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진(acherna@hifinet.co.kr) 2002-04-22 11:30:35
이번에는 최근 소개된 “쿼드라스파이어(quadraspire)"라는 이름의 매우 아름답게 만들어진 영국제 오디오 랙(audio rack)을 리뷰해보도록 하겠다. “피라미드 콘이랄지 파워 코드는 모르겠지만 오디오 랙 리뷰라니?” 일반적으로 랙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마도 신호 경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 랙은 직접적으로 스피커를 제외한 모든 기기를 수납하고 또 항상 손이 닿게 되는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해외의 어떤 오디오 평론가는 “오디오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액세서리는 오디오 랙(equipment rack)이다"라고 까지 단언하고 있다. 그러면 우선 오디오 전용 랙의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Quadraspire Q4 Rack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좋은 랙을 사용하면 컴포넌트들이 매력적으로 보이고 시스템을 기능적으로 사용하기 쉬워지며 무엇보다도 음질을 개선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진동 때문에 프리앰프, 디지털 프로세서, CD 트랜스포트, 그리고 특히 턴테이블의 성능이 떨어진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진동은 파워 서플라이의 트랜스포머, 턴테이블과 CD 트랜스포트의 모터, 그리고 스피커로부터 나온 소리가 오디오 기기에 영향을 줌으로써 발생한다. 진동은 마이크로포니(microphony)라고 부르는 현상을 통해서 오디오 기기에 영향을 주는데, 이것은 진동시에 약한 전기 신호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마이크로폰처럼 작용하여 기계적 에너지를 전기적 에너지로 전환한다. 대개의 전용 오디오랙은 진동 억제에 필요한 강도와 중량, 그리고 구조를 갖도록 제작되어 있다. 따라서 랙을 선택할 때에는 일반 가구점에서 판매하는 부실한 “AV 랙"보다는 오디오를 위해 전문적으로 설계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쿼드라스파이어는 에드워드 스프루이트(Eduard Spruit)라는 독일 출신의 디자이너에 의해서 1995년 출발한 비교적 신생 회사이다. 쿼드라스파이어 제품의 목표는 귀와 눈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최상의 재질을 사용해서 공진과 잡음을 효과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쿼드라스파이어 제품 이전에 필자는 역시 영국 제품인 타겟(Target)사의 랙을 사용하고 있었다. 두 제품은 상당히 비슷한 컨셉으로 제작되어 있으므로 비교해서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단 두 제품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조립식으로 계속 층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반을 올리고 기둥을 돌려 끼우기만 하면 되므로 조립은 쉽다. 그것도 기둥의 높이를 100, 140, 180, 216, 256, 326mm등으로 다르게 선택함으로써 높이가 높은 컴포넌트와 그렇지 않은 컴포넌트를 마음대로 수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길어야 10분 정도면 자신의 시스템의 콤포넌트 숫자와 사이즈에 꼭 맞는 랙을 조립할 수 있고 나중에 새로운 기기를 추가하더라도 별도의 선반과 기둥만 구입하면 되므로 편리한 것이다.
필자가 리뷰용 제품으로 받은 랙은 선반이 590x395mm 규격이고 4개의 선반으로 4개의 컴포넌트를 올려놓을 수 있는 Q4 table이라는 모델이었는데, 이외에 400x325mm 과 590x470mm 규격의 선반을 가진 모델도 선택할 수 있다. (그림 참조) 아마도 대형 파워앰프를 사용하는 분이라면 큰 규격의 선반으로 된 제품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타겟 제품을 사용해온 김종우 필자님 경우에는 마크레빈슨 No.332 같은 대형 파워앰프도 무리 없이 수납하여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경험적으로 보건대 타겟이나 쿼드라스파이어 제품 모두 상당히 견고한 선반을 사용하고 있어서 오래 사용해도 휘거나 할 우려는 없어 보인다. 타겟의 랙과 달리 쿼드라스파이어 랙의 선반은 좀 더 얇은 느낌을 주도록 디자인되어 있지만, 마감 처리가 훨씬 깔끔하고 튼튼한 인상을 준다.
Q4M | Q4 | Q4L |
이외에도 쿼드라스파이어 랙은 자기적인 영향을 배제하면서도 진동 억제에 효과적인 알루미늄 재질의 기둥, 우아하게 처리된 견고한 선반, 그리고 스파이크나 바퀴등을 장착할 수 있는 특징을 갖추고 있다. 랙에 스파이크를 장착할 경우에는 랙과 바닥 사이가 견고하게 결합되어 진동에 대한 영향을 감소시키게 된다. 물론 스파이크가 달린 랙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바닥이 튼튼하고 평평해서 랙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스파이크의 높이 조절이 필요한데 쿼드라스파이어 랙은 사진에 나와 있듯이 스파이크를 약간 돌려주는 것만으로도 쉽게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스파이크 끝이 둥글게 되어 있어 필자가 기존에 사용하던 타겟의 스파이크보다 훨씬 덜 위협적이고 친숙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역시 나무 바닥을 상하지 않게 하려면 별도의 받침이 필요할 것 같다. 필자의 경우 기기 교체나 결선 작업이 잦은 편인데 이런 경우 바퀴를 부착하여 사용하는 것이 음질적으로 약간 손색은 있을지는 모르지만 매우 편리하다. 가끔 다른 분 집에서 시청을 할 때 케이블 배선을 바꾸기 위해 랙에 머리를 넣고 낑낑대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오곤 한다(그러다가 기기에 흠집을 내는 일도 가끔씩 생기곤 한다). 혹시 새로운 랙을 구입하실 분들이라면 바퀴를 부착할 수 있는 랙을 고려해보시기 바란다.
어떤 분들은 쿼드라스파이어 랙을 보고 약간의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부 랙 제품은 무게를 무겁게 하여 바닥에 견고하게 결합시키도록 설계되어 있는 반면에 쿼드라스파이어 랙은 무게가 가벼운데,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무거운 컴포넌트는 단단히 결합시키는 것(rigid coupling)이 진동을 해소하는 측면에서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주로 유럽 계통의 가벼운 컴포넌트의 경우에 자체 중량으로는 어차피 견고한 결합이 불가능하므로 무거운 랙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보여진다. 즉, 무겁지 않은 시스템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쿼드라스파이어의 가벼운 랙이 음질적으로 무방하다는 것이다. 수입원의 관계자로부터 들은 바로는 린(Linn Product)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디스플레이하기 위한 랙으로 쿼드라스파이어 랙을 추천했다고 하는데 납득이 가는 이야기이다. 린에서는 자신들의 멋진 오디오 제품의 외양을 랙이 어느 정도 받쳐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만일 쿼드라스파이어의 현대적인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만 마크레빈슨이나 크렐 같은 중량급 대형 파워앰프를 사용하는 분이라면 32mm 직경의 기둥을 사용한 제품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가구의 색상이나 분위기를 일치시키는 방식으로 인테리어를 꾸미는 경향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쿼드라스파이어 랙은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오디오 랙 뿐 아니라 TV 받침대로 쓸 수 있는 1000x405mm 또는 1010x600mm 규격의 QAV테이블, 250장의 CD를 수납할 수 있는 CD 랙과 심지어 탁자까지도 갖추어져 있으니까 말이다. 덤덤한 외양의 오디오 기기라도 쿼드라스파이어처럼 산뜻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랙 사이에 놓고 즐긴다면 기기를 조작할 때마다 음악이 즐거워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최근 출시되는 현대적인 모습의 기기들을 옛날 장롱 같은 고리타분한 랙 속에 집어 넣어두는 것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취미로서 오디오를 즐기는 분들에게 기기는 계속 교체가 되더라도 랙 만큼은 그대로 남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편리함과 미적 감각을 고루 갖춘 오디오 전용 랙을 구입하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 만족감을 안겨줄 훌륭한 투자임에 분명하다.
가격: 50만원대
문의처: 성민음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