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유니즌리서치 SR1 인티앰프

hifinet 2006. 7. 21. 22:15


박우진(acherna@hifinet.co.kr) 2002-06-22 11:20:06

유니즌 리서치(Unison Research)하면 나무로 만들어진 우아한 패널이 부착된 진공관 앰프를 연상하게 된다. 실제로 이 회사의 제품군을 보면 하나 같이 현악기의 부드러운 곡선을 연상하게 하는 나무 패널이 부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시청한 SR1은 기존의 유니즌 리서치 앰프와는 다소 다른데 하나의 이유는 출력 스테이지에 MOSFET를 사용한 하이브리드 방식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간소하지만 음량 조절과 소스 선택을 할 수 있는 리모트 컨트롤이 부착되어 있다는 점이다.


  • 출력 파워: 80와트/채널
  • 출력 임피던스: 8옴
  • 대역폭: 2Hz-70kHz(at -1dB)
  • 입력 임피던스: 47k옴/50pF
  • 입력 스테이지: ECC82 x 2
  • 출력 스테이지: MOSFET 컴플리멘터리 페어
  • 댐핑 팩터: 50 이상
  • 전력 소모: 290와트(최대 출력 파워에서)
  • 규격(WxDxH): 27x45x15cm
  • 총 무게: 15kg
  • 수입원: 로이코(02-335-0006)

    진공관은 아름다운 음색과 넓은 음장감을 내어주므로 많은 오디오 애호가에 의해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아쉽게도 스피커 선택이나 사용상의 제한점을 많이 갖고 있다. 낮은 임피던스의 스피커를 잘 구동하지 못하며, 발열량이 많고,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대개 프리앰프를 진공관으로 해서 음색의 아름다움을 얻고 파워앰프를 솔리드-스테이트 제품으로 사용해서 스피커 구동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이브리드 앰프는 이러한 문제를 보다 더 간편히 해결해 준다. 물론 하이브리드 앰프라고 해서 진공관과 솔리드-스테이트 소자의 장점을 고루 갖춘다는 보장은 없다. 머리 좋고 못 생긴 남자가 이쁘고 머리 나쁜 여자를 만나면 과연 어떤 아기를 갖게 될 것인가? 그러므로 어떤 방식을 사용했는가보다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장점을 실제 제품에서 어떻게 구현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대개 앰프 회사들은 새로운 회로를 채택했음을 소비자에게 자랑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구입 시에는 그런 제조회사의 선전에 현혹되기보다는 무엇보다도 직접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체적으로 이탈리아의 오디오 제품들은 패션의 본산이며, 현악 명기의 고향이라는 국가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제품 마케팅에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유니즌 리서치는 아마도 그 대표적인 회사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앞으로 길게 나온 모습이 어떻게 보면 보트를 연상하게 하기도 하는데, 어쨌든 제품의 겉모습이나 마무리는 흠 잡을 데가 없다. 진공관이 놓여진 부분에는 날렵한 크롬 도금 패널이 자리 잡고 있어서 불빛을 비추어주고 방열판의 핀마저 전체적인 디자인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우아하게 배열되어 있다. 은빛으로 빛나는 견고한 볼륨 손잡이는 물론이고, 뒤 패널의 단자마저도 하나같이 깨끗하고 단정하게 배열되어 있다.

    시청은 오디오 피직 비르고 스피커와 파이오니어 DV-S5 및 dCS 딜리어스의 조합으로 이루어졌다. 비르고의 경우 90dB 정도로 감도가 높고 임피던스 특성이 무난하기 때문에 SR1 같은 소출력 진공관 앰프로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스피커이다. 잠깐 여기서 감도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해야 되겠다. 가끔 보다보면 스피커의 감도 대신에 능률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dB로 표시하는 스피커의 측정치는 감도(sensitivity)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물리 책에도 나오지만 능률(efficiency)의 경우에는 백분율로 표시가 되어야 되는 내용이다.

    수입원에서 보내온 자료를 보니 SR1은 영국의 유력한 오디오&음악 전문 잡지인 하이파이 뉴스 앤 레코드 리뷰(Hifi News & Records Review)에서 역시 저명한 오디오 평론가 중 한 사람인 켄 케슬러(Ken Kessler)에게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켄 케슬러는 국내에도 큰 인기를 끌었던 LS3/5a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으로 현재에는 주로 윌슨 오디오의 와트 퍼피6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 리뷰 내용에 따르면 특히 어떤 타입의 음악을 울리더라도 소리가 빈티지 진공관 앰프에서처럼 풍부하고 따스한 소리가 나왔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따스한(warm)이라는 표현은 저역이 부풀어서 중 고역을 푸근히 감싸는 것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또한 그는 보컬의 질감이 깨끗했으며 넓은 음장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적고 있다. 

    하이브리드 앰프라면 진공관과 솔리드-스테이트의 중간 성향을 띠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실제 시청해 본 결과로는 부드럽고 소리가 다소 부푼 듯하여 진공관 앰프에 가까운 느낌을 주기 위해서 노력한 흔적이 느껴졌다. Haimovitz의 하이든 첼로 협주곡 음반(DG 445 608-2)에서 첼로의 크기는 다른 앰프에서 들을 때와 달리 다른 악기 앞으로 나올 정도로 상당히 크게 표현되었다. 또 칙 코리아의 Woks(ECM 825 426-2)에서 6번 트랙 “Slippery When Wet"의 드럼 소리는 생각 외로 팽팽한 느낌과 무게를 함께 갖추고 있었다. 다만 일부 진공관 앰프에서 느껴지는 화려하고 고운 음색의 인상은 받을 수 없었다. 낮은 고역이 다소 억제되어 있어 바이올린의 소리가 끝까지 올라가는 느낌을 주지 못하고 약간 답답하게 느껴지는 반면에, 의외로 피아노 소리는 음악적으로 양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왼손 건반의 음정과 리듬감이 잘 표현되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다른 시스템에서는 약간 가늘고 밝게 들리는 도이치 그라모폰의 녹음들이 이 앰프를 통해서는 더 안정감 있게 들렸다. 

    사운드 스테이지 측면에서 이야기하자면 켄 케슬러의 리뷰에서처럼 음장의 전후 좌우 폭은 상당히 넓게 나와 주었다. 원래 비르고 스피커가 음장이 넓게 형성되는 스피커이기는 하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앰프보다 SR1이 만들어내는 음장은 한 배 반은 될 것 같다. 이런 넓은 음장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진공관 앰프에서 얻을 수 있는 고유한 부분인 것이다. 다만 필자의 느낌으로는 악기 사이의 에어가 다소 부족하지 않은가 여겨졌다. 그리고 일반적인 솔리드-스테이트 인티 앰프에 귀가 익숙해지신 분들 이라면 SR1의 S/N비에 대해서도 다소간 의문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 스피커에 귀를 가까이 대면 약간의 히스 잡음을 들을 수 있는데 2-3m정도의 거리를 두고 시청하는 경우에는 음악 감상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켄 케슬러의 리뷰에 따르면 이 앰프는 사용하는 진공관의 품질이나 케이블을 까다롭게 가리는 편이라고 하므로 혹시라도 상점에서 시청 기회를 갖게 될 분들이라면 그러한 점을 고려해야 될 것 같다. 은이나 은으로 코팅된 케이블에서 결과가 좋았으며 특히 킴버와 실텍을 조합해서 사용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은으로 만들어진 케이블의 음질적인 특성을 경험해보신 독자들이라면 필자의 음질에 대한 표현과 비추어 이 앰프의 음질에 대한 더 구체적인 느낌을 얻으실 수 있을 법도 하다.

    켄 케슬러도 거듭하여 지적하고 있지만 SR1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또 다른 부분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이다. 이 정도 규모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로서 역시 스피커 드라이브 능력 면에서 어느 정도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할 것 같다.

    필자의 추측으로는 감도가 높고 낮은 고역(lower treble)이 강하게 들리는 혼 타입 스피커에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되며, 특히 대역폭이 넓지 않지만 따스한 울림을 들려주는 고풍스러운 사운드를 좋아하는 분에게는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청 기기

  • Speaker: Audiophysics Virgo
  • DVD Player: DV-S5
  • Digital Processor: dCS Delius
  • Speaker Cable: XLO, Ultra 6
  • Interconnects: JPS Labs, Superconductor
  • Digital Cable: Monster M1000
  • Power Cords: Synergistic Research, Reference AC Master Coupler
    JPS Labs Digital, AC Cords
  • Accessary: Black Diamond Racing, Pyramid Cones & Those Th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