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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릭, Evo CD 플레이어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6. 11. 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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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ek Audio Evo CD Player



posted by 박우진

서론

크릭은 인티앰프와 CD 플레이어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영역을 지니고 있는 브랜드. 1983년도에 마이크 크릭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4040 앰프를 출시한 이래 지금껏 오디오 팬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크릭은 처음부터 값비싸지 않은 모델로 시작했고, 성공한 브랜드로 자리 잡은 지금도 고가의 모델은 없다.

스테레오파일의 A등급 추천 기기로 올라 화제가 된 5350SE 인티앰프의 성공 후에도, 마이크 크릭은 남들이 한 번 해 볼만한 고가의 제품을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점점 비싼 기기로 업그레이드하는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크릭오디오가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 크릭은 계속 오디오 입문자들에게 계속 좋은 친구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크릭은 기존 제품들을 일신한 새로운 시리즈를 자신있게 시장에 선보였다. 43 시리즈를 개선한 Evo 시리즈, 그리고 Classic 시리즈와 새로운 최상급 기종으로 Destiny 시리즈로 정리되어 있다. 이번엔 Evo 시리즈를 먼저 소개하게 되었다.

제품 소개
Evo 시리즈의 샤시는 더 세련되어지고 고급스러워졌다. 전통적인 검은 바탕의 녹색 새시가 그립지만, 보다 산뜻한 이미지를 선택했고, 새로운 사운드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전면 패널은 두껍고 묵직해 보이며, 윗 부분을 적당한 각도로 매끈하게 커팅해서 슬림하고 부드러운 감각으로 마무리했다.

보다 고전적 디자인의 클래식 시리즈와 비교하면, CD 플레이어와 인티앰프 모두에 푸른색의 형광 디스플레이를 적용해서 보다 현대적인 분위기를 낸다. 디스플레이의 밝기는 리모컨으로 조작할 수 있다. 본체의 버튼이나 볼륨의 촉감도 개선되어 전반적인 느낌이 100만원대 제품에 손색이 없다.

Evo CD 플레이어는 전용 CD 플레이어로, 그 가격 대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의 제품이다. 새시의 크기만 놓고 보면. 43 시리즈와 달리 제품의 깊이가 상당히 증가되었지만, 높이는 여전히 낮다.

내부 회로에 대한 설명은 크릭의 홈페이지와 캐털로그, 그리고 하이파이 초이스 매거진의 리뷰를 참조했다.

Evo CD 플레이어에는 필립스의 VAM1201 레이저 어셈블리와 로더를 사용한다. 여기 사용된 트랜스포트는 기존 CD43MK2, CD50, CD53 CD 플레이어 등과  레이저와 칩셋 부분은 동일한 것이다. 한편 더 비싼 Classic과 Destiny CD 플레이어에선 DVD-ROM(ATAPI) 드라이브를 사용했다.  서보 컨트롤과 디코딩 부분은 필립스제 칩셋이 담당한다.

파워 서플라이 부분에는 철심 트랜스포머와, 특별 설계한 필터를 사용했다. 전원부의 용량은 제품의 저렴한 가격에 걸맞게 적당한 정도로 맞춰 놓은 듯 하다. 그리고 디지털과 아날로그 부분, 그리고 마스터 클럭 부분은 격리해서 간섭하지 않도록 해놓았다. 전압 셀렉터를 외부에 두었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도 간편하게 그 전압을 변경해 사용할 수 있다.

마이크 크릭은 CD 플레이어가 좋은 소리를 내는데 마스터 클럭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vo CD 플레이어의 경우 드라이브에서 D/A 컨버터로 가는 데이터와 마이크로 컨트롤러를 동일한 주파수로 클럭하도록 마스터 클럭을 설계했다.   디코더를 나온 데이터는 24비트/192kHz 사양의 버브라운 PCM1738 DAC에서 D/A 변환된다. 흔히 D/A 변환 전에 업샘플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제대로 업 샘플링하지 않으면 성능 면에서 이점이 없다고 생각하여 업 샘플러는 제외했다. 특히 Evo CD 플레이어에는 제대로 된 업샘플링 회로를 넣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D/A 변환에는 4개의 Burr-Brown OPA604 OP 앰프를 사용하며, DAC의 밸런스드 출력을 모은 다음 전류-전압 변환을 실시한다.

그 다음에는 디지털 아티팩츠를 제거하기 위한 아날로그 필터링이 필요하다. 후방의 연결 기기가 아날로그 필터의  특성을 변화시키지 않도록 출력 단자에서 신호를 버퍼링할 필요가 있다. 2개의 듀얼 OPA2134 OP-amp로 신호를 버퍼링하고, 필요시 그라운드에서 신호를 뮤트할 수 있는 릴레이도 적용했다.

출력 단자는 접촉 강도와 외관을 고려해서 금도금된 고급 부품을 사용했으며, 옵티컬 디지털 단자도 장비했다. 전원 접속 부분은 표준의 IEC 플러그를 사용하며, 고급 파워 코드를 제공한다.

리모컨은 역시 저가 기기에 어울리지 않게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다만, 조금 무거운 느낌이 들고, 모든 버튼이 동일한 원형 형태여서 직관성이 크게 떨어진다. 그리고 Evo는 전용의 리모트 컨트롤을 사용하므로 이를 Classic이나 Destiny 시리즈와 함께 사용할 수 없다.

감상
처음 시청은 Simaudio의 Moon i5.3 인티앰프에 물려서 진행한다. 비교 대상의CD 플레이어로는 Esoteric의 DV-60을 사용했다. 우선 조스 반 벨트호벤이 네덜란드 바흐 소사이어티를 지휘한 모짜르트의 레퀴엠(Channel Classics CCS SA1810218102)을 먼저 들어본다. 클래식 음악의 재생에 적합한 가지런한 무대감과 중 고역대의 매끄러운 밸런스에 감탄하게 된다. 감상자와 음원 사이의 거리가 굉징히 잘 유지되어 안정된 무대가 만들어지는 편이다. 그리고 중 고역 대의 특정 부분에서 소리가 튀거나 밝아지는 일이 없이 아주 매끄럽다. 그리고 음량을 상당히 올린 상태에서도 귀에 자극되는 소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쉬운 점은 저음의 양과 깊이가 적고 해상도가 낮아서 세부적으로 듣고자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저음의 반주 악기가 거의 들리지 않아서 이런 부분에 신경 쓰는 감상자라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가격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세부적으로는 모자람이 있을 지언정,  전체적으로 음악적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솜씨는 매우 좋다. 오디오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소리보다는 음악을 즐기게 해주는 CD 플레이어라는 생각이다. 과거 크릭의 5350SE 인티앰프에서 소리가 가늘어지거나  밝아지는 것에 익숙해진 분들이라면 굉장히 의외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원래 5350SE 인티 앰프 이전에 크릭이 지향하는 소리에는 이 쪽에 가깝다. 소리 이미지의 크기는 결코 크지 않지만, 스피커 뒤 쪽에서 가지런히 형성되는 형태가 된다. 소리가 핀포인트적으로 가늘어지거나 이미지를 조밀하게 표현하는 일도 없다. 그런 점에선 이미지와 배경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할 수도 있어 보인다.

알프레도 브렌델이 연주하고 사이먼 래틀이 베를린 필을 지휘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No.5 "황제"(Philips 462 784-2)를 감상해 봤다. 역시 이 음악에서도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내는 능력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도입부의 역동적인 패시지를 그야말로 제대로 박력있게 재생해 낸다. 악기들이 전부 제자리를 잘 지키면서 정확한 시점에 힘이 제대로 실린 소리를 내준다. 참고로 이 음반은 해상도나 음색, 그리고 디테일 부분에서는 필립스의 음반 답지 않게 상당히 아쉬움이 많은 편이지만, 음악적으로는 노련하면서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선 이 크릭의 CD 플레이어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소리가 나오는 뒷 배경이 굉장히 조용한 편이어서 음악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진다. 이 것도 이 가격 대의 제품으로는 굉장히 드문 장점이다.

이안보스트리지가 노래하는 슈만의 리더크라이스 OP.24(EMI 7243 5 56575 2 7)을 들어본다. 여기서는 브리티쉬 사운드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단정하고 차분한 재생음이 돋보였다. 가수의 위치가 무대 중앙에 안정감 있게 자리잡으며, 소리의 두께감이나 촉감 모두 양호하다. 그리고 충실한 밸런스 뒤로는 체급 이상의 힘이 뒷 받침 된다. 보스트리지의 싱싱하고 열정적인 음색을 호소력이 느껴질 만큼 힘 있게 전달해낸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품위있고 부드러운 표현을 하고 있다. 음악 감상을 방해하는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거나, 음악의 힘을 전달하지 못하는 빈약한 소리를 내는 일은 없다.

자끄루시에 트리오의 <The Best of Play Bach(Telarc SACD-63590)>SACD를 들어본다. 여전히 소리가 가늘어지지 않고 풍부한 음색을 내는 것에는 좋은 점수를 줄 만하다. 하지만 중 저역대 위주의 이 음반에선 아까와 달리 뭔가 어수선하고 뒤죽박죽이 되는 인상이 된다. 특히 볼륨을 올리면 소리가 감상자에게 덤벼들면서 끓어오르는 것이 흥미롭다. 특히 앰프의 볼륨을 굉장히 높여 놓으면 더 상태가 심각하다. 첫 번째 트랙 후반부 빠른 패시지에서는 베이스의 소리가 완전히 묻혀서 잘 들리지 않는 것이다. 마치 빨리 달리다가 폭주해서 언덕에서 굴러내려가는 것 같은 인상이 되는 것이 재미있다. 하지만 더욱 흥미로운 것은 앰프를 바꿔서 들어봤을 때다.

원래 제 짝인 크릭 Evo 인티앰프로 바꿔서 계속 시청을 진행한다. 제니퍼 원스의 Best 음반(BMG 74321 80906 2)을 먼저 들어봤다. 여기서의 소리는 지금껏 무엇을 들었는 지 모를 지경으로 전혀 다른 인상으로 변모한다. 과거 크릭 5350SE 역시 무슨 CD 플레이어나 스피커를 물리더라도 자신만의 소리를 내는 고집스러움이 있다는 평이었다. Evo도 그 점에선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원래 차분하던 Evo CD 플레이어를 연결했는데도, Evo CD 플레이어의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 것이다. 톤이 다소 높아진 듯 밝아지고, 선명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장도 전체적으로 선명하게 정리되면서 굉장히 깔끔한 특유의 차갑고 예리한 인상으로 180도 변모한다. 여기서라면 고음의 뻗침이 부족하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할 수 없다. 애초부터 두 제품의 조합으로 다루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로 해서 크릭 Evo CDP의 특징을 좀 더 섬세하게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살바토레가 아카르도가 바이올린을 연주한 I Violini di Cremona(fone 003 SACD)를 감상해봤다. 확 밝아진 소리로, 거트 현이 아니라 마치 메탈 재질의 현처럼 들린다. 바람직한 소리에 비하면 여기선 조금 가늘고 조금 빡빡하다. 이 음반에선 크라이슬러가 편곡한 푸냐니 변주곡을 자주 듣는 편인데, 후반부 더블 스톱 부분에선 그야말로 활이 스칠  때마다 빛이 번쩍이는 것 같다. 저음은 타이트하게 조여지고, 무대 위의 모든 것들이 깨끗하게 정돈된다. 소리는 훨씬 가늘어지고 스피커 쪽으로 팽팽하게 당겨진다. 결과적으로 반주 악기의 소리는 타이트하게 조여져서 이미지가 아주 작게 들린다. 콘서트 홀이라면 앞 자리에서 밀려나서 중간 보다 조금 더 뒤로 자리를 옮긴 그런 상황이 된다. 과거 크릭 5350SE는 팽팽한 소리가 고막에 묘한 압박감을 준다는 평이 있었는데, Evo 조합의 소리에선 다행스럽게도 그런 위험성이 거의 사라져 있다.

앞서 들었던 이안 보스트리지의 슈만에서는 사실 고음의 뻗침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둡고 다소 답답하게 들리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크릭 Evo 앰프와의 조합에선 이와 다르게 흡족하리만큼 고음의 뻗침이 살아난다. 그래서 가곡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젊은 소리로 더 팽팽하고 이쁘게 들려준다.  가성으로 노래하는 부분에서의 미묘한 표현력도 제 짝인 Evo 앰프 쪽에서 훨씬 좋게 들린다. 피아노 반주의 여운이 아주 곱고 섬세하게 재생되며, 덕분에 공간의 음향상태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다만, 큰 음량으로 노래하는 클라이맥스 부분에선 중저역대의 에너지 뒷 받침이 조금 희박하다. 열정을 전달하기엔 조금 힘이 딸려 보인다. 어쨌든 두 제품의 시너지 효과가 존재하는 셈. 크릭 Evo 앰프에 대해서는 다른 리뷰 기사로 다루겠지만, 과거 크릭 5350SE 인티앰프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잘 보완한 인상이다.


결론
영국 제 오디오 중에는 아캄, 사이러스, 뮤지컬 피델리티, 네임 등 우수한 CD 플레이어가 많다. 또 린이나 메리디언처럼 하이엔드 분야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브랜드도 있다. 그러나 이들 브랜드의 제품 중에서 크릭 Evo의 가격 대에 견줄  제품은 찾기 어렵다.  Evo를 들으면서 감탄하게 되는 것은 중 고역대의 자연스럽고 매끈한 밸런스다. 올해 초에 더 고가의 제품인 익스포저, 데논 등을 감상하면서 매력적인 소리라고 감탄하면서도, 매칭에 따라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소리가 되기도 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반대로 Evo의 경우엔 이와 달리 비교적 안심하고 추천할 수 있다. 하이엔드 제품처럼 잘 다듬어진 소리로 차분하고 온화하며 귀에 부담이 적다.

마란츠라든지, 소니 같은 일제 CD 플레이어와 비교한다면, 다른 부분은 다 비슷하더라도 Evo 쪽이 밀도감 있고 에너지가 충만한 소리가 나온다는 점을 크릭의 지지자로 언급하고 싶다. 이 가격대의 CD 플레이어로 만족하지 못하는 분야는 앞서 언급한 해상도 부분이 될 것이다. 하지만, Evo 앰프까지 구입할 만큼의 자금을 CD 플레이어에만 투자해야 하므로 이는 정당한 요구는 아니다. 그리고 Evo 앰프와 맞춰서 사용하는 것도 적극 권장하고 싶다. Evo의 조합은 국내 오디오 시장에선 이 가격 대의 챔피언으로 손색이 없다. 서로 다른 브랜드의 조합을 찾아내는 어려운 숙제를 하지 않아도 되고, 게다가 그 가격으로 봐도 이 정도 소리가 날 일은 거의 없어 보인다. 선택의 묘미가 없어서 서운하다면, Evo 시스템에 잘 어울리는 스피커를 찾는 걸로 충분할 듯.


시청 시스템


디지털 소스 : 에소테릭 DV-60 SACD 플레이어, 타스캄 CD-01U Pro CD 플레이어, 벤치마크 미디어 DAC-1,
앰프 : BAT VK-51SE 프리앰프, 클라세 CA-2200 파워앰프, 심오디오 문 인티앰프, 크릭 Evo 인티앰프
스피커 : B&W 805S, 트라이앵글 Heli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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