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한주(raker@hifinet.co.kr) 2002-06-23 16:35:01
크릭은 20여년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영국의 오디오 전문업체로, 일찌기 국내에도 크릭의 제품들이 수입되어 저렴한 가격과 매력적인 성능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과 하이파이 오디오 입문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 국내 중고시장에서 거래상황을 살펴보면 크릭의 인기는 꾸준히 지속되지 않았다. 아마도 그 이유는 그당시 크릭제품이 출력부족 등 성능면에서의 어정쩡함에다가, 까무잡잡하고 자그마한 크기로 왠지 부실할것 같아 보이는 허술한 외관 때문에 소유욕을 자극하지 못했고, 그로인해 상품적 가치가 낮아진 것도 무시할수 없는 이유였던것 같다.
크릭 회사의 창립자이자 공동소유자이며 베테랑 설계자이기도 한 마이클 크릭은 다른사람들의 평가에 겸허히 귀를 기울여서 인정할 점에 대해서 해결하려 하는 열린 마음가짐과 실력 둘 다를 갖추고 있었던 것 같다. 마이클 크릭은 기존의 제품을 뛰어넘는 신제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서 플래그쉽 모델인 5350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발표하여 자신의 회사 이미지를 버짓 하이파이에서 고품격의 하이파이로 도약시키고자 했다.
실효출력 : 75 W (양채널 8오옴) / 85 W (한채널 8오옴) / 136 W (한채널 4오옴)
최대 전류공급 (5 msec for 3 % THD) : 20 A
THD : 0.05 % 이하 (20 Hz ~ 20 kHz)
주파수 응답 : 3Hz ~ 25kHz (-1dB)
슬루 레이트 : 50 V/sec
게인 : 50
입력감도 : 500 mV
신호대잡음비 : 105 dB 이하 (A weighted @ 2/3 power)
채널분리도 : 55 dB 이하 (라인 인풋 @ 1 kHz)
소비전력 : 40 W/h (대기시), 330 W/h (최대소비시)
크기 : 43 x 8 x 28 cm
무게 : 7 kg
권장소비자 가격 : 135 만원
옵션 플러그인 MM / MC 모듈
MM 감도와 임피던스: 3.5 mV @ 47 kW
MC 감도: 0.75 mV @ 1 kW
MM 신호대 잡음비: > 70 dB
수입원 : 다웅 (02) 587-7300
만듦새
제품명인 5350R에서 R은 리모컨이 지원되는 스탠다드 제품을 뜻한다. 이 제품에는 크릭의 전통적 검정색 외관을 포기하고 알루미늄 전면패널을 채용해서 산뜻한 외양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내부는 모듈러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파워앰프 보드와 프리앰프 보드 그리고 리모트 볼륨 컨트롤 회로 보드로 나뉘어져 있다. 프리앰프부는 패시브 형이며 전동볼륨은 알프스사의 부품이 사용되었다. 필요하다면 별매의 액티브 형 옵션보드를 통해 6dB의 게인을 더 얻을 수 있다. 역시 별매인 MM형 포노 앰프 옵션보드 또는 MC형 포노 앰프 옵션보드를 장착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마이클 크릭이 설계해왔던 앰프와 마찬가지로 신호경로에서 음질을 저해시키는 캐패시터를 사용하지 않았다. 즉 DC서보로 컨트롤 되는 DC앰프이다.
제품의 전면에는 보기 드물게 헤드폰 단자도 구비되어 있다.
후면에는 프리앰프의 출력과 파워앰프의 입력단자가 마련되어 있고 그 사이에는 ‘ㄷ’자 모양의 금속 브리지 핀으로 연결되어 있다. 조금 유난을 떨자면 핀플러그 대신 인터커넥터 케이블을 제작해서 사용해도 좋겠지만 NBS의 dragon fly케이블로 프리 아웃과 파워앰프 입력 단자 사이를 연결해서 브리지핀과 비교해 보니 브리지핀도 충분히 괜찮은 수준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피커 바인딩 포스트가 2조 마련되어 있어 바이 와이어링 연결에도 적합하다.
음질과는 큰 관련이 없겠지만 다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상판을 두들겨보면 덜그럭대는데 댐퍼 (얇은 스펀지나 고무판) 같은것으로 지지되었으면 좋았을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족으로, 필자가 사용하는 아캄 CDP의 리모컨으로도 5350R의 볼륨을 조절할 수 있었는데 이런 경우에는 굳이 2개의 리모컨을 따로 사용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리했다.
들어보기
조 모렐로의 드럼곡을 들어보면 응답속도는 무척 빠른 편이고 강하고 임팩트 있는 드럼이 재생 된다. 곡이 리드미컬하게 들리고 페이스도 나무랄 데 없어 발 장단이 절로 나올만큼 음악을 듣는 재미를 더해준다. 매우 복잡한 리듬을 자유자재로 재생시키는데 그러면서도 콘트롤이 확실해서 음악감상에서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해상력이 우수해서 드럼세트의 다양한 악기들이 내주는 다양한 뉘앙스가 그대로 전달되어 음악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런 능력은 청취자를 음악에 계속 몰입하게 해주는데 트랙이 넘어갈수록 단지 재미를 느껴주는 정도가 아니라 감탄이 일어나게 만들어 준다.
게르기에프가 지휘하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비창을 들어보면 놀라운 다이나믹스 재생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출력표기상으로는 75와트에 불과하지만 절대로 빈약하지 않은 파워로 믿을 수 없으리만큼 스피커 장악력이 좋았다. 이런 자유자재로 스피커를 다루는 솜씨로 말미암아 순간 순간 변하는 빠른 악구를 정교하게 묘사해주고 있어 마치 필자가 고공에서 먹이감을 발견한 독수리가 되어서 땅바닥을 향해 내려꽂으면서 수풀사이로 도망가는 먹이감을 간단하게 낚아채는 것 같은 환상을 느끼게 해준다. 좀 더 점잖게 표현하면 재생음이 매우 자연스러워 소리가 너무 쉽게 나와준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는 필자를 발견하게 된다.
비욘디가 참여한 비발디의 협주곡을 들으면 고악기의 소리들이 매우 생생하게 드러난다. 쏘는 고음은 절대로 아니다. 음색에 있어서 나무랄 데 없는 매우 자연스런 소리가 재생된다. 음악이 생생하게 생명력을 가지고 재생되는 것을 다만 즐기면 된다. 잠시 리뷰어의 본분을 망각하고 재생되는 음악에 맡기고 즐겨봤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을 들어보면 5350R의 대단한 감투정신이 돋보인다. 물론 관악기와 타악기가 동시에 내지르는 소리가 나는 부분에서 아주 잠깐동안 불분명한 컨트롤이 엿보였지만 그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대규모 타악기군의 요동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리듬을 유지시키고 있어서 필자를 놀라게 했다. 분명히 파워의 질적인 면에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부류에서 수준급이라고 봐야겠다.
우리 주변에는 출력은 크게 표시되어 있지만 스피커 다루는 능력이 미달되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있어 출력에 대한 불감증과 불신을 가지게 했지만 이 앰프에서의 출력은 그런 류의 앰프와는 차별되는 것이다. 물론 분리형의 잘 만들어진 앰프에 비하면 출력에서의 여유로움이 조금 부족한 것은 사실이며 보다 좋은 결과를 얻기위해서는 울리기 쉬운 스피커와의 조합이 권장된다. 그렇지만 필자가 주장하는 것은 적어도 75와트라는 명찰 때문에 우습게 보이는 앰프로 치부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입장이다. 분리형 앰프를 언급한 김에 듀얼모너럴 구조인 뮤지컬 피델리티 A3 CR분리형 앰프가 이 제품보다 더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이라면 좌,우 채널의 분리도가 조금 더 좋아진다는 점 그리고 사운드 스테이지도 약간 더 넓어지는 점 정도라고 볼 수 있겠다.
마무리
이 제품을 보면서 연상되는 인상은 자동차로 치면 폭스바겐의 자동차같다고 해야할것 같다. (타본적도 없고 가격도 정확히는 잘 모르지만) 실질적이고 합리적인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분들이 아껴서 오래 쓸 수 있을 앰프라고 표현하고 싶다. 만일 시작은 늦었지만 빚을 져서라도 단번에 드림 사운드를 이끌어내겠다는 허황된 오디오 한탕주의를 가진 분이라면 이 제품에 눈길을 주는 시간은 잠깐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소시민이 어렵게 돈을 모아 한걸음씩 내디디는 더딘 걸음으로 가장 가까이 접근이 가능한 하이엔드 앰프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사용의 편리성과 다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기능성 그리고 자연스러운 트랜지언트와 다이나믹, 출중한 해상력, 음악성 있는 풍부하고 사실적인 중역대 등과 같은 고충실 앰프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면모 등은 이 제품을 하이파이 디자인의 이정표가 되는데 무리가 없다고 보인다. 한마디로 이 제품을 소개해야 한다면 ‘적극 추천한다!’가 되겠다.
시청환경
시청은 필자의 리스닝룸에서 일주일간에 걸쳐 이뤄졌으며 연결한 시스템은 PMC LB1스피커, 달리 로얄 셉터, 뮤지컬피델리티 A3CR 프리/파워 앰프, 아캄 FMJ23CD CD플레이어가 사용되었다. 스피커케이블은 킴버 4TC와 8TC를 바이와이어링으로 연결했으며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사이에는 NBS사의 dragon fly, CD플레이어와 프리앰프 사이에는 트랜스패런트사의 저가형 모델을 사용했다. 그밖에 진동관련 액세서리와 음향관련 액세서리, 전원관련 액세서리들이 사용되었다.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 참고로 5350R버전과 5350SE버전의 차이점을 소개한다.
SE버전은 출력이 85와트로 R버전보다 10와트가 더 나오고 핸들링 암페어가 50 %나 증가되어 구동능력이 향상되었다. 5350R에는 200VA, SE에는 250VA의 토로이달 트랜스포머가 사용되었고 파워 서플라이 캐패시터가 각각 26500 mF, 31000 mF이 사용되었다. 무게는 SE가 1kg 더 증가되고 전력소비도 증가되었다. 그리고 더 고급의 부품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가격은 5350R버전이 1250불, 5350SE버전이 1500불에 책정되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