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욱(nam0617@korea.com) 2002-06-19 16:33:47
RTS-1, RTS-3
우선 지적해야 할 것은 다른 AV시스템에 비해 RTS 시리즈는 매우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AV 스피커의 경우 대사의 명료도와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중고역대를 강조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오랫동안 큰 음량으로 영화나 음악을 감상하게 되면 매우 피곤하고 시끄럽게 느껴지게 된다. 그러나 RTS시리즈의 소리는 결코 자극적이거나 특정 대역이 강조된 소리를 들려 주지 않았다. AV스피커로서는 상당히 부드러운 소리를 들려 주었던 것이다. 물론 그 부드러움이 영화의 감흥을 망칠 정도의 것은 아니었다. 대체로 영화 사운드의 녹음 때도 중고역대가 부스트 되기 때문에 스피커의 소리가 부드럽다는 것이 그리 큰 문제를 가져오지는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음악 청취 시에는 중역대가 빈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RTS-3가 제일 심하였다. 같은 경향의 소리를 내고는 있었지만 RTS-3는 부드러움이 지나쳐 고역대의 표현에서 아쉬움을 받았을 뿐 아니라 저역 역시 퍼져서 나오는 반면 RTS-1은 대역간의 밸런스가 훨씬 좋아 고역의 표현 역시 좀더 만족스러웠고 저역도 좀더 단단한 소리를 들려 주었다. 하지만 저역의 깊이는 역시 RTS-3에 비해서는 많이 모자랐다. 저역의 양은 둘다 적지 않아서 소형 스피커로서는 상당히 놀라운 양의 저역을 울려 주었는데, 필자의 감상 공간(12평)의 충분히 커버할 정도 였다. 물론 저역의 디테일은 고급기에 많이 뒤져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미아정의 베토벤 소나타 연주(Channel Classics, CCS 7195)에서는 필자가 사용하는 플래티넘 듀오에 비해 피아노의 해머에 천을 더 씌운 듯 타건이 멍청했다. 각 음역에 따른 음색에 차이를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저역 역시 단단하지 못했다. RTS-1은 좀 더 원 피아노 음색에 가까운 소리를 들려주기는 하였지만 역시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다.
코스터와 라르키부델리가 연주하는 하이든의 카사티오(Sony, SK 68 253)에서는 단단하지는 않았지만 베이스의 움직임이 그런대로 잘 포착되었다. 하지만 바이올린의 소리는 마치 뼈대가 빠진 듯 한 소리여서 아쉬움이 남았다. 호른과 다른 악기들은 괜찮은 울림을 내어 주었다. 무대가 깊이 들어가는 편은 아니었지만 입체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카레라스가 부른 “미사 크리올라"(Philips, 420 955-2)에서는 초반 타악기 연주의 재생에서 많은 아쉬움을 주었다. 타악기의 어택이 강한 느낌을 주어야 하는 부분인데 별 느낌 없이 지나가고 말았다. 하지만 코러스의 밀도감은 좋았고 카레라스의 매력적인 톤도 그런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무대의 깊이도 아쉬울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 현의 연주는 스피커의 특성 탓인지 인해 매우 아름다운 소리를 내주었다. 대체로 실내악의 현소리 보다는 대편성에서 울려 나오는 현에서 훨씬 마음에 드는 소리를 들려 주었다.
벨라폰테가 부른 “자마이카 패어웰"(BMG, BMGRD 1015)에서는 보컬의 입술 움직임도 그런대로 잘 그려내 주었고 “s, sh"등의 발음에서도 자극적이지 않게 소리를 내주고 있었다. 베이스의 움직임은 역시 좀 느린 편이었고 목관악기의 소리는 실제 음색과는 조금 차이를 드러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코지안이 지휘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Reference Recording, RR-11CD)에서는 대편성 연주임에도 흔들리지 않고 좋은 소리를 들려 주었다. 역시 필자의 견해로는 RTS-1쪽의 손을 들어 주고 싶은데, 금관 파트가 앞으로 나오며 곡을 주도해 가는 부분이나 투티로 곡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부분의 다이나믹 등에서 훨씬 좋은 실력을 발휘해 주었다. 저역 역시 대형기들과 직접 비교하지 않는다면 별 문제를 삼지 않아도 될 듯 싶다. 연주 도중 한두번은 소위 “바닥을 울리는 저역"이 나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디테일이 좀더 좋아진다면 좋을 듯 싶지만 가격을 생각해 본다면 더 이상 할말은 없을 것 같다.
김건모가 부른 부메랑(도레미, DRMCD1630)에서는 랩 중간중간 나오는 다양한 보컬 이펙트나 악기의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들어보았는데 모두 만족스럽게 표현해 주고 있었다. 김건모 특유의 고음과 함께 은근히 섞여 있는 허스키한 톤 모두를 상세히 표현하는 점도 만족할 만 했다. 그리고 이곡에서 만큼은 RTS-3가 좋은 소리를 들려 주었다. 드럼과 베이스의 음압과 입의 움직임에 대한 표현에 있어서 RTS-1보다는 한 등급위의 소리였다.
결론적으로 이들 스피커들은 엔트리레벨 스피커로서 다른 제품들에 빠지지 않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특히 RTS-1의 경우 가격을 잊게하는 좋은 소리를 들려 주었다.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과 같은 대편성 연주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좋은 다이나믹과 디테일을 보여 주었다. RTS-3의 경우 저역의 깊이나 양은 RTS-1에 비해 한결 좋지만 낮은 음량의 연주에서 밸런스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RTS-1보다는 한결 여유로운 소리였고 중고역과 고역이 좀 많이 나온다고 생각되는 환경이라면 훨씬 좋은 소리를 들려 줄 것으로 보인다. 오디오를 처음 시작하려는 분들에게는 꼭 한번 들어볼 만한 제품의 리스트에 올라가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제품들이다. 가난한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일청을 권하고 싶다.
RTS-5
겉으로 보기에 RTS-5는 유닛의 개수도 같고 모습도 유사하기 때문에 RTS-3 스피커를 좀 더 늘여서 플로어 형으로 만들어 버린 듯한 느낌을 준다. 아마도 훨씬 더 비싼 RTS-5의 가격을 알게된다면 그다지 손이 가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우퍼 유닛은 동일하지만 트위터는 더 고급의 것이 사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상당히 큰 구경의 덕트가 앞에 설치되어 있다. 공간적인 제약으로 플로어형 스피커를 꺼려하는 분들에게도 이 스피커는 부담스럽지 않은 아담한 체구를 갖고 있다. 규격은 아래의 표를 참조하시면 될 것 같다. 모양이나 인클로저 마감은 고급스러움하고는 거리가 있지만 그런대로 봐 줄만은 하다.
RTS-5는 처음 상자에서 꺼내서 들었을 때에는 저역이 너무 많이 나와서 울리는 데에 애를 먹었다. 스피커를 제대로 평가한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딸려 있는 스파이크를 끼우고 스피커 밑에 돌 받침을 두어 높이를 올리고 나니 훨씬 나아졌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스피커의 위치 설정이다. 필자의 감각으로는 뒷 벽에서 약 1m정도를 뛰어 놓고 난 뒤에야 대역간의 균형이 맞는 것으로 느껴졌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공간의 상태에 따라서 다를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스피커의 장점을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RTS-3와 유닛 구성은 비슷하지만 RTS-5는 확실히 돈 값 만큼 더 개선된 음질을 지닌 스피커이다. 특히 구별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고역이다. 바이올린 음색이 RTS-5에서는 보다 윤기 있고 살집이 있는 것처럼 들린다. 또 보컬을 들어보아도 훨씬 더 풍부하고 매끄러운 텍스쳐로 감정을 잘 전달해준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RTS-5의 고역도 달콤하고 매끈한 경향이다. 따라서 날카로운 소리도 둥글게 다듬어서 내보내는 특성을 갖고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RTS-3에서는 중역대가 여위게 느껴지던 것과 달리 RTS-5는 중 고역의 이음새가 자연스러우며 안정감 있게 들린다. 한 단계 더 깊이 내려가는 풍부한 저역은 느슨한 감은 있으나 다른 대역의 소리를 따뜻하게 감싸며 음악적으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역시 플로어형 스피커답게 RTS-3보다는 킥 드럼의 소리가 묵직하고 힘있게 들린다. 또 앰프의 뒷 받침만 된다면 음량을 원하는 만큼 충분히 올려서 왜곡 없는 자연스럽고 넓은 음장을 얻을 수 있다. 사운드 다이내믹스 스피커를 설계하면서 중점을 둔 분야가 넓은 확산감을 얻는 문제였다고 하는데 RTS-5는 네 평 정도의 공간이라면 소리로 가득 메울 정도의 폭 넓은 사운드 스테이징 능력을 들려준다.
팝과 클래식을 가리지 않는 음악 재생 성능도 매우 만족스럽기는 했지만 필자의 경우 사운드 다이내믹스의 RTS-5 스피커를 주로 영화 감상에 많이 사용하였다. 왜곡이 적고 매끄러운 음색을 갖춘 트위터 때문에 대화가 부드럽게 들리고 오래 들어도 피곤하지 않다. 작고 저렴한 스피커치고는 상당히 큰 음량을 왜곡 없이 들려주는 능력도 홈 씨어터용 스피커로 적극 추천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영화관 차릴 것이 아닌 이상에는 일반적인 공간에서 “아마게돈"이니 “딥 블루 씨"니 하는 블록 버스터 영화들을 감상하기에 충분한 사운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NHT 1.5나 2.5 스피커 시스템과 비교하면 고역의 투명도나 디테일 등에서 분명히 손색이 있다. 또 NHT 스피커의 경우에는 예리하고 날카로운 소리도 잘 재생해 준다. 그렇지만 사운드 다이내믹스 스피커의 저렴한 가격은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RTS-5만 해도 스탠드까지 구입해야 하는 NHT1.5보다 훨씬 싸다. 그리고 더 많은 저역을 앰프에 부담을 주지 않고서도 얻을 수 있다. 특히 음악 감상용과 별도로 홈 씨어터 시스템을 구성하면서 많은 스피커를 구입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분들은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할 제품으로 추천하고자 한다.
RTS-1,RTS-3+RTS-5?
마지막으로 AV시스템을 구상하시는 독자들을 위한 첨언을 하려한다. AV시스템의 경우 구입해야하는 스피커의 개수가 적지 않기 때문에 처음 시작하는 상황에서는 매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경우 AV와 음악감상을 함께 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쉽게 스피커를 고를 수 없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A/V용 스피커들은 대사와 스페셜 이펙트가 몰려있는 중고역과 저역에 신경을 쓰고 있다. 따라서 오래들으면 피곤할 수 밖에 없고 음악을 들으면 저역 과다로 고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이러한 문제를 고려하여 밸런스 잡힌 소리를 들려 주는 시스템으로 많은 이들이 NHT 스피커의 조합을 사용하여 왔다. 필자 역시 저가형 AV시스템의 솔루션은 국내에서는 거의 NHT쪽이 유일하지 않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에게는 NHT사의 조합 역시 매우 부담스러운 가격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분들에게 필자는 RTS시리즈의 조합을 권하고 싶다. 프론트로서는 RTS-5를 이것이 부담스러운 분들은 RTS-3를 사용하시면 되겠고 리어로는 RTS-1정도를 사용하시면 되리라 생각된다. 덴온 A1D로 AV를 시청한 결과 부드러운 덴온 쪽 조합에서는 리어로 RTS-3보다는 RTS-1쪽이 낳으리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좀더 강한 소리를 내주는 Yamaha프로세서를 사용하시는 분들은 RTS-3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모양이 그리 이쁘지 않은 것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약점이 되겠지만 100만원 조금 넘는 가격에서 5.1 채널의 스피커를 조합하고 음악 감상 시스템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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