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진( acherna@hanmail.net) 2003-03-31 13:28:52
간단히 시청회에서 들었던 소리에 대한 평가만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시청회에서는 시간 관계상 스텔라복스와 하베스 제품에 대한 시연이 이루어졌습니다. 태그맥라렌의 아프로디테 시스템에 대해서는 나중에 집중적으로 시연할 기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어쩌다 보니 업무용 제품 시연회가 되었는데, 녹음 및 마스터링 업계에서 일하는 진행자 분에게 잘 어울리는 품목들이 된 듯 합니다. 그 때문에 시연자 포함해서 일찍 가신 분들까지 10분 정도만 감상회에 오신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좀 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의견 교환도 이루어지고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4월부터는 오시는 분들에게는 선착순으로 최신 관련 전문지와 부록 타이틀을 제공해드리고 있으니 많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하드웨어 리뷰 게시판에 리뷰가 게재되기도 했지만, 스텔라복스의 프리/파워는 그날 출전 제품 중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습니다. 스텔라복스는 골드문트가 보유하고 있는 업무용 제품의 브랜드로 설계라든지, 사운드는 골드문트와 동일합니다. 다만, 섀시라든지 디자인에서 약간 양보함으로써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골드문트 사운드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구매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그결과 스텔라복스는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작은 섀시에 볼품 없는 디자인이지만, 소리 만큼은 어떤 앰프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을 자랑하며, 특히 저역에서의 예리하면서도 빠른 응답이 장점이었습니다. 물론 소형 앰프로서의 출력의 한계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대규모 관현악의 총주 부분으로 들어가면 아무래도 고역이 약간 거칠어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렇지만 스텔라복스에 관심을 가질 분들은 대개 방에서 시스템을 운용하리라고 짐작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스텔라복스는 투명한 공간과 또렷하게 그려지는 음상 등 다른 제품에서 찾아보기 힘든 장점이 매력적입니다. 음상을 적절한 크기로 칼로 따내듯이 묘사하는 능력에서는 골드문트를 능가할 제품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텔라복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시청회에서 주로 사용했던 B&W 시그너처805 스피커에서도 앰프의 장점을 잘 보여주었지만, 꽤 대형 스피커인 하베스에서도 오히려 중저음이 느슨해지는 크렐 FPB-300C 이상으로 매칭이 우수한 편이었습니다. 스텔라복스에 만들어내는 저역의 양은 많지 않지만 저역의 아티큘레이션이 아주 뛰어나서 락이나 재즈 음악에서의 리듬이 명확하게 섭니다. 예를들면 진행자께서 자주 선곡하는 해리코닉 주니어의 음악을 들을 때 감상하신 분들의 발이 드럼의 비트에 맞춰 저절로 박자를 맞추는 것을 뒤에서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스텔라복스에서 들려주는 드럼 소리는 깊게 내려가거나 중량감을 들려주지는 않지만 아주 단단하고 또 트랜지언트에서 발생하는 고역 성분에 날카롭고 팽팽하게 들리는 인상입니다. 또 다소 느린 하베스 스피커를 역시 댐핑이 느슨한 크렐앰프에 연겷해서 해리 코닉 주니어의 음악을 들으면 그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만, 이를 다시 스텔라복스로 바꾸니 다시 박자를 맞추시더군요.
크기만 놓고 보면 스텔라복스는 가격 대비해서 지나치게 비싸다는 생각이 듬직도 합니다. 디자인도 사진에서 보듯이 앞에 방열판이 노출되어 고슴도치로 불리던 패스 알레프 앰프들을 연상하게 합니다. 하이엔드 오디오를 접하는 태도는 사람들마다 약간씩 다른데 어떤 분들은 디자인이라든지, 섀시의 가공 정도를 높이 따지는 반면에 어떤 분들은 소리만 우수하면 다른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후자 쪽이라면 스텔라복스는 상당히 매력적인 제품입니다. 하이파이넷 필자 중에서는 김종우님이 시청 제품과 유사한 구성의 골드문트 SRM2 모노 블럭 파워앰프를 사용하고 계신데 평소에 무시무시한 바꿈질을 즐기는 분임에도 불구하고 SRM2는 꽤 오랫동안 놓질 않으시더군요. 저는 예전에 골드문트 SRM을 잠깐 B&W 노틸러스803 스피커에 매칭해서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당시 사용하던 코드 SPM600 이상으로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하베스 차례입니다. 시연회날 이 스피커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많으셨을 텐데요, 40cm정도로 스탠드가 필요한 북셀프 스피커 답지 않은 어마어마한 너비의 배플을 지니고 있습니다. 요새 작은 스피커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또 멀티 채널 시대가 되면서 스피커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추세인데요, 오랜만에 이런 류의 대형 스피커를 보니 흥미롭더군요. 거의 예전의 스펜더 S100이나 SP100과 유사한 규모이고, 단지 우퍼의 크기만 약간 작은 듯 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스펜더 S100의 우퍼 지름이 한 30cm, 즉 12인치 가량 되었을 겁니다만, 하베스는 25cm 정도입니다. 하베스의 우퍼 유닛 크기는 자로 재본 것입니다^^, 그리고 하베스의 미드레인지는 지름이 15cm나 됩니다. 역시 업무용 제품이다 보니 디자인도 최근 제품들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완전히 박스형인데 다만 모서리 부분은 다인 오디오 컨투어 시리즈처럼 둥글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최근 스피커 중에서는 역시 업무용 제품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PMC의 중급 이상 제품들이 이런 형태로 만들어져 있죠. 역시 3웨이 구성의 IB-1 스피커가 연상되던데요, 대신에 목재의 질감을 잘 살린 캐비닛의 마감은 하베스 쪽이 아주 매끄럽고 훌륭합니다. 만일 집안의 가구도 앤틱 스타일을 선호하는 분이라면 하베스 스피커의 외관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을 겁니다.
하베스 모니터 40은 BBC 방송국이 인증하는 공식 모니터 스피커로 이전의 LS5/8과 PM510을 대체하는 제품으로, 미국의 앱설루트 사운드 매거진에서 크게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고전적인 외관과 달리 소리는 현대적인 고성능 트위터를 사용해서 고역의 해상도나 디테일, 음색 재생등의 제반 특성을 최신 스피커로 끌어올린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원래 용도인 스튜디오 모니터로서 갖추어야할 음색이나 밸런스 측면에서의 중립성은 잘 확보되어 있습니다만, 중역대나 저역대에서는 다소 반응이 느리면서 양감이 풍부한 이전 브리티시 사운드다운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하베스 스피커를 잘 울려주려면 저역을 약간 타이트하게 제동할 수 있는 앰프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특히 시청회 때 미스 매칭이었던 것이 dCS 엘가를 크렐 파워에 직결해서 구동했는데 이경우에 아무래도 저역의 통제가 원활하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크렐 앰프의 제동력이 TR 앰프 치고는 약간 느슨한 편인데다가 아무래도 전문 프리앰프에 비해서 드라이빙 능력이 부족한 엘가를 프리로 사용하니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에어의 K5 프리앰프를 게재시켜서 들어본 결과 저역 부분에서 만큼은 월등히 좋은 소리를 내주더군요. 이부분은 별도로 리뷰 기사에서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과거의 하베스는 예전에 로저스-스펜더 들과 함께 국내 스피커 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던 제품이었습니다. 특히 기억도 생생한 컴팩트 모델은 오디오 초보 입문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 국내에 선보인 모니터40이 과거의 영화를 되살려서 시장에서 많은 호응을 받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하이파이넷 시연회를 위해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제품 대여에 협조해주신 업체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노 블록으로 구성된 스텔라복스 파워앰프의 모습
패시브 방식의 스텔라복스 프리앰프
하베스 모니터 40 스피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