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odelay0818@hanmail.net) 2003-11-24 10:45:30
2003년 가을을 기해 패러다임의 뉴 레퍼런스 모델 스튜디오 v.3 시리즈가 국내에도 선을 보였다. 스튜디오 v.3 시리즈는, 기존의 스튜디오 v.2 시리즈를 업그레이드한 버전으로 음장감과 디테일, 음색 등이 개선된 모델이라고 한다. 트위터로는 알루미늄 드라이버를 채택하여, 맑고 부드러운 고음을 재생해 주며, 7인치 구경의 미드레인지 및 베이스 드라이버는 선명하고 정교한 이미징 효과를 제공한다고 한다.
기존의 v.2라인과의 차이점은 Studio 80 모델을 제거하고 5개 드라이브의 3-웨이(베이스 드라이버 3개) 방식으로 더욱 보강된 Studio 100을 새롭게 출시함으로써, 한층 타이트하고 정확한 저역 주파수 응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 스튜디오 v.3 시리즈
- 북셀프 스피커: Studio 20, Studio 40
- 플로어 스탠더 : Studio 60, Studio 80
- 센터 스피커 : Studio CC-470, Studio CC-570
- 서라운드 스피커 : Studio ADP-470
- 스탠드 : J-23, J-29
스튜디오 v.3의 출시와 함께 스탠드 역시 업그레이드된 “ PREMIER J “ 시리즈로 개선되어 스튜디오 v.3 라인의 북셀프 스피커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고 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패러다임 스튜디오 40은 유닛이 3개인, 2.5웨이 북셀프형 스피커로 스튜디오 시리즈 중 아래에서 두 번째 모델이다. 최상급 라인업에 속해있기 떄문인지, 첫 인상부터 신경 써서 만든 제품임이 느껴진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뒷면의 스피커 단자였는데, WBT처럼 단자 겉면에 플라스틱 처리가 되어 있었다. 이처럼 작은 부분에까지 정성을 기울인 최고 라인업의 제품인데 가격이 이렇게 저렴한 편에 속한다는 것은 놀랍다. 사실 이 스피커는 가격이나 기타 정보 없이 처음 접했는데, 외관과 단자를 보았을 때에는 이 제품의 가격을 200만원대 정도로 예측하기도 하였다.
스튜디오 40은 북셀프형 치고는 캐비닛의 크기도 크고 유닛도 3개라, 나름대로 위용을 자랑한다. 컴팩트한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며, 음질상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설치 시 어느 정도의 공간을 요하는 제품이다.
감상
스튜디오 40은 음상이 크고 소리가 적극적이라는 첫인상을 주었다. 피터 슈라이어가 노래하고 쿠르트 샌들링과 베를린 필이 협연한 말러의 <대지의 노래>에서는 소리가 시원시원하고 쉽게 나온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아르헤리치와 바르샤바 오케스트라의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 실황에서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러한 성격은 분명 장점이지만, 아쉬움을 남겨주기도 한다. 어떤 스피커들은 오케스트라가 나오는 음악에서 악기의 위치, 규모 등의 상대적인 좌표와 범위를 잘 잡아줌으로써 무대 전체를 조망하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이 스피커는 시원시원한 대신 그러한 면에서의 특기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에서도 아르헤리치의 피아노가 스테이지를 가득 메우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것은 감상 포인트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스테이지를 아주 잘 그려내는 스피커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사항이다.
그 다음으로 이야기할 사항은 해상력이다.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에서는 오케스트라의 현 소리가 하나하나 잘 살아 있는 느낌이었으며,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corcovado에서는 연주자의 숨소리나 평소에 잘 들리지 않는 작은 소리들이 잘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물론 요즘 출시되는 스피커들은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해상력을 갖고 있지만, 이 제품은 같은 가격대의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약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제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역이었다. 기본적으로 저역은 특별히 강력하지도 않으며 적당히 풍성한 특성을 갖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스튜디오 40의 저역은 분석적으로 평가하면 아무 것도 남지 않지만 특유의 매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 스피커는 저역에 관해 언급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인 돌처럼 단단하다거나 타이트함, 빠르기 등에서는 특별한 인상을 받지 못했지만 음악 전반에 흐르는 리듬감은 탁월하다. 이것은 주로 락이나 팝음악 앨범들에서 잘 드러나는데, RATM의 people of the son이나 ednaswap의 stop counting을 들어보면 각각의 음악 특유의 그루브감이 잘 살아 있어서 몸의 리듬이 음악의 흐름과 일치하는 느낌을 주었다.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have you met miss jones에서도 리듬감이 좋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는데, 베이스가 만들어내는 당김음이나 섬세한 리듬 변화 등을 잘 들려주었다. 이 노래에는 중간에 계속 같은 멜로디가 반복되면서 고조되는 부분이 있는데, 평소에 다른 스피커들에서는 이 부분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진 적도 있었지만 이 스피커에서는 특유의 스윙감이 잘 살아나서 정말 그네를 타고 있는 것 같았다.
중고역은 앞에서 말했듯이 일정 수준 이상의 해상력을 갖추고 있으며 기본에 충실한 편이다. 이 부분에서는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엇갈릴 수 있는데, 스튜디오 40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소리라기보다는 정직하고 맑다. 전체적으로 보컬음이나 고음은 선이 굵고 뚜렷하고 힘있는 인상이었으며 활기찼다. 아르헤리치의 피아노 음은 고가의 기기에서 들을 수 있는 매끄러움이나 유려함 면에서는 다소 부족했지만, 투명하고 깔끔한 소리였다.
다이내믹스는 뛰어난 편이라서 대편성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때에도 답답한 점을 전혀 느낄 수 없었고 강렬한 메탈이나 락음악 등에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스피커의 첫인상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시원시원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것은 다이내믹스와도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스테이지이다. 어느 음악을 들어도 한 결 같이 무대의 전후 표현, 즉 임장감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오케스트라를 들을 때의 레이어링이나 밴드 음악에서 드럼은 뒤에 가 있고 보컬은 약간 앞에 나와 있는 느낌이 현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 스피커의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가격대에서 그 정도의 단점은 용서할 수 있을만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만일 스테이지 표현까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면 거의 믿을 수 없는 가격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래 내용은 같이 시청했던 박우진님의 의견이다.
“대지의 노래에서는 넓고 활달한 음장을 펼쳐내어 보였다. 현악기의 울림이 아 풍성하게 들렸다. 스피커 내부의 공진음을 완전히 억제하지 않은 것처럼 배음을 많이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오히려 관현악곡 재생에 효과적인 듯 하다. 트럼펫 등 금관 악기의 음색이나 뻗침도 이 가격 대 스피커로서는 훌륭하게 나온다. 테너의 목소리도 풍성하게 뽑아주었다. 단점이라면 해상도나 음색 재생의 섬세한 측면에서 아주 뛰어나게 들리진 않았다.
마르타 아르헤리히가 연주한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에서도 피아노의 다이내믹한 측면이 잘 재생되었다. 우퍼 유닛은 저음의 무게감과 리듬의 재생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었다. 깊게 내려간다거나 팽팽하게 조여진 소리는 아니지만 양감 만큼은 뛰어나다. 현악기 군이 만들어내는 소리도 오케스트라의 규모를 실감할 만큼 충분한 규모를 가졌다. 소리가 다소 적극적이고 스피커 앞 쪽으로 나오는 편이다. 하지만 음색의 섬세함에서는 약간 아쉬움이 남는데, 이를테면 곡 후반부에 나오는 트라이앵글 소리가 그다지 맑게 들리는 편은 아니었다.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에서는 베이스와 드럼 같은 저음 악기의 규모감이 잘 표현되었다. 북셀프 스피커로서의 한계는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 규모의 음악이라면 거의 실연에서의 스케일을 상상해 볼 수는 있는 것 같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소리가 커지면 다소 밝아지면서 디테일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ednaswap의 stop counting 같은 곡을 큰 음량으로 감상하면 일렉트릭 기타의 음색이 아주 짱짱하면서도 화려하게 들린다. 한편 베이스 기타의 소리는 다소 과장된 것처럼 확대된 이미지로 들려서 낮은 중역 대 같은 특정 대역이 부스트된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러한 기본적인 특성은 변하지 않겠지만, 매칭 앰프에 따라 더 향상된 소리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홈 시어터나 재즈, 팝에 적합한 스피커라고 생각된다. 영국제 스피커들의 소극적인 음에 싫증난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시청해 볼 필요가 있는 스피커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
우리 나라에서는 외국처럼 집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파티를 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이 제품은 외국 잡지에서 흔히 말하는, ‘파티에 좋은 스피커’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좋은 의미에서다. 흔히 오디오파일들의 집에 손님이 방문했을 때 음악을 들려주면, 손님 중 대부분의 반응은 시스템의 성향이나 성능을 막론하고 ‘좋다’ 혹은 ‘맑다’정도이다. 실제로 음악감상은 대부분에게 지극히 개인적이고 외로운 취미가 되기 쉽다. 예산을 많이 들여 시스템을 꾸며 놓아도 혼자서만 즐기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하이파이 시스템에서 나오는 재생음은 한 두명의 감상자에게 최적화되기 마련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기본적으로 훌륭한 성능에 시원시원함과 다이내믹스, 그리고 결정적으로 좋은 리듬감을 갖고 있어, 누구나 음악을 자연스럽게 즐기게 하는 매력을 발산한다. 다만 제품을 고르는 성향이나 음악을 듣는 장르에 따라서 선택에 주의를 할 필요는 있을 듯하다. 조용한 소편성 음악이나 독주음악을 위주로 음악을 감상한다면 이 스피커는 크기나 능력 면에서 다소 과하다고 느낄 수 있으며, 그런 경우에는 중고역의 장점이 특화된 스피커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한 번 청취해 볼만하다.
스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