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넷(webmaster@hifinet.co.kr) 2003-08-05 13:59:33
Creek 5350 MK2
김)MK2는 국내에서만 판매하는 버전이다. 크릭 사는 조금씩 제품을 개선해서 내놓는데, 중요한 부품 교체가 한 번 있었고, 여기서 생긴 변화효과가 크다고 느껴 MK2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크릭은 스테레오파일 A클래스에 올라간 것으로 화제가 된 제품이며 한편으로는 굉장한 호평을 받지만, A클래스라는 명성만으로 이 가격대 최고의 강자로 군림하지는 못했다.
먼저 브람스의 소나타를 재생해 보았다. 처음에 나오는 현의 음을 들었을 때, 첼로의 음색을 팍팍하거나 차갑게 표현해주지는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현의 울림을 깊고 섬세하게 잡아주었다. 하지만 첼로가 높은 음을 내는 곳, 즉 중역의 소리가 약간 강하게 들렸으며 현의 마찰음이 많이 들렸다. 피아노 소리에서는 약간 의외의 결과가 나왔는데, 평소에 크릭이 매우 투명하고 중고역 소리가 강하다고 느껴왔지만 이 곡에서는 피아노 소리가 약간 작고 파묻힌 것 같이 들렸다. 유니코i정도는 아니었지만 피아노 소리가 좀 작게 난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평소에 크릭은 투명도가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했는데, 평소 생각하던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그러나 파묻힌다거나 이상하게 들리는 느낌은 아니었고 소리의 밸런스는 아주 잘 잡혀있었다.
U2의 노래를 재생해 보았을 때, 베이스의 가장 낮은 음에서 살짝 윗부분이 강조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로텔을 제외하고는 베이스가 완전히 평탄하고 안정적으로 뻗어내려간 제품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릭의 저역은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베이스 소리에서는 적절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으며, 베이스 기타의 줄을 단단하게 조인 듯한 느낌이었다. 소니롤린스의 곡에서도 드럼 소리를 재생할 때 강력한 파워의 어택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적절한 정도의 무게감과 반동음이 느껴져서 듣기에 좋았다. 이 곡에서의 베이스 소리도 풀어지지 않고 단단하고 경쾌했다. 저역의 양 자체는 많은 편은 아니지만 품질이 우수했다고 요약할 수 있다.
U2노래의 보컬을 들어보면 버전업이 되고 이전의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크릭을 싫어하는 분들이 지적하는 공통적인 특징인 차고 딱딱한 점이 상대적으로 부각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보노의 목소리는 촉촉하거나 여운을 남기는 소리라기보다는 또박또박하고 정직한 느낌이었다. 모짜르트 레퀴엠 Dis Irea에서도 코러스의 합창이 잘 재생되었지만 풍성하고 울리밍 많아서 코러스가 매력적으로 들리는 식의 느낌은 아니었다. 음색의 아름다움이나 달콤함을 매우 중시하는 편이 아니라면 이 점은 큰 문제는 되지 않을 듯하며, 이 문제는 취향에 따라 호 불호가 나뉠 듯하다. 다만 다른 제품에 비해 그 점이 아쉬웠다는 것은 확실했다. 소니 롤린스의 색소폰 소리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까칠한 소리라거나 음색이 차갑다는 말은 아니다.
해상력은 매우 좋아서, 소니 롤린스 노래 중간중간에 나오는 작은 말소리나 기타 여러가지 소리도 잘 잡아내주었다. 또한 이전의 리뷰에도 나와 있듯이 스피드는 발군이어서 소니 롤린스의 드럼 사운드 재생이 뛰어났다. 이 부분은 자칫 잘못하면 시끄럽고 듣기 싫게 들릴 수 있는데, 크릭으로 이 부분을 듣을 때는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또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어보면 작은 소리의 섬세한 변화를 잘 나타내주어 긴장감이 살아있었다. 또한 이 부분에 이어지는 큰 소리 부분을 들었을 때, 다이내믹스가 좋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크릭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고역과 상쾌함, 깔끔함이다. U2의 노래를 들어보면 클라이막스 부분의 고역의 개방감과 청량감은 테스트 앰프 중에서 가장 뛰어났다. 또한 슈만의 피아노협주곡에서도 현 소리가 깔끔하고 상쾌한 느낌이어서, 오케스트라가 나올 때는 현 소리 위로 사뿐히 앉아 떠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두번째로 들 수 있는 장점은 스테이지 형성과 공간감인데, U2의 노래에서는 기타와 신디사이저가 만들어내는 공간감을 잘 느낄 수 있었으며 모짜르트의 Tuba Mirum에서도 스테이지 표현이 좋았다. 울림이 많은 소리를 내는 앰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Tuba Mirum에서는 솔로들이 노래를 할 때 그 주변 공기의 울림을 잘 살려내주었다. 그리고 이 앰프에서는 전반적으로 앞뒤 원근감이 잘 드러난다. Tuba Mirum에서의 예가 단적으로 그랬는데, 크릭으로 이 곡을 들었을 때, 성악가들이 일렬로 나란히 서있지 않고 약간 들쭉날쭉하게 서있는 것까지도 표현이 되었다.
크릭은 대체로 평균 이상의 좋은 재생음을 들려주는 가운데, 음색이 딱딱하게 들릴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으며 고역의 폭발적인 상쾌함과 스테이지를 그려내는 능력은 뛰어났다. 음색 면에서 취향이 너무 다르지만 않으면 한 번 들어볼 만한 올 라운드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박) 브람스 첼로 소나타는 가볍고 야윈 밸런스로 들렸다. 이미징은 아캄 A85 이상으로 탁월하여 독주 악기의 위치가 핀 포인트로 정확하게 유지된다. 현의 보잉에 힘이 느껴진다. 현과 활의 장력과 마찰이 리얼하며, 저음도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고 안정감이 있었다.
U2에서는 베이스 기타의 소리가 필요 이상으로 부풀지 않았다. 보노의 보컬은 조금 목에 힘이 들어간다. 중역 대의 재생은 아주 깨끗하다고 보기 힘들 것 같다. 에너지가 약간 중역대에 응축된 듯 하게 들려서 긴장감을 유발한다. 킥 드럼의 어택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실려 있다. 드럼의 어택이 아주 예리하며, 진동판이 팽팽하다는 느낌이다.
색소폰 콜로서스에서는 각 악기의 정위감이 두드러지면서 음장이 전체적으로 꽉 짜여져 있었다. 색소폰의 소리마저도 팽팽하다. 너무 가늘어지지도 않고 밝거나 거칠지도 않다. 퍼커션의 소리는 단단한 편이다. 중역에서 색소폰이 약간 나오는 듯 들린다. 심벌즈의 연타음은 가장 리얼하고 반응도 빨랐다. 미세한 디테일도 많이 들리는데, 음악적으로 잘 융화되어 들리지는 않았다.
레퀴엠에서는 빠른 패시지의 속도감이 두드러졌다. 경쟁제품에서 흐트러지기 일쑤였던 음표들을 명확히 살려내는 통제력이 돋보인다. 이 부분에서는 시청 제품 중에 단연 No.1인 듯하다. 악기들이 소리를 만들어내는 장면이 눈에 보이듯이 정교하게 그려진다. 소리의 사라짐이 매우 신속하다. 튜바 미룸에서 베이스의 이미징은 제일 정확했으며, 약음에서의 홀의 울림도 잘 살려냈다. 여성 소프라노와 알토의 이미징도 최고였다. 다른 앰프와 달리 깨끗한 음장 속에 이미지들이 잘 정돈되고 단정한 느낌이 돋보이는 음악이었다. 소리에 긴장감이 감돈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었다.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까지 듣고 보니 음색에서 크릭의 고유 색깔이 나타났다. 약간 밝은 경향인데, 피아노의 고음을 특히 선명하게 만들고, 바이올린의 고음 역시 정교하게 재생했다. 개방된 고음으로 여운이나 잔향을 디테일하게 드러내면서도 어느 이상으로는 길게 가져가지 않는 편이므로 악기의 고유한 하모닉스를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한편 첼로나 더블베이스의 소리에 풍성함이라든지 무게감은 없으나 높은 해상도 덕분에 정확하게 소리 가닥을 추려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좋았다.
크릭의 인티앰프는 제조 원가의 한계 내에서 더 고급 앰프들이 가질 수 있는 장점들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제품이다. 정확한 이미징과 높은 해상도는 스테레오파일 A등급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음색 재생에서의 고집과 팽팽한 텐션이 주는 긴장감이 선택에 변수가 될 것 같다.
April Music Stello AI300
김) 이 앰프로 브람스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피아노 소리가 좋고 투명도가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다. 피아노 가락의 섬세한 부분까지도 잘 재생해주었으며 손가락의 움직임과 강약이 느껴졌다. 스텔로와 비교했을 때 크릭에서는 피아노 소리가 상대적으로 약간 답답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에서도 피아노 소리가 매우 투명하고 깨끗하게 나며 타건음도 잘 살아있었다. 현 소리는 매우 매끄럽다는 느낌이었고, 첼로의 소리도 풍성하게 났다.
브람스에서 첼로 소리를 듣고 저역의 양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U2를 들으면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베이스 소리는 무게감이 상당했으며 저역 양도 많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무게감과 양감이 약간 지나쳤다는 점이다. U2노래에서는 소리들이 무언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것이 베이스 음이 과도하고 약간 느렸기 때문인 것 같다. 수만 피아노 협주곡에서도 중 저역의 음들이 곡 흐름을 약간씩 잡아 끌 때가 있었다.
보컬인 보노의 목소리는 약간 두터웠는데, 탄탄하고 중후한 느낌마저 들었다. 소니 롤린스 노래에서도 베이스 소리는 풍성하고 양감이 많았지만 약간 강조되고 꿍꿍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 노래에서는 U2노래에서만큼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이 곡에서의 드럼 재생은 좋았는데 스네어 드럼 타격시에 강하고 탄탄한 소리가 났으며 속도에서도 매우 빠르고 정확해, 베이스 음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예전에 오디오페어에서 에이프릴 부스에 갔을 때 사장님께서 소니 롤린스로 루나 1을 시연해주셨는데, 이 앰프를 튜닝할 때 반영되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U2에서는 고역이 끝까지 유감없이 잘 뻗어주었지만 시원하고 짜릿한 느낌은 아니었다. 이것은 제작자의 취향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고역의 재생음이 훌륭하다고 느낀 또다른 부분은 소니 롤린스 노래에서 드럼소리 중간중간에 나오는 심벌즈 소리의 섬세한 변화가 잘 느껴졌을 때였다.
스텔로의 음색에 대해서도 언급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음색은 풍부하고 따뜻하며 미묘한 변화를 잘 살려주는 편이다. 소니 롤린스의 색소폰 소리를 들어보면 여운이 잘 묻어나고 유려한 느낌을 준다. 소리가 깊고 맛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스텔로로 들었을 때 이 곡은 마치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전형적인 재즈, 혹은 재즈 바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 주었다. 모짜르트 레퀴엠의 Dis Irea에서도 울림이 좋고 풍성한 소리가 났다. 음색에서의 이러한 장점이나 앞서 언급한 투명함 등은 모두 해상력을 뒷받침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다. 스텔로의 해상력은 매우 뛰어나다.
스텔로는 음장도 매우 넓다. Dis Irea에서 무대가 넓고 꽉찬 느낌이며 슈만 피아노 협주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Tuba Mirum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재생에도 불구하고 뭔가 답답하고 아쉬운 느낌이 있었는데, 음악을 다 들은 후 박우진님과 이야기한 결과 배경과 이미지의 분리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텔로는 저역의 양감과 파워에도 불구하고 중저역 부분에서 약간 아쉬움이 남지만, 해상력과 투명도, 음장의 넓이에 있어서는 매우 뛰어났다고 평할 수 있다. 소리 경향이 스텔로 200SE CDP와 비슷할 줄 알았는데 많이 다른 느낌이어서 내심 놀라기도 했다.
박) 브람스는 지금껏 들었던 다른 앰프보다 좀 더 조용하고 정돈된 표현을 한다. 피아노와 현의 움직임을 흐름의 굴곡으로 전달하는 음악성을 지니고 있다. 이미징 부분에서는 크릭에는 미치지 못했다. 피아노의 소리가 조금씩 더 굵게 들리는 인상이 있다. 현의 윤기나 피아노의 음색은 중립적이어서 특별한 착색이 드러나지 않았다.
U2에서는 로텔과 더불어 가장 저음이 풍부하고 안정되어 있으며, 지나치게 느껴질 때는 없었다. 보컬은 가장 매끄럽게 들렸다. 노래를 힘들이지 않고 아주 여유롭게 부르는 인상이다. 베이스 기타의 소리가 뚜렷하지 않고, 다른 소리에 깔려서 낮게 들린다. 음량이 커질 때에도 안정감은 탁월했으며, 킥 드럼의 무게감도 좋았다.
색소폰 콜로서스에서는 느긋하고 부드러운 경향이었다. 색소폰의 소리가 풍부하면서 여유로웠다. 악기 소리가 앞으로 나오는 일이 적다. 음장도 크고 악기도 조금 큰 경향으로 소리에 집중하기보다는 편하게 감상하게 하는 타입이다. 퍼커션도 여유롭고 심벌에 부딪히는 스틱의 재질감 역시 양호한 편이지만, 소리의 여운이 깨끗하게 떨어지기 보다는 조금씩 겹쳐져서 붙어 있는 것처럼 들린다.
레퀴엠에서는 저음의 반응이 아주 빠른 편은 아니었다. 너무 쉽게 연주가 훌쩍 지나가 버린 인상이다. 현에 약간의 두께가 느껴져서 포근한 분위기가 되었다. 이미징은 역시 아주 선명하게 들리진 않는다. 개별 악기의 소리가 음장과 잘 구분되는 편은 아니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중립적인 음색을 들을 수 있었다.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에서는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여러 악기가 일치된 음량과 타이밍으로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멋지다. 하지만 총주 때에는 악기들이 좀 붙어버린 듯한 인상이었다. 또 오보에 등 악기들의 음색이 리얼하고 매력적으로 들리진 못했다. 독주 피아노의 울림도 깊이가 덜하고 좌우 스피커에서 느슨하게 걸친 것처럼 들렸다.
스텔로 인티앰프는 이번에 다시 한 번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저역이 조여진 팽팽한 느낌에서 벗어나 좀 더 푸근하고 여유로운 앰프로 변화되었다. 게다가 디자인이나 섀시의 만듦새에서는 비슷한 가격 대에서는 비교할 제품이 없었다. 출력 등 제품의 기본적인 성능도 높으므로 전 후방 기기, 케이블의 매칭에 보다 신경을 쓴다면 한 결 좋은 음을 들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Carin 4808NF
“>김) 케언으로 브람스를 들었을 때의 느낌은 밸런스가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었으며 다른 곡들에서도 그 점이 확실히 드러났다. 재미있는 사실은 필자는 테스트 첫곡인 브람스 소나타에서는 많은 특징을 잡아내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유독 케언에서는 여러 가지 장점들이 잘 드러났다는 것이다. 피아노의 위치를 잡는 능력, 투명함, 현 소리의 뉘앙스가 매우 좋았다. 피아노의 저음이 나오는 부분에서도 저음이 과도하게 무대를 휘감거나 너무 빈약하거나 동떨어져 있지 않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면에서 균형 잡혀 있다는 언급을 하는 것이다.
U2의 노래를 들어보니 의외로 베이스 음이 약간 부담스럽게 들렸다. 중저역이 약간 부풀고 강조되었다는 점이 약간 아쉬운데, 이 노래에서만 유독 심했다. 그리고 U2의 노래같이 악기의 음량이 크고 복잡한 음악, 즉 락 음악 종류에서는 약간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한편, 드럼소리의 어택과 울림이 매우 좋았다. U2노래에서도 드럼 소리의 어택이 좋았으며 소니 롤린스 노래의 드럼 솔로에서도 어택이 분명하고 좋아서인지, 리듬 하나하나를 손에 잡고 있는 느낌이었으며 복잡한 드럼 솔로의 리듬을 술술 따라갈 수 있었다.
고역 재생도 매우 좋다. U2의 노래에서는 고역의 개방감이 살아있으며, 소니롤린스 곡에서도 심벌즈 소리가 퍼져나가는 여운이 좋았고 음량도 적당했다. 보컬이 나오는 음악에서 치찰음이 약간 강조되었지만 심한 편은 아니다.
케언은 음색이나 뉘앙스의 표현에 있어서도 매우 뛰어났다. 소니 롤린스의 색소폰 연주에서 색소폰 주변에서 풍겨 나오는 아우라가 잘 느껴졌다. 아우라는 실재하는 대상을 눈앞에서 볼 때만 쓰는 말이지만, 그 정도로 뉘앙스 표현이 좋았다는 의미다. 모짜르트 레퀴엠의 두 곡에서도 분위기 표현이 매우 좋았으며 Tuba Mirum에서는 미묘한 긴장감 때문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노래 중간중간의 침묵을 이처럼 잘 표현한 앰프는 없었던 것 같다.
스테이지를 그려내는 능력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점은 크릭만큼이나 인상적이었는데 크릭과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좋았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무대가 매우 안정적으로 편하게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모짜르트 레퀴엠에서 스테이지의 깊이, 넓이, 울림 면에서 흠 잡을 데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음장 역시도 시원하면서 편안하게 그려내 주었는데, 이 점은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에서 잘 알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다이내믹스인데 의외로 다이내믹스가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케언은 매우 안정적이고 균형 잡혀 있는 재생음을 들려주었다. U2의 음악에서 약간 고전을 해서 그렇지 전반적으로 편안한 소리를 들려주는 가운데 음악적 쾌감을 유감없이 선사하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으로 비유를 하자면 무슨 일을 할 때 쉽게쉽게 잘하는 사람이 주는 느낌이 케언에서 받은 인상이다.
박) 브람스에서는 첼로 특유의 공명이 멋지게 재생되었다. 음정과 강약의 변화에 따라 소리가 부풀고 사라지는 장면이 정확하게 표현되었으며, 첼로와 피아노의 이미징도 손에 잡힐 듯 생생했다. 악기 자체가 크게 그려지는 경우가 있었고, 마냥 작게 표현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케언에서의 이미징은 악기 자체의 크기는 그대로인 상태로 거기서 만들어내는 소리만이 눌림 없이 자연스럽게 펼쳐져서 대단히 이상적이었다. 개방된 고음은 전체적으로 시원하고 명확한 느낌이다. 현의 윤기 있는 음색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U2에서는 서주의 신세사이저 소리가 맑게 들려서 감탄했다. 베이스 기타는 로텔이나 스텔로 만큼의 양감을 지니면서도 리듬감도 충분하다. 보노의 보컬도 선명하면서 여유와 부드러움이 있었다. 보컬이 고음으로 올라갈 때에도 편안하고 큰 음량이 되었을 때에도 안정적이었다.
색소폰 콜로서스에서는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고 편안한 음색이었다. 또 소리의 강약에 변화가 있더라도 그에 따라 악기가 앞으로 돌출하는 일이 없었다. 심벌즈의 소리도 어디 눌리거나 막힌 곳이 없어서 아주 기분 좋게 들린다. 단점이 대단히 적은 제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드러머가 서로 다른 크기와 장력을 지닌 드럼을 치고 있음을 느낄 만큼 디테일하게 들렸다. 때로는 편안한 느낌 때문에 긴장감이 약간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청각 신경에는 이쪽이 더 반길 만할 것이다. 어떤 때에는 스틱이 심벌을 내리칠 때 조금 더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레퀴엠에서는 거칠거나 딱딱함이 없는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음이었다. 음악이 쉽게 흘러간다는 점에서는 스텔로와 동일했다. 너무 자연스럽고 편하게 재생이 되어서 약간은 겉도는 것 같은 느낌도 없지 않을 정도였다. 현의 음색은 테스트 앰프 들 중에서 가장 리얼했다. 소프라노와 알토처럼 여성 보컬의 음색도 자연스럽다. 튜바 미룸에서는 서로 다른 악기들이 주고 받으면서 대화하는 실내악적인 앙상블이 아주 매혹적으로 들렸다.
슈만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이 만드는 소리가 홀을 부드럽게 채웠다. 피아노의 터치는 강약의 다이내믹을 강조하지 않고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인상이다. 오보에의 울림도 공간과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
자연스러운 음색과 편안한 대역 밸런스, 적절한 이미징 등 음질적으로 많은 장점에 비해 특이한 디자인, 덜 인상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비 음질적인 단점이 공유되는 제품이었다. 소리 만 놓고 본다면 시청 제품들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다.
테스트를 마치고
김) 100만원 대 인티 앰프는 역시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테스트였다. 앰프들은 다 일정한 수준을 뛰어넘는 재생음을 들려주었으며 그 가운데서 일장일단이 있었다. 경쟁이 치열하고 접근성도 강한 여러 앰프들에 대한 시원한 비교가 없던 터에 이 테스트가 어떤 제품을 고를지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각각의 앰프가 갖는 장단점과 자신의 취향, 듣는 음악을 잘 알고 있다면 앰프를 고르는 데 있어서 고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가지 예로 클래식을 거의 안 듣고 팝이나 락 음악, 가요와 재즈 등을 중심으로 음악을 듣는다면 로텔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어느 한 기기가 확실히 좋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필자가 가장 좋게 들은 앰프는 크릭과 케언이었다. 크릭은 취향만 맞는다면 만족하면서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이다. MK2 버전은 차갑고 딱딱한 음색 면에서 SE보다 개선된 제품이지만, 그러한 성향이 완전히 돌변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하자. 이 외에는 저역의 품질, 고역, 스테이지 등에서 좋은 음을 들려주며, 뭔가 보여주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케언 역시 발란스와 편안함 가운데서 보여주는 뛰어난 능력들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으며, 일반적인 청취공간을 생각했을 때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는 다이내믹스라든지 락 음악에서 보인 약간의 어수선함은 거의 느끼지 못할 것이다.
박) 이번에 시청한 앰프들은 모두 고유한 장점을 지니고 있으며, 베스트셀링 앰프로 부를 만큼 시장에서의 호응도 뜨거웠던 제품들이다. 어느 제품을 선택하더라도 후회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저역의 컨트롤이 안정된 로텔, 섬세한 디테일 재생 능력이 돋보인 아캄, 생생한 음색의 유니즌 리서치, 정밀한 이미징과 빠른 응답을 들려준 크릭, 여유감과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스텔로, 자연스러운 음색과 이미징을 들려준 케언 등 모두가 나름대로의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에 비해 약간씩 부족한 부분들이 있기는 했지만, 가격을 고려할 때 음악 애호가들에게 거슬리거나 부담스럽게 느껴질 커다란 단점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처럼 한정된 테스트 조건 내에서 얻어진 결과를 무조건적으로 따르기보다는 하나의 단서로 파악해주기를 부탁드린다. 리뷰어들의 역할 역시 한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제품 구입에 앞서 역시 자신의 취향과 시스템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음질 면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제품은 로텔과 케인이었다. 로텔의 박력과 안정된 소리는 분리형 앰프를 연상시켰으며, 팝과 재즈 음악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반대로 케언의 경우에는 클래식 음악 재생에 적합한 특성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음색과 하모니를 들려주었다. 하나 더 꼽는다면 크릭인데, 정밀한 음장감과 저역의 반응 속도에서는 테스트 기기들과 아주 다른 인상을 주었다. 음질 위주로 평가한 이번 테스트의 주제는 아니었지만, 제품의 디자인과 만듦새에서는 에이프릴 뮤직의 스텔로 AI300에 필적할 제품이 없었다. 출력 면에서도 다양한 스피커와 매칭할 만한 여유가 있어보였다. 마찬가지로 기능면에서는 아캄의 A85 역시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저음이 약간 부족한 느낌은 있지만, 다른 장점이 많아서 놓치기 아깝다. 마지막으로 이번 테스트에 참여하지 않은 제품 가운데에서도 하이파이넷에 소개된 바 있는 오디오 신세시스, 록산, 뮤지컬 피델리티, 네임 오디오, 사이러스, YBA, 오로라 사운드 등 정평 있는 앰프들이 많다. 차후에 새로운 테스트 기회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