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에 경험이 많은 애호가는 오디오 시스템에서 수준 높은 소리를 재생하는데 있어 파워앰프가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공간과 성향에 맞는 스피커를 선택하고 그것을 충실하게 울려줄 수 있는 고성능 파워 앰프를 갖춰 놓았다면 오디오 시스템의 기반이 단단하게 다져져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굳건한 기반 위에서 매칭이 잘 맞는 프리앰프나 소스기기를 맞추어가다 보면 큰 곤란을 겪지 않고 좋은 소리로 완성해 갈 수 있다.
하지만 파워앰프가 스피커를 제대로 울려줄 수 없는 상태라면 좋은 소리를 내주는 과정과 결과가 그리 순탄할 수는 없다. 많은 오디오 애호가들은 스피커 선정은 어렵지 않게 선택하는데 비해 파워 앰프를 선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게 된다. 특히나 현대의 고성능 스피커를 사용하는 경우라면 트랜지스터 파워앰프를 사용해야 하는데 음악의 감정을 고스란히 이끌어낼 수 있고 깊은 맛을 표현해 주는 트랜지스터 파워앰프를 찾으려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다.
마크 레빈슨은 40여년 동안 최상급의 오디오를 내놓으면서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을 이끌어왔다. 지금은 파워앰프라고 하면 트랜지스터 앰프부터 떠올리는 오디오 애호가가 많지만 40여 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트랜지스터 파워앰프는 소리가 거칠어서 음악감상을 하기 부적합하다고 여기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마크 레빈슨의 파워앰프는 트랜지스터 앰프인데도 진공관 앰프 못지 않은 소리를 내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스피커를 구동하는 능력이라는 면에서 마크 레빈슨의 파워 앰프는 예전부터 하이엔드 오디오계에서 모범사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마크 레빈슨은 No. 20, No. 20.5, No. 20.6 레퍼런스 모노블록을 7,500대를 판매했고, 듀얼 모노 파워앰프 형태인 No. 23, No. 27, No. 29은 10,000대를 판매했다고 한다. 리뷰어와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왔던 300시리즈의 판매 규모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크 레빈슨의 파워 앰프는 만듦새나 디자인이나 설계상으로나 소리면에서나 오디오 업계에 기준을 제시하고 오디오 시대를 풍미해온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마크 레빈슨의 파워 앰프는 약간의 버릇을 가지고 있다. 음악의 열기를 약간 다듬어서 신중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인상을 준다. 재즈음악을 재생할 때에는 지긋하고 진하게 들려서 매혹적인 맛을 주지만 클래식 음악에는 어딘가 생동감이 줄어든 맨숭맨숭한 인상을 받게 된다. 마크 레빈슨의 성공을 지켜본 후발업체들은 마크 레빈슨의 사운드 경향을 똑같이 뒤따라가면서 흉내내는 곳도 있었고 완전히 신선한 각도에서 접근을 하기도 했다. 마크 레빈슨이 400번대 파워앰프 시리즈를 내놓고 AV에 전력을 다하는 동안 찾아온 오디오 한파로 말미암아 마크레빈슨은 합병을 당하고 전열을 재정비하느라 시일을 많이 허비하게 되었다. 그런 공백기에 마크 레빈슨 파워앰프에 대한 평가는 마크 레빈슨과는 다른 접근을 한 업체들에 의해 차츰 밀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마크 레빈슨은 모처럼 전열을 갖춰서 새로운 파워앰프를 선보이게 된다. No.53 레퍼런스 앰프와 No. 532 듀얼 모너럴 파워앰프가 그것이다. 마크 레빈슨 No. 532 듀얼 모너럴 파워앰프에 어떤 변화가 담겨져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제품 구성
마크레빈슨의 개발팀은 마크레빈슨 파워 앰프의 유산을 잃지 않으면서도 좀 더 질적으로 향상된소리를 내주게 하기 위해서 설계에 공을 기울였다.
그 중에서 눈에 쉽게 띄는 것부터 설명하자면, 오디오 신호를 다루는 부분이 다른 회로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고 노이즈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 샤시의 뒷부분을 삼지창처럼 나뉘어진 격실로 분리시켰다. 중앙부 하단에는 전압-레귤레이터 보드가, 중앙부 상단에는 아론 25N보드를 기반으로 한 전압-게인 콘트롤 회로를 수납했다. 아론 25N보드를 기반으로 한 전류-게인 보드는 바깥쪽 격실 부분에 각각 수납했다. 파워 트랜스포머는 앞쪽에 수납했다. 이런 특이한 구조 덕분에 신호와 전력공급 경로가 짧아졌고 방열면적이 넓어져서 냉각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좀 더 깊숙이 전기적인 설계 디자인 부분을 살펴보면, 신호 경로에는 릴레이, 콘덴서나 아이솔레이터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 덕분에 출력 임피던스 레벨을 매우 낮게 유지시킬 수 있게 되었고 논리니어리티를 최소화 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IT 산업의 발달에 따라 보드 설계와 제반 부품의 디자인 룰이 진보되었는데 신세대 디자인 룰을 이용함으로써 회로의 밀도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그 영향으로 신호경로의 길이가 짧아졌고, 기생성분의 캐패시턴스가 줄어들게 되었고, 프로퍼게이션 딜레이와 페이즈 쉬프트가 줄어들게 되었다. 최종적으로는 신호의 열화가 줄어듦과 동시에 신호 처리가 빨라지고 밴드폭이 늘어나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마크레빈슨 No.532파워앰프는 마크레빈슨의 레퍼런스 파워앰프가 아닌 파워앰프 중에서 최초로 완전한 디퍼런셜로 동작한다고 한다. 마크레빈슨이 예전에 내놓은 듀얼 모노 구성의 파워앰프에는 디퍼런셜로 동작시키기 위해 부가적인 회로를 사용했었는데 비해 No.532에서는 완전한 디퍼런셜로 동작이 가능해 져서 불필요한 부가회로를 없앨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불필요한 신호 변환과정이 없어짐으로 인해서 그 회로가 발생시키던 노이즈도 사라질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용시 부가기능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이 제품은 다른 제품과의 연동이 가능하도록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갖추고 있다. 마크레빈슨 제품과 함께 사용하는 ML Net, Link2 기능을 갖췄으며, 마크레빈슨이 아닌 제품과 같이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12볼트 트리거 입출력 단자도 갖추고 있다. 또한 크레스트론이나 AMX등의 서드 파티 오토메이션 시스템으로 통합시킬 수 있는 RS-232포트도 갖추고 있다.
마크레빈슨 No.532파워 앰프에 실려있는 여러 가지 설계 컨셉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기존의 마크레빈슨 레퍼런스 파워 앰프에서 채용했던 코스트 노 오브젝트 설계의 일부를 채용하여 물량투입을 두 배 이상으로 늘렸고 듀얼 모노 구성을 극단적으로 강화시킴으로써 마크레빈슨의 듀얼모노 구성의 파워앰프 사상 제일가는 성능을 갖추도록 설계한 것으로 보시면 되겠다. 다른 제품과 연계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 역시 일급 수준이다.
들어보기
마크 레빈슨 No.532 파워 앰프에 대한 제품 시청은 GLV에서 했다. 하이파이넷에서 기획한 '[집중분석] 레벨 울티마2 살롱2 스피커 매칭 테스트'를 통해서 마크레빈슨 No. 336 파워앰프를 경험해 본 적이 있어서 No. 532 파워앰프가 과거의 마크 레빈슨 제품과 어떤 점이 어느 정도 달라졌는지 알 수 있었다. 마크레빈슨 No. 336은 스피커를 장악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 웬만한 회사의 모노블럭 파워앰프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필자는 콸콸콸 후련하게 소리를 내주는 No. 336을 듣고 난 후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다음에 사용할 앰프로 No. 336을 써볼까 싶어 머릿속에서 며칠간 저울질 해봤다. 하지만 그 생각을 접은 이유는 필자의 음악 취향에는 이 제품이 그다지 적절하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재즈곡 재생에는 근사했지만 클래식 음악의 재생에서 표현력이 밋밋했다.
그런데 마크 레빈슨 No. 532는 예전 세대의 제품과 소리 경향이 달라졌다. 제품을 특징짓는 버릇이 잘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이전보다 많이 투명해진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반응은 정말로 빨라서 음악의 세련된 표현을 막힘 없이 재생해 주었다. 그리고 배경이 조용하여 디테일한 소리가 잘 들리게 되었다. 그 결과 음악의 색채감이 매우 풍부했고 음의 표정이 싱그러움과 생동감이 있고 살아 숨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스피커를 움직이는 능력은 No. 336과 동급이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음악의 표현력이라는 부분에서 No.336보다 두어 급쯤 올라간 듯한 느낌이다.
메리디안 서라운드 프로세서와 핼크로 파워앰프에 연결한 소리에 비하면 마크 레빈슨 No. 532의 사운드의 경향은 상대적으로 화려한 편이고 활기차게 느끼게 하는 청량감을 주는 편이다. 툭 내지르는 편이라기 보다는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끌어올리려는 자세가 있다고나 할까나. 핼크로나 에어의 파워앰프가 어딘가에서 소리가 퍼져나가는 것을 알아차리게 하는 정중동(靜中動)의 타입이 연상된다면 마크 레빈슨 No. 532의 소리는 10대의 소녀처럼 아주 즉각적으로 반응해 버리는 식이라는 인상을 준다.
마크 레빈슨 No. 532는 자신의 컬러를 특별히 많이 내세우지 않는 제품이므로 프리앰프와의 조합에 의해서 다양한 스타일로 소리를 이끌어 갈 수 있다. 그리고 이 제품은 인터커넥트나 스피커케이블뿐만 아니라 파워코드나 전원장치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편이므로 이런 것을 동원해서 얼마든지 소리를 튜닝 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무리
파워 앰프라면 파워풀 해야 하면서도 음악의 표현력은 잃지 않아야 한다. 말은 쉽지만 사실 하나만 잘 하기도 엄청나게 버겁다. 그런데 오디오의 메카라 할 수 있는 마크 레빈슨에서는 회심의 역작 No.532를 통해 오래된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모노블럭이 아닌 듀얼 모노럴 파워앰프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마크 레빈슨은 컴팩트한 몸체 안에 오디오 애호가들이 이상으로 삼는 앰프를 구현하는데 성공하여 우리를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마크 레빈슨의 성공적인 귀환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시청기기
- 소스기기: Mark Levinson No. 512, dCS Elgar, dCS Purcell, Meridian 800, Linn Klimax DS
- 프리앰프: Halcro dm8, Mark Levinson No. 326S, Ayre KX-R, Meridian 861 surround sound controller
- 파워앰프: Halcro dm38, Mark Levinson No. 53 Reference, Mark Levinson No. 336, Ayre MX-R
- 스피커: Revel Salon2, Revel Salon
- 인터커넥트: Ayre Signature, Sunny Audio S1000X, Transparent Reference XLR, Argento FMR XLR
- 디지털케이블: Sunny Audio D1000
- 스피커 케이블: Cardas Golden Reference, Transparent Musicwave Ultra, Transparent Musicwave Plus Siltech Classic Aniversary 550, Kimber select 3038
스펙
- 치수: 445 x 536 x 222 (W x D x H)
- 반응주파수: 10Hz to 20kHz (+/-0.1dB)
- 입출력 커넥터: 밸런스드 XLR, 언밸런스드 RCA, 허리케인 스피커 출력단
- 입력 임피던스: 100 kΩ (밸런스드), 50 kΩ (언밸런스드)
- 출력 임피던스: <20 mΩ, 20Hz to 20kHz
- 출력파워: 20Hz to 20kHz at <0.5% THD일 때, 채널당 400W (8Ω)
- 중량: 55.2kg
제품 문의처: GLV (02-424-2552, www.glvkorea.co.kr ), AV빌리지, 에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