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박우진
서론
해외에서 호평받던 입문 기종 STR-DG500이 국내에 출시되었다. 채널당 110와트의 출력과 6.1채널의 사양, 고급 제품처럼 오토 캘리브레이션 기능을 지니면서도 30만원대의 정말 저렴한 제품. 박스를 열면, 본체와 리모컨, 매뉴얼, 배터리, AM/FM 안테나 등으로 역시 간단하다.
외관
은색의 깔끔한 마감과 심플한 레이아웃이 매우 좋다. 예전엔 입문 기종과 고급 기종의 디자인이 많은 차이를 지니도록 설계되었다. 비싼 제품은 확실히 구분될 만큼 비싸게 보이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반대로 저가 기종은 전면에 자잘한 기능 버튼을 주루룩 달아서 성능보다도 기능에서 어필하려 했다. 또 굉장히 작게 만들어서 누구나 봐도 아, 싸구려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STR-DG500은 상급 기종의 세련된 느낌을 숨기지 않은 우아한 디자인이다. 규격적으로도 결코 작지 않아서 겉 모습만 보면 도대체 이게 얼마짜리인지 알아차리기 애매하다. 몇 년 전 기준으로는 30만원대에 이런 제품이 나오기 힘들었을 듯 하다. 버튼이나 볼륨의 조작감 역시 과거 입문 기종 수준이 아니다. 상급 기종에 비해 떨어지지 않을 만큼 꽤 괜찮다.
입출력
AV앰프의 가격을 결정하는 부분 중 하나가 입출력 단자 숫자다. 필자가 갖고 있는 TA-DA9000ES의 경우엔 제품 높이가 왠만한 AV 앰프의 1.5배 정도 되는 데도 불구하고 뒷면 부분이 각종 단자로 가득 차 있다. STR-DG500는 그보다 훨씬 작은 제품이지만, 단자가 듬성듬성 달려 있다. -_-
외관 디자인이나 음질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르렀지만, 입출력 기능에선 철저히 원가 절감이 이루어졌다. 그래도 일반적인 경우에 사용에 불편이 초래되는 건 아니다.
디지털 입력 단자는 옵티컬과 동축 입력 하나 씩이며, 멀티 채널 입력도 마찬가지로 하나 뿐이다. 짐작할 수 있듯이 HDMI 단자는 제공하지 않는다. 컴포넌트 비디오 입력은 둘, 그리고 출력은 하나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컴포지트나 S-비디오에서의 컴포넌트 업컨버젼 기능은 없다.
스피커 단자는 마개를 떼어내고, 어렵지 않게 바나나 플러그나 BFA 단자를 사용할 수 있어서 연결이 간편하다. 스피커 단자 오른편에는 AM/FM 안테나 연결단자, 그리고 전면에는 헤드폰 입력도 있다.
음장모드소니 AV앰프를 처음으로 접하는 분들이라면, 음장 모드 중에 소니 오리지널의
디지털 시네마 사운드(DCS)를 눈여겨 볼만 하다. 소니 픽처스가 헐리웃에 보유한 3개의 더빙 스테이지에서 실측한 잔향 특성 등의 음향 환경을 DSP로 시뮬레이션하는 기능. 마치 극장에서 감상하는 것처럼 시청 공간이 넓어지는 체험이 가능하다. 그냥 이퀄라이저나 이런 것하고 다르게 실제 공간의 측정 결과를 적용한 것이라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홈 시어터의 설치 환경이란게 극장하고는 규모나 특성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이 불편하지만, 이를 최대한 더빙 스테이지에서의 소리에 근접하게 만들어 준다.
DCS는 시네마 스튜디오 A/B/C 모드로 구성되며, 영화 장르나 취향에 맞춰서 감상하면 된다. 예를 들어 DCS A 모드는 드라마, B는 액션 C는 뮤지컬 감상에 적합하다. 지원하는 서라운드 포맷으로는 돌비 디지털, 돌비 프로로직II, 돌비 프로로직IIx, 돌비 프로로직, 돌비 디지털 EX, dts 96/24, sts NEO:6, dts-ES를 지원한다. DVD에서 지원하는 서라운드 포맷은 모두 망라되어 있다. 대신에 블루레이나 HD-DVD의 새로운 서라운드 포맷은 지원하지 않는다.
오토 캘리브레이션 기능은 사실 오토셋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마이크를 감상 위치에 두고, 스피커의 위치, 거리, 그리고 지연 시간을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기능이다. 처음 설치시에 한 번만 최적화를 시켜놓고 나면, 다음에는 음장 모드만 선택해서 원하는 소리로 감상하면 된다. 물론 감상 위치가 바뀌거나 스피커 위치가 바뀌면 다시 세팅할 수 있다. 보다 정교한 캘리브레이션 기능을 갖춘 제품들은 이퀄라이져 세팅까지 지원하지만, 여기선 기본적 기능만 지원한다. 이외에 HDTV의 오디오 시간 지연에 맞추기 위한 립 싱크 기능이 있어 편리하다. 마지막으로 튜너 기능은 직접 선국과 방송국 이름, 30개국 설정이 가능하다. 리모컨도 포함되어 있다.전반적으로 꼭 필요한 기능을 엄선해서 저렴한 가격과 그럴듯한 포장으로 담아 놓은 특판용 제품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감상
음질은 단지 가격 대비 성능으로만 볼 수 없는 좋은 의미에서의 부분들이 있었다. 필자는 이번 테스트에선 트라이앵글의 Heliade ES(프런트), Noxa minor(센터), Titus ES(리어) 스피커를 사용해서 감상하였다.
소니 STR-VA555ES AV앰프가 트라이앵글의 Celius EX 스피커로 구성된 5.0채널 시스템을 버거워하는 걸 경험했다. 그 때엔 소리가 다소 메마르고, 고음으로 치우쳐서 오래 감상하기엔 어렵겠다 싶었다. 그 때보다 더 저렴한 STR-DG500과 Heliade ES의 조합은 오히려 부드럽고 여유롭게 들린다. 앰프만 놓고 비교한다면, 저렴하고 가벼운 STR-DG500이 더 출력이 크고 구동력이 좋을 거 같진 않다. 만일 볼륨을 올려가면서 테스트하면 아무래도 크고 무거운 앰프들이 더 편안한 소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다만, 작은 음량에서는 분명히 STR-DG500이 과거의 STR-VA555ES보다도 더 섬세하고, 더 매끄러우며, 안정감 있는 소리를 낸다. 밝고 섬세하면서도 매끄럽기 때문에 듣기에 매우 즐겁다. 듣기 싫은 소리를 내지 않게 튜닝된 앰프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 저가형 AV앰프들의 소리는 고음이 둔하고 전반적으로 무디거나 거칠고 시끄럽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소니의 STR-DG500은 오히려 하이파이 앰프처럼 잘 다듬어져서 음악 감상 용도로만 활용해도 좋아 보인다. 음색이 밋밋하지 않고 미세한 셈 여림을 잘 전달해주면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아, 귀 기울여 들어볼 가치가 있는 소리를 낸다. 다만, 퓨어 오디오 팬이라면 이 앰프로 음악을 감상할 때 고음이 조금 묘하게, 지나치지 않을 만큼 밝게 착색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할 만하다. 다소 인위적인 착색이 가미된 소리지만, 듣기에는 그런대로 좋다.
디테일과 뉘앙스 재생에서 우수한 만큼, 실황 공연 타이틀을 감상하면 좋다. 예전에 소니 STR-VA555ES를 사용하던 무렵엔 코어스의 언플러그드 타이틀을 여러번 감상했었다. 이 앰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록이나 팝 음악의 라이브 공연 실황은 물론이고, 클래식 음악까지 커버가 가능한 점이 STR-DG500의 장점이라고 하겠다. 다만, <반지의 제왕>처럼 다이내믹스와 스케일이 큰 타이틀에선 대형기에 비해 저음의 중량감이 부족하다.
특히 배경음악과 효과 음향이 함께 커지는 장면에서 감상자를 힘으로 압도하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단단하고 야무진 소리라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느긋하고 가벼운 소리가 되는 경향이 있다. 가급적 서브우퍼의 LFE 채널을 제대로 재생하는 액티브 서브우퍼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액티브 서브우퍼와 새틀라이트 스피커의 5.1채널 스피커 시스템과는 무난하게 어울릴 것 같다. 일반적인 플로어 타입 스피커를 연결한다면, 역시 스피커의 감도가 90dB에 근접하는 것들을 고르는 것이 좋아 보인다.
결론 지금 시점에서 홈시어터 입문자들이 선택할 AV앰프는 지나침 없는 사양에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아주 비싼 AV앰프에도 차세대 서라운드 포맷의 인코딩 기능과, HDMI의 최신 버전인 1.3 규격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만족시키는 모델들은 2007년 중 후반 이후 부터 등장하겠지만, 가격이 상당히 높을 것이다.
따라서 입문자들은 현재 나온 저렴한 제품을 몇 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게 된다. 대신에 소스 기기나 AV앰프를 구입할 돈은 최대로 아껴 스피커에 투자하면 된다. 한 가지 더 추가하면, CD도 잘 재생하는 음악적 성능이 우수한 AV 앰프를 선택하기 바란다. DVD를 사기도 애매하고, 블루레이나 HD-DVD는 더욱 더 애매하기 때문이다.
소니 STR-DG500은 가격이 매우 저렴하면서 사용이 간편하고, 음악적 성능은 즐거움 그 자체다. 구매자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베스트 바이 제품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