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에이프릴 뮤직 스텔로 AI320 인티앰프

hifinet 2006. 7. 21. 22:20
Posted by 박우진 on 07/25 at 06:04 PM

에이프릴에서 CDA320 CD 플레이어와 함께 매칭될 AI320 인티앰프를 출시했다. 320이라고 하면 벤츠를 떠올릴 분도 계시겠지만, AI320은 AI300의 뒤를 잇는 새로운 버전이다. 에이프릴 뮤직이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공동 구매 제품과는 다른 계보를 갖고 있다. AI320에 대해서는 다른 필자 분께서 들어보고 난 후에 크게 호평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잡지에 기고된 내용을 살펴보면 B&W 노틸러스801까지 분리형 앰프에 필적할 만큼 잘 울려주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음악적으로 썩 만족스럽지 못했던 전작에 대한 기억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신 제품이 과연 얼마나 다른 소리를 들려줄 것인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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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감도 :  0.56V, 140W / 8 Ohms 신호 대 잡음 비 : 10-20 kHz, -100dB10 전고조파 왜곡 : 0.005%, at 30W, 8 Ohms 주파수 응답 : 10~35kHz, 3dB 파워출력 : 140W/CH at 8 Ohms 아날로그 입력 : 4 RCA/Unbalanced, 1 XLR/Balanced, 1 RCA/Bypass 아날로그 출력 : 1 RCA PREAMP Output, 1 REC 볼륨 : 120 Steps 디스플레이 브라이트니스 컨트롤 : 4 Levels 규격 : 435 (W) X 105 (H) X 415 (D) mm 중량 16 Kg 가격 : 250만원

제작사에서는 이 제품이 분리형 제품을 타겟으로 제작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제품의 디자인이나 규격은 전작과 거의 유사하다. 리뷰 샘플로 받은 제품은 올리브 블랙 마감이었는데, 이 쪽이 기존의 실버에 비해 다소 고급스럽기는 하지만 오래 사용하기엔 실버도 괜찮을 거 같다. 그리고 디스플레이의 밝기는 4단계로 조정이 가능하다.
프런트 패널의 스위치 배치도 전과 같아서 좌측에 스탠바이, 디스플레이 아래 쪽에 입력 선택, 볼륨 업 다운, 뮤트, 바이패스 등으로 되어 있다. 볼륨 조정은 0~최대 60까지 0.5 단위로 진행한다. 매뉴얼에 따르면 볼륨이 내는 음량은 주로 10~30 내로 해달라고 되어 있다. 스탠바이 스위치를 누른 상태에서는 이전 볼륨 값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 다만, 후면의 메인 스위치를 내리면 그 때에는 볼륨 값이 리셋된다. 입력 선택은 초기 모드가 CD이며, 스위치를 반복해 누르면 튜너-AUX-TAPE-BAL-IN-CD 등으로 진행한다. 스탠바이 스위치를 한 번 더 눌러서 작동 상태로 돌아오면 끄기 전의 선택 값으로 돌아간다.
AI320의 후면은 각종 입출력 단자로 가득하다. WBT 스타일의 단자들은 매우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오디오 입력 단자로는 5개의 언밸런스 입력과 1개의 밸런스드 입력 단자가 있다. 밸런스드 단자가 준비된 오디오 기기는 밸런스드 입력으로 연결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스피커 단자는 한 쌍이다.
프리-파워부분이 분리되므로 서라운드 프로세서를 연결할 때에는 독립적인 파워앰프로 사용할 수 있다. 바이패스 스위치는 전면패널이나 리모컨으로도 조작이 가능하다. 또 프리앰프 부분만 살리고, 다른 파워앰프와 연결할 수도 있다. 프리아웃 단자는 별도의 서브우퍼를 연결하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다.
제품의 무게는 16kg에 달할 만큼 대단하고, 게다가 깊이도 생각보다 상당해서 내용적으로 알찬 제품임을 입증한다. 파워 트랜스포머가 800VA 급으로 개선되었고, 여기에 90000 마이크로패럿 용량의 평활 커패시터를 사용했다고 한다. 입력 단과 드라이브 단에는 레귤레이터를 적용해서 S/N 비를 개선했다.
프리앰프 부의 입력 단에는 서로 다른 소자의 장점을 얻기 위해 2쌍의 JFET, 그리고 2쌍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혼합해서 사용했다. 디지털 볼륨에는 사이러스 로직의 CS3310 칩을 사용했다. 이 칩은 고급 프리앰프들에도 채택되는 것이라고 한다. 프리앰프 부는 파워 서플라이를 분리해서 노이즈를 억제했다.
파워앰프부는 채널 당 4개의 산껜 사제 바이폴라 파워 트랜지스터를 썼고, 저음의 임팩트를 향상하기 위해서 고유의 피드백 회로를 적용했다고 한다. 메인 회로에는 OP 앰프를 사용하지 않았고, 커플링 커패시터를 사용하지 않은 DC 커플드 방식을 적용했다. 

감상
시청에는 마란츠의 SA-11S1 SACD 플레이어와 틸의 CS2.4 스피커를 사용했다. 이 틸 스피커는 전작인 AI300 인티앰프가 전혀 구동하지 못하고 헤메던 기억이 있었다. 저음은 느슨하고 어택은 둔했으며 스피커를 리드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엔 완전히 딴판이었다. 처음 나오는 소리부터 이전의 AI300과는 완전히 다른 제품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흔히 가장 모든 기기 평가 중에서 앰프 시청이 가장 따분한 작업이라고 하는데, 에이프릴 뮤직의 AI320은 졸던 사람마저 깜짝 놀라게 할 정도였다. 한 마디로 스피커가 완전히 꼼짝 못하고 붙잡혀 버렸다. 음악 내의 모든 음표가 전부 명확하게 드러나고 빠른 트랜지언트의 신호가 입력되었을 때에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주저하는 느낌이 없었다.
먼저 동호인인 오원기님이 제작한 솔사이어티의 2colors 앨범부터 시청해 봤다. 이 음반은 오디오 애호가가 제작한 음반답게 원래 사운드 자체가 풍부하고 저음이 가득찬 느낌을 주지만, 여기서는 그런 느낌이 더욱 강화되어 있다. 특히 드럼 소리의 어택은 스피커에서 퉁겨져 나올 것처럼 강력하다. 또 일렉트릭 기타와 색소폰의 소리는 소리에 붙은 여운이 화사하게 살아나서 굉장히 디테일하면서도 화려하게 들린다. 그리고 어떤 시점에서도 귀를 찌르거나 소리가 하얗게 들뜨는 일은 없다. 틸 CS2.4의 별로 크지도 않은 우퍼에서 나오는 저음이 공간을 꽉 채워낸다. 누구라도 보통의 프리앰프 크기 밖에 안되는 이런 슬림한 인티앰프에서 이렇게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왠만한 분리형 파워앰프도 스텔로 AI320의 팽팽한 저음에는 손을 들어야 될 지도 모른다.
자끄루시에 트리오 플레이스 바흐에서도 베이스의 소리가 이전에 느끼지 못했을 만큼 선명하게 부각되는 것에 감탄하게 되었다. 특히 베이스와 피아노와의 합주 부분에서는 전에 없던 리듬감이 살아났다. 전에 다른 시스템으로 듣던 음악보다도 보다 더 실연에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또 무대의 규모감이 이전 제품에 비해 한결 커진 가운데에서도 소리의 이미지 크기를 여전히 작게 억제하여 잘 정돈되고 차분한 인상을 유지했다. 이전 AI300에서 여러 악기의 소리가 같은 공간을 점유하면서 서로 뒤섞이는 혼잡한 미드레인지를 들려주었던 것과는 천지차이. 심벌즈의 소리는 힘 있게 공간을 타격하여 어택의 순간과 그 이후의 울림이 정확하게 들린다. 또 어택 순간의 여운에서는 소리가 사라져 가는 공간의 깊이가 잘 느껴진다. 출력이 적은 앰프에서 들려주는 밝고 들뜬 소리와는 거리가 멀고, 그럼에도 소리가 사라져 갈 때의 미세한 뉘앙스가 잘 표현된다. 악기의 이미지들이 스피커 뒤 깊은 곳에서 전혀 인티앰프 같지 않은 깊고 넓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또 소리의 고저나 강약에 관계 없이 그 위치를 그대로 유지한다.
이안 보스트리지의 슈만 가곡에서는 모든 소리가 팽팽하게 당겨져 있어서 가수의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간 듯한 소리가 된다. 대개 이렇게 되면 오래 감상하는 데 피로해지기 쉬운 경우가 많지만, AI320은 오히려 감상자의 음악에 대한 집중력이 강해지는 소리를 만드는 등 매우 드문 예외에 속한다. 보컬을 포함해 중역 대의 질감은 무척이나 매끄럽고 유연해서 귀에 주는 부담이 없다. 오히려 슈만 음악의 서정적인 부분을 대단히 진지하게 접근해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고음으로 힘차게 내지를 때에도 거칠거나 경직되는 인상은 없다. 앞서도 말했듯이 밝고 샤프한 소리를 내는 경향은 아니고, 울림이 조금 진득한 편으로, FET를 사용한 앰프들이 그렇듯이 반주 피아노의 음색은 매우 진하고, 이런 점에서는 중립적이라고 이야기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듣기에는 매우 좋다. 그리고 피아노의 잔향이 아주 무겁게 가라앉아서 악기의 규모감을 크게 만들어준다. 이런 부분도 역시 인티앰프가 아닌 분리형 앰프에서 느껴볼 수 있는 수준임에 틀림 없다. 시청을 거듭할 수록 점차적으로 소리가 더 차분해지고, 보다 유연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완전히 브레이크 인 되고 난 이후의 소리는 더욱 기대해 볼 만 하다.

결론
AI320은 현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스피커 통제력을 갖고 있는 정상급의 인티앰프다. 국내 업체가 제작한 인티앰프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에는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물론 200만원 이하 가격대의 이전 AI300보다는 가격이 많이 상승되었지만, 그 부분은 달라진 음질을 고려할 때 전혀 중요하지 않다. 성능만 갖고 이야기한다면, AI320은 바꿈질 없이 10년은 들어도 좋은 제품이다. 이렇게 말하면, 제작사에서 더 이상 판매할 제품이 없어서 난감해지겠지만, 그 만큼 성능이 뛰어나다. 이전엔 에이프릴 뮤직의 제품들이 해외에선 좋은 평을 받았지만, 국내에선 조금 평가가 박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에이프릴 뮤직은 많은 팬들을 확보해서 계속 발전해 왔고 이제는 그 결실을 맺고 있는 것 같다. 
매뉴얼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AI320의 음질은 강요하는 소리가 아니면서도, 높은 해상력,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 강약 대비가 명확한 콘트라스트, 그리고 모든 음표들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지금껏 제작사의 주장 한 구 한 구가 이처럼 실감나게 다가온 적은 거의 처음 같다. 조금만 들어보더라도 이 제품의 장점을 바로 실감할 수 있다. 즉, 이해하기 쉬운 장점을 지닌 앰프인 셈이다. 오히려 AI320은 조금 자신의 주장이랄까 존재감이 보다 적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AI320은 베스트셀러인 스텔로 200과 200SE가 등장했을 때보다 더욱 인상적인 제품이다. 그리고 탁월한 구동력을 바탕으로 다른 제품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친화성도 우수하다. 지금 현 시점에서 물론 취향 차이에 따른 체감도는 다르겠지만, 거의 두 배 가격 대의 인티앰프까지 비교해 볼 수 있는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인티앰프 분야는 특히 올해 하이파이넷에 좋은 제품들이 많이 소개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저렴하고 또 스피커의 제동력 면에서 탁월한 스텔로 AI320을 베스트바이 제품으로 꼽고 싶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런 성과를 거둔 제작사의 노고에, 그리고 들려준 소리에 대해 객석에 앉아 있는 청중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