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진(acherna@hifinet.co.kr) 2002-06-14 16:26:50
Von Schweikert에 대해서
제작자인 Albert Von Schweikert는 독일 태생이며 소년 시절부터 그의 아버지와 15” jensen 동축형 스피커 유닛을 만들었을만큼 오디오에 일찍 눈을 뜬 인물이었다. 그의 경력 중 특이한 점은 독일의 Consevatory of Heidelberg Unibersity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공부하다가 전기 기타에 심취해서 직업적으로 “The Ravens” “The Soul Survivors"같은 그룹에서 연주했다는 사실이다. 연주 생활 중에는 Yardbirds, Sonny, Cher 그리고 Neil Diamond 같은 유명 뮤지션의 공연에서 반주를 담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연주 이외에 공연의 PA 시스템을 담당하여 소년 시절부터의 재능을 발휘하기도 했던 그는 음향 재생을 본격적으로 연구할 필요성을 느끼고 미국으로 건너간다. Georgia State University와 California Institue of Technology에서의 연구 및 실험을 거쳐 80년대 후반에는 드라이버 설계와 품질 관리를 담당하는 기술자로 일하면서 Apogee, Bose, Cerwin Vega, Jbl, Jensen, NHT, Paramount Pictures등의 프로젝트를 무려 100여 건이나 작업해내었다. 그가 개발한 Vortex Screen loudspeakers는 Stereophile의 R. Harley에게 절찬받았으며 Home Theater speaker인 Clairfield도 잡지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하여 1995년에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게 될 Von Schweikert Research를 설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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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VR-3 스피커를 하나씩 살펴보자. 보기에 대단히 큰 플로어 스탠딩타입의 스피커이다. 검은 색 천으로 전후 좌우를 온통 둘러 놓았고, 상판을 들어 올리면 속에 모래를 넣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의 후면 채임버는 그다지 용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남는 부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최소화된 상단의 배플과 검은 색 천은 캐비넷 마무리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소리의 회절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우퍼가 수납된 공간은 앞서 유닛 장착 부위의 배플 두께를 두배로 하였으며 내부에는 수평 방향으로 보강재를 두어 공진을 억제하고 있다. 흡음재로는 상단 공간과 마찬가지로 캐시미론 솜으로 가득 채워 놓았다. 전체적으로 Vandersteen의 제품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스피커 뒷면에 우퍼를 장착하여 저음을 보강하도록 설계한 Vandersteen과 달리 VR-3는 우퍼를 전면 하단에 두었고 후면에는 앰비언스 트위터를 장착하여 지향성을 개선하도록 하였으며 별도의 스위치로 앰비언스 트위터의 음량을 조절할 수 있게 설계한 점이 다르다.
네트웍은 폴리에틸렌 커패시터와 공심 코일을 5N OFC선과 은납으로 하드와이어링하여 구성하였다. 트위터는 자성 유체를 채운 1” 알루미늄 돔, 미드레인지는 5"의 카본 화이버 콘이며 우퍼는 10” 폴리프로필렌 콘을 채용하였다. VR-3는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확장된 저역 응답, 깨끗한 음장감, 정교한 이미징을 실현하고자 시도한 스피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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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스피커라도 성능을 100% 발휘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스피커의 경우에는 6개월 이상 세팅이나 매칭 등을 다방면으로 시도하면서 울려보지 않으면 완전한 실력 평가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사정상 짧은 시간 시청한 결과를 적었다는 점에 유의하면서 본 리뷰를 읽어 주시기 바란다.
VR-3는 우퍼 유닛을 거의 바닥에 가깝게 낮추어 배치한 반면에 스피커의 높이는 상당히 있는 편 이다. 이는 상호 간섭을 감소시키기 위한 한 가지 방편인 듯 한데, 실제 시청 결과 감상자의 의자를 꽤 높여야만 올바른 밸런스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시청평
Roberto Schumann/ Dichterliebe (EMI)
Br) Olaf Bear
Pf) Jeoffery Parsons
미드레인지와 트위터의 위치를 조정한 스피커답게 목소리가 스피커 뒤로 물러나 있다. 음상의 크기가 크지 않아서 듣는 사람을 안도하게 한다. 입 크기가 사람 얼굴 이상 되는 “빅 마우스” 현상 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그런데 소리의 첫 인상부터가 웬지 요새 들어오던 스피커들과 는 차이가 있다.
저음이 뒷받침된 중심이 낮고 두터운 밸런스이며 소리가 푸근하게 방 전체를 감싼다. 요새는 중형 이상의 스피커들도 소형 스피커와 같은 정교하고 깔끔한 소리를 들려주는 경우가 많은데 VR-3는 그런 스피커는 아니다. 보컬의 고역이 쏘거나 공격적이지는 않은데 텁텁하고 펑퍼짐한 인상이다.
Gustav Holst/ The Planets (DG)
Orch) Philharmonia Orchstra
Cond) John Eliot Gardiner
우리가 대형 스피커에서 기대하는 것은 분명 강력한 저음이다. VR-3의 음조의 균형은 기대했던 대로(?) 저역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다. 10” 우퍼에서 나오는 저역은 부풀고 느슨한 편이다. 50Hz에서 150Hz 사이가 강조된 듯한 느낌으로 무게는 있지만 붕붕대는 더블 베이스 울림이나 둔탁한 팀파니의 소리를 들어보면 JBL이나 Cerwin Vega등에서 들을 수 있는 고전적인 아메리칸 사운드의 스피커를 연상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현대 스피커의 경향인 응답이 빠르고 음정이 명료한 저역은 아니다.
고역도 무덤덤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 현이나 금관 악기의 음색이 평범해서 매력이 부족하다. 청감상 초고역은 거의 내어주지 못하는 것 같다. 앰비언스 트위터의 음량을 높였으나 그렇게 큰 변화는 느낄 수 없었다. 각 챔버를 분리한 탓인지 음량을 높여도 저역에 의해서 중역이 마스킹되지 않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었지만 악기의 모습을 선명히 구분해주는 섬세함이라든지 음장의 투명도는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Queen/ Greatest Hits (EMI)
제작자가 락 그룹의 기타리스트였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그런 쪽에 중점을 두어서 스피커를 설계하지 않았을까하는 추측도 해볼만하다. 시청 결과 지극히 평범한 락 음악을 들려 주었다. 드럼 소리가 퉁퉁 울리고 기타는 윙윙댄다. 이러한 소리는 과거 국내 전축 소리에서도 들을 수 있었던 밸런스로 귀에 아주 익숙한 소리이다.
구태여 최근 스피커들 중에 이러한 밸런스를 지닌 것을 찾아본다면 AR 303a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이젠 기억 속에만 있는 그런 스피커들에 비하면 그래도 밸런스가 평탄하고 음장이 laid back하며 음상의 크기가 작은 편이니까 현대 스피커임에는 틀림 없지만, 제작자의 경력이나 내세우는 장점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시대를 뒤처져 가는 음질이 아닌가 한다.
필자는 락 음악 매니어는 아니고 또 간혹 들을 경우라도 Wilson Audio나 Thiel이 들려주는 치밀하고 세련된 락 음악을 더 선호하게 될 것 같다. 그렇지만 VR-3의 텁텁한 음색과 저음으로 치우친 밸런스를 더 사실적으로 느낄 분도 있을 것이다.
결 론
최근 스피커들은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에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높은 수준의 음질을 달성하고 있다. VR-3정도로 스피커의 크기를 키울 경우에 그 의도는 넓은 공간에서 큼지막하게 쾅쾅 울리는 저음을 듣자는 것일 것이다. 필자가 VR-3를 집 안에다가 들여 놓고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본격적으로 울리려고 마음 먹는다면 단단한 돌 받침을 깔고 뾰족한 스파이크로 띄운 다음에 스피커 뒤에는 Room Tune을 하고 저역을 조이는 Kimber 8TC 스피커 케이블을 연결하는 등 난리법석을 피울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의자 높이를 10cm 가량 높여서 트위터와 귀 높이를 일치시키고 “음 이제 밸런스가 잡히는군"이라고 중얼거리면서 흐뭇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을 것 같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VR-3는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주거 환경 특히 방에서 울리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스피커이다. 그것은 예전에 B&W 801 스피커를 방에서 울리려고 고생하던 분들이 고민하던 것과 마찬가지 이유이다. 그리고 VR-3는 클래식 음악을 정교하게 울리는 것보다는 넓직한 곳에서 락 음악의 드럼을 묵직하게 듣고자 하는 분에게 알맞은 스피커이다. Virtual Reality라는 거창한 제품명에서 혹 AV 서라운드 시스템의 메인 스피커로의 사용에 관심을 가질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고역의 뻗침이 부족하고 응답이 둔한 편이어서 적극적으로는 권할 수 없을 것 같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VR-3정도와 비슷한 가격대로 팔리는 플로어형 스피커로서는 Hales Concept 2($2700/320만원), Ruark Crusador II ($3300/320만원), Vandersteen 3 ($2595/290만원), Snell Type C/V ($2599/320만원) 등이 있다. 그리고 이들 모두가 VR-3보다는 한 수 위의 성능을 가진 스피커들이다. 음질적인 면에서 별로 메리트가 없는 VR-3의 320만원이라는 가격은 최근 달러화의 환율 강세를 감안해도 꽤 높은 편이다. 이번 시청에서는 VR-3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는 없었지만 진면목을 발견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 하나는 확인할 수 있었다.
사용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