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박우진
근래 필자도 리뷰하기가 부쩍 힘에 부치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몇몇 제품에 대해서는 꼭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앞서 인티앰프 리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필자는 심오디오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그래서 서브 시스템으로 인티앰프의 구입을 진지하게 고려하던 참에, 마침 수입원에서 심오디오의 Moon CD 5.3 CD플레이어와 인티앰프 조합의 리뷰를 의뢰했다. 이미 최윤욱님께서 두 제품에 대한 리뷰를 진행하셨지만, 필자 역시 같은 시리즈 조합의 소리에 대해서도 상당히 흥미를 느꼈기 때문에, 어쩌면 중복 리뷰가 될 제안을 수락했다.
두 제품의 가격은 4백만원 근처로, 스피커와 합쳐 1천만원 내외의 오디오를 고려하는 분들께, 비교적 용이하게 추천이 가능한 가격대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CD 플레이어보다는 앰프 쪽에 좀 더 비중을 두는 경향이 강하므로, CD 플레이어는 조금 비싸고, 앰프는 저렴하다고 생각할 만 하다. 제품을 받고 나니, 역시 같은 브랜드, 같은 시리즈의 제품으로 잘 어울리는 짝이라는 인상이다.
CD 플레이어에 불필요해 보이는 양 옆의 방열판이 그대로 있고, 또 네 개의 기둥과 그에 연결된 스파이크 역시 그대로다. 예전 와디아 같이 새시와 기둥이 일체화된 제품에 비하면, 심 오디오의 기둥은 스파이크는 조금 불필요한 장식처럼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바가 있다. 하지만 랙에 넣어두면 기둥이 있는지 없는 지 잘 보이지 않고, 오직 음질을 위한 진동 차단 역할만 제대로 담당하게 될 것이다. CD 플레이어 역시 5.3 인티앰프와 마찬가지로 두꺼운 알루미늄 새시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CD 트레이에 해당하는 부분이 위로 솟아 있어서, 그보다는 볼륨감이 월등하다. 전면에서 두 제품을 봤을 때에는 흡사 톱 로딩 제품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오히려 그와 달리 인티 앰프 쪽이 더 슬림하고 되려 약간 갸날펴 보이기까지 한다. 이와 달리 CD 플레이어만 놓고 보면 중급기로서는 보기 드물게 중량감이 있다.
전면 패널은 심플하면서도 유니크한 디자인이다. 빨간 색의 디스플레이는 솔직히 마음에 드는 모습은 아니지만, 재생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한다. 그리고 두 제품을 함께 조작할 수 있는 리모트 컨트롤이 제공된다. 인티 앰프 리뷰 때에는 리모컨이 제공되지 않아서, 그냥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간편 리모컨이나 있을까 생각했는데, 실제론 기대하지도 않은 거창한 리모트 컨트롤이 부속되어 있었다. 버튼이 깊게 들어가 있어서, 손가락을 꾸욱 눌러야 하는 등 조작하기도 불편하고, 버튼 숫자에 비해 직관적인 조절이 불편한 타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번 사용해보면, 손에 푸짐한 리모컨을 사용하는데 따른 만족감이랄까 자꾸 조작하고 싶어지는 묘한 매력이 있다.
후면을 보면, 뒷 부분에 밸런스드 출력이 없고, 단지 밸런스드 출력을 위한 자리만 남겨 놓았다. 인티앰프에도 밸런스드 출력이 없어서 두 제품을 함께 사용할 분에겐 어차피 상관 없는 일 아닌가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400만원대 CD 플레이어 제품으로는 조금 아쉬움이 있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디지털 출력은 S/PDIF 오직 하나 뿐이다.
CD 플레이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워낙에 최윤욱 필자님께서 상세하게 기록하셨으므로, 또 다시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아래 최윤욱님의 리뷰를 인용한 내용을 참조하시고 가급적 두 조합의 소리에 대해서 힘이 닿는 한 자세하게 묘사해보도록 노력하겠다. 틸의 CS6 스피커를 레퍼런스로 사용하는 최윤욱님과 달리 필자는 북셀프 타입의 B&W 805S 스피커를 사용했다. 필자가 다시 B&W 805S를 들여놓은 이유는 역시 매칭에 대해 무난하고, 시스템의 성격을 파악하기 쉽게 때문이다. 시청 시스템이 다른 만큼 두 필자의 리뷰가 다소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을 법하므로, 그런 점을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CD5.3은 전원 트랜스를 디지털부와 아나로그부에 별도로 공급하게 두 개를 갖추고 있다. 트랜스포트 메커니즘은 필립스 제조로 홈 오디오용으로 개발된 제품이다. 클럭 주파수는 50PPM을 사용한다. 메커니즘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어주는 컨버터 칩인데 CD5.3은 버 브라운의 1730E를 사용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24bit/352.8kHz의 스팩을 자랑하는 컨버터 칩이다.
CD의 기본 샘플링 주파수인 44.1kHz 에 8배 오버 샘플링을 해서 352.8kHz로 컨버팅한다. 내부를 열어 보면 스펙대로 두 개의 전원 트랜스포머가 보이고 전면에 메카니즘이 위치하고 있다. 외관은 전면에서 보면 메커니즘 위치 한 중앙부가 약간 올라온 형태를 띠고 있다. 디스플레이 창이 크고 글자도 커서 시인성이 아주 좋다. 특히 LED 색이 적색이라 특히 더 눈에 확 들어온다. 다만 취향에 따라서는 너무 눈에 띄어서 부담스럽다고 할수도 있겠다.
첫눈에 CD5.3을 보면 여타의 씨디플레이어들과는 다른 모양을 갖추고 있는 것을 알수가 있는대 바로 전후좌우에 위치한 황동제 앵커베이스이다. 필자의 집은 마루바닥이라 박스에서 처음 꺼낸 후 이걸 어디다 놓아야 할지 한참을 망설였다. 결국 바닥에 내려놓지 못하고 상판이 유리인 랙위에 놓을수 밖에 없었다.
리모컨을 애기 안할수가 없다. 다이캐스팅 알루미늄에 절삭을 한것으로 추정된다. 누르는 단추가 고무 재질이 아닌 플라스틱 재질이다. 어딘선가 딸깍 거리는 작은 소리가 나서 무엇인가 계속 추적을 하다 보니 손에 들고 있는 리모컨이었다. 플라스틱 재질이라 유격이 있어서 들고 조작하다 보면 딸깍 거리는 소리가 난다.
- 최윤욱
처음 이 두 제품을 전원을 넣고 바로 들으면 굉장히 터프하게 들린다. 소리가 사정없이 앞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뭔가 정리가 되지 않고 산만하게 느껴진다. 다이내믹스가 대단하다는 느낌은 들지만, 뭔가 드세고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반드시 하루 정도는 워밍업을 시킨 다음에 들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 후엔 제품 후면의 전원 스위치는 절대로 사용하지 말고 스탠바이 스위치만 살짝 활용하면 될 것 같다. 일반적으로 CD 플레이어는 계속 켜두어도 부품의 수명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전력 소모도 거의 없다고 알려졌다.
우선 Ian Bostridge가 노래하는 Schumann의 Liederkreis Op2.4(EMI Classics 7243 5 56575 2 7)부터 시작한다. 워밍업 전에는 어수선하게 들리던 소리가 완전히 자리를 잡고, 차분하고 단정하게 정리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인티앰프 리뷰에서 언급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피아노 소리나 목소리가 스피커 앞쪽으로 나와 있는 편이다. 이를 테면, 콘서트 홀의 가장 앞자리에서 앉아서 가수의 침을 얼굴에 맞아가면서 듣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시스템에서 가냘프게 들리던 보스트리지의 목소리를 대단히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힘차게 부르는 부분에서는 목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서, 감상자의 고막을 적극적으로 압도한다. 피아노 소리도 마찬가지로 바로 앞에서 타건하는 것처럼 힘차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약음으로 섬세하게 노래하는 부분에서는 굉장히 포근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들려주며, 나른할 만큼의 유연한 표현이 가능하다. 숨이 입술에 부딛혀서 나는 소리가 굉장히 리얼하게 느껴진다. 대신에 이 조합의 고음 재생은 완전히 개방적이기보다는 조금 그늘진 것처럼 어둡게 들리면서, 대신에 전체적인 음색을 진하게 들려주는 타입이다. 마치 약간 어둠을 더함으로써 좀 더 입체적으로 부각된 이미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가격을 고려하면, 상향 평준화된 최신의 하이엔드 제품에서도 굉장히 예외적인 존재라 할 수 있다.
Jennifer Warnes의 Best 앨범(BMG)에서 두 번째 트랙의 Hunter를 들어보면 목소리가 여전히 두텁고 진하게 들린다. 어떤 오디오에서 듣던 것보다도 소리가 설레이고, 들떠있어 조금 불안하게 들릴 정도가 된다. 특히 가수의 발성 과정에서 음표의 높낮이와 강약에 따라 음색이 미묘하게 변화하는 느낌이 굉장히 리얼하다. 어떤 시스템에선 같은 음악도 굉장히 무덤덤하고 탄력이 넘친다. 반주 악기의 소리가 굉장히 부각되는데, 마치 에너지가 100% 충전된 것처럼 강력한 존재감을 갖고 재생된다. 드럼 소리 같은 경우 스틱에 부딛혀서 만들어지는 어택이 귀에 바로바로 전해지는 인상이 된다. 분명히 선호도가 나뉘어질 부분인데, 좀 더 차분한 소리를 선호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직전에 리뷰한 아큐페이즈 DP78 같은 경우엔 굉장히 순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만들어낸다. 당시 리뷰에서 아쉬움으로 남겨 두었던 "열정"에 대한 요구가 심 오디오의 제품에는 150% 반영된 셈이다. 둘 다 수준 높은 기기이지만, 역시 좀 더 저렴한 심 오디오의 소리는 기준 점에선 더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만일 다른 플레이어와 같은 음량으로 듣는다고 가정하면 약간 볼륨을 낮춰 듣고 싶은 정도가 된다. 음량을 낮춰서 그런 성격이 바뀐다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차분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반주 피아노의 소리는 매우 당당하고 두터우며, 또렷하게 리듬을 부각시킨다. 드럼이나 베이스의 저음은 북셀프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풍부하면서도 확고하다. 그러한 적극적인 표현을 하기 때문에 팝이나 록 음악에 적합하고, 굉장히 넓은 공간에서도 음악이 귀에 겉돌지 않고 쏙쏙 들어오도록 굉장히 잘 들릴 것 같다.
Jos Van Veldhoven이 The Netherlands Bach Socioety를 지휘한 모짜르트의 레퀴엠(Channel Classics CCS SA18102)에선 그동안 묻혀서 잘 들리지 않았던 모든 악기들의 음색과 음표가 화사하게 살아나는 데 감탄한다. 이전에 이 가격 대의 제품이라면 합창과 악기의 조화를 굉장히 피상적으로 들려주기 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선 반주 악기와 합창이 그야말로 한데 어우러져 작곡자가 의도했으리라고 생각되는 재생음이 된다. 특히 2악장 kyrie에서 모든 악기들이 마치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면서 점차적으로 감정이 고양되는 장면은 정말 기가 막히다고 밖에는 할 수 없다. 3악장 Dies Irae에서의 도입부에서 스피커의 구동력이 약한 제품은 밸런스가 위로 기울어지면서 템포가 흐트러지는 느낌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제품에선 모든 악기가 정확하게 같은 타이밍과 정해진 음량을 유지함으로써 완벽한 하모니가 재생된다. 따라서 휘몰아치는 듯한 강력한 패시지가 아니라,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음악에서도 음악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독창자들이 하나의 멜로디를 조금씩 변주하면서 주고 받는 제 5악장에서의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는 정말 일품이다. 한편으로 이 음반에서는 소프라노의 목소리가 제대로 뻗지 못하고 닫힌 듯이 들리는 한계도 약간씩 드러난다. 좀 더 맑고 깨끗하게 뻗는 소리를 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약간 아쉬운 만큼 남겨 놓는 것이다. 귀를 기울여 미세한 소리결을 느껴보고 싶지만, 욕심만큼 내주질 않는다. 사실 마크레빈슨, 또 dCS나 와디아 같은 고급기에서도 바이올린이나 소프라노처럼 소리가 작은 고음 악기들에선 소리가 쭉 뻗는 개방적인 고음을 내주지는 않기 때문에 이를 크게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찌 보면 디지털 사운드의 한계라고 할까. 하지만, 그런 한계점을 나름대로 뛰어넘는 기기들도 있긴 하다. 어쨌든 이 조합의 소리에선 감상자와 무대 위의 물리적인 거리는 가깝지만, 전면이 환하게 열린 듯한 궁극의 투명도까지는 내주지 않는다.
Krystian Zimerman이 연주하고 Pierre Boulez가 Cleveland Orchestra를 지휘한 라벨의 피아노 콘체르토(DG 449 213-2)에서도 그런 아쉬움은 마찬가지다. 2악장에서 목관악기가 피아노의 반주로 서정적인 멜로디를 노래하는 장면에선 약간의 베일이 드리워진 것처럼 이미징이 명확하게 부각되지 않는다. 그 수 많은 악기를 그냥 세워 놓은 상태에서 단 한 악기의 여린 소리를 들려주는 모습은 하이엔드 오디오의 재생 실력을 바로 드러내는 난해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선 역시 진공관 앰프가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는 경향이 있지만, 관현악의 스케일을 고스란히 전달해줄 진공관 파워앰프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는 점이 문제다. 일천만원 대 이하 인티앰프와 일체형 CD의 조합에서 관현악의 다이내믹스를 살려주는 장점에선 분명 이 조합만한 제품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 3악장에서 음량이 점점 커져가면서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부분에선 짜릿한 긴장감이 초래되고 찌그러짐 없이 시원스레 터져나오는 다이내믹스는 감상자에게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큰 북이나, 팀파니, 그리고 작은 북의 서로 다른 음색이나 규모감이 고스란히 재생되어 감상자에게 쾌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다음 트랙인 우아하고 고상한 왈츠(Valses nobles et sentimentales)에선 타악기의 어택이 화려하게 느껴질 만큼 대단한 박진감과 박력을 선사해준다. 감상실을 넓직하게 둘러싸는 사운드 스테이지의 위용은 이 앰프의 사이즈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 만큼 대단하다. 오히려 분리형 제품에서도 이 인티앰프보다 사운드 스테이지가 좁은 제품이 있다. 그리고 이 크기의 인티앰프로서는 좀 과장하면 끝을 모르는 파워를 지니고 있다. 볼륨 수치가 최대 50에서 30 정도로 귀를 압도하는 데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듣고 있으면서 "쪼그만 게 대단하네"라며 내내 흡족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적어도 인티앰프를 놓고 말하면 이 가격대에서 관현악 감상에 가장 좋은 실력을 지니고 있고, CD5.3 역시 관현악 감상에 적합한 소스 기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Jacques Loussier Trio가 연주한 The Best of Play Bach(Telac SACD-63590)에서의 느낌은 굉장히 흥겹다는 것이다. 말쑥한 클래식 콘서트홀 보다는 요란한 재즈클럽에서처럼 어수선하고 왁자지껄한 느낌이 된다. 이 음반의 녹음 자체는 오히려 맑고 세련된 분위기였다고 생각했는데, 이 조합에서의 소리는 또 그와는 많이 다르게 된다. 베이스 기타의 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리고, 전체적인 음악적 분위기를 두껍고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드럼의 어택은 굉장히 무겁고, 크고 단단하다. 그래서 이전에 듣던 시스템에선 자끄 루시에의 피아노 소리에 보다 귀가 기울어졌다고 하면 여기선 모든 악기가 똑 같이 부각되면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낮은 쪽으로 이동되었다. 마치 물고기가 팔팔 뛰는 것처럼 힘차고 탄력적인 베이스를 내주니, 당연히 흥겹지 않을 수가 없다.
굳이 이 조합의 단점을 타제품과 비교하여 들어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야 될 듯 하다.
음색이 훌륭하긴 하지만, 최상의 제품에 비교하면 미드레인지 부분에서 아주 약간의 그레인이 남아 있다. 분명 유연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편이긴 하지만, 그 텍스처라는 부분에선 매끈하고 세련된 느낌이 다소간 부족하게 느껴진다. 다른 브랜드의 CD 플레이어를 예로 들면 메리디언 G08 CD 플레이어처럼 분명히 더 싱그럽고 고상한 미드레인지를 들려주는 제품들도 있다.
그리고 고역의 개방감과 투명도가 최상의 수준으로 재생되지 못하는 점도 들어야 되겠다. 소리 끝이 가늘게 풀어헤쳐지기 보다는 둥글고 부드럽게 뭉쳐진 인상이 있다. 현의 합주 부분에서 개별적인 악기의 존재감까지 느끼기엔 아주 약간의 디테일이 부족하다. 좀 더 저렴하지만, 마란츠의 SA-11S1은 그런 부분에선 가격 대를 월등히 뛰어넘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앞서 사운드 스테이지에 대한 불만도 언급한 적이 있다. 이 부분에선 마크레빈슨의 No.390S가 가지런하고 또 나긋하게 펼쳐진 소리를 들려주어 절정의 제품이라고 할 만하다. 물론 dCS나 EMM Lab처럼 그 이상의 능력을 지닌 제품도 있지만, 그건 지금 이야기하는 것과는 이미 다른 플래닛에서의 이야기가 된다. 하여튼 CD 5.3의 사운드 스테이지는 좀 유별나다고 할 정도로 연주자와 감상자를 밀착시킨다. 듣는 음악이나 취향에 따라 분명히 선호도가 나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 제품의 가격을 고려하면 역시 이상의 단점마저도 너무나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사용자에 따라선 CD5.3의 사운드스테이지에 더욱 큰 매력을 느낄만 하다. 그리고 모든 음표를 정확하고 풍부하게 살려주는 여유로움을 높이살 만하다.
사용상에 발견한 부분이 있는데, CD 플레이어의 경우 전원 사정에 다소 민감한 듯 하다. 노이즈나 오동작이 발생하는 일이 많았다. 외부 노이즈 차단을 위해 차폐 트랜스라도 붙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론 전체적인 결론을 이야기해야 한다면, 심오디오의 Moon CD5.3은 중급기로서 하이엔드 급에 가까운 소리를 내주는 제품이다. 그렇지만 그렇게만 마무리하면 이 열정적인 CD 플레이어의 소리에 대한 설명으로는 뭔가 부족한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사실 심오디오의 이전 모델 CD 플레이어의 소리는 좋긴 했지만,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하기 힘들었다는 기억인데, CD5.3은 쉽사리 잊기 힘든 소리를 만들어냈다. 마크레빈슨이나 와디아, dCS 등의 특색을 고루 반영한 듯한 소리가 아닌가 싶다.
인티앰프와의 조합은 디자인으로서나 가격적으로나 또 음질 적인 면에서 기대한 만큼 이상적인 조화를 만들어냈다. 나긋함이나 투명함, 그리고 세련됨은 다소 부족하지만, 투박한 것 같으면서도 스트레이트하게 스피커 유닛을 때려내는 어택은 대단한 매력이다. 그리고 두 제품을 듣다보면, 혹시 CD 플레이어가 달린 인티앰프가 아닐까 생각할 만큼 매칭 면에서 독특한 장점을 발휘한다. 볼륨을 조작해보면, 다른 CD 플레이어의 조합과 달리, 원하는 만큼 정확한 레벨 조정이 가능하고, 음색적으로도 워낙에 잘 매치가 되는 것 같다.
이 두 제품은 가격에 비해 워낙에 강렬한 인상을 주는 만큼 열렬한 지지자들을 확보할 만 하다. 오디오 메이커들이 거의 중립적이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추구하다보니 자신만의 개성이 많이 약해진 감이 없지 않다. 뭔가 특별하게 매료될 만한 부분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심오디오의 Moon 시리즈에서 그 동안 잊었던 오디오의 매력을 재발견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