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뵈젠도르퍼(Bösendorfer) VC 7E 스피커

hifinet 2006. 8. 12. 08:35
Posted by khs548 on 01/11 at 09:19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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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뵈젠도르퍼(Bösendorfer)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피아노 제조 회사로서 1828년 설립되었으니 벌써 역사만 180년 가까이 된다. 사실 연주회용 고급 피아노로는 스타인웨이(Steinway & Son)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편이지만 뵈젠도르퍼 또한 독특한 음색으로 인해 대부분의 고전음악 애호가도 그 명성을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번에 리뷰하게 된 스피커는 바로 이 뵈젠도르퍼 사에서 제조한 스피커이다. 악기 제조회사에서 스피커 등 음향기기를 생산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뵈젠도르퍼 외에는 이와 비슷한 경우가 야마하(Yamaha) 정도 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뵈센도르퍼 사의 주장에 의하면 그간 축적된 피아노 제작의 노하우를 스피커 제작에 적극 반영하였다고 한다. VC 7E는 뵈젠도르퍼 스피커 중 가장 톱 라인에 위치한 모델로서 저역이 25Hz까지 떨어지는 two-way 플로어스탠딩 형의 스피커다.

외관
먼저 VC 7E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전면이 좁고 뒤로 긴, Audio Physic Virgo 같은 모양새다. 특이하게 전면에 트위터가 두개가 붙어 있다. 전체적으로 모던함과 전통적인 취향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고급스런 모습니다. Burl Walnut 마감과 피아노 마감이 적절하게 섞여 있고 길쭉한 스피커 그릴은 옆면에만 붙어있는 구조인데 정말 멋지다. 요즘 유행하는,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쿨(?)한 독신 남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보면 집안에 오디오로 주로 B&O를 배치해 놓은 것을 여러 번 보았다. 이 뵈센도르퍼 스피커도 그런 현대적인 인테리어에 아주 잘 어울릴 만한 외양을 갖추고 있어 B&O 등에 꿀릴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만듦새는 그야말로 명품의 반열에 올려도 손색이 없다.

사양
형식 : 2웨이 6스피커
유닛구성 : 트위터x2, 우퍼x4, 어쿠스틱 사운드보드x2
재생주파수 대역 : 25~27kHz( ±3 dB)
크로스오버 주파수 : 130Hz, 2.5kHz
임피던스 : 4ohms
감도 : 91dB
크기 : W195xH1330xD403
무게 : 36.5kg(개당)

음질 특성
VC 7E가 만들어내는 재생음의 특징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음색이다. 어떤 악기의 음색도 모나거나 거북스럽게 재생하지 않는다. 가는(lean) 소리결 과는 아주 거리가 먼, 풍부한 울림이 특징이다. 이는 동사의 철학이 스피커를 하나의 악기와 같은 존재로 보는 데 기인하는바 크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마도 피아노를 만들 듯이 스피커도 제조했을 것이다. 특히 현악기 소리나 피아노처럼 전자적인 효과를 사용하지 않는 악기의 음색을 아주 잘 표현해준다. 피아노의 경우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그 변주곡(SACD)를 들어보면 피아노의 음색이 너무 밝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퍼지지도 않는 적당한 수준에서 재생되고 있는데 아주 약간 풍부한 편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아울러 음색에 달콤함이 슬쩍 묻어나는데, 예컨대,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BuenaVista Social Club) 중 ‘찬찬’(Chan Chan)에서 어쿠스틱 기타의 바이브레이션은 전보다 더욱 간드러지게 들린다. 

이처럼 음색에 있어 부드럽고 풍부한 느낌은, 많은 부분 이 스피커가 재생하는 고역이 매우 매끄럽고 공격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고역이 쓸데없이 나서지 않기 때문에 귀를 자극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소리는 웬만해서는 들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합시코드와 같은 쨍쨍거리는 악기의 음색도 잘 재생되는 등 롤 오프(roll-off)가 있거나 닫혀있는 고역은 아니다. 무터(A.S.Mutter)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Spring 소나타(SACD)의 바이올린 소리는 일체의 그레인(grain)이 없는 고급스런 소리로서 편안한 질감을 선사한다. 다만 고역에서의 샤프하고 선열한 맛은 조금 부족한 편이라서 브루크너 같은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금관악기가 표효하는 부분에서의 카타르시스는 조금 약한 편이다. 

반면, 중역의 충실함은 매우 돋보인다. 이로 인해 클래식 음악 중 오케스트라의 현 파트의 울림, 남성 테너의 목소리나 합창 같은 것은 정말 매력적으로 재생해 준다. 저역 또한 충실한 중역과의 연장선상에서 풍부한 소리를 내면서도 쑥쑥 잘 내려가는 자연스러운 성향이다. 듣는 매 순간 순간 감탄하게 되는 단단하고 특출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저역은 아니지만 중역과 한 묶음으로 대단히 충실한 소리를 만들어 준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부드러운 고역과 충실한 중 저역을 바탕으로 한 고급스런 음색이 밸런스 잘 잡힌 음악성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이 스피커의 최대의 강점이다. 디테일이 나와 줄 것은 다 나와 주면서도 분석적이지 않게 들린다는 점 또한 큰 강점으로 판단된다.

고급스런 음색과 훌륭한 밸런스에 비해 음장의 넓이와 깊이에 있어서는 특출난 점이 없다. 시청 공간 및 세팅의 제약 때문인지(방도 좁은데다가 필자의 레퍼런스인 Focus Audio FS-888도 옆에 같이 세워놓은 상태), 아직 브레이크 인이 끝나지 않아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바도(Abbado) 지휘의 말러교향곡 6번(SACD)의 1악장을 들어보면 무대가 조금 좁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페라이어(Perahia)가 연주하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이런 느낌이 없었다. 소편성이나 협주곡, 재즈 트리오에서는 이런 단점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독주 악기의 화려한 표정과 뉴앙스가 잘 나타나서 음악 듣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반면 산타나(Satana)의 Abraxas(SACD)에서 Oye Como Va 같은 클래식 하드락 넘버의 경우 고역의 얌전하고 부드러운 성향 때문인지 시원시원하고 파괴적인 맛은 덜하다. 이점을 제외한다면 크게 흠잡을 곳이 없는 재생음이다.

Focus Audio FS-888과 비교를 하자면, VC 7E이 좀 더 두툼한 중저역을 가지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풍성한 음색을 바탕으로 디테일과 저역의 확장성에서 우위를 보인다. 이에 반해 888은 좀 더 모니터적인 성향이 강하면서 고역의 선열함과 넓은 음장에서 실력을 발휘한다. 만약 ‘현대적’이라는 표현에 있어 음장감을 첫 번째 요소로 본다면 888이 좀 더 현대적인 스피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음악을 들으면서 느끼는 기쁨과 만족은 VC 7E을 시청하는 기간 동안 더 자주 느꼈던 것 같다. 

결론
뵈젠도르퍼 VC 7E는 무척이나 부드럽고 여유 있는 울림을 가졌기 때문에 음악에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는 스피커다. 음대 연습실에서 코앞에서 직접 듣던 성악과 학생의 목소리나 바이얼린 소리 같이 노골적인 소리라기보다는, 반쯤 문이 열린 연습실 앞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듣게 되는 소리처럼 조금은 얌전한 소리다. 사실, 실제 연주회장(연주회장도 음향적인 특성에 따라 각양각색이나)에서 듣는 소리는 생각보다 고역은 어둡고 얌전한 측면이 있다.
뵈젠도르퍼 스피커가 만들어 내는 재생음은, 연주회장에서 들을 수 있는 부드럽고 자연스런 소리에 가까운 소리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어둡거나 몽롱하지 않다. 또한 이 스피커는 음악을 많이 들어본 사람이 심혈을 기울여 정교히 튜닝 했다는 생각이 들만큼 음악성이 뛰어나다. 음악을 한번 틀어놓으면 끄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기 때문에 하루 종일 음악을 듣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선열하고 샤프한 맛은 없지만 풍부한 울림과 편안한 음색으로, 피아노에 특화되어 있을 것 같은 예상을 깨고, 모든 음악을 두루두루 무난하게 재생한다. 하이파이적 요소 하나하나에 목숨 거는 애호가 보다는 음악 듣는 시간이 아주 많은 음악 애호가에게 어울릴만한 스피커다. 앰프나 소스기기의 매칭 시에는 조금 분석적이고 샤프한 성향의 기기를 물려준다면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기기
인티앰프 : BAT VK-300se
소스기기 : EMMlabs CDSD 트랜스포트, DAC6e 멀티채널 컨버터
스피커 : Focus Audio FS-888
케이블 : Michael Wolff Audio interconnector, Nordost SPM reference speaker cable

문의처
소비코AV 02)525-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