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한주(raker5235@hanafos.com) 2004-08-30 21:19:17
노르웨이에 근거를 둔 헤겔은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일했던 배경을 가진 벤트 홀터에 의해서 설계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을 뛰어넘는 뭔가 다른 혁신적인 방법으로 아날로그 신호의 증폭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고 이를 구현하는 데 10여년을 헌신했다. 헤겔 사운드의 핵심은 사운드 엔진이라고 불리는 피드포워드 오류교정 방식에 집결되어 있다. 이 사운드 엔진의 개발에는 그가 익힌 최신의 방송, 통신 기술, 집적회로, 고주파 기술을 응용해서 연구해온 결과가 담겨져 있다.
사운드 엔진은 오디오 신호를 계속해서 지켜보다가 오디오 신호가 오류나 왜곡을 포함하게 되면 사운드 엔진 시스템이 개입해서 오류와 왜곡을 교정해서 오디오 신호를 순수하고 왜곡이 포함되지 않게 만든다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각 게인 스테이지 주변에 네트워킹된 센서로 입력과 출력간의 변이를 측정하고 감지된 오류는 스레숄드 감지기로 전달되어 각기 다른 시그널 파라메터에 따라서 오류를 로컬 게인 스테이지에서 피드 포워드 오류 교정이 필요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결국 이 시스템은 알고리듬에 근거를 둔 것으로 통상적인 피드백에 비해서 더 복잡하고 상황에 적합하게 동작하는 셈이다. 사운드 엔진의 효과는 회로를 단순하게 유지시키면서도 인터모듈레이션 왜곡을 20dB만큼 향상시킨다고 한다.
헤겔의 전 제품에는 사운드 엔진 기술을 채택했다고 한다. 남들과 다른 기술과 디자인 상을 받은 외관을 덧붙인 것이 헤겔 제품의 정체다.
시스템 소개
이번에 소개하는 헤겔 시스템1은 헤겔의 시스템 중에서 엔트리급에 해당한다. 헤겔 시스템 1은 H1 120와트짜리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와 CDP2A CD플레이어로 그리고 RC2 리모컨으로 구성되어 있다.
앰프는 2오옴 부하까지 견디게 되어있고 출력신호에 70암페어의 전류를 흘릴 수 있게 되어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형 스피커를 팡팡 울릴 수 있다는 것은 아니어서 제작사에서도 H1에 권장하는 스피커는 중,소형에 국한시키고 있다.
CD플레이어는 192kHz 업샘플링이 기본으로 채용되어 있으며 지터를 최소화 시키도록 고안되었다고 한다. CD드라이브 메커니즘으로는 필립스 레이저 유닛과 헤겔이 개발한 서보 보드로 구성된 것을 사용하고 있으며 CD-R재생이 가능하다.
전 신호의 경로는 밸런스드 방식으로 신호를 전송하고 있으며 RCA 언밸런스드 출력은 밸런스드 신호를 받아 변환시킨 것이라고 한다.
조작은 단 두 개의 버튼으로 요약되어 있다. 겉으로 보기에 하나로 보이는 버튼은 실제로 는 세 개의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실제로는 여섯 종류의 조작을 지원하는 셈이다.
리모컨은 볼륨과 뮤트 기능이 지원되고 필립스 RC5와 호환되는 CD플레이어를 조작할 수 있다.
헤겔 H1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헤겔 H1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의 소리의 질감은 소프트하고 스무스하고 긴장을 주지 않는 편이며 레코딩에 따라 그대로 반응하는 투명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상적인 부하에서는 공격적인 소리를 내는 적이 거의 없으며 저역은 약간 따뜻한 편으로 어떨 때는 진공관 앰프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고역은 왜곡이 적어 피곤한 소리를 내주지 않지만 스무스한 것이 좀 지나쳐서 나른함을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때가 있을 정도다.
규모가 큰 곡에서 큰북 연타의 라인이 어느 정도 재생되는지 확인해 보면 웬만한 수준에서는 파워가 부족한 약한 모습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큰 북이 투투퉁 튕겨져 나갈 듯이 힘차게 들린다. 그렇지만 질적인 특성상 역시 따뜻한 저역의 특성상 압도당할 것 같은 서늘한 충격이 재현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양적인 면에서 보면 스피커의 감도가 낮은 제품에서는 음량을 크게 하면 여유로운 소리를 내주는 데 어려운 것 같으므로 웬만하면 90dB에 가까운 감도를 갖는 스피커가 적합해 보인다.
원전악기로 연주되는 빠른 템포의 비발디의 화성의 영감을 들어보면 혈기 왕성한 보우잉이 절도 있게 재생된다. 따라서 음이 타이밍상 꼬리가 늘어나면서 적당히 번지듯이 들리는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 제품에서 칭찬할 점은 소리를 인위적으로 팽팽하거나 강조를 주지 않기 때문에 남자 성악가의 소리 연령을 젊게 만들어 버린다던지 인공적으로 딱딱하게 만들어 망쳐버리는 일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자연스러움을 지향하는 재생특성은 구입자가 음악을 오래도록 들을 수 있게 해준다.
그 대신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음량을 작게 하면 어딘가 파묻혀서 잘 안들린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비교대상이 더 비싼 제품이라서 엄격한 기준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동 가격대의 제품수준에서라면 헤겔이 딱히 빠질 것 같지 않다.
헤겔 H1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는 제작자가 만들고자 한 의도에 충분히 부합하는 성능을 가진 제품이며 공간이 크거나 음량을 키워야 하거나 스피커가 힘겨운 제품이라면 이보다 상급 모델인 시스템 2나 시스템 4 같은 분리형 앰프를 고려해 볼만하다. 음색 매칭상 B&W류의 스피커와 잘 어울릴 것 같은 인상을 받았으며 전체적인 음질의 완성도로는 아캄의 인티앰프에 비해서 강점이 있어 보인다.
CDP2A CD플레이어
그런데 한편 CD플레이어 CDP2A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와 아주 다른 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의아해진다. 우연인지 벤치마킹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헤겔의 음색 매칭에 대한 부분은 아캄사와 일치되고 있다. 아캄은 FMJ시리즈의 앰프가 유연한 대신 CD플레이어부가 또랑또랑한 소리를 내주고 있는데 헤겔도 이와 동일하다.
대중음악에서는 전체적으로는 굵고 힘있고 강렬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법, 현악기와 같이 복잡한 소리의 재생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단조롭고 딱딱한 긴장감과 함께 시끄러운 느낌을 주며 큰 음량에서는 공격적으로 변한다. 그렇지만 비음악적인 범주에 드는 제품으로 매도하는 것은 아니다. 제품의 가격을 감안하면 지적받을 대상이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
헤겔 CDP2A를 리뷰하면서 떠올린 아캄CD플레이어는 아캄 DiVA93이다. 아캄 DiVA93는 아캄 FMJ CD23T보다도 좀 더 팽팽하고 격렬하지만 그대신 단조로운 소리를 내주는 소리를 가지고 있다. 비록 헤겔 CDP2A는 아캄 DiVA93에 비해서는 보다 성숙한 수준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한 작은 음량에서는 디테일이 잘 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헤겔의 CD플레이어에서만큼은 헤겔이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만으로도 들려줄 수 있었던 새로운 비전과 기술적인 성취같은 것을 아직까지는 자연스레 들려주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아무래도 디지털 오디오 제품은 아날로그부의 성능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제품이다.
헤겔 CDP2A는 3~4년 전의 디지털 오디오 제품에 비하면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최근에 출시된 일본 디지털 오디오 관련 제품들의 눈부신 선전을 감안하면 시기상으로 한걸음 늦은 대응이 아닌가 싶다.
종합
낱개 부품으로 봤을 때는 CD플레이어 쪽에서 조금 더 분발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재미있게도 두 제품을 합쳐놓으면 상생하면서 좋은 면으로 작용하는 부분들이 생긴다. 좋은 면은 공격적이지 않으며 음악을 망가뜨리지 않는 중용적인 접근, 밸런스가 잘 잡히고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편, 아무래도 안 좋은 점이라면 아무래도 연식에 뒤지는 듯한 해상력과 고급제품에 비해서 악기의 배음이 적절하지 않게 들린다는 점 정도가 될 것이다. 어쨌든 관심을 가질만한 브랜드의 제품임에는 틀림없다.
시청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