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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클라이맥스 DS (2부)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9. 6. 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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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을 가지고서 기존에 구축해 둔 음악 라이브러리(CD)를 재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질문에 대해서 린은 CD를 리핑해서 파일서버에 저장해 두고 재생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CD를 리핑 하라는 것은 Redbook규격에 의해 CD에 담겨진 PCM신호를 컴퓨터에서 처리할 수 있는 파일 형태로 변환하여 저장하라는 얘기다. CD를 많이 보유한 사용자에게는 다소 당황스러운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 부분에서 린이 옵티컬 디스크 포맷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여기는 부분을 감지할 수 있는데 린은 애초부터 이 제품을 만들 때 특정 옵티컬 디스크 포맷의 제약에 빠지지 않기를 원했다고 한다. DS시리즈에서 옵티컬 디스크를 재생하는 것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그 때문이라고 한다.

광학매체의 숙명적인 문제란?

그렇다면 옵티컬 디스크를 재생하는 이상 그 재생 시스템이 끌고 갈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문제나 악은 어떤 것일까? 옵티컬 디스크를 재생하는 시스템의 문제는 실시간으로 신호를 처리하는 이상 퀄리티를 극한으로 끌어낼 수 없고 어느 점에서 타협해야 한다. 기계적인 기구에 매달린 광-전기 변환 메커니즘을 설계한 엔지니어가 그 시스템에서 나름대로 찾아낸 최적 타협점에 의해서 재생음의 특성이 변경된다. 그리고 광학 매체의 구조적인 문제와 이를 읽어 들이는 메커니즘이 서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어 재생음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각기 다른 소리를 내게 하는 정도로만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면 좋겠는데 그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양호한 원본 신호를 저질스러운 소리로 열화시키기도 한다.

CD마스터 원본은 파일 형태로 보는 것이 타당한데 이것을 직접 유통시킬 수 없으므로 Redbook규격으로 포맷한 광학 미디어에 담은 것이 CD다. 그런데 CD는 제조 과정에 따라 음질에 영향을 미친다. CD를 프레스하기 이전단계에 해당하는 프리 마스터를 만들거나 글래스 마스터를 만드는 과정의 품질은 CD의 재생 음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국내 라이센스 CD는 제조과정이 부실하여 조악한 음질로 악명이 높았었고 수입 CD라 할지라도 CD마스터 원본에 비해서는 없었던 버릇이 생기며 음질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음반사 중에는 이런 점에 착안하여 제조 정밀도를 높인 blu spec CD라는 프리미엄 CD를 내놓은 경우도 있다. XRCD의 경우도 CD제조과정에 까다로운 스펙으로 정밀도를 높여서 CD 재생음의 수준을 높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CD를 리핑하게 된다면 CD마스터 원본과 동일한 수준을 이룰 수 있다. CD리핑은 본질적으로 실시간으로 신호를 변환하는 것이 아니고 시간과 무관하게 신호를 변환해 두는 것이다.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됨으로써 원하는 수준의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다. 라이선스 CD건 blue spec CD 등의 프리미엄 CD건 간에 CD를 리핑하여 음악파일로 만들게 되면 완전히 동일한 파일이 된다. CD리핑은 광학매체의 숙명적인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라 할 수 있다.

리핑CD 들어보기

CD를 리핑하고 나면 수입CD도 특유의 버릇이 사라지면서 근소하게 음질이 향상된다. 딱 꼬집어 설명하기 어렵지만 음악의 분위기나 숨소리가 흔들리거나 거칠지 않고 안정적으로 변한다. 클라이맥스 DS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오디오와는 연관성이 적어 보이고 설치와 조작방법과 다른 생소한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50대가 팔렸다고 한다. CD를 리핑한 소리는 특히나 일본인의 오디오 미학에 잘 어울리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CD를 리핑하고 나면 음의 감촉이 매끈하게 잘 연마되고 거칠지 않게 다듬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CD를 리핑한 소리를 듣고 있다가 CD를 재생한 소리를 들어보면 어쩐지 각질이 일어 들떠버린 피부에 화장을 한 것처럼 화장이 잘 먹지 않고 들뜬 것 같다는 인상이다. 광학CD로 재생했을 때 초인적인 터프함을 보여주었던 연주는 CD로 리핑하고 나면 비로소 공연장에서 들을 수 있을법한 그럴듯한 연주로 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광학매체 CD로 재생을 한 것에서 가지고 있는 열기와 들썩거림을 더 좋아할 수도 있다.

이런 각각의 특성과 호오에 대해서 필자가 언급하기가 참 곤란한 것이 광학매체를 이용한 CD재생방식은 원초적인 왜곡을 애초부터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음반녹음에서부터 CD재생까지의 과정은 사진촬영에서 인쇄까지의 과정으로 비유해 볼 수 있다. 인쇄기가 애초부터 특정한 왜곡을 가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여 사진사는 색을 보정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 왜곡이 생길 여지가 없는 인쇄기를 들여와서 인쇄하게 되었다. 원본은 이미 기존 인쇄시스템에 맞도록 보정된 것이다. 이 경우 이 인쇄기로 인쇄된 색상이 사진사가 찍은 색감과 동일하다고 얘기하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인쇄기로 인쇄된 색상이 더 마음에 든다고 할 수 있고 또 다른 이는 그전에 사용하던 인쇄기가 낫지 않은가 하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의 말도 틀리지 않고 또 그렇다고 누구의 말이 옳은 것도 아닌 애매한 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오디오에서 이런 공방이 어디 한두번인가? 필자의 제한된 경험으로는 린이 비록 자기의 제품을 광학매체로부터 단절시킨 과격한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사용자에게는 CD를 리핑해서 들으라고 강요하고 있지만 그런 것을 따랐을 때 얻는 소리의 특성 면에서 봤을 때 설득력이 충분히 있다고 느꼈다.

한편, 라이센스 CD는 대폭 음질이 향상되어서 누구에게나 CD리핑을 권고하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원래부터 음질이 안 좋았던 녹음은 CD를 리핑했다고 해서 한없이 좋아지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 것이 좋겠다는 점을 주의하고 싶다.

마무리

CD리핑은 과정이 귀찮아서 꺼려질 소지가 있지만 CD를 더 향상된 소리로 들을 수 있게 해주니 귀찮다 하지 말고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 구체적인 CD 리핑 방법에 대해서도 딜러가 개발한 방법을 조언해 줄 것이다.

린 클라이맥스 DS의 가치를 인정하실 수 있고 바로 구입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분이라면 결정을 미룰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마스터 음원파일의 재생에서만 이 제품의 가치가 유효한 것이 아니다. 수십 년에 걸쳐 애써서 컬렉션한 CD의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내고 싶은 분도 이 제품의 마력에서 피해가기는 힘들 것이다.

장자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넜으면 배를 버리라고 했다. 음악 소스는 우여곡절 끝에 파일 다운로드라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 분명하다. 자체왜곡을 가진 CD라는 이름의 배는 언젠가는 버려야 할 짐으로 취급받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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