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병율(bysoh@hifinet.co.kr) 2002-06-21 12:02:21
들어가기
오디오를 조합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스피커의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오디오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스피커이고 또 한정된 예산에서 적당한 스피커를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가끔 주위 동호인들로부터 “50만원 미만의 괜찮은 스피커 뭐 없을까요?"하는 질문을 종종 받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필자가 소개하는 B&W DM302가 위 질문에 대한 정답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든다.
B&W는 영국의 스피커 회사로 수 천만원이 넘는 대형 시스템에서 10만원대의 소형 시스템은 물론이고 가정 극장용 A/V 시스템까지 수많은 종류의 스피커를 생산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 많은 시스템을 내 놓았고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은 명품도 그 종류가 상당히 많다. 100만원 미만의 시스템은 종류가 많아 라인업도 파악을 못하고 있지만 DM302는 이들 중에도 특히 주목할 만 하다. 필자가 이 스피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의 오디오 지인 Stereophile 리뷰에서 $250의 가격으로 아주 좋은 호평을 받았으며, 상급의 다른 스피커보다도 가격 대 성능비를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호평은 저가격의 보급형에서는 보기 힘든 것으로 필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 했고, 이런 이유로 인연이 되어 현재 나의 서브시스템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제 저가형의 소형스피커가 어느 정도 실력을 발휘를 할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숨겨진 능력을 하나씩 풀어 나가 보자. 리뷰에 사용된 스피커는 구입한지 5개월 가량 지난 것으로 완전히 burn-in이 끝난 상태이다. 리뷰에 사용된 기기는 다음과 같다.
작고 초라하지만 깔끔한 외모와 복잡하고 특이한 구조
DM302를 박스에서 꺼내는 순간 상당히 작고 가벼운 무게와 플라스틱 몰딩으로 처리된 앞, 뒷면을 보고 저가형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림 1 | 그림 2 | 그림 3 |
앞, 뒤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무늬목 처리가 되어 있는데, 체리무늬목과 블랙마감의 두 종류로 생산이 되고 리뷰에 사용된 스피커는 체리 무늬목 마감으로 마감처리가 상당히 잘 되어 있어서 깔끔한 느낌을 준다(그림 1). 전면에는 1” soft dome tweeter와 5” pulp-cone bass-midrange driver가 위치해 있고(그림 2), 플라스틱 몰딩으로 곡선 처리되어 있으며 그 곡선에 맞게 검정색 그릴을 설치하게 되어 있다(그림 3).
그림 4 | 그림 5 |
그림 6 | 그림 7 |
이 뒷면의 플라스틱 몰딩을 B&W 사에서는 ‘Prism system’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조는 저음의 선명도와 스피드를 증가시킨다고 밝히고 있다. 비슷한 가격대의 스피커와는 다르게 플라스틱을 사용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보이지만 과감한 플라스틱 재질과 특수 구조를 사용함으로써 음질을 향상시키는 노력의 흔적이 엿 보인다. 그러나 무게가 너무 가벼워 스탠드에 따라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스탠드에서 추락할 위험이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듯 싶다.
스피커 설치와 시청
그림 8 |
1. Mozart : Requiem, Kyrie & Dies Irae, Philippe Herreweghe, Harmonia Mundi France(HMC 901620)
일단 전체적으로 음장이 스피커 앞쪽에서 형성되어 무대의 깊은 맛이 없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위치의 구분이 애매모호하게 느껴진다. 팀파니 소리가 상당히 단단하고 빠르게 반응하며 독창의 재생이 또렷하게 재생되지만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총주부분에서는 혼란한 느낌을 주며 두 부분이 마구 엉켜서 답답한 느낌으로 대편성에서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볼륨을 올리면 조금은 듣기 힘든 소리가 나고 볼륨을 줄이면 무대가 좁아지고 답답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가격대의 소형스피커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 넘는 스피커는 거의 없을 것 같다.
2. Boccherini : Six Trios , Europa Galante(Fabio Biondi), Opus111(OPS 41-9105) 바이얼린-비올라-첼로의 또렷하게 위치하고 있다. 비욘디의 바이얼린 소리가 풍성하지만 상당히 거칠게 들린다. 첼로소리는 풍성함을 넘어 좀 과장된 듯 하고 이로 인해 비올라 소리가 두 악기 사이에 조금은 묻혀버리는 느낌이다. 무대는 좌우는 넓지 않지만 소편성의 실내악을 즐기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첼로의 과장되는 느낌은 Maestro인티앰프에서 더하지만 바이얼린의 거친 기분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나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3. Hendel : Royal Fireworks(La rejouissnce) & Water Music(Alla Hornpipe), Trever Pinnock, Archiv 이 곡들에서 자주 나오는 작은 북의 연타는 아주 정확하고 빠른 반응으로 단단하고 상당히 깔끔한 인상을 준다. 비슷한 가격대의 스피커에서 저음에 대한 반응이 느려 처지거나 답답한 재생을 하기 쉬운데, DM302에서는 이러한 면은 보이지 않았다. 금관재생은 과장이 없었고 무대의 위치도 정확하게 나타나지만 무대의 좌우 폭이 넓지 않게 나타나는 것은 이 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편성의 재생시 문제가 되었던 해상력의 떨어짐은 나타나지 않았고, 이러한 실내악 연주의 재생은 아주 훌륭하게 들려주었다. 특히 작은 북의 연타는 상급의 스피커에 못지 않은 재생을 보여 상당히 깊은 인상을 주었다.
4. Jennifer Warnes : The Hunter, 8 track; way down deep, 9 track; the hunter, Private Music(261974) 먼저 8번 트랙의 way down deep에서 bass의 재생은 소형 스피커의 한계를 뚜렷하게 나타내주듯이 전혀 재생이 되지 않았다(사실 재생해주리라고 기대도 안 했지만…). 하지만 이전에 이 스피커보다 10배 이상의 가격인 AE 1 signature의 시청에서도 이 곡의 bass소리는 제대로 재생하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다음 곡인 the hunter를 들어보니 DM302의 실력을 발휘하는 곡이라고 생각이 들 만큼 훌륭한 재생음을 들려주었다. 탄력있는 저음과 또렷한 Jennifer의 목소리를 그래도 전해주었다. 사실 시청한 곡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5. Eagles : Hell Freezes Over, Hotel California, Geffen
이 음반은 CD와 DVD를 모두 보유하고 있어 두 종류 모두 시청했지만 라이브 레코딩인 관계로 DVD로 시청한 후 리뷰를 작성하였다. 화면의 크기에 비해 스피커에서 재생되는 무대의 좌우 크기는 작게 재생되었다. 기타 소리는 시원스럽게 재생되지만 깔끔한 맛은 조금 떨어지고, 퍼커션 소리는 과장되지 않게 들린다. 싱어의 목소리는 거칠게 느껴지고 박수소리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혼란스럽게 느껴지나 이 때문에 라이브한 맛을 더 살려주고 있다. 드럼에서 베이스 재생은 통울림 때문에 단단함이 부족하고 좀 과장된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클래식보다는 이런 음악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6. Marry Black : No frontiers, Gifthorse
Mary의 목소리가 좀 가늘어진 느낌이다. 반주를 하는 각 세션들의 위치는 정확하게 나타나지만 무대의 좌우 폭은 그리 넓지 못한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밑으로 깔리는 듯한 편안함 보다는 그 반대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여러 곡을 들어보아도 기타의 재생음에는 불만이다. 기타소리가 청명하고 맑다기 보다는 좀 시끄럽고 산만하게 들린다. 하지만 어코디언 소리는 자연스러웠고 이전에 이 곡으로 비슷한 가격대의 스피커를 여러 종류로 들어 봤지만 DM302 만큼의 재생능력을 보인 스피커는 없었다.
한계는 보이지만, 뚜렷한 소리 경향을 지닌 팔방미인
어느 정도 이상의 열렬한 오디오 애호가라면 스피커 케이블에 적어도 10만원 이상 많게는 몇 십만원 혹은 백만원 이상을 넘게 투자하고 있고, 필자 역시 다른 애호가들과 마찬가지로 상당부분을 할당하고 있다. 또한 인터커넥트 케이블 심지어는 파워케이블도 20-30만원짜리가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가격이 30만원이 조금 넘는 소형의 저가형 스피커를 평가하는 것이 우스운 일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적은 투자를 통해서 오디오를 시작하시려는 분이나 서브시스템을 구하고자 하는 애호가 역시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50만원 미만의 스피커들의 대부분은 높이 40cm 미만의 북쉘프형의 소형스피커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들 스피커는 대체적으로 2 way 형식이며 비슷한 크기와 모양을 갖고 있지만 소리는 천차 만별이다. 일부 몇 종류의 스피커들은 가격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것도 있지만 어떤 것들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엉터리로 만든 스피커도 많다. 그나마 괜찮다고 스피커라 할지라도 샵에 나가면 시청은 커녕 겉 모양도 보기 힘들 정도로 오디오샵에서 저가형 소형스피커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가뜩이나 소리에 대해 궁금해하는 초심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먼저 B&W DM302에 대한 결론부터 내린다면 ‘아주 잘 만들어진 스피커로 구매가치가 높다’이다. 하지만 여러 음반을 시청해 본 결과 소형의 저가형 스피커로서 나타나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며, 분명히 말하자면 비슷한 가격대에서 성능비가 우수한 것이지 가격대를 뛰어넘어서 100만원 대 스피커와 견줄만한 것을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아쉬운 점도 여럿 있다. 특히 비슷한 가격대의 스피커와 외관을 비교해보면 DM302는 앞, 뒷면을 플라스틱 재질로 사용하여 상대적으로 싸구려의 저가형 외모를 가지고 있다(혹자는 일제 저가형 미니 컴포넌트 오디오용 스피커라고 생각이 든다고 함). 스피커 한 쪽의 무게가 4kg밖에 안될 만큼 가벼워 스탠드 선택의 어려움과 추락의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스탠드에 들어가는 비용이 스피커보다 더 많아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DM302는 분명 소형스피커로서의 한계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뚜렷한 자기 주장을 지닌 강점을 갖고 있다. 저가형 스피커에서 가장 문제되는 부분이 특유의 컬러링으로 음악 재생시 상당한 왜곡을 하게 되는데 DM302에서는 컬러링이 최대한 배제되어 중립적인 재생을 하고 있다. 앰프를 다른 종류로 바꾸어 시청해봐도 재생되는 소리가 크게 변하지 않고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매칭도 까다롭지 않으며, 음악 쟝르를 가리지 않고 무난하게 재생해줄 뿐 아니라 오랜 시간 음악을 듣고 있어도 귀에 거슬리거나 자극적인 소리를 내지 않는 팔방미인이기도 하다. 캐비닛 제작시 과감한 소재와 구조를 적용함으로써 가격을 낮추면서도 음질 향상을 꾀한 B&W의 노하우는 칭찬해주고 싶다. DM302와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 상대로는 NHT super zero or one, Mordaunt-short 10i or 20 i, Mission 731i 등이 있다. 이 경쟁상대가 되는 스피커 중 대부분은 한 번쯤 시청을 했거나 사용했던 적이 있었던 스피커들이지만 DM302 만큼 강한 인상을 주진 못하였다. 100만원 미만으로 처음으로 오디오를 구입하실 초심자, 좁은 방이나 사무실에서 서브 시스템의 목적으로 소형스피커를 찾으시는 애호가, 쟝르에 구애 받지 않고 편하게 여러 음악을 즐기시는 애호가라면 한 번쯤 시청해 보시기를 자신있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