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카르마 Matrix MP150 파워앰프

hifinet 2006. 9. 30. 14:14

Kharma Matrix MP150 Monoblock Power Amplifiers


posted by 문한주

서론

카르마는 수 만 달러 가격의 초고급 스피커 제조업체로 유명하지만, 지금은 앰프와 케이블까지 제조하여 종합 오디오 메이커로 발돋음하고 있다. 카르마가 제조하는 앰프는 모두 클래스 D 증폭 방식의 파워앰프로, 매트릭스 시리즈의 MP150과 상위 기종으로 Exquisite 라인업의 EXQUISITE MP 350파워앰프가 있다.

Kharma Matrix M4 Loudspeaker

매트릭스 시리즈는 원래 천장에 매달아 놓는 스피커 라인업으로 매트릭스 M4/M2/M1과 서브우퍼 M1으로 구성된다. 오른 쪽 사진이 바로 M4 스피커인데, 숫자 만큼 우퍼/미드레인지 유닛이 달려 있다. 트위터도 6개나 부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녹음 스튜디오에서도 이런 형태의 스피커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매트릭스 시리즈는 액티브 스피커로 바로 MP150 파워앰프가 같은 제품이 아닌가 추측된다. 스피커 제조 업체인 카르마가 앰프 제작에 손대면서 과감하게 클래스 D 증폭 방식을 선택한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새술은 새부대에, 신생 앰프 업체는 새로운 방식의 앰프로...
클래스 D 방식은 전력 소모가 적고, 컴팩트한 설계가 가능하며, 음질면에서도 점차 하이엔드급으로 격상되고 있는 중이다. 카르마의 설계자인 Charles van Oosterum은 이 앰프를 설계하면서 카르마의 스피커를 가장 잘 울리는 앰프로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카르마는 음질이나 성능 면에서 아무 앰프로 울려도 좋은 만만한 스피커가 아니다. 그리고 그 만한 스피커를 설계하려면 필연적으로 많은 앰프들을 물려서 테스트해봤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미 액티브 방식의 서브 우퍼를 출시하면서 앰프에 손을 대긴 했지만, MP150은 그가 만든 최초의 앰프 제품이 되었다.
카르마 닷컴(http://kharma.com)을 주소창에 입력해서 카르마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MP150에 대한 소개가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다. Matrix MP150 앰프는 독자적인 스위칭 앰프로, 스피커 터미널로부터만 피드백을 취하는 독자적인 펄스 컨트롤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독자적인 방식이 어떤 것인 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소개하지 않으나, 다른 앰프와 달리 출력단에서의 피드백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통해 전 대역에서 대단히 낮은 출력 임피던스를 지니며, 부하나 주파수에 관계없이 완벽한 출력을 얻었다고 한다. 또 지터가 유발될 수 있는 오실레이터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디스크리트 방식의 트랜지스터와 FET로 구성하였다. 제작사에서 제시하는 앰프의 측정 수치는 매우 우수하여, 흠 잡을 여지가 없다. 기존 앰프들과 판이하게 다른 구성인 만큼 제품을 분해해서 속을 보여드리면, 좋겠지만, 비싼 제품 망가뜨릴까 염려되어 그냥 연결해서 감상만 하기로 한다.

뒤에 스피커 연결단자는 에어의 제품에서 보던 것과 유사한데, 손잡이를 돌려서 한 번에 조일 수 있는 편리한 형태이며, 입력 단자는 밸런스드 방식만 지원한다. 그런데 제작사의 사진을 보니 RCA 입력 단자 버전도 있는 모양이다. 샤시 바닥은 바닥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스파이크가 부착되었다. 아직도 더 설명할 것이 남아있을까?

감상
Kharma MP150 파워앰프는 Thiel CS2.4 스피커,  BAT의 VK-51SE 프리앰프 사이에 연결했으며, 소스 기기로는 Tascam의 CD-01U pro를 Bechmark Medea의 DAC-1 DAC에 AES 방식으로 연결, Accuphase의 DP-78 SACD 플레이어 두 가지를 사용했다. Accuphase DP-78은 대여 일정이 조금 부족해서 주로 첫 번째 시스템을 사용했다. 그리고 적절한 비교는 아니겠지만, 클라세의 CA2200 파워앰프와 비교했다.
파워앰프 MP150을 바로 스피커에 연결해서 시청했을 때의 첫 인상은 외관처럼 소형 앰프라는 선입견에서 받는 특성이 다소 반영된다. 밸런스 측면에서 소리가 위로 조금 이동되어 경쾌한 밸런스가 되고, 저음의 규모는 그 대신에 한 단계 축소된다. 아무래도 귀에 익을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을 벌어주어야 할 것 같다.
프리드리히 굴다가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No.30(Amadio)을 감상해 본다. 건반을 누르는 손의 터치가 아주 또박또박 정확하게 들리는 인상이다. 스피커가 소스의 응답에 대단히 기민하게 반응한다는 느낌이다. 필자가 Thiel 스피커에서 신뢰하는 부분 중 하나가 정확한 스테이징의 표현인데, MP150에서는 마치 피아노에 바로 붙어서, 연주자 바로 곁에서 듣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연주자에 가까울수록 잔향이 줄고 좀 더 직접적인 소리가 되는데, 매트릭스 MP150에서가 바로 그렇다. 왼손 건반이 빠르게 오르내릴 때, 소리가 섞이면서 명료도가  부족해지는 인상이 든다. 물론 실제 콘서트 홀에서도 피아노의 저음의 음정이 바로 구분될 만큼 들리는 일은 없다. 다른 앰프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그런 느낌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살바토레 아카르도가 연주한 The Violin of Cremona에서의 바이올린 역시 명료하고 애매한 부분이 없이 들린다. 마치 모니터 시스템처럼 정밀하게 활의 놀림을 그리듯 들려준다. 특히 중역대에서 반주 피아노의 겹치는 부분의 명료도는 대출력 앰프에선 오히려 놓치는 부분들이 있었음을 깨닫게 한다. 하지만, 현의 음색에선 조금 드라이하다고나 할까, 현의 배음과 통을 울려서 나오는 여운이 깔끔하게 절제된 탓에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필자의 시스템 자체가 현의 아름다운 음색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 부분은 자신이 없어서 판단을 유보해야 되겠다.
다음은 이 작은 앰프에는 가혹하다 싶을 귄터 반트가 베를린 필을 지휘한 브루크너 교향곡 No.4 <로맨틱>을 들어봤다. 이 음악은 첫 악장의 도입부에서 굉장히 작은 음량으로 시작하다가, 이후 매우 큰 음량으로 장엄한 자연의 스케일을 노래하는 부분에서 소형 시스템에선 제대로 재생하기가 매우 어렵다. 어쩔 수 없이 예상대로 금관이나 중 저음 현악기의 소리에서 중량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수준급 제품에서 많은 디테일을 지녀야 할 중 저역이 입체적으로 구현되지 않고, 곡의 의도가 피상적으로 표현된다. 풀 오케스트라의 규모를 재생하기엔 역부족.
출력이 부족한 앰프를 틸 스피커에 연결해서 큰 음량으로 듣는 경우 소리가 드라이해지고, 음색이 깨지며, 음장이 혼잡해 지는 일이 적지 않다. 하지만, 카르마의 매트릭스 MP150은 들려주는 방식이 제 나름대로 독특해서 그렇지, 전체적인 균형을 깨뜨리지는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리고 인티앰프보다도 작은 앰프의 규모를 고려하면, 관현악 재생에서도 들을만한 소리를 내주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초소형 앰프에서 엄청난 덩치로 스피커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우퍼를 튕겨내는 그런 파워를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게다가 누구나 브루크너나 말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작은 앰프에 어울리지 않는 그런 능력을 요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흔히 모노 블럭 파워앰프의 장점으로 완벽한 좌우 분리도에서 얻어지는 사운드스테이징을 꼽는다. 하나의 전원부를 공유하는 스테레오 앰프의 경우 아무래도 같은 밥상에 앉은 존재들 끼리 서로 모른 척하고 지내기가 어렵다. 한 쪽이 찌개를 뜨면 다른 쪽은 반찬을 집어야 한다.  브루크너의 교향곡에서야 파워앰프의 에너지가 다소 딸려서 그런 장점이 부각되지 못했지만, 다이애너 크롤의 < The Look of Love>음반에선 아주 달랐다. 보컬과 악기의 이미징 그 뒤로 한 없이 깊고 안정된 사운드스테이징을 느끼게 해주었다. 소리가 앞으로 빠져나오면서 들쭉날쭉한 느낌이 전혀 없어서 감탄했다. 연결된 BAT의 VK-51Se 프리앰프가 원래 스테이징에서 최상급의 능력을 발휘하는 제품이지만, 이처럼 음장에 완벽하게 둘러싸여서 푹 빠져버리는 느낌은 드물다. 음량이나 높낮이가 변화하더라도 이미징에 조금의 미동도 없고 소리가 귀를 완전히 감싸는 것처럼 들려서 마치 헤드폰으로 소리를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자끄 루시에 트리오의 <The Best of Play Bach(TELARC)>를 들어봤다. 역시 중역 대의 명료함이라든지, 사운드스테이징이 탁월한 장점은 그대로여서 음악을 듣는 즐거움이 크다. 그런데 빠른 템포의 베이스나 드럼은 서로 섞여서 구분해 들을 수 없게 된다는 숙제가 미해결 상태. 베이스 소리가 뒤로 숨어서 리드미컬한 느낌도 사라졌고, 드럼의 어택에 음악의 흐름을 딱딱 짚어주는 비트가 느껴지지 않는 점이 아쉽다. 이에 비해 덩치가 훨씬 더 큰 Classe CA-2200은 저음에서 보다 들을 살집이 많아서 프리앰프에 따라서는 이것저것 다 보여주는 아주 푸짐한  요리감이다. 반대로 매트릭스 MP-150은 기본적으로 애피타이저처럼 간단하고 절제된 파워앰프다. 작은 접시에 올려놓아야 어울리는 요리인 셈이다.   
기억을 되살려보면 골드문트의 미메시스 SR 파워앰프를 떠올릴 만하다. 개인적으로 오디오피직 비르고 스피커에 dCS의 딜리우스 컨버터와 코드의 엔트리급 파워앰프를 사용하던 때였는데, 미메시스 SR앰프의 그 아기자기하면서도 조밀한 사운드스테이징과 밝고 섬세한 음색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두 제품을 같은 선상에서 논하기엔 시간이 너무 흘렀고, 제품의 방식도 너무 다르다. 그냥 둘다 아주 소형의 앰프 시스템이기 때문에 떠올린 상상으로 들어주시기를 바란다. 중 고역대의 명료도와 사운드스테이징의 깊이에서 매트릭스 MP150 파워앰프가 앞서는 대신, 미메시스 SR 파워는 악기의 음색을 잘 살려주고 저음을 알차게 잡아주는 능력에서 우월한 것 같다.

결론
소리에 대해서 충분히 서술한 만큼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원래 음악을 듣는 작업 자체가 시간이나 비용이나, 공간 모든 면에서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고, 낭비의 극치에 가깝다. 하지만, 적어도 공간이나 에너지 측면에서 효율을 높여보려는 새로운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팟은 작은 몸체에 수천곡을 저장할 수 있을 만큼 극단적으로 효율성을 높인 제품이다. 기존의 하이엔드 업체들은 음질에 대한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크고 무거울 수록 더 좋고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는 선입견에 도전하고 있다. 물론 스피커의 경우 물리적 변환기이기 때문에 소형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그런 작업이 집중되는 분야는 앰프이다.
카르마가  내놓은 매트릭스 MP-150은 초대형의 고급 스피커를 만드는 업체에서 내놓은 제품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작다. 아니 아무리 사용 공간이 작다하더라도 이렇게 작을 필요가 있을까 할 정도로 작다. 그럼에도 크기나 무게를 고려해볼 때 다른 하이엔드 오디오와 비교될 만하다는 점은 누구나 생각해 봐야 한다. 매트릭스 MP-150을 구입한 사람은 별도의 랙을 사용하지 않고 스피커 곁에 마치 액세서리처럼 놓아 두고 아주 짧은 스피커 케이블(역시 효율성이 제고된다)로 간편하게 연결할 수 있다.  매트릭스 MP-150 파워앰프의 존재와 그 소리에는 분명 설득력이 있다.

Specifications

Pulse control amplifier using Entirely discrete transistor and FETs
Power 100 watts at 8 Ohm, 150 watts at 4 Ohm
Input:  XLR or RCA
Output: Kharma Binding Posts
Dimensions (without spikes): 2.0"H x 10.9"D x 4.9"W
Weight: 7.1 lbs
Kharma Matrix MP150 mono power amplifier
Retail: $6800/pair
O.L.S. Audiotechnology
web address: www.kharma.com

(지금 듣고 계신 음악은 Kharma에서 출반한 음반의 샘플 MP3 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