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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쿤 SCA-7511 앰프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6. 7. 2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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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ifinet on 10/16 at 02:44 PM

투명함의 극치

노정현(evaa@hitel.net) 2003-10-16 15:45:33

들어가며

거창하게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을 들먹이지 않아도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오디오관련 제품들의 작동 원리가 100년 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변화한 부분은 그다지 많지 않다. 에디슨 축음기에 달려 있던 혼형 스피커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으며 스피커를 통해 큰 소리를 듣기 위한 증폭기의 기본 원리는 크게 변한 부분이 없다. 증폭기의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디지털 앰프를 통해 조금씩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에 소개하는 바쿤(Bakoon)의 SCA-7511은 아날로그 앰프이면서도 기존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사용하는 제품이다. 신기술이 언제나 사람들로부터 환영받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흥미를 끄는 것은 사실이다. 필자 또한 흥미에 이끌려서 이 제품의 리뷰 제안을 받아 들였는데 단순히 흥미로만 끝나기에는 매우 인상적인 제품이었다.

SCA-7511

  • 게인 : 20dB
  • 입력 : 전압 x 2
  • 출력 : 10W/ch x 2 (8Ω) 20W/ch x 2 (4Ω)
  • 옵션 : 직렬식 어테뉴에이터
  • 색상 : 갈색 메탈릭 도장 (한국판 - 흑색 축소 도장)
  • 크기(mm) :  76(H)x235(W)x345(D)
  • 무게 : 2.6kg
  • 가격 : ¥98,000
  • 문의 : 환뮤직(02-3465-1064)

SATRI 회로

일본 구마모토현에 위치한 바쿤 프로덕트 주식회사는 원래 정밀 기기를 생산하던 업체인데 90년대 말에 사업을 축소하면서 홈 오디오 분야에 관심을 돌렸다고 한다. 이 회사의 사장이자 SATRI 회로의 개발자인 아키라 나가이씨는 DA 컨버터에서 자신이 원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아날로그 출력단의 증폭부에 사용되는 네거티브 피드백(NFB, Negative Feed Back)이 문제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한다. 전압 증폭 방식의 기존 증폭기에서 발생하는 왜곡을 줄이기 위해 보정 신호를 되돌려 보내야 하는 것이 NFB인데 피드백의 시간차에 의해 또 다른 왜곡이 발생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 새로운 증폭 회로도가 생각이 났다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SATRI 회로의 전신이라고 한다.

이 회로를 가지고 만든 파워 앰프를 들고 곧바로 동경 오디오 포럼에 들고 가서 시연을 했고 결과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나가이씨가 개발한 회로는 SCA-7511의 심장이 되는 게인 조정 앰프의 프로토 타입이었던 것이다.

SATRI회로는 전류증폭 회로라고 종종 소개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전압이 아닌 전류를 증폭하는 방식은 이미 크렐의 CAST 시리즈에서 선보인 바 있다. STARI 회로는 전류를 다루기는 하지만 증폭하는 회로는 아니라고 한다. SATRI 회로에서는 증폭 소자의 증폭도에 의지해 증폭하지 않는다. 2개의 저항의 비에 의해 증폭하는 것이다. 입력 신호는 저항(R)에 의해 전류에 변환된다. 그 전류는 SATRI 회로에서 그대로 출력되고 출력단에 접속된 저항(RL)에 의해 출력 전류가 출력전압으로 변환된다. SATRI회로의 기능은 단지 입력된 전류를 그대로 출력할 뿐이다. SATRI 회로 내부에서 증폭이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전압을 전류로 변환하는 저항(R)과 출력된 전류를 전압으로 변환하는 저항(RL)의 비율로 증폭도가 결정되는 것이다. 증폭도A = RL/R 로 정해진다. 증폭은 이와 같이 저항만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왜곡의 발생이나 대역의 감소가 없다고 한다. 게다가 NFB를 걸지 않기 때문에 NFB 때문에 발생하는 트랜지언트(transient)나 타이밍의 왜곡이 없다고 한다. 또한 증폭 소자의 종류에 따른 특성 변화도 없기 때문에 좀 더 순수한 신호를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 회로를 사용하는 앰프들은 증폭되는 크기인 게인 자체를 조절함으로써 출력 레벨에 상관없이 일정한 비의 S/N을 가지게 된다. 일반적인 방식의 앰프들은 최대 증폭도가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신호의 증폭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출력 레벨이 낮아질수록 출력신호의 크기는 기저소음(noise floor)의 크기에 가까워지게 된다. 즉 낮은 레벨에서는 S/N비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SATRI 회로에서는 증폭도 자체가 변화하기 때문에 기저 소음의 비율도 같이 변화하게 되며 신호와 노이즈의 비율은 출력 레벨에 상관없이 늘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복잡한 피드백 회로의 설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왜곡의 보정중에 발생하는 시간의 왜곡이나 응답의 지연 등이 없어지는 것이다. 또한 전류에손을 대지 않기 때문에 슬류 레이트(slew rate)에 의 한 왜곡도 없어진다고 한다. 나가이씨는 이 회로를 개발하고 그동안 이런 접근법이 없었는지 열심히 찾아보았는데 이런 방식의 증폭회로는 처음이었다고 한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나가이씨는 몇 번에 걸친 회로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현재 생산하는 라인업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라인업은 DAC와 패스브프리앰프 그리고 파워앰프 등을 갖추고 있는데 SCA-7511외의 제품들은 SATRI link라는 전류 전송용 접속 단자를 가지고 있어서 DAC에서 발생한 전류가 파워앰프 종단까지 왜곡없이 흐르도록 하고 있다. 트랩스포트로부터 전송된 0과 1의 데이터가 지터에 의해 시간상의 오류만 가지지 않는다면 +와-로 변환된 신호가 왜곡 없이 파워앰프의 종단까지 유지되는 것이다.

디자인 및 사양

SCA-7511는 바쿤의 제품 중에서는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는데 설계의도 자체가 헤드폰 앰프이면서 소음량으로 스피커를 구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간소한 회로 구성이 가능하고 대규모의 물량 투입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SCA-7511에는 SATRI link는 없고 두 개의 싱글 엔디드 입력단만 장착하고 있다. 전면에는 입력 선택 스위치와 볼륨 그리고 헤드폰 출력단이 있다. 도시락통 만한 조그만 섀시와 전면 패널은 모두 검정색인데 우리 나라 사람들의 취향에 맞추어 적갈색은 수입되지 않는다고 한다. 리모컨은 지원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외관과 편리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 제품이다. 이 앰프의 출력은 일반 전압 증폭 앰프의 그것과 비교하면 대략 8옴에서 10와트 정도라고 한다. 제조사 자체가 이 앰프의 기본적인 목적은 헤드폰용이며 고감도의 스피커와 사용할 경우만을 상정한 제품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에(이 제품의 정식 명칭도 SATRI Headphone/Compact amplifier이다) 이 제품의 출력이 너무 낮다는 것에 대해서 굳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물론 바쿤에서는 더 높은 출력의 파워앰프를 생산하고 있으며 출력이 높아지는 만큼 가격도 상승한다. 따라서 이 제품은 기본적으로 10와트 미만의 출력을 가지는 싱글엔디드 증폭 방식의 진공관 앰프와 사용하라고 만들어진 스피커들과 같이 매칭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필자는 그런 고감도의 스피커들을 구할 수가 없어서 현재 사용중인 B&W의 시그너쳐 805 스피커를 통해서만 들어 보았다.

음질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제조사가 자랑하는 대로 대단히 뛰어난 S/N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앰프 자체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소음이 거의 없다. 트랜스로부터 발생하는 소음은 물론이고 스피터 유닛을 통해 전달되는 열잡음도 없다. 보통의 앰프들은 조금씩이라도 열잡음이 있기 때문에 전원을 넣은 상태에서 스피커에 귀를 대 보면 “싸아~"하는 잡음이 들리기 마련인데 SCA-7511의 경우 트위터를 귀에 집어 넣는다고 해도 그런 소리를 들을 수가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  따라서 전면 패널의 표시등이 없다면 앰프가 켜진 것인지 꺼진 것인지 소스기기를 동작시켜 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가 없다.

거의 0에 가까운 기저소음 덕택에 바쿤 앰프를 통해 재생되는 소리의 최대 강점은 극도로 깨끗한 배경 속에서 솟아오르는 이미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이아나 크롤의 “trust your heart"를 들어보면 원래 녹음이 좋은 음반이기는 하지만 각 음원과 음원 사이의 빈 공간이 무척이나 깨끗하게 표현되어서 상당히 입체적이면서도 정교한 이미징을 체험하게 되며 낮은 볼륨에서도 드러머의 스틱 움직임이나 보컬의 노래하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많은 디테일들이 그대로 보존된다. 낮은 레벨에서 뭉개짐이 없는 디테일의 표현은 가격을 불문하고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 캐롤 키드의 “I thought about you"를 들어보면 전체적으로 규모가 축소되기는 하지만 깨끗하게 울려 퍼지는 도입부의 피아노는 감탄할 정도이며 드럼과 베이스의 타이밍이나 리듬감도 매우 휼륭하다. 캐롤 키드의 보컬 자체는 두말할 필요 없이 투명하고 섬세하게 울려 퍼진다. 투명함과 섬세함이라는 측면에서는 이 제품의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물론,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들 중에서 대단히 낮은 로이즈 레벨을 가지고 대단히 깨끗한 배경을 재생하며 모든 디테일을 고스란히 들려주는 앰프들도 많지만 이럴 경우 고역 윗 부분이 어딘지 모르게 딱딱하게 느껴진다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 때가 많은데 바쿤은 전혀 그런 딱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필자가 사용하는 유니코 I의 음색이 딱딱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 제품은 일반 오디오 제품들이 주기 쉬운 불쾌감이 없다. 그렇다고 이 제품이 뭉툭한 소리를 들려 주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비욘디와 유로파 갈란테의 “비발디-화성의 영감"을 들어보면 독주 바이올린이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매우 예리하게 표현된다. 더불어 음색의 표현도 매우 인상적인데 특별히 풍성함을 강조한다든지 혹은 건조해서 퍼석퍼석한 느낌이 든다는지 하는 면이 없이 매우 중립적인 음색을 유지해 준다. 이 부분은 실재로 들어봐야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진공관 같지도 않고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같지도 않은 그런 소리이다.  즉, 매우 중립적인 음색을 유지하면서 일반적으로 좋은 오디오 제품들에 따라 붙는 “섬세하면서 투명하고 잘 정제된"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제품이다. 바꾸어 말하면 그만큼 왜곡이 적다는 뜻이다.

여기서 잠깐 오디오의 왜곡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하는데 오디오 제품 자체에서 만들어지는 왜곡도 있지만 제품간의 상호 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왜곡도 있다. 후자의 대표적인 경우는 스피커의 부하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앰프가 만들어 내는 왜곡일 것이다. 낮은 레벨에서는 바쿤 자체가 특별한 왜곡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 어렵다. 거의 모든 것이 정확하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볼륨을 높일수록 문제가 생긴다. 일단 볼륨을 아무리 올려도 어느 정도 이상의 큰소리는 나오지 않으며 특히 다이내믹스 변화의 폭이 큰 곡에서는 그 변화를 전혀 나타내 주지 못한다. 정경화가 연주한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을 들어보면 팀파니의 연타가 충분한 무게를 갖지 못할 뿐 아니라 투티까지의 음량 변화 폭이 매우 부족하다.  위에서 언급한 캐롤 키드의 “I tought about you"에서도 낮은 레벨에서는 대단히 정확한 박자감과 타이밍을 들려주지만 볼륨을 올리면 좀 더 증대되어야 할 드럼이나 베이스의 충격이 그다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제조사가 밝히는 이 제품의 설계의도는 여기서 명확해 지는데 일반적인 박스 형태의 다이내믹스 스피커와는 어울리기 힘든 제품이라는 것이다. 이 제품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300B앰프와 사용하라고 만들어진 특별히 감도가 높은 스피커를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솔릴로퀴나 코인시던트 같은 소출력 진공관 앰프를 위한 다이내믹스형 스피커나 고감도의 혼 스피커를 위한 앰프인 것이다. 음질을 떠나서 열잡음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고감도의 스피커들과 사용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스피커의 부담으로부터 해방된다면 이 제품은 대단히 투명하면서 섬세하고 입체적인 음장감을 전달해 줄 것이며 동시에 매우 왜곡이 적은 음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스피커 선택만 현명하게 한다면 끝없이 투명한 소리를 체험할 수 있는 제품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이 제품이 필자의 B&W 시그너쳐 805 스피커에서 큰 소리를 내기에는 적절치 못한 제품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일반적인 앰프들이 소리를 키워감에 따라 찌그러짐이 증가하는 것과 달리 이 제품은 볼륨을 올려도 음량이나 다이내믹스가 원하는 대로 늘어나지 않을 뿐이지 찌그러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이 제품의 용도에 맞는 스피커와 연결한다면 원하는 만큼의 다이내믹스와 왜곡이 적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글을 맺으며

바쿤의 SCA-7511는 매우 뛰어난 음질을 지녔지만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 제한된 조건 하에서 뛰어남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음악을 들을 때 필요한 출력은 대개 10와트 근방이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급격한 다이내믹스를 표현하려면 100와트 정도는 금방 넘어가 버리기 때문에 가급적 출력이 넉넉한 앰프를 마련해서 여유있는 다이내믹스의 표현을 즐기려고 하는 것이다. 감도가 매우 높고 울리기 쉬운 스피커라면 당연히 많은 출력이 필요치 않다. 그런 스피커를 사용한다면 바쿤의 SCA-7511는 가격을 불문하고 반드시 관심을 가져봐야 할 제품이다. 진공관 앰프처럼 풍성한 음색을 들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진공관 앰프와 같은 매끈함이 있고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의 불쾌함은 없으면서도 섬세한 이미징과 깨끗한 배경을 표현해준다. 필자는 이 제품을 듣는 내내 정말로 아무런 가감이 없는 중립적인 소리가 바로 이런 소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피커의 부하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는 왜곡을 피해 준다면 매우 순순한 소리를 즐길 수 있는 제품이다. 사용하기에도 그리 편한 것은 아니고 또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저출력의 앰프를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분이라면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시청기기

  • SACDP/DVDP : Philips DVD 963SA, Sony SCD-XA3000ES
  • Inte amp : Unison research Unico I, Bakoon SCA-7511
  • loudspeakers : B&W Signature 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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