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odelay0818@hanmail.net) 2004-01-19 15:37:29
(사진은 V-5x)
* 파워 출력 : 150Wpc(8 ohms) / 300Wpc(4 ohms)
* 게인 : 26 dB
* 입력 임피던스 : 100 kohm(per phase)
* 주파수 응답 : DC~200 kHz
* 전력 소모 : 10W(대기 시) / 100W(작동중 무신호시)
* 규격 : 18” W x 16” D x 7” H(46cm x 41cm x 18cm)
* 중량 : 25 kg
* 문의처 : 헤이스(02-558-4588)
에어 V-5 파워 앰프는 이미 단종된 모델이며, 이미 개선작인 V-5x가 나와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에어의 제품들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V-5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없진 않을 것이다.
외관 및 기능
V-5 파워 앰프는 에어의 다른 제품들과 유사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에어 앰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뒷면의 스피커 케이블 단자들이었는데, 스피커 케이블은 스페이드 단자의 +극과 –극을 끼운 후 손잡이를 돌려서 함께 조일 수 있다. 입력 단자는 밸런스와 RCA 모두를 지원하는데, 작은 스위치로 둘 중에 한 가지 입력을 선택하도록 했다.
전기적인 특징으로는 제로 피드백, 풀 밸런스드 회로, 에어사 고유의 RFI 필터 채용(에어에서는 이를 ayre 컨디셔너라고 코믹하게 부른다), 정교한 직류 보호 회로 등을 들고 있다. 입력 단에는 FET를 출력 단에는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사용했다.
감상
Ayre V-5 파워 앰프의 가장 중심적인 특색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깔끔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앰프를 사용하여 음악을 들으면 부담스럽거나 거북한 소리 때문에 고생할 걱정은 일단 덜 수 있을 것 같다. 이 깔끔함에 속도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경쾌한 재생음을 들려주기도 한다.
미셸 까밀로와 또마띠또의 Spain 앨범 중 7번 트랙 La Vacilona에서는 반응속도가 가장 먼저 부각되었다. 반응속도 처리가 깔끔하고 좋아서, 기타 소리가 화려하면서도 귀에 잘 들렸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오케스트라가 나오는 음악들에서 이러한 깔끔함은 나름의 장점을 발휘하는데, 자칫하면 시끄럽고 피곤해지기 쉬운 음악도 수월하게 들을 수 있다. 벵게로프가 연주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op.47 1악장을 들어보면 여러 악기가 동시에 나오면서 연주 자체의 스케일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흐트러짐 없이 명료하고 한치의 지저분함도 느껴지지 않는 소리가 난다. 또한 캐논볼 애덜리와 빌 에반스의 왈츠 포 데비 같은 음앗에서도 비슷한 재생특성을 보여주어서, 리듬을 잡거나 멜로디 라인을 따라가기에 매우 좋다.
하지만 이런 특성은 경우에 따라 단점으로 작용한다. U2의 Stuck in a Moment를 들어보면 너무 깔끔한 나머지 풍성한 맛이 없으며, 보컬과 심벌즈의 잔향이 부족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다른 재즈 트랙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캐논볼 애덜리에서도 다른 시스템에 비해 소리가 다소 심심하고 무미건조하게 들릴 수도 있다. 에어의 소리에는 잔향이 상대적으로 적은데, 이것 때문에 깔끔하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반면 이처럼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특성이 드러나는 부분은 고역이다. V-5는 의외로 고음이 거칠다. 바이올린의 고역이 나오는 거의 모든 음악에서는 악기에서 울려 퍼지는 음보다 활이 현을 긁는 소리가 더 강조되어서 나타나는데, 풍성한 잔향이 있었으면 이러한 점이 많이 개선되었을 것 같다.
Ayre의 음색은 저역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Ayre V-5 앰프의 저역이 갖는 장점은 깔끔하고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벵게로프의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2악장의 북소리는 이를 증명해준다. 또한 베이스 음은 왜곡이 없으며 상당히 사실적으로 들린다. 단점이 있다면 저역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것이다. 재생해본 모든 음악에서 저역은 자연스럽긴 하지만 박력이 나 무게감이 없었다. 예를 들면 셀로니어스 몽크의 Himself 앨범에서는, 기본적인 힘의 강약은 잘 느껴지지만 저역 부분이 약해서 아쉬웠다.
에어 앰프에서 의외였던 또 한가지 사항은 사운드 스테이지였다. 에어의 사운드 스테이지는 깊이가 현저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케스트라가 나오는 음악이나 4-5개 정도의 악기를 사용하는 음악에서 모두, 사운드 스테이지의 넓이는 훌륭한 편이었지만 임장감까지 좋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무리
에어 앰프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몽크의 음악을 묘사한 말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하루키는 몽크의 음악이 딱딱한 얼음을 기묘한 각도로 유효하게 깎아내는 듯하다고 말한 바 있는데, 에어에서 몽크를 들으면 그런 느낌이 조금 와 닿는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느낌과 자연스러움을 장점으로 갖고 있지만, 저역의 힘이 약하고 고역이 다소 거칠게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에어를 들어볼 당시 하이파이넷 시청실에는 에어에 적합하다고 할만한 스피커가 없었지만, 고역이 어둡지 않으면서도 풍성하며 구동하기도 까다롭지 않은 기기들과 매칭을 하면 위에서 언급한 단점들을 보완하면서 이 앰프 고유의 깔끔함과 자연스러움을 잘 살려낼 수 있을 것 같다.
청취 기기
* 틸 CS 2.4 스피커
* ATC SCM 12 스피커
* DCS 엘가 D/A 컨버터
* 크렐 SACD CD플레이어
* 크렐 400xi 인티 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