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대의 오디오파일 앰프
Moon i-1인티 앰프의 특징이라면 매우 저렴한 가격에서도 오디오파일 수준의 음질을 들려주는 것이다. 심오디오의 앰프로는 과거 이클립스의 프리앰프, 그리고 Moon i5.3 정도 들어본 게 다 인데도 음악적 성능에 대해서는 굉장히 신뢰하는 편이다. 그 만큼 인상이 강렬한 제품들이었다고 할까. 특히 Moon i5.3 모델에 대해서는 음악의 흥분을 제대로 전달해 줄 수 있는 특별한 인티 앰프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제품에 대해서는 해외 평론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역시 i5.3은 웹진인 사운드스테이지에서 약 3000달러 가격대의 인티 앰프 중 가장 음질이 뛰어다는 평판을 받았다. 또 상위 기종인 i-7 인티앰프는 앱설루트 사운드에서도 최고의 인티앰프로 굉장히 칭찬한 제품이다. 그렇다하더라도 i5.3이 400만원대, 그리고 i-7이 700만원대였기 때문에, 인티앰프를 구하려는 분들에게는 좀 거리감이 있을 법하다. 캐나다 달러가 계속 올라서 수입원에서도 아마 고충이 없지 않을 듯 싶다.
1.1 인티앰프의 새로운 포지션
다행히 심오디오의 인티앰프 라인업에 보다 저렴한 제품인 Moon i-1 모델이 추가 됨으로써 보다 사용자 층을 넓게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앞으로는 영국이나 일본의 인티앰프들과 직접적으로 경쟁이 가능하게 된 셈이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인기 높은 네임오디오의 NAIT 5i 인티앰프라든지, 바로 전에 리뷰한 야마하의 A-S2000 인티앰프와 성능과 음질 비교가 가능할 것 같다. 심오디오 Moon i-1 인티앰프의 국내 판매가는 200만원대 초반으로 책정되었다고 한다. 아마 100만원 내외의 인티앰프를 사용하던 분들이 조금 불만을 느껴서 업그레이드하기에 적합한 모델이 될 것 같다. 같은 채널당 50와트라는 수치는 잊어버리고 좀 더 파워풀한 제품이 필요하다거나 더 구동이 어려운 스피커를 구입했다거나 할 때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제품이 될 것이다. 물론 AV 앰프를 사용하는 분이라면 이 앰프의 바이패스 기능을 함께 연계해서 사용해보는 것도 물론 좋겠다. 최근 디지털 다운로드가 주요 소스가 된 음악 감상의 추세에 알맞게 전면 새시에 이어폰 입력 단자가 있어서 아이팟이라든지 노트북 등과 연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 되겠다.
디자인
시청평
소스 기기로는 함께 출시된 Moon i-1 CD 플레이어와 타스캄의 CD-01U pro CD플레이어를 트랜스포트로 사용하고 벤치마크 미디어의 DAC-1을 오디오퀘스트의 Hawk AES/EBU 케이블로 연결한 것을 사용했다. 스피커는 BW 802D와 에포스의 M5 스피커를 사용하고, 인터커넥트는 킴버의 Tonik, 그리고 스피커 케이블로는 QED의 실버 애니버서리를 사용했다. Moon i-1 인티앰프는 심오디오에서 기대하던 바를 그대로 충족시켜 준다. 보급기답지 않게 선이 굵고 건강한 골격의 울림새, 감상자 앞쪽으로 적극적으로 제시되는 음장, 따뜻하고 부드럽지만 은근한 힘이 느껴지는 저음등. 중역대의 질감이 대단히 부드럽고 느긋하며 소리의 감촉이 풍부하다. 소리가 가깝고 부드럽기 때문에, 노라 존스의 feels like home 앨범에서 sunrise을 들어보면, 귀에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 다른 어떤 인티 앰프보다도 대단히 좋다. 고역은 중역대와 이음새 없이 자연스럽게 표현되는데, 딱딱하거나 반짝임 없이 조금은 어둡고 차분한 인상이 된다. 바이올린이나 플루트 같은 고음 악기를 들어보면 음색이 비슷한 가격대의 인티앰프에 비해서 조금 더 두툼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이미지 자체는 마치 바로 앞에서 듣는 것처럼 존재감이 있고 리얼하게 들린다. 이미징과 포커싱이 좋다고 주장하는 제품들 중 상당수가 이미지를 굉장히 작게 만들어서 보여준다. 심오디오는 그런 부분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며, 직접적으로 소리를 때려내는 스타일이다. 사실 B&W802D만 해도 결코 작지 않은 스피커인데, 앰프에 따라 같은 스피커에서도 이미지의 크기가 이렇게 줄었다 늘었다 변화하는 것이 매우 재미있다. 과거 일부 TR 앰프에서 귀를 거슬리게 했던 샤아~하는 화이트 노이즈라든지, 트랜스의 험이 들리는 일은 물론 없다. 배경이 매우 고요하고 음악 외의 잡스러운 소리를 내지 않아서 집중하게 하는 능력이 좋다. 물론 매칭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소리의 가닥을 추려서 들려주는 듯한 아주 세밀하고 분석적인 경향은 아니다. 원래 심 오디오의 소리가 이미지와 배경의 음장을 잘 구분해서 들려주는 스타일은 아닌데, 여기서도 소리와 공간의 경계랄까 그런 부분이 잘 느껴지진 않는다. 대체적으로 FET를 사용한 앰프들이 그런 부분에선 좀 부족해 보인다. 상급기인 Moon i5.3과 직접 비교해서 들어보면 음악적 열기에서 차이를 보인다. 게다가 Moon i5.3이 보다 화끈하고 터프한 다이내믹스를 들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더 투명하고 더 디테일하며 소리결도 보다 깔끔하다. 질감이 더 촉촉하고, 잔향 같은 미세한 정보도 더 많이 들려준다. 두 앰프의 실력 차이는 딱 출력 차이나 가격 차이 만큼 딱 나는 것 같아서 매우 흥미롭다. 거의 비슷한 회로로 설계했으리라 짐작되는 두 제품은 자기 가격대에선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셈이다. i5.3이 더 좋은 사실이지만, 두 배 가격을 지불하라고 권할 수는 없지 않을까. 다 나름대로 장점이 있어서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후회할 것 같진 않다. MP3 플레이어의 이어폰 출력을 뽑아서 연결해본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애플 아이팟 미니를 사용했는데, 저음이 너무 가볍고, 마치 이어폰 소리를 크게 해서 듣는 것 것 같다. 필자는 애플의 아이팟 하이파이를 사용하면서 이 제품이 저음 과잉이 아닌가 의심했었는데, 여기선 정 반대다. 그렇다면 아이팟은 이어폰에, 그리고 아이팟 하이파이는 아이팟에 나름대로 적합한 튜닝이 이루어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하면, 아이팟의 이어폰 단자로 연결하여 CD 플레이어를 대체할 수준은 안된다. 디지털 출력을 뽑아서 별도의 DAC에 연결하면 모를까..괜히 이어폰 단자 때문에 이 제품을 구입하진 마시길...
타 제품과 비교
다른 제품과의 비교 좀 넓게 보고 비슷한 가격대의 인티 앰프 제품 중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네임오디오의 NAIT5i, 그리고 지난 번 리뷰한 야마하의 A-S2000 인티앰프다. NAIT5i는 오디오적 성능보다는 취미성이 강한 제품으로 독특한 디자인과 정감있는 음색이 매력적이다. 복잡한 다이내믹스의 변화를 감탄이 나올 정도로 쏠쏠하게 들려주고, 이미징이라든지 사운드스테이지 성능도 하이엔드 제품을 생각나게 한다. 한 마디로 불만 없이 음악을 잘 들려주는 제품이다. 야마하 A-S2000은 압도적인 만듦새, 다양한 기능, 세련된 고음의 음색,그리고 중역대의 매끄러운 질감에서 크게 호평한 바 있다. 특히 음색과 투명한 사운드스테이지에서 같은 가격 대에 비교할 제품이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보면 심오디오의 Moon I 1-1은 뭔가 투박하면서도 다부지고 적극적인 소리가 매력적인 제품이다. 가장 소리가 좋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스피커를 적극적으로 드라이브하는 능력 덕분에 어떤 환경이나 음악에도 잘 맞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해 셋 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제품이지만, Moon 1.1 인티앰프는 보편적으로 추천할 만한 제품이다.
결론
i-1은 심오디오에 대한 기대를 그대로 충족시키는 인티앰프라 하겠다. 10여년 전에도 이 정도의 가격 대의 인티앰프 중에서 성능으로 만족스러웠던 제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오디오에 입문한 지 오래되었음에도 하이엔드 제품의 지속적인 가격 인상에 업그레이드를 미뤄왔던 분들이라면 이 제품을 놓쳐서는 안된다. 팝과 클래식 음악을 가리지 않고 오디오의 취미성을 충족시켜주는 흥미로운 제품이다. 실속있기로 이름난 심오디오 브랜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능한 가격 대에서 보게 되어 반갑기 그지 없다. 리얼한 사운드를 현실적인 가격대에 들려주는 제품으로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