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진(acherna@hanmail.net) 2003-04-23 01:09:52
어쿠스틱 에너지, 린필드, 플래티넘 스피커의 설계자로 잘 알려진 필 존스가 이끄는 AAD(American Acoustic Development) 사는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스피커를 만드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현재 AAD의 스피커 라인업은 보급형인 C시리즈와, 중급형인 Q 시리즈, 그리고 고급형으로 2000 시리즈가 주요 모델이며, 그 외에 입문기로 서브우퍼/위성 스피커 조합의 E시리즈, PA 용도에 적합한 K시리즈, 고급 서브우퍼로 SD 시리즈도 있다. 이번에 리뷰한 Q시리즈는 홈 시어터와 하이파이 두 분야에서 모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졌으며 2웨이 북셀프 스피커인 Q10에서 센터 스피커인 Q20C,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3모델 Q30, Q40, Q50, 그리고 서브우퍼로 Q1000까지 6개 모델로 구성된다. 상급기인 Q40과 Q50 스피커의 경우에는 각각 10인치와 12인치 우퍼를 더블로 사용해서 강력한 저음과 다이내믹스를 얻을 수 있다.
Q 시리즈는 사용자의 취향이나 예산에 따라 다양한 시스템 구성이 가능하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모델은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Q30(프런트), Q20C(센터), Q10(리어)의 5.0채널 시스템이다. 이들 스피커는 모두 6.5인치 직경의 우퍼와 1인치 돔 트위터를 채택했다. 프런트 스피커와 센터 스피커는 트위터를 사이에 두고 동일한 우퍼 유닛이 배치되어 있으며 리어 스피커는 유닛은 같지만 일반적인 2웨이 구성이다. 상급 모델과 달리 별도의 우퍼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Q30 스피커의 저역 재생 능력은 30Hz에 달할 만큼 충분하고 감도도 93dB로 높은 편이어서 AV 리시버와 매칭해서 홈 시네마 사운드를 재생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설계자 필 존스가 명성을 얻은 AE1, 2나 린필드, 플래티넘 솔로 같은 소형 스피커에 익숙한 분들이 실제 Q 시리즈 제품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필자는 이전에 보급형 모델인 C시리즈의 제품을 시청한 적이 있는데, Q시리즈는 C시리즈와는 디자인이나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사실은 최고급 모델인 2000 시리즈도 Q 시리즈만큼 크지는 않다. Q 시리즈는 캐비닛 뿐 만 아니라 구성 부품들도 모두 큼직큼직한 편인데, 스피커 단자를 봐도 아주 두꺼운 스피커 케이블도 무리 없이 연결할 수 있을 대형 부품이 사용되었다. 역시 브랜드 이름답게 주거 공간이 넓은 미국 시장을 주요 대상으로 한 제품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센터 스피커의 경우에는 프런트 스피커의 상단부분을 그대로 잘라낸 것처럼 덩치가 크고 32kg이나 될 만큼 무거워서 일반적인 직시형 텔레비전 위에 올려놓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이다.
전반적인 인상은 마감이나 마무리가 아주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선이 굵은 디자인과 여기서 느껴지는 안정감은 나름대로 매력적이다. 최근에는 너무나 비슷비슷한 스피커들이 많아서 AAD Q시리즈의 디자인이 오히려 참신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특히 넓은 공간에 큼직큼직한 고전적인 스타일의 가구로 장식된 실내 환경에서는 환영 받을 만한 모양새인 듯 하다. 시청 기기로는 데논의 DVD-3800 DVD 플레이어와 야마하의 DSP-AZ1 AV 리시버를 사용했다.
이전에 AAD의 C 시리즈로 5.0채널을 감상해 본 적이 있었지만 Q 시리즈의 소리는 제작사에서 자신하듯이 차원이 다른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필자가 들었을 때 가장 좋게 느껴진 부분은 소리에 어떤 긴장감이나 눌린 부분이 없이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다이내믹스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음량을 올려도 전혀 갑갑하지 않고 그야말로 대단한 규모감을 얻을 수 있다. Q 시리즈의 스피커 시스템은 음장이 스피커 주위에서 소극적으로 형성되는 유럽계 스피커와 달리 그야말로 시청 공간을 가득 메우고도 남을 넉넉한 분위기를 들려준다. 이 정도 다이내믹스와 저역 재생 능력을 갖춘 스피커라면 굳이 서브우퍼를 추가하는 것보다는 구동력이 강한 앰프를 연결해서 적극적으로 드라이브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규격적으로 보아도 파워핸들링이 200W로 표시되어 있으므로 분리형 멀티 채널 파워앰프를 연결하면 스피커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만일 Q40과 Q50을 메인 스피커로 시스템을 구성한다면 압도적인 음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번 시청 시스템의 경우 야마하 DSP-AZ1 같은 일체형 AV 리시버로도 구동하는 데 큰 부족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Q30 스피커의 임피던스는 6옴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리시버의 출력 셀렉터에서 4옴보다 8옴 출력으로 선택하고 듣는 편이 조금 더 타이트하고 고역의 뻗침이 좋은 예민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를 보더라도 앰프가 드라이브하는데 특별히 까다롭지는 않은 듯 하다.
다음으로 좋은 점이라면 밸런스나 음색적으로 모난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낮은 고역 대에서 귀를 자극해서 긴박감을 조성하도록 만들어진 일부 홈 시어터 전용 스피커들과 달리 AAD의 Q 시리즈 스피커는 장시간 시청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온화한 품성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블랙 호크 다운’에서의 예리한 총격음이나 ‘와호장룡’에서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 역시 어떤 스피커에서 듣던 것보다 부드럽고 편안하게 재생해 준다. 이 스피커로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여러 시간을 대음량으로 듣더라도 별로 부담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라면 반대로 이웃집에서 이 스피커를 대단히 부담스러워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브레이브 하트’나 ‘글래디에이터’처럼 스펙터클한 영화를 시청할 때에 특히 실력을 발휘하는 느낌이다. 필 존스는 가능한 소형의 캐비닛에서 강력한 저음을 추구하던 설계자이지만, 대형 스피커의 장점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에 틀림 없다. Q 시리즈 스피커의 소리가 귀에 덜 자극적으로 들리는 것은 스피커의 왜곡 수준이 상당히 낮고 밸런스도 평탄하다는 증거이다. 때문에 다소 특이 성향이 강한 시스템을 매칭하더라도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급의 음질을 얻어낼 가능성이 높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성능을 견줘본다면 고역의 섬세함이나 예리한 묘사에 있어서는 이 부분에 집중한 몇몇 브랜드의 제품들처럼 크게 뛰어나지는 않은 편이다. 따라서 좁은 공간에서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들어야 될 소리만큼은 확실하게 들려준다는 점 또한 간과되어서는 안되리라 본다. 정리해보면 이 스피커에게 관심을 가지기 전에 자신의 감상 공간이 충분한 지, 선이 굵고 탄탄한 소리를 선호하는 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런 부분에서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면, AAD Q시리즈 스피커의 소리를 한 번 쯤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 스피커들은 이전 JBL이나 알텍으로 대표되는 파워풀하고 스케일 큰 특징을 세련된 밸런스와 자연스러운 음색으로 계승한 신세대 아메리칸 사운드라도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이렇듯 미국적인 감각으로 만들어진 스피커로 할리우드 영화를 즐기는 것도 애호가들에게 큰 즐거움일 것이다. 특히 기존 스피커들에 다소 식상한 홈 시어터 애호가들이라면 AAD의 스피커들을 꼭 시청해보시기를 권한다.
국내 문의처 : 샘에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