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패스가 2013년에 만든 앰프인데 뒤늦게 알았다. 앰프 이름은 the beast with 1,000 jfets. 패스가 만들어서 패스가 쓰는, 지구 상에 하나 뿐인 앰프다.
패스는 늘 자신의 제품에 대해 재미있고 깊이 있는 제품 설명서를 직접 만들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데, the beast with 1,000 jfets은 그 중에서도 특별하다. 전기, 회로 등에 까막눈이어서 제품 설명서의 깊이 있는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재미있는 부분은 잘 이해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아래 제품 설명서의 내용과 같지만, 이 앰프의 사연은 이렇다.
패스는 jfet 트랜지스터를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도시바 jfet를 애용한다. 패스가 최고로 평가하는 도시바의 상호 보상 트랜지스터 2sk170와 2sj74를 사용하여 푸시-풀 클래스 a 앰프 회로를 설계했는데 8옴에서 0.0032 와트!!! 출력이다.
여기서 할리우드 b급 영화의 거성 로저 코어먼 (roger corman) 등장. 패스는 1950-60년대 소시적에 b급 공상 과학, 공포 영화를 즐겨 봤고 당연히 그 영화들 중에는 코어먼의 영화가 빠질 수 없었다고 한다. 코어먼은 많은 영화를 만들면서 손해를 본 적이 거의 (사실상) 없었다고 하는데... 영화를 이렇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그럴듯한 영화 제목을 만들고, 괴물과 그 괴물을 보고 기겁을 하는 여성이 반드시 등장하는 영화 포스터를 만들고, 영화 제목과 포스터로 배급사들을 만나 계약을 따서 어느 정도 되겠다 싶으면, 최소한의 예산으로 몇 주만에 후딱 영화를 완성한다. 패스 말로는 그의 삶이 코어먼의 영화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데 당사자가 그렇다니 그러려니 한다.
앰프와 코어먼은 무슨 상관인가? 엉뚱한 상상과 기발한 방법으로 영화를 만든 코어먼처럼, 패스는 0.0032와트 출력의 앰프를 8옴에서 25와트, 4옴에서 50와트 출력을 내는 앰프로 만들기 위해서 jfets 소자를 각 채널당 1,176개를 병렬 연결했다. 앰프 이름인 the beast with 1,000 jefts은 코어먼의 영화 the beast with 1,000,000 eyes 에서 착안해서 지었다. 패스의 딸은 괴물 앰프를 보고 기겁을 하는 여성이 등장하는 포스터를 만들어서 아빠에게 선물했고, 패스는 시청실 벽에 걸어 놓았다.
코어먼과 패스는 비슷한 듯 전혀 다른데, 코어먼은 계획 없이 지르고 뒷 수습을 한 반면, 패스는 모든 준비를 갖추고 시작했다. 일단 소자 확보해 거기에 맞는 회로를 설계했고, 앰프를 만들고, 포스터를 선물 받았다. 코어먼과 역순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앰프이다 보니 모든 것이 커스텀 메이드, 기판은 물론 참나무 앰프틀도 모두 커스텀 메이드다. 단종된 도시바 jfet 소자를 과감히 쏟아 부었고, 일일이 측정, 페어 매칭하고 한땀 한땀 기판 납땜해서 제작했다. 앰프는 개방형이고 외장 전원부를 뒀다. 이렇게 만들었는데 소리는 좋을 수 밖에 없지 않겠나.
패스 당신은 진정 천재.
스티브 거튼버그가 패스 집에 가서 인터뷰한 내용 영상도 재미있다.
재미있고! 깊이있는!! 제품 설명서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