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진(acherna@hifinet.co.kr) 2002-06-20 16:26:39
전에 feature: 오로라 사운드 방문기에 예고해드린대로 샤콘느215 앰프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다. 진공관 앰프에 대해서는 오디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겨울 밤 아늑한 불빛과 푸근한 소리가 어우러지는 정취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문제는 현대의 진공관 앰프가 소량씩 제조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고 따라서 대중적인 제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 필자가 리뷰한 캐리 CAD-300SEI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같은 경우 크기는 매우 작지만 3000달러가 훨씬 넘는 가격표가 붙어 있을 정도이다. 진공관의 따스한 불 빛은 가격표 앞에서는 찬 바람으로 바뀔 뿐이다. 예전에 롯데전자에서 60만원의 EL34 진공관 앰프가 출시된 바 있지만 별도의 프리 앰프가 필요했다. 또 하이파이넷에 리뷰되기도 했던 실바웰드의 SWT-40 인티 앰프 역시 100만원에 가까운 가격표가 붙어 있어서 접근하기 쉽지는 않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실 구입가 50만원대의 오로라 사운드에서 개발한 샤콘느215 앰프는 진공관 앰프를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소유할 수 있게 해주는 획기적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 앰프를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진공관을 앰프 상부에 노출시킨 종래의 진공관 앰프들과 달리 샤콘느 215는 간소하고 깔끔한 샤시가 눈에 띈다. 이는 아남의 델타 클래식 시리즈 미니 콤포넌트와 같은 규격과 디자인이라고 한다. 물론 회고적인 디자인을 선호할 분도 계시겠지만 앰프 전면의 아크릴 패널을 통해 진공관의 불빛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아쉬움은 어느 정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또 좁은 공간에서 어렵게 음악을 듣는 분들에게는 매우 반길 만한 크기와 다루기 쉬운 무게를 갖고 있는 것도 장점이랄 수 있겠다. 편의성 면에서도 입력부로 CD, TUNER, TAPE, VCR, AUX 5계통이 구비되어 있다. 볼륨이나 셀렉터의 조작감도 양호했으며 또 뒷면의 입력단자나 스피커 단자 역시 저렴하면서도 견고한 것들이 채택되어 있었다. 이 가격대의 다른 앰프와 달리 전원 코드를 분리할 수 있다. 참고로 이 앰프에 사용된 진공관은 12AU7 4개와 6V6 4개로 구입이 용이하고 유지 비용도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시청 기기로는 필자의 오디오 피직 비르고 스피커와 덴온의 1650AR CD 플레이어를 사용하였다. 필자가 이 앰프를 시청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것은 역시 15와트밖에 안되는 출력이다. 가격적인 밸런스로 보자면 스탠드에 올려놓는 2웨이 스피커와 매칭될 가능성이 높은데 또 대개의 북셀프 스피커는 상당히 능률이 낮다. 그 때문이겠지만 능률이 92dB나 되는 소형 2웨이 스피커(샤콘느 2.1, 38만원)가 별도로 상품화되어 있기도 하다. 이 앰프를 구입할 분이라면 물론 이러한 부분을 감안하여야 할 것이다. 여러 종류의 음반을 들어본 결과 생각보다는 꽤 큰 음량을 내어 주는 것을 확인했으며 또 소리가 찌그러지는 느낌도 없었다. TR 앰프의 경우에는 최대 출력 근처에서 소리가 듣기 괴로울 정도로 찌그러지는 데 비해 진공관 앰프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측정 수치가 같더라도 청감상으로 느껴지는 출력은 거의 두 배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저역이 부족하게 될 수 있으므로 스피커를 좀 벽에 가깝게 한다든지 하는 등 세팅에 융통성을 다소 발휘하여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 열이 상당히 나는데 작동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한다. 다만 윗 면에는 가능한 다른 제품을 두지 않는 것이 좋겠다.
Eagles의 “Hell Freezes Over"(GEFD-24725)에서 “Get over it"을 들어보면 드럼의 강렬한 어택이라든지 보컬의 내지르는 듯한 느낌이 잘 전달되었다. 또 베이스 기타의 소리는 느슨함 없이 팽팽하게 통제되었다. 채널당 15와트라는 출력 수치만을 생각하고 이 앰프를 멀리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판단이 아닐 것이다. 애청되는 “Hotel California"에서도 도입부의 퍼커션의 어택이 강하면서도 울림이 팽팽하게 제동되었다.
샤콘느 215의 가장 큰 특색이자 장점이라면 매끄러운 밸런스를 들어야 될 것 같다. 분명 초고역과 저역을 매끄럽게 내어주지는 못하지만 특정대역이 강조되지 않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평탄한 밸런스 때문에 특정 악기가 튀어나오는 일이 없으며 이러한 특성은 볼륨을 상당히 올린 상태에서도 잘 유지되었다. 다만 고역의 음색이 약간 거친 것에는 아쉬움이 생긴다. Sylvia Mcnair의 “Sure Thing"(Philips 442 129-2)을 들어보면 유연함이 다소 부족하고 또 입자감도 느껴진다. 앞서 이야기한 Eagles의 음반에서도 Don Henley의 보컬에 허스키함이 강조되었고 다른 앰프에서 들을 때 보다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간 것처럼 들렸다. “Sure Thing” 음반에서 피아노의 저음이나 더블 베이스의 음정이 풀림 없이 정확히 들리는 부분은 좋았다. 두 번째 트랙인 I won"t dance는 춤 추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로 신명나게 들려주었다.
시청 후반부에는 이 앰프에는 가혹하다고 할 수 있는 관현악곡을 집중적으로 시청해보았다. Jordi Savall이 지휘한 Beethoven Symphony No.3(Auvidis Fontalis ES8557)의 경우는 악기의 움직임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주었으며 팽팽한 저역과 리듬감을 들려주어 음악에 몰입하게 하였다. 또한 음장감 역시 하이엔드에 근접한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원근이라든지 각 악기의 위치가 정확하게 나와 주었다. 그러나 Gunter Wand가 지휘한 Brahms Symphony No.1(RCA 09026 68889 2)에서는 큰 북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한계를 나타내 주었으며 도입부의 팀파니 소리의 경우 기본음보다는 배음만이 들리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음량 변화가 심한 부분에서는 에너지가 많이 요구되는 저역 악기의 어택이 현격히 약해져서 전체적인 다이내믹 구조가 깨지는 약점도 발견되었다. 아무래도 다수의 악기가 동원되는 관현악곡의 재생은 이 가격대의 앰프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라고 봐야 될 듯 싶다.
전체적으로 보아 샤콘느의 215앰프는 미드파이와 하이파이의 중간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실용적인 제품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아쉽게도 진공관 앰프다운 고풍스러운 디자인이라든지 부드러운 음색은 누릴 수 없었다. 그러나 표시된 출력 수치를 초월하는 구동력과 타이트한 저역 특성 때문에 재즈나 가요등 다양한 음악을 폭넓게 즐길 수 있었다. 또 우수한 대역 밸런스와 정교한 음장 재현 능력은 동급의 국내외 앰프들을 훨씬 넘어서며 클래식 음악 재생에 있어서도 충분히 경청할 만한 장점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과 크기, 아남 전자 서비스를 통한 확실한 사후 지원 등은 미드파이 제품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도 이 제품에 대해 좀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오로라 사운드는 방문기에도 나와 있지만 수 십년간의 제작 경력을 지닌 진공관 앰프 명인이 B&W의 실버 시그너처25와 아큐페이즈의 DP-75같은 하이엔드 기기를 통해 제품을 튜닝하고 있다.또 많은 오디오, 음악 애호가들의 반응을 제품 설계에 폭 넓게 반영하고 있다. 그러한 요소들이 이 제품의 객관적인 성능의 높이를 뒷 받침 하고 있는 것이리라.
시청에 사용한 기기
CD Player
Denon 1650AR
Loudspeaker
오디오 피직 비르고
Interconnect Cable
킴버 PBJ, 와이어월드 이퀴녹스
Loudspeaker cable
XLO 울트라 6
Power Cords
시너지스틱 리서치 AC 레퍼런스 마스터 커플러, JPS Digital Cords
Accessory
삼양전기 울트라 파워 멀티탭, RPG 디프랙털, RPG 베이스 트랩, BDR 피라미드 콘, 도우즈 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