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한주(raker@hifinet.co.kr)
국내에서도 호평을 받고 많이 보급되었던 B&W사의 CDM1, CDM1SE를 개량한 CDM 1NT 소형 모니터 스피커를 소개한다.
이름에 NT가 붙었는데 NT는 New Technology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고 Nautilus Technology를 뜻한다. 4만불 짜리 앵무조개 (Nautilus) 모양의 노틸러스 스피커를 개발하면서 축적된 기술을 가지고 기존의 B&W 매트릭스 시리즈를 노틸러스 시리즈로 탈바꿈 시켜 호평을 받은 데 이어, 매트릭스 시리즈의 하위 시리즈였던 CDM시리즈에도 동일한 기술이 적용되었음을 알려주는 명칭이다. 구체적으로는 노틸러스 테이퍼드 트위터, 노틸러스 플로우 포트를 채용했다. 이름뿐만 아니라 모양에 있어서도 기존의 CDM1과 차이를 쉽게 발견하게 된다.
구성 : 2웨이 (크로스오버 주파수 4kHz) 베이스 리플렉스, 바이와이어링 지원
치수 : 393mm (높이), 220mm (폭), 290mm (깊이)
무게 : 9.5kg
주파수 응답 : 60Hz - 20kHz ± 3dB on reference axis / -6dB at 48Hz and 30kHz
능률 : 88dB spl (2.83V, 1m)
공칭 임피던스 : 8 ohms (최소 4.6 ohms)
허용입력 : 50 - 120W
드라이브 유닛 : 25mm 메탈 돔 (고역) / 165mm 케블라 콘 (중저역)
마감: 베니어, 블랙 애쉬, 체리목, 붉은채색 체리목
수입회사: 로이코 (02-335-0006)
권장가격: 160만원 (별매 스탠드 45만원)
커다란 박스 하나에 스피커가 수납되어 있고 박스에서 꺼낸 모습에서 캐비닛의 마감이 수준급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트위터는 박스에 비스듬히 꽂혀 있었는데 트위터가 인클로우저로부터 진동을 전해받지 않도록 폴리머 재질의 댐핑물질로 지지되어 있다.
CDM 1NT는 CDM시리즈 중에서 유일한 북쉘프 모델인데 플로어 스탠딩 형의 CDM 7NT나 CDM 9NT에 비해서는 저역 주파수 재현에 제한이 있다. 그런데, 오디오 시스템을 구입할 때의 가이드라인은 명확하다. 제일 먼저 감상실 크기에 스피커 시스템을 맞추는 일이다. 작은 감상실에서 모든 주파수 대역이 재생되는 큰 스피커를 들여놓게 되면 저역이 넘치게 되어 음장이 나빠지고 음색이 순수하게 재생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스피커를 연결해서 처음 느낌은 능률이 높아 소리가 수월하게 나오고 살집이 더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고역은 투명한 쪽이라기 보다는 오버댐프되어 있었고 높은저역 부근이 부풀어올라 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음악에 힘이 들어가고 빠지는 느낌이 제대로 들지 않고 흐물거리는 듯이 들린다. 발장단을 맞춰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마도 독자 여러분이 매장에서 길들이기가 끝나지 않은 CDM 1NT를 들으면 이런 특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피커에서 높은 저역이 부풀면 사람이 느끼기엔 음향심리적으로 고역이 롤오프가 된 것처럼 인식된다고 한다. CDM 1NT의 첫 느낌은 바로 그런 상태였다. 그래서 며칠간 꾸준히 밤낮으로 틀어주었고, 그러자 고역이 트여지고 저역이 진정되기 시작한다.
청취
대역별로 혹시 어떤 착색이 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몇 곡을 걸어 들어본다.
안티폰 블루스 (프로피리어스 PRCD 7744))에서의 색소폰 소리는 풍부하고 따뜻하며 꽉 찬 듯이 들린다. 갇힌듯한 고역의 착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피터 슈라이어의 (테너) 슈베르트 겨울나그네(Decca 436 122-2)를 들어보면 중역대의 왜곡이 느껴지지 않았다. The Steve Davis Project - The Quality of Your Silence (dmp-522)에서의 심벌즈의 재생을 들어보면 귀를 거스리지 않게 공간에 잘 퍼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CDM 1NT에서는 쉽사리 눈치챌 수 있는 착색은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단지 높은 저역대는 아직 양감이 조금 많다고 느껴지는데 길들이기가 불충분한 것 때문인지 필자의 레퍼런스 스피커의 소리가 가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청감상의 저역을 얘기하자면, 스펙상으로는 분명 CDM 1NT가 필자의 Celestion SL600Si보다 저역의 재생이 더 낮게까지 된다.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여러 곡들을 들어보면 CDM 1NT의 저역이 좀 더 내려갔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의 추측으로는 밀폐형의 저역재생 품질이 베이스 리플렉스에 비해서 방식상에서 낫기 때문이거나 (필자는 SL600Si의 팽팽한 저역에 익숙해져서 지금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CDM 1NT의 소리재생이 깊은 저역을 제외하고는 완전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모자라는 부분을 기대하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존 루터의 레퀴엠 (레퍼런스 레코딩 RR-57CD)을 들어보면 놀랍게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를 확인할 수 있다. 사운드 스테이지의 원근을 묘사할 때는 약간 뒤로 물러선 듯 느긋하고 풍부한 편이다. 그렇지만 음악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정도는 아니다. 중역대의 소리가 강조된 스피커의 경우 소리가 앞으로 튀어나와 저절로 긴장이 되고 볼륨을 줄이고 싶은 기분이 들게 되는데 CDM 1NT는 그런 특성과는 거리가 멀다.
고역은 투명한 소리를 잘 잡아내고 있고 공간감이 잘 느껴진다. 노정현님의 B&W 노틸러스 805 스피커 리뷰에서 묘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CDM 1NT에서도 음원 사이의 배경이 앰비언스로 차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일부 고성능 소형스피커에서 추구하는 바와 같은 미니어쳐적인 음원과 나머지 배경을 검게 묘사하려는 습성과는 전혀 딴판이다.
게르기에프가 지휘하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을 들어보면 다이나믹스가 좋아 음악 재생에 추진력이 느껴진다. 전에 필자가 리뷰 했었던 죠셉 오디오 7Si에 비교하면 전 대역에 걸쳐서 빠른 응답을 내주고 있다. (스테레오 파일 추천기기에 죠셉오디오 7Si가 C클래스에, B&W CDM 1NT가 B클래스로 분류된 것이 충분히 납득이 간다.) 아직도 저역이 약간 부풀어 있지 않은가 싶긴 하지만 늘어진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좋은 다이나믹스의 재생으로 음악에 몰입하도록 한다.
하이팅크가 지휘하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1번을 들어보면 페이스와 타이밍이 제대로 재생되고 있어서 맥 빠진 소리와는 거리가 멀고 날카롭지 않게 하면서도 음악적인 디테일이 꽤 좋은 편이었다. 이것은 아마도 인티앰프로도 충분히 구동이 쉬웠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비교적 큰 음량으로 시도해 봐도 혼잡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일반음악재생뿐만 아니라 AV용도로 사용에도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죠 모렐로의 드럼곡을 들어보면 드럼의 저역 재생이 빳빳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단단한 저음을 추구하는 취향자에게는 CDM 1NT이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성향은 필자가 들어본 노틸러스 805에서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정리
필자는 고작 몇 시간에 불과했지만 노틸러스 805를 집중 청취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CDM 1NT를 리뷰 하면서 노틸러스 805를 자주 떠올렸다. 비록 가격은 절반 수준이지만 두 스피커의 성향이 매우 비슷하고 연장선에 있어서 노틸러스 805를 가지고 싶었지만 호주머니가 용납하지 않는 분들은 우선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
필자가 초보시절에 이정도 가격대에서 이런 좋은 스피커를 만났더라면 오디오와의 인연은 적었을 것 같다. 그 좋은 음악을 듣고있지 뭣하러 소리나 듣고 청각테스트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겠는가.
CDM 1NT는 비교적 고역이 차분한 편이므로 다른 기기들마저 고역이 차분하다면 덜 어울릴 것 같다. 약간 밝은 시스템과 물리더라도 그다지 크게 모가 나지는 않을 것 같다.
혹시 높은 저역대의 부풀려진 듯한 느낌이 싫다면 콘을 스피커 밑에 받쳐보면 많은 개선이 될 것 같다.
시청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