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지금껏 하이파이넷을 통해 소개된 수 많은 스피커 중에서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면 아마도 트라이앵글 셀리우스일 것이다. 셀리우스는 스테레오파일의 가장 저렴한 A등급 추천 스피커로 화제를 모았다. 또, 해외 판매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 판매 가격도 이 스피커의 인기에 힘을 보탰다.
음질적인 측면에서 셀리우스의 강점은 당시 같은 가격 대 스피커에서 볼 수 없었던 트위터의 치밀한 음색과, 높은 해상력, 그리고 다음으로는 시장의 다른 제품과 차별화되는 높은 감도(91dB/W/M)의 스피커라는 점이었다. 이런 특성은 마치 양날의 검과 같아서 반대로 매칭에 따라서는 고음이 다소 쏘고, 밝게 들리며, 저음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오리지널 모델인 에스페이스 espace 시리즈의 셀리우스202는 마젤란 시리즈의 기술을 이어 받은 에스프리 시리즈로 한 차례 진화한 바 있다. 여기에서는 트위터를 마젤란의 세미 혼 트위터 TZ-2800을 축소한 TZ-2400으로 적용했으며, 이로써 고유의 장점이었던 투명도와 디테일은 더욱 증가되었다. SPEC(Single Point Energy Conduction)라는 스파이크를 부착함으로써 저음의 질도 한 층 개선되었다. 전반적인 스타일 측면에서도 이전 제품에 비해 한결 고급스러워졌다.
셀리우스 Es는 이후 지금 소개할 Esw 버전으로 한 단계 더 높게 업그레이드되었다. 선명하던 고음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중역대는 순화되었으며, 저음은 보다 밀도감 있고 깊어졌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 그러면, 어떤 부분들이 달라졌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제품 소개
Es와 Esw라는 모델명에 주목. E는 대문자이고 s와 w는 소문자. Es에서 Esw라는 모델 명의 변경은 전면적인 업그레이드라기보다는 부분적인 마이너체인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겉보기 만으로는 이전의 셀리우스 Es와 Esw는 다른 점을 찾기 힘들다. 캐비닛의 사이즈, 우퍼의 구성, 형태도 거의 같고, 스피커 단자도 그대로다. 하지만 이번 셀리우스 Esw 버전에서는 스피커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베이스 우퍼 유닛을 교체했기 때문에 내용적으로 달라진 부분을 주목하시기 바란다. 외관이 동일하기 때문에, 셀리우스 Es의 사용자에게도 그리 억울한 느낌은 들지 않을 것이다.
이번 Esw 버전에서 새로 탑재된 우퍼 유닛 T16DE은 셀룰로오스 재질의 파이버 진동판을 탑재하고 있다. 이런 파이버 재질의 유닛은 매우 가벼워서 제작사가 추구하는 높은 감도 특성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 게다가 자체 댐핑 특성이 뛰어나서 금속성 재질 등에서처럼 소재의 진동 특성이 묻어나지 않는 깔끔한 소리를 낸다.
파이버 재질의 특성상 강도 면에서는 케블라라든지, 금속재질의 유닛에 비해 다소 부족한 것은 사실. 때문에, 셀리우스의 우퍼 역시 분할 진동이 발생하지 않는 160mm 직경의 소형으로 억제되어 있다. 그리고 우퍼의 더스트 캡 부분에 80mm 구경의 알루미늄 커버를 붙여 놓아 진동판의 강도를 한 층 더 개선했다. 그래서 모두 검은색으로 언뜻 보아 같아 보이는 진동판과 더스트캡의 재질은 손을 대고 만져봐야 확인이 가능할 정도다. 알루미늄 커버를 통해 진동판의 질량 밸런스를 잡고, 강도도 개선하는 효과를 얻어냈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 게다가 우퍼의 무빙 코일은 슬리브의 안쪽과 바깥 쪽에 모두 감아 놓았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우퍼의 특성이 보다 리니어해졌다고 한다.
고음 유닛은 기존의 Es 모델과 마찬가지로 TZ2400 트위터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트라이앵글의 Es 시리즈가 세미 혼 타입의 트위터를 탑재하게 된 것은 물론 감도의 향상을 기대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미드레인지 유닛과의 위상을 맞추려면 트위터 진동판의 위치를 미드레인지 뒤쪽으로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트위터를 뒤로 배치해서 이른바 리니어 페이즈 설계 방식은 다른 브랜드의 스피커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에스프리 시리즈이래 트라이앵글은 크로스오버에서도 트위터와 미드레인지의 위상 차이를 섬세하게 다루는 RPC(Regulated Phase Crossover)라는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새로운 Esw 시리즈에서는 크로스오버를 한층 개선하여 중 고역대의 일체감이 훨씬 향상되었다고 한다.
감상
무엇보다도 전작에 비해 저음과 밸런스 그리고 사운드스테이지가 현격하게 향상되었다. 이전의 놀라운 투명도와 디테일에 자연스러운 밸런스와, 한결 확대된 스케일, 저음의 탄력까지 더해졌으니 더할 나위가 없다. 셀리우스 스피커에 대한 인상은 밝고 선명하지만, 대신에 중역대가 가늘고 야위었다는 이미지였지만, 이번에는 다른 브랜드의 스피커에 비교할 만큼 상당히 평탄한 밸런스를 지니며, 소리결이 적당히 살집 있고 풍부하며, 따스한 느낌이 든다.
아르헤리치와 크레머의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음반부터 시작. 확실히 바이올린의 고음은 한층 세련되고 품위가 더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바이올린의 음색은 선명하면서도 포근한 두께를 지니며, 피아노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또랑또랑하게 들리면서도 물방울처럼 촉촉함까지 더했다. 피아노의 왼손에서 오른손까지 일관된 음색으로 기분 좋게 들려준다.
궁합이 잘 맞는 앰프와 CD 플레이어에만 연결되면, 이 가격 대에서 기대하기 힘든 수준의 음색을 들려줄 만한 자질은 충분해 보인다. 이번 시청에서는 시도해보지 못했지만, 소리가 고운 진공관 제품과 매칭하면 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지 않을까 싶다.
더욱 향상된 스피커의 감도 덕분에 작은 음량에서의 다이내믹스도 절묘할 만큼 섬세하게 그려진다. 오히려 작은 음량에서는 연주자들의 긴밀한 대화와 협력으로 만들어지는 앙상블의 절묘함에 저절로 숨을 죽이게 된다. 바이올린의 섬세한 활 놀림도 아주 정교하게 묘사해주며,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건반을 오가는 모습은 시시각각으로 매우 다이내믹하게 포착된다.
네덜란드 바흐 소사이어티를 호스 반 벨트호벤이 지휘한 모짜르트의 레퀴엠에서는 현악기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소리의 다발 속에 목관 악기와 금관 악기의 서로 다른 음색과 동적인 특성이 정밀하게 대조된다. 목관 악기의 그윽하면서도 우아한 숨결과, 박력과 광채가 넘치면서도 그 속에 부드러움을 품고 있는 금관 악기의 부풀음이 멋지게 표현된다. 바이올린의 움직임은 고음의 해상력이 한층 돋보여서 연주되고 있는 음표들이 선명하게 부각된다. 모든 악기들의 움직임이 눈에 보이며, 마치 연주 회장에서 대단히 밝은 조명으로 무대 위의 모든 부분들을 살펴보는 듯하다. 음장의 전체 규모는 확대되더라도 악기의 이미지는 그대로 같은 크기를 유지하며 초점이 또렷하게 맞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정 부분이 하이라이트되거나, 전체가 하얗게 들뜨는 일이 없어서 3세대 버전다운 노련한 관록이 엿보인다. 독창 가수들의 목소리는 물론이고, 합창 부분의 목소리가 마치 고운 분을 칠한 것처럼 매끈하고, 곱고 마무리되었다. 손으로 만지면 보드랍게 잡힐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아주 감촉이 좋은 소리다. 게다가 연주 공간 앰비언스는 실제 콘서트 홀처럼 잔향이 길고 여운이 잘 잡혀서 현장감이 넘친다. 무대는 탄탄한 저음의 도움을 받아서 넓고 깊숙하면서도 편안하게 안정되었고, 그 위에서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소리는 따사롭고 편안하게 들린다.
Soulciety의 데뷰 음반 <2 colors>에선 같은 프랑스의 스피커 메이커인 JM Lab을 연상하게 하는 선명하고 예리한 소리가 된다. 티타늄 재질의 트위터는 소리를 그야말로 내뱉는 듯이 모든 부분들을 숨김 없이 드러낸다. 보컬은 머뭇거리거나 내면으로 잠겨 들지 않고, 젊은 가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는 느낌이 잘 전달된다. 스틱이 심벌즈에 부딪혀서 나는 어택은 정말 기분 좋을 만큼 귀를 자극하며, 그 에너지는 감상자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향상된 우퍼의 성능 덕분에 얻어진 장점도 많이 있다. 전 모델에서도 연주 현장의 열기가 잘 살아난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저음의 부족으로 원하는 만큼 페이스가 따라와주지 못하는 약점도 있었다. 이번에는 그러한 아쉬움이 완전히 사라지고, 드럼이면 드럼, 베이스 기타면 베이스 기타 등에서 원하는 만큼 흡족하게 탄력 넘치는 소리가 만들어진다. 저음에서의 리드미컬한 느낌이라면 이전의 셀리우스 스피커에겐 기대조차 안 하던 부분이라 필자에게도 놀랍기조차 하다.
이전에 저음 테스트를 위해 많이 듣던 제니퍼 원스의 ‘The Way Down Deep’을 들어보면, 방의 바닥까지 내려가는 듯한 소리가 과연 가볍고 깊이가 얕은 저음을 들려주던 셀리우스 스피커의 것인지 귀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슬림한 프로파일을 지닌 스피커에서는 생각하기 힘들 만큼 저음이 묵직하게 떨어지고, 양적으로도 풍부하기 그지 없다.
앰프의 음량을 다소 올리면, 스피커 안과 바깥으로 소리가 확대되면서 방 안을 가득 메우는 거대한 연주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이미지의 크기라든지 전후의 이미지 사이의 거리, 그리고 음장 사이의 빈 공간의 느낌은 고스란히 유지된다. 공간의 폭과 깊이 높이만 향상되는 인상이다. 제작사의 주장대로 크로스오버의 개선효과를 입증해 주고 있다. 셀리우스 Esw 스피커로 여러 곡들을 감상하다보면, 클래식 음악에서뿐 만 아니라 녹음과 믹싱이 잘된 팝 음악에서도 입체적인 사운드스테이지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캐비닛이 약하고, 감도를 최대한으로 높게 설정한 셀리우스에서 음량을 높이 올렸을 때, 다소 들쭉날쭉한 부분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이전에 비해 많이 향상되긴 했지만, 대 음량에서는 그런 단점이 여전히 드러난다. 특히 통제력이 약한 인티앰프와의 연결에서는 고음이 지나치게 밝아지고, 저음의 어택도 정확히 통제가 안되는 등 조금 아슬아슬한 부분도 엿보인다. 물론 그것마저도 소리의 강약을 강조해서 듣고 싶은 분들에게는 매력적인 단점일 수 있겠다. 그리고 일상적인 볼륨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스파이크를 장착하면 저음의 선명도와 전체적인 밸런스가 훨씬 향상된다. 전체적인 파워 핸들링은 향상되었다. 셀리우스의 고유한 장점인 높은 감도의 위력은 역시 대단하여 볼륨을 약간만 올려도 쉽게 원하는 음량에 도달하며, 평소에 듣던 볼륨 위치에서 받지 않던 이웃의 항의를 받을 정도가 된다. 그런 과정마저도 싫지 않을 만큼 이 스피커에서 많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결론 - 다시 자신의 빛을 되찾은 셀리우스
자신의 스피커 모델 명으로 유난히 별 이름을 좋아하는 트라이앵글에게 셀리우스라는 이름은 정말 특별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 출시 당시에 뭇 스피커 들 중에서 가장 환하게 빛나던 셀리우스와 달리 전 모델인 셀리우스 Es는 마젤란 시리즈의 기술을 먼저 스트라토스 시리즈에, 그리고 이어 2단 트리클다운한 에스쁘리 시리즈의 일원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전 모델에 비해 가격은 인상된 반면, 경쟁 브랜드에서도 워낙에 강력한 제품들을 많이 내놓은 상황이었고, 비슷한 사양에 20% 이상 낮은 가격의 쌍둥이 별 앙딸은 스테레오파일의 셈 텔릭이 에스쁘리 스피커 중에서 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꼽는 등, 셀리우스의 빛이 희미해진 것이 그 동안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그런 저런 이유로 셀리우스가 스테레오파일 등급에서 B등급으로 내려간 것이 트라이앵글이 이 스피커를 내놓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다시 한 번 최종적인 개량을 실시하게 된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작업은 만족스러울 만큼 성공적이었음을 여러분께 말씀드릴 수 있고, 위 리뷰에서 일부라도 알려드릴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다만, 셀리우스Esw의 음질적인 특징에 대해서는 위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만큼 많은 즐거움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진공관 앰프와의 매칭이라든지, LP 레코드와의 연결 등에서 셀리우스 특유의 높은 감도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B&W, KEF 등 이 가격 대의 강력한 경쟁 스피커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는 많은 분들이 직접 이 스피커를 선택해서 필자가 찾아내지 못한 즐거움을 누리시기를 부탁 드리고 싶다.
시청기기
스피커 : B&W704, 야마하 525F, 비엔나 어쿠스틱스 베토벤
앰프 : 익스포저 2010, 마란츠 7001, 데논 PMA-2000, 클라세 CAV180
CDP : 마란츠 SA-11S1, 데논 DCD-2000
관련제품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