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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T 인터커넥트/ 스피커 케이블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6. 11. 1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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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많은 제조업체들이 그렇듯이 AET도 그 사업의 기원이 길다고 한다. 음향 케이블 사업을 하게 된 것도 20년이 넘는다. 메이지 유신 이후 중공업과 자동차 공업 분야에 관여했으며,  1980년대에 들어와서 해저 케이블 기술에 기반한 음향 전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창립자인 오하라 카오루는 HCP(Highend Cable Product)라는 업체를 1981년도에 설립하고, 여기서 만든 케이블이 고급 사용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2002년도에는 아몰퍼스 합금을 사용한 GAIA, UR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영상 케이블 분야로도 진출한다. 2001년도부터는 음향 사업부를 분리하여 ㈜ AET(Audio Equipment Technology)를 설립하였고, 전선 외에 다양한 아이템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상의 프로필로  보면, 굉장히 전통 있고, 규모가 큰 케이블 업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일본에는 후루텍이나 카나레처럼 꽤 규모가 큰 케이블 업체들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AET도 그런 업체려니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내용을 보면, 음향 기기 제조 판매, 외에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 사운드 어드바이스, 전문지 집필, 이벤트 개최 등으로 뭔가 의아한 생각이 든다. 후루텍이나 카나레를 떠올린 것은 잘못 짚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케이블에 대해 다른 대접을 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아마 제조업의 나라인 일본의 업체라는 선입견 때문에, AET라는 회사의 존재가 다소 특수하게 생각되는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AET는 자체 공장에서 부품 단계부터 제품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설계와 외주 생산으로 케이블을 제작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반 기술이라든지, 전문성은 조금 부족하지만, 대신에 보다 융통성을 갖고 특수한 분야의 제품을 개발해 낼 수 있다. AET는 아마도 미국의 일반적인 거라지 케이블 메이커와 닮은 업체라고 생각된다. 메이지 유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회사에 대한 거창한 소개는 별로 정직하지 못하고, 오히려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줄 내용이다. 수 많은 케이블 업체들이 존재하고, 그 중에는 거의 일인 기업으로 운영되면서도, 애호가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내는 브랜드들도 있다. 거기에 케이블이란 분야의 매력적인 요소가 존재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AET는 2002년도에 설립된 업체로, 바로 필자 앞에 놓여진 제품으로 평가 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케이블이란 분야가 워낙에 확고한 이론이 없는 곳이라서 공학자가 직접 디자인했다는 식의 선전은 아주 흔하다. 유명한 케이블 브랜드들의 상당수가 다소 차이는 있을 뿐 과장된 선전을 해 왔다. 그런데 정말 제품에 학위 수여증 카피라도 넣어서 판매하는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그 제품은 믿어도 될까? 이건 너무나 상식적인 물음이다. AET의 경우 원자력 시설을 납품하는 업체에서 케이블을 제작하며, 이 업체는 ISO9001 인증의 믿을 만한 제조 시스템을 갖고 있고, AET의 케이블은 방사선도 차폐하는 세계 유일의 기술력으로 제조되고 있다고 한다.

잘 아시다시피 대규모 제조 업체라는 배경만으로는 성공적인 제품이 되지는 않는다. 물론 강력한 브랜드를 갖고 있다면, 제품 판매에는 더 도움이 되겠지만, 이런 고가의 고급 케이블은 기본적으로 제작자의 튜닝과 사용자의 취향이 존중되는 극히 좁은 틈새 시장이다.  


AET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회사 프로필을 보면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도시바 EMI나 에이벡스 같은 일본 내 대형 음반 제작사와 거래하는 것도 눈에 띈다. 나름대로 자신의 영역에서 인정 받고 있음을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이런 소개에 비중을 둘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홈페이지 내에 Pro’s comment 라는 페이지를 별도로 둘 만큼 교류 중인 음악 산업 종사자들이 많고, 그 중에는 프로듀서라든지, 엔지니어, 연주자들의 코멘트가 있다. 사진이 실리고, 일방적인 호평이 아니라 그야말로 코멘트들이다. 관련 업계 전문가의 생생한 경험이나 평가를 반영해서 제품을 기획하고 개량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은, AET 같은 소규모 업체의 강점이다.


이렇듯 프로페셔널 분야에 보다 기울어진 AET의 제품은 일반적인 가정용 브랜드와 달리 스피커 케이블, 파워코드 케이블, 악기/마이크, 플러그, 인슐레이터, 솔더 등이다. 때문에 일본에 지리적으로 근접한 우리나라의 오디오파일에게는 AET라는 이름이 생소한 브랜드였던 것 같다. 한편 현재 프로페셔널 분야의 인터커넥트 케이블은 많은 쟁쟁한 브랜드들이 있어서 AET 같은 업체가 창의력을 발휘한 제품을 공급할 영역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AET는 파워코드에 가장 강점을 지닌 듯 하고, 그 다음이 이제 소개할 스피커 케이블인 듯 하다. 홈페이지에 보면, 밸런스드 단자 몇 가지도 캐털로그에 두고 있지만, 겉으로는 뉴트릭 제품과 유사해 보여서 모디파이 제품으로 추측된다.


AET는 일본 내에서 스테레오사운드를 비롯해 오디오파일 잡지에도 광고를 내거나 제품이 소개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어판에서 AET라는 브랜드를 기억하지 못한 것은 아마 필자의 무관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요새 케이블 메이커들은 화려한 외피의 케이블 완제품을 나무로 만든 케이스에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오디오 샵에 보석류처럼 전시하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프로페셔널 업체들을 상대로 하는 AET는 그보다는 훨씬 겸손하게 생긴 제품을 제작해서 별 장식 없이 판매한다.
아마도 AET는 소량씩 케이블을 구매하는 일반 소비자들보다는 수십에서 수백미터씩 구입이 가능한 업체들이 주요 거래처일 것 같다.

그런 이유로 AET의 제품은 실딩에 더욱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녹음이나, 연주회 같은 업무용 환경에서처럼 케이블의 길이가 길고 여러 가닥의 선이 서로 얽힌다면, 실딩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방사선도 차폐한 다는 이야기는 잊어버려도 좋다. 그건 근거도 확실치 않고, 음질에 어떤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하지만 실딩에 중점을 두어 제작한 케이블이란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면 된다. AET의 제품이 다른 케이블 업체와 달리 제품의 외관에는 신경을 쓸 필요도, 이유도 없어진 것은 기본적으로 업무용 제품이기 때문이다. 애호가들이 중고 거래를 위해 보관해 둠직한 정교하고 우아한 포장 박스(아마 나무로 만들어진)는 오히려 귀찮은 존재가 될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전혀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 AET 케이블, 그런데 짚고 넘어갈 부분은, AET의 철학이랄까, 상품 개발에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아름다운 것을 만든다”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연계에는 필연적인 기능미가 있고, 이를 꺼내는 것이 개발자의 업무라는 사고 방식이다. AET의 케이블을 보면, 만듦새가 매우 좋고, 적절한 고급 단자를 사용하고, 음질과 관계되지 않은 장식은 전혀 없다. 케이블의 단면은 완전히 원형으로 비틀림이나 울퉁불퉁한 부분이 없다. 이런 부분이 AET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일 것 같다. 그리고 필자도 이 부분에 공감한다.


다시 제품 이야기로 돌아가서 AET 케이블 중에서 비중이 큰 것은 파워코드인데, 3미터에 18만 9천엔으로 아마 세계 최고가의 파워코드 중 하나가 될 듯 하다. 그 다음으로 주력하는 것이 스피커 케이블인데, 특히 상위 기종인 SIN, SCR 시리즈는 고급 소재를 다량 투입한 프리미엄 제품이다. SP모델은 물론 speaker cable을 의미하며, 전송성능과 음악성을 결합시킨 제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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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에 AC/SP라고 소개되어 있어서, 모델 이름에 다소 혼동이 생겼는데,  스피커 케이블은 SP가 맞다. 아마 동일 선재로 제작되는 파워코드와 스피커 케이블의 라벨을 별도로 제작하지 않고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절연재는 불소수지를 사용하며, 전기적이나 기계적 특성이 매우 우수하다고 한다. 최고급 라인업인 SIN 시리즈는 고밀도 특성의 불소 수지를 사용해 다이내믹스나 정보량이 극적으로 개선되었다고 한다. 코어 부분에는 유리섬유로 강화한 불소 수지를 채워 정밀한 원통 구조를 실현했다. 이 지오메트리는 AET의 제작을 담당한 업체가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보유한 가공 기술이라고 소개한다. 물론 세계 유일 등의 수식어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참고만 하면 된다. 한편 스피커 케이블의 단자는 희금속을 사용하는데, 이와 달리 일반 메이커들은 광택 도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귀금속 함유량이 적고, 전기 특성은 최악이라는 것이 AET의 주장이다. 여러 플러그와 케이블의 칫수를 검토하여, 여러 제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수로 컴퓨터 설계하였다고 한다.



잠깐 가격을 살펴보자. 최고급 스피커 케이블인 SIN은 가격이 2.5m 페어에 30만엔이나 된다. 5.0 미터 페어 가격이 60만엔이라는 점은, 소비자에게는 재료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금으로 케이블을 만들지 않는 한 재료 비용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럼 앰프 한 대에 필적하는 케이블 가격은 도대체 어떻게 합리화할 수 있을까? 많은 오디오 케이블 메이커들이 케이블 가격을 높여 받기 위해서 특히 비용이 들지 않는 절연재만 두껍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뱀이나 호스 처럼 극단적인 케이블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마치 케이블의 "주라기 시대"인 셈이다.

전도체나 실드를 두껍게 하는 것도 음질적으로 별 다른 의미는 없어 보인다. 그리고 SIN 스피커 케이블은 가격에 비해 선재의 두께도 별로 대단하지 않다. 하지만
실드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하여 아몰퍼스 합금을 적용한 다층 실드를 적용했다고  한다. 이 실드는 방사선조차 가릴 수 있는 전세계에서 유일의 존재라는 것이 AET의 주장. 이를 검증할 만한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고, 별로 비중을 둘 이야기도 아니다. 일본 업체들은 제품 기획부터 기술자 위주로 이루어져, 기술 분야에 대한 설명이나 자신감이 대단하다. 그런 맥락에서 판단하면 된다. 아몰퍼스 합금이라면 과냉각되어 결정을 만들지 못한 고체 금속을 말한다. 순수한 금속이 아니라 붕소, 규소등 여러 비금속 물질이 혼합되며, 따라서 전기 저항이 높아진다. 대신에 자력으로 인한 전류 손실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케이블에 정말 아몰퍼스 실드가 구현되었는 지 확인하려면 케이블을 뜯어봐야 한다.

SIN보다는 아랫 모델인
SCR SP 스피커 케이블의 경우에는 84000엔 정도로 비교적 일반적인 애호가들이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가 된다. 생김새는 거의 비슷해서 모양 만으로는 훨씬 실속있는 제품 같다.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성향은 비슷하고 SIN은 보다 약효가 확실하다. 이 외에 프라이머리 SP 시리즈라는 좀 더 평범하게 생긴 보급형 제품도 있다. 2심 구조의 캡타이어 형태이며 절연재로는 PPX를 사용한다. 프라이머리 시리즈는 가장 두꺼운 SP-400 모델의 경우에도 1미터에 2520엔 정도로 비교적 저렴하다. 이러한 캡타이어 구조라면 원래 험한 환경에서 사용되는 전원 코드 용도인 만큼, 서라운드 케이블로의 사용이 기대되는 제품이다.

감상은 보다 저렴한 SCR SP 스피커 케이블과 HIN TWIN 인터커넥트 케이블의 조합부터 시작한다. 고음의 확장성이 줄어들어서 보다 어두운 느낌이 되는 대신에 중역대에 집중된 밸런스가 독특하다. 소리가 매우 진해지고 특히 중역대의 소리에 밀도감이 높아진다. 저음은 굉장히 탄탄할 만큼 집중력 있고 단단하게 들린다. 이보다 상위 기종인 SIN SP 스피커 케이블의 경우 SCR SP 스피커 케이블이 가볍게 느껴질 만큼 묵직하고 보다 밀도감 넘치는 사운드 스테이지를 만들어낸다. AET의 케이블들은 모두 지금껏 들어본 케이블 중에서 이미지의 뒷 배경이 가장 조용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가지 부분에서는 과거 필자가 사용하던 트랜스페어런트의 제품을 떠올리게 하는데, AET의 케이블은 네트워크를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보다 일반적인 케이블에 가깝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현재 우리나라 애호가들에게는 현악기나 여성 보컬의 미묘한 디테일과 화사한 배음을 섬세하게 들려주는 타입의 은선 류의 케이블들이 선호되는 편인 것 같다. SCR SP스피커 케이블과 HIN Twin 케이블은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기 때문에 무난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이 케이블은 상위 기종에 비해 음장의 규모가 작고, 밸런스도 좀 더 일반적이라서 소형 시스템에 추천하기에 적합하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좀 더 매끄럽고 화려한 음색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에, AET 케이블은 폭 넓게 추천할 제품은 아니게 된다. 이 케이블의 고음은 어두우면서도 약간 거친 편이라서, 디테일하거나 아니면 매끈한 느낌을 주지 못한다. 레베카 피존의 목소리나 아카르도의 바이올린 음색을 들어보면, 일부 케이블처럼 매끈하게 빠져주는 윤기라든지, 촉촉함 대신에, 소리를 덮고 있던 매끄한 보호막을 벗겨낸 듯한 다소 메마르고, 조금은 단단한 고음이 되어버린 것을 알게 된다. 필자의 짧은 경험으로는 합금을 사용한 경우라든지, 은, 구리 외의 다른  금속을 사용한 케이블에서 고음이 매끄럽지 않게 들린 적이 있었다. 이런 느낌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능력은 없지만, 역시 추측으로는 실딩에 아몰퍼스 합금을 적용한 SCR SP 스피커 케이블도 마찬가지 경우가 아닌가 싶다.

다음으로는 훨씬 고가의 모델인 SIN SP 스피커 케이블과 HIN QUAD 인터커넥트를 연결해 본다. HIN QUAD는 6N 구리를 사용한 인터커넥트. QUAD와 TWIN은 도체의 숫자/지오메트리와 관련된 구분일 것이다. 만일 HIN QUAD 케이블로만 바꿔 달면 어떻게 될까. 즉 SCR SP 스피커 케이블과 HIN QUAD의 조합으로 말이다. 기묘하게도 이 둘의 조합은 뭔가 딱 들어 맞는 느낌이 되지 못한다. 중역은 보다 집중력 있게 변화하는데, 저음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 비유하면 머리가 크고 몸이 빈약한 그런 느낌이 든다. 나중에 문한주님의 평가를 듣고 깨달은 것이지만, 인터커넥트는 중역대를 강화시켜주는 대신에 저역을 보다 가늘고 가볍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스피커 케이블과 상보적으로 좋은 조합을 이루게 된다. 인터커넥트의 특성에는 적용된 WBT 0101 단자의 특성이 기여한다. 단자는 동일하고 선재가 다른 QUAD와 TWIN을 비교하면 역시 더 굵은 QUAD 쪽이 저음이 그래도 한결 더 나온다. 음장도 더 크고, 좀 더 소리가 꽉 들어찬 인상이다. 두 인터커넥트 모두 고음이 어둡고, 배경이 고요하며, 중역대에 집중된 밸런스를 나타낸다.

SIN SP로 바꾸면, 아주 획기적인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저음이 쑥 내려가면서 전반적인 밸런스가 육중하리만큼 안정감 있게 된다. 정말 SIN SP 스피커 케이블은 외관에선 가격 만큼 강력한 포스가 느껴지지 않지만, 소리는 완전히 딴판이다. 케이블의 소리 차이를 조금 과장하면, 저음의 표현이 정말 무겁고, 견고하며, 스피커가 재생할 수 있는 한계 이하의 에너지가 마구 쏟아져 나오는 그런 분위기가 된다.  게다가 앞서의 조합에서 언급한 중역대의 밀도감과 사운드스테이징의 포커싱이 아주 독특하다. 너무 배경이 조용해져서 그런 것일까. 갑자기 눈 앞의 플로어스탠딩 스피커가 사라지고 마치 헤드폰으로 변화된 인상이 된다. 예를 들어 다이애너 크롤의 음반에서는 이곳 저곳에 늘어져 있던 악기들의 소리가 싹 정돈이 되어 버리면서, 가수를 중심으로 컴팩트하게 정리된다.

그리고 소리가 스피커 앞쪽으로 당겨지면서 귀에 소리가 딱 들어 맞는 바람에, 앞서 말한 것처럼 헤드폰이 되어 버린 인상이 된다. 이전에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던 여기 저기서 반사되어 다시 귀로 들어오는 소리가 싹 사라져 버린 인상이다. 케이블을 교체하여 이런 류의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감탄하면서 들었다. 재즈의 베이스나, 록 음악의 킥 드럼을 들어보면, 앰프를 보다 대형으로 바꾼 것처럼 진중하고 무게감 있게 표현된다. 문한주 필자님은 피아노 소리가 저음 쪽에서 느리고 둔중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청 환경에 따라서 이 케이블의 저음 밸런스가 다소 과도해질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스피커 케이블이 앰프의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전달을 방해할 것 같진 않지만, 소리의 특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AET의 SIN SP 스피커 케이블을 연결한 상태에선 스피커가 변화된 저음의 규모감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었다. 반대로 자신감 있게 저음을 구동할 수 있는 시스템에선 제대로 된 초저음의 위력을 들려주지 않을까 싶다. 앞서 SCR SP 스피커 케이블에 비하면, 고음도 보다 매끈해지고 중역대는 더 굵고 부드러운 인상이다. 그래서 더 고급스럽고 확실히 고급 케이블다운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 오디오 파일 케이블처럼 밸런스가 아주 기묘하거나 특별한 것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 부분은 역시 프로페셔널 업계에서 채택할 만한 제품인 것이다. 필자의 경우 SIN SP 케이블은 정말 너무 비싼 제품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무난해서 한 번쯤 구입해서 써도 좋겠다고 생각하던 SCR SP에 비해 훨씬 강인한 인상을 남기고, 또 문득 갖고 싶어진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론
이쁘고 곱고 매끈한 소리를 원한다면, 그런 케이블은 많다. 그래서 AET 케이블의 개성은 찾아보기 드문 귀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음색에 집중하는 국내 애호가들의 일반적인 취향과는 맞지 않으므로, 그 점은 염두에 두시기 바란다.  
인터커넥트와 스피커 케이블을 그것도 모델을 맞춰서 함께 사용해 보시길 권한다. 케이블의 외관에 신경 쓰지 않고, 고요한 배경, 묵직하면서 귀에 딱 들어맞는 스테이징과 한 단계 더 떨어지는 저음을 원한다면, 이전 제품에서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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