 공장 출하상태의 화이트 밸런스값이 거의 최대치로 설정되어 있는 일반적인 모니터와 연결하면 이상한 화질을 경험하기 쉽게 되어있고 장시간 사용할 경우 모니터가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물론 이정도 설정값으로 모니터가 손상을 입을때면 어차피 모니터를 바꾸어야할 시기이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일은 없다.
패턴
AVIA에 수록되어 있는 각종 스위핑 패턴을 재생시켜 보면 놀랄정도로 평탄한 재생 대역을 가지고 있다. 필자의 경우 Q50의 S/N비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서 모니터의 샤프니스값을 0으로 설정해놓고 사용하는데 DV-27과의 연결에서는 샤프니스를 0으로 놓으면 고역이 롤 오프 되어버리기 때문에 적절한 값까지 올려서 시청하였다. 모니터를 최적화시키고 보는 각 스위핑 패턴들은 어느 한군데 얼룩짐 없이 매우 선명하고 깨끗하게 재생되었는데 DV-27의 아날로그 비디오 출력단이 매우 훌륭한 성능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비교하자면 소니의 레퍼런스 플레이어인 DV-S9000ES 같은 제품도 아주 평탄한 재생대역을 보여주지만 DV-27만큼 선명하고 또렷한 패턴의 라인을 보여주지는 못하는데 DV-27의 S/N비가 매우 높아서 그럴 것이다. 실재로 타이틀을 재생해보면 DV-27이 얼마나 뛰어난 해상도를 보여주는지 실감하게 된다.
디인터레이싱
DV-27에 사용된 실리콘 이미지의 칩셋이나 필자의 Q50에 사용된 파루쟈의 디인터레이싱 칩셋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든 우수한 디인터레이싱 성능을 보여주는 제품들이다. 프로그레시브 스캔 플레이어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얼마나 정확하게 디인터레이싱을 하느냐일텐데 필자의 경우 엉성하게(?) 만들어진 타이틀이 별로 없어서 비디오 소스와 필름소스의 전환이 얼마나 매끄럽게 진행되는가에 대한 테스트등은 해보지 못했다. 마침 리뷰기간동안 비디오 에센셜까지 다른 사람을 빌려준 상태여서 비디오 소스와 필름소스가 섞인 부분은 제외하고 각각의 소스를 어떻게 재생하느냐만 보았다. 비디오 소스로는 아무로 나미에의 “concentration 20 Live(avex/지역코드 2)"와 “Barney - The Night Before Christmas(LYRIC/지역코드 1)"를 사용하였고 필름 소스는 “글라디에이터”, “The Rock” 그리고 “제5원소-수퍼비트"등을 사용하였다. 참고로 아무로 나미에와 바니 타이틀은 화질과 음질이 아주 좋지 않은데 크로마 버그 테스트하기에 좋은 타이틀이다. 바니는 미국 PBS의 어린이 프로그램인데 로컬 제작 방식으로 KBS를 통해 국내에도 방영되고 있다. 일단 비디오 소스에서 DV-27은 특별하게 아쉬울 것 없는 성능을 보여주었는데 사실 필자 개인적으로 성능이 좋든 나쁘든 비디오 소스는 시청을 거의 안하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이다. DV-27의 경우 비디오 소스의 디인터레이싱은 Q50보다 뛰어났는데 위의 소스를 시청할 때 Q50의 경우 군데군데 코밍(combing)이 생겨서 에지가 어긋나는 반면에 DV-27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특히 움직이는 피사체에서 DV-27은 매우 깨끗한 화면을 보여주었는데 이보다 더 잘할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온쿄 939 리뷰에서도 밝혔듯이 필자 개인적으로 인터레이스 소스는 디인터레이싱 잘해봐야 인터레이스 소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DV-27로 재생하는 비디오 소스는 아주 훌륭했고 Q50보다 뛰어난 처리 능력을 보여주었다. 반면에 필름 소스의 경우 Q50이 DV-27보다는 처리능력이 더 우월했다. 글라디에이터를 예로 들면 콜로세움 신에 자주 등장하는 전경 샷에서 Q50의 경우 수평라인의 플리커링등이 전혀 없었는데 DV-27의 경우 군데군데 미세하게 플리커링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컷이 바뀔 때 DV-27의 경우 어쩌다 한번씩 코밍이 있었던 반면 Q50은 필자가 인지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어떤 코밍도 발견할 수 없었다. 비디오 소스의 경우 Q50의 디인터레이싱 능력이 그리 인상적이지 않지만 필름 소스에서는 매우 훌륭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DV-27의 경우 필름 소스보다는 비디오 소스쪽에서 탁월함을 보여주었는데 음악 DVD 타이틀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매우 만족스러울 것이다. 필름 소스 재생시 DV-27에서 플리커링이 약간 존재한다고 해서 Q50이 더 우월한 화질이냐 하면 절대 아니다. 화질은 어디까지나 전체적인 성능(overall performance)을 가지고 논해야 하는데 Q50의 화질이 480P라면 DV-27의 화질은 1080i라고 해도 될 만큼 상당한 차이를 보여준다. 1080i급의 화질에 플리커링이 약간 존재한다고 해서 480P가 더 좋다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DV-27의 전체적인 화질을 볼 때 미소한 플리커링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크로마 버그
DV-27은 크로마 버그를 가지고 있다. 토이 스토리 매뉴화면의 타이틀 로고를 보면 푸른 색 에지에 계단 무늬(stair stepping)가 생긴다. 그런데 이런 미세한 아티팩트 때문에 크로마 버그가 문제되지는 않는다. 독수리 눈이 아니고서야 100인치 화면에서도 망원경으로 봐야 보일 정도인 토이 스토리 메뉴화면의 타이틀 로고에 생기는 계단 무늬는 눈에 거슬리기 힘들다. 실재로 필자는 토이 스토리 로고를 평소 시청거리에서 확인한 적이 없다. 크로마 버그가 있나 확인하려면 모니터나 스크린 가까이에 가야 보인다. 필자는 크로마 버그가 어느정도인지 판단하는데 아무로 나미에의 “concentration 20 Live(avex/지역코드 2)"을 사용한다. 이 타이틀의 4번 트랙을 보면 크로마 버그가 어느정도 수준인지 대번에 나오는데 DV-27의 경우 심하지 않은 편에 속한다. 일단 계단 무늬가 생기기 쉬운 아무로 나미에의 머리 부분(금발 염색한 머리에 붉은 색 조명이 계속 떨어진다)에서 특별한 아티팩트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무대 배경중 붉은색 조명이 많이 떨어지는 부분에서 군데군데 아티팩트들이 보였는데 크로마 버그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리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였다. 크로마 버그가 수정된 Q50의 경우 이러한 아티팩트들이 전혀 존재 하지 않지만 블랙과 각 생상의 조명이 닿는 피부등의 그라데이션을 표현하는데에는 DV-27만큼 정밀하지 못했다. DV-27은 미세한 색조의 변화에 대한 응답이 아주 빠르고 정확한데 매우 극악한 쪽에 속하는 이 타이틀에서도 이런 특성은 잘 드러났다. 예를 들어서 아무로 나미에가 안무를 하면서 팔을 움직일 때 보라색과 노란색의 조명이 교차하게 되는데 순간적으로 바뀌는 피부색을 DV-27은 세세하고 재빠르게 표현하지만 Q50에서는 그런 변화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를 정도로 얼버무리고 지나간다. 크로마 버그가 어느정도인지 알아보려고 재생했다가 정확하고 재빠른 색상변화의 표현과 풍부한 그라데이션에 감탄하게 되었다. 티끌만큼의 크로마 버그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사용자라도 꼭 한 번 시청해 보기를 권한다. 그러면 이 제품에서 왜 크로마 버그가 문제되지 않는지 알게 될 것이다. 참고로 “바니"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해상도와 색상
이 부분에 대해 앞으로 이어질 필자의 극찬을 못믿을 것 같은 분은 꼭 한 번 직접 시청하기를 권한다. 아마 어지간한 제품을 사용했던 분이라면 지금까지 속아 살아왔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이 제품은 S/N비가 매우 뛰어나다. 소스 자체에 존재하는 노이즈를 제외하고는 어떤 노이즈도 발견하기 힘들다. 그 결과 DVD라는 압축 포맷에서도 이 정도의 화질을 경험할 수 있다라는 것을 알게된다. 필자가 이 제품을 리뷰하면서 가장 감탄하면서 본 타이틀은 “제 5원소-수퍼비트 리마스터링판"인데 극도로 투명하고 선명한 화질을 보여준다. 이 타이틀을 구입하고 나서 화질이 무척 좋다고 느꼈는데 DV-27을 통해 재생해 보니 지금까지 필자가 집에서 본 것은 “새발의 피"였다고 느낄 정도로 뛰어난 해상도와 풍부한 그라데이션 및 뛰어난 콘트라스트비를 보여준다. 특히 세세한 광량의 변화에 대한 응답은 대단히 놀라운데 아지즈가 졸면서 흔들어 대는 반사판의 재질, 움직이면서 변화하는 반사광의 변화가 바로 눈 앞에서 보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29인치 모니터에서 이정도로 화질차이가 나는 것이 신기할 정도인데 박사가 암호 해독을 하면서 벽의 상형문자들을 손으로 더듬는 타이트 샷을 보면 화면을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선명하게 보여진다. 윤곽강조로 인해 선명해 보이는 화면과 S/N비가 높아서 향상된 해상도로 보는 화면의 차이를 알고 싶다면 DV-27을 시청해 보기 바란다. 자연스러운 투명함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이런 투명한 전망과 색상은 글라디에이터에서도 그대로 나오는데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막시무스의 전투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되는 샷을 보면 그가 입고 있는 옷이 얼마나 많은 색의 단계를 가지고 있고 또 어떠한 재질로 되어 있는지 뚜렷하게 드러난다. 특히 금장 장식들이 반짝이는 부분을 눈여겨 보면 가장 어두운 부분과 가장 밝은 부분의 대비가 뛰어나기 때문에 대단한 사실감을 제공한다. 이런 부분을 눈여겨 보고 있으면 명확한 콘트라스트비, 풍부한 그라데이션 및 높은 해상도가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가장 큰 감동은 바로 리얼리티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콜로세움 신에서 귀족과 황족의 의상과 검투사들의 남루한 의상의 차이를 지금까지 필자가 시청해 본 제품중 가장 잘 나타내어 주었다. 특히 경기장 내부, 각 전경의 입체감이 대단히 뛰어나게 표현된다. 해상도가 높은 것도 이유지만 원경과 근경의 색상차 및 동일 피사체 내부의 그라데이션과 콘트라스트가 매우 세밀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매우 사실적인 표현을 하는 것도 큰 이유이다. 이런 입체감 때문에 아킹(arching)하는 컷의 경우 왜 아킹할 때 화면 앞에 피사체를 걸고 촬영하는지 명확하게 알게 해 준다. 바로 입체감 때문이다.
앞에서 필름 소스의 디인터레이싱이 Q50에 비해 떨어진다고 했는데 “The Rock"의 추격신이나 “와호장룡"의 대결신을 보면 디인터레이싱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의 윤곽은 Q50이 더 정확하게 보여주지만 빠른 움직임 속에서 변화하는 피사체 내부의 디테일은 DV-27이 훨씬 정확하고 풍부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DV-27의 화질이 더 선명하고 깨끗하게 표현된다. 또한 선명하면서도 링잉이 없기 때문에 대단히 자연스러운 화면을 볼 수 있다. 특히 미세한 링잉은 소형 모니터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데 프로젝터 사용자의 경우 눈에 상당히 거슬리는데 DV-27에서 이런 점은 발견하기 힘들었다.DV-27은 하이파이넷에서 리뷰된 어떤 제품보다 뛰어난 화질을 보여주었다. 화질만 가지고도 비싼 가격을 보상해줄 만큼 뛰어난 성능을 지닌 제품이다.
Audio
오디오 부분은 2채널 아날로그단만 테스트했다. 디지털 출력은 야마하 AX-1과 연결하여 특별히 이상한 부분이 없는가만 살펴 보았는데 Q50에서 발견되는 노이즈등은 없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 이 제품의 CD 재생능력일 것 같은데 먼저 하고 싶은 얘기는 2채널 아날로그단을 통해 재생하는 사운드 트랙도 아주 훌륭하다는 것이다. 사운드 트랙의 음장이야 세팅이 가장 큰 관건이지만 평상시 세팅으로 DVD 타이틀을 재생했을 때 DV-27을 통해 재생되는 사운드 트랙은 대단히 투명하고 넓은 음장과 명확한 음색을 들려주었다. 와호장룡에서 들리는 청명검의 소리는 확실히 Q50으로 듣는 것보다 한 단계 높은 해상도를 보여주었다. 진주만의 공습신에서도 전투기의 움직임 및 총알, 파편 튀는 소리등이 대단히 입체적으로 표현되는데 사운드 트랙 마스터링 자체도 훌륭하지만 DV-27이 만들어 내는 음장 자체가 무척 넓기 때문에 가상 서라운드 사운드를 듣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멀티채널 시스템 사용자라도 재미삼아서 한 번 들어볼 만한 훌륭한 재생이었다.
CD 재생 능력에 있어서 가장 큰 궁금증은 동사의 CD 23과 비교시 어떤 성능을 보여줄까인데 거의 차이가 없는 재생음을 들려준다. 물론 여우같은 아캄의 기획자들이 $2,500짜리 DVDP의 음질이 $2,200짜리 CDP보다 좋게 만들었을 리가 없지만 전혀 다른 부품으로 구성된 두 제품임에도 아주 유사한 음질을 들려준다. 리뷰 기간중 두 제품의 차이를 딱 한번에 구별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유사한데 자세히 들어보면 미세한 디테일에서 필자가 사용하는 CD 23T가 더 수준 높은 재생음을 들려준다는 것을 알게된다. 예를 들자면 캐롤 키드가 “when I dream~~~"하는 부분에서 DV-27은 바이브레이션의 강약이 일정하게 들리지만 CD 23T에서는 강약의 미세한 변화가 더 드러나는 정도이다. 이런 미세한 차이 때문에 한참 듣다보면 전체적으로 CD 23T의 해상도가 더 좋게 들린다. 그리고 DV-27이 다소 중고역쪽으로 밸런스가 기울어서 약간 가벼운 음색을 들려준다는 느낌이 드는데 솔직히 말해 이 차이를 더 명확하게 구분하려면 필자의 시스템보다 더 투명한 시스템으로 비교해봐야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해상도도 높고 자연스러운 음색과 투명한 전망을 제공해주는 제품이다. 과연 필자의 수준에서 DV-27과 CD 23T를 블라인드 테스트로 구분하라고 한다면 가능할까 의심이 들 정도의 차이였다. 음질면에서도 하이파이넷에서 리뷰했던 DVD 플레이어중 최고수준의 제품이다.
글을 맺으며
디지털 포맷이 혼란스럽게 변화하면서 많은 오디오 애호가들이 한 대의 기계로 모든 것을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기다렸지만 실재로 그런 제품은 대단히 바싸고 또 DVD 비디오 포맷을 지원하는 제품 중에서 만족스러운 CD 재생 능력을 보여주는 제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화질이 좋으면 음질이 마음에 안들고 음질이 좋으면 화질이 다소 모자란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DV-27은 필자가 접해 본 제품중 두 가지를 만족시키는 유일한 제품이다. 특히 기대 이상으로 뛰어난 화질은 CDP로서의 성능이 덤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데 덤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좋다. 편의성과 쾌적함에서 감탄할 정도로 입맛에 맞게 만드는 일본 제품에 비하면 형편 없다고 말할 정도로 불편한 제품이지만 아주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라면 일단 DVD 타이틀 한 장과 CD 한 장을 돌려보고 나서 대부분 이 제품의 황당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용서하게 될 것이다. 300만원 근처의 예산에서 복합기를 구매한다면 굳이 쇼핑 리스트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여유가 되는 분께는 이 제품의 구매를 강요하고 싶다.
※ 리뷰 기기 대여는 국제전자센터 환AV뮤직(02-3465-1064~5) 김동환님께 도움을 받았다
시청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