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대등한 관계에서 경쟁하면서 또는 주고받으면서 하나의 완전한 작품으로 쌓아간다. 하지만 이 두 젊은 연주자들의 음반을 듣기 전까지는 바이올린이 우선이고 피아노는 반주 역할을 한다는 선입견에 사로 잡혀 있었다. 

 

피아노 연주자인 라파우 블레하츠는 잘 알려진대로 폴란드 출신으로 쇼팽 피아노 콩쿠르 2005년도 우승자다. 그것도 역대 처음으로 경연곡인 마주르카, 폴로네이즈, 협주곡, 소나타에 모두 최고상을 휩쓸었다. 그만큼 너무나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2위 수상자도 없었고. 이를 계기로 2006년도에 도이치 그라모폰과 계약함으로써 크리스티앙 지메르만이 걸어간 길을 그대로 걷고 있다.

김봄소리는 2016년도에 역시 폴란드에서 열리는 헨릭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2위로 입상했다. 라파우 블레하츠는 당시 콘서트를 위한 실내악 레퍼토리를 준비하던 중이었는데 콩쿠르 중계를 시청하면서 김봄소리의 연주에 깊은 감명을 받고 이메일로 연락을 시도하게 된다. 김봄소리가 이메일을 받고 나서는 이것이 정말 라파우의 제안이 맞는 지 믿기 어려웠다고 의심했다고 한다. 라파우가 콘서트를 제안했을 때 얼마나 기뻐했을 지는 상상이 갈만하다.

이 음반에 수록된 포레의 소나타는 바로 김봄소리가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곡으로 라파우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피아노 파트가 기교나 감성적으로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파트너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김봄소리의 이야기.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라파우 블레하츠가 아니었으면 이 곡의 구조와 디테일을 이토록 깊이있고 정교하게 다룰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1악장, 처음에는 섬세하고 분석적이며 그냥 아름답게 연주한 음악같지만, 뒤로 갈수록 예상하지 못했던 큰 다이내믹스와 스케일로 확장된다. 마치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하나의 배를 타고 큰 파도를 헤쳐나가는 것 같다. 어떤 어려운 부분에서도 망설이거나 흔들림이 없으며 확신을 갖고 감상자를 설득시킨다.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멜로디가 복잡하게 얽히고 섥히는 부분에서도 경이로울 만큼 깔끔하고 정교하게 연주된다. 이런 부분은 아마 다른 유명 연주자들에게도 자극이 될만하다.

시마노프스키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폴란드 작곡가의 음악으로 라파우의 제안으로 수록되었다. 중간에 수록된 드뷔시는 음악적으로나 시대적으로 포레와 시마노프스키를 연결해주는 브리지 컨셉트로 선곡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음반은 완결된 콘서트 프로그램으로 구성하고 녹음되었다. 올해 2월에는 이 음반의 프로그램으로 한국에서 공연한 바 있는데, 만일 이 음반을 미리 들어봤더라면 꼭 참석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수록된 밀스타인 편곡의 쇼팽 녹턴은 마치 힘든 콘서트를 마무리하는 앵콜곡을 듣는 차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음반을 혼자서 차분하게 듣더라도 연주자의 열정과 집중력이 전해져서 좋았다. 근래 들어본 음반 중에서도 베스트로 꼽을만하다. 

김봄소리의 바이올린은 1774년 제작된 과다니니, 투린이라고 하는데, 울림이 절제된 담백하지만 깊이있고 정돈된 음색을 들려준다. 과다니니는 과르네리, 스트라디바리와 함께 3대 바이올린 장인으로 손꼽히는 만큼 이 바이올린의 가격도 10억을 호가한다. 2013년부터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의 금호악기은행에서 대여지원을 받았다고. 김봄소리 이전에는 31살에 택시 안에서 세상을 떠나서 충격을 안긴 권혁주 바이올리니스트의 손을 거쳐갔고 그 전에 클라라 주미 강도 이 악기를 썼다고 한다. 김봄소리에 따르면 사이즈가 다소 작아서 잘 맞고 연주자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우게 해주는 바이올린이라는데 그만큼 다른 악기가 갖지 못한 표현력이 있다는 이야기인 듯.

그러나 고 권혁주 바이올리니스트의 경우엔 스스로 마음에 드는 소리를 내는데 1년이 걸렸다고. 좋은 악기라고 해도 연주자에게 다 맞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