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기에 근접한 성능의 보급형 모델
박우진(acherna@hifinet.co.kr) 2002-08-20 17:03:58
특징
+ 형식 : 6-채널 A/V 리시버 앰프
+ 출력 : 75와트 x 6(8옴, 20Hz~20kHz)
+ 서라운드 포맷 : Dolby Digital EX, DTS, Dolby Digital Matrix 6.1, DTS-ES Matrix 6.1 and Dolby Pro Logic II
+ 음장 모드 : 21 Surround Programs (41 Variations), Quad-Field Cinema DSP, Silent Cinema, Virtual Cinema DSP
+ 비디오 입출력 : 컴포지트 및 S 비디오 입력 5계통 + 출력 2계통, 컴포넌트 비디오 입력 2계통 + 출력 1계통, 전면 패널 A/V 입력
+ 오디오 입출력 : 아날로그 입력 3계통, 출력 1계통, 디지털 입력(옵티컬 4계통, 동축 1계통), 디지털 출력 1계통,
6채널 프리아웃(서브 우퍼 프리아웃 포함), 멀티 웨이 스피커 바인딩 포스트, 6채널 입력, A/B 스피커 셀렉터
+ 튜너부 : 40개국 AM/FM 프리셋 튜닝
+ 규격 : W435 x H151 x D390mm
+ 무게 : 11.5kg
+ 가격 : $599.00
+ 국내 문의처 : 태영 AV(02-525-0704)
야마하에서 리어 센터 채널을 제공하는 6채널 A/V 리시버 RX-V730 모델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동시에 출시된 RX-V430, V530, V630 모델과 함께 야마하의 새로운 엔트리 레벨 라인업을 구성하게 된다. 최근에는 이런 보급형 A/V 리시버들도 업체들간의 치열한 경쟁 덕분에 상급기의 음질과 기능에 상당히 근접한 내용을 보여주는 제품이 많다. RX-V730은 RX-V630 모델과 함께 회로의 순수성과 퀄리티를 중시하는 ‘디지털 톱-아트 테크놀로지(Digital Top-Art Technology)’가 적용된 모델로 소개되고 있다.
RX-V730 모델은 사양을 살펴봐도 돌비 디지털 EX, DTS, 돌비 디지털 매트릭스 6.1, DTS-ES 매트릭스 6.1, 돌비 프로로직II 등 최신 서라운드 포맷들을 거의 탑재하며, 여기에 야마하가 자랑하는 DSP 기술을 통한 21개의 서라운드 프로그램이 더해져 있다. 내장 DSP는 최근 모델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YSS-938로 32비트의 연산 성능을 갖고 있다. 입출력 면에서도 5개의 비디오 입력과 2개의 비디오 출력은 물론이고 HD 신호와 완전히 호환되는 컴포넌트 비디오 입, 출력까지 장비했다.
아마도 이 제품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사진에서 보이 듯이 동축 단자가 CD 전용 단자 하나 뿐이어서, DVD 입력은 전송 대역폭이 좁은 옵티컬 인터페이스로만 지원한다는 부분일 것이다. 물론 동축과 옵티컬 인터페이스의 성능 차이는 실제 기술의 구현 방법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과거의 경우에는 전기적인 인터페이스 구현에 서툴게 만들어진 제품들이 오히려 옵티컬 인터페이스보다 못한 음질을 들려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옵티컬 인터페이스는 RF 노이즈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정해진 부품을 사용하는 이상 성능에 차이가 거의 없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대역폭이 좁기 때문에 고급 기기에서는 기피되고 있고 그 때문에 타회사에서 제조한 RX-V730의 동급 제품들도 거의 DVD 입력에도 동축 단자를 배려하는 경향이다.
그 외의 특징이라면 사일런트 시네마, 버추얼 서라운드 기능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이전 모델에도 채용되었던 것이지만 사용자에 따라서는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다시 설명해보면 사일런트 시네마의 경우 헤드폰만으로, 그리고 버추얼 서라운드 기능은 프런트 3채널만으로도 서라운드 사운드를 구현해 준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소니 앰프에도 이런 유사한 기능이 있다.
이전에 리뷰되었던 RX-V620의 경우 전면 입력 단자가 제품 하단에 노출되어 어색한 느낌을 주었던 것과 달리 RX-V730은 돌출 부위가 없어서 깔끔한 인상을 준다. 제품 후면을 보면 바나나 플러그 사용이 가능한 스피커 단자 채용, 스피커의 임피던스에 최적화할 수 있는 별도의 선택 스위치 등 제품의 완성도는 수준급에 올라와 있다. 부속된 리모트 컨트롤도 적당한 크기와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으며 버튼의 조작감도 양호한 수준이었다.
이 제품의 테스트를 위해서는 소니 DVP-NS900V DVD 플레이어, 트라이앵글 Celius202(메인), Sextan(센터), Sub Espace202(서브우퍼), B&W LM-1(리어)의 5.1채널 시스템을, 그리고 스피커 케이블과 인터커넥트는 모두 Canare 제품을 사용했다.
야마하의 A/V 리시버는 오랜 세월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켜오면서 중저가 제품에서 고급 제품까지 모든 모델이 신뢰를 얻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RX-V730 역시 가격에서 기대하는 것 이상의 만족감을 안겨주는 좋은 음질을 들려주었다. 10여년 전부터 내추럴 사운드를 모토로 앰프를 제작해온 회사답게 야마하다운 충실한 밸런스와 매끄럽고 부드러운 고음의 음색은 여전했다. 필자는 야마하의 보급형 모델 중에서는 RX-V620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역시 ‘왓 하이파이 사운드 앤 비전’의 수퍼 테스트에서 위너로 선정되는 등 동급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는 제품이었지만, RX-V730은 그 때보다도 훨씬 더 인상적인, 어떤 때는 깜짝 놀랄 만큼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아카데미에서 음향 효과상을 받은 “블랙 호크 다운’ 전투 장면은 고 해상도의 하이엔드 시스템에서 들어보면 피곤하게 들릴 정도로 리얼한데 RX-V730이 재생하는 소리는 예리하거나 건조하지 않으면서 상황에 몰입할 수 있는 열띤 분위기와 현장감을 만들어준다. 대화가 많은 ‘바닐라 스카이’를 들어보면 내레이션과 감정 표현이 명료하게 들려온다. 다른 제조 업체의 제품들보다 중역대가 디테일하고 음색도 부드러운 편이어서 사운드트랙의 목소리나 뮤직 DVD의 보컬이 더욱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들린다. 더 코어스의 ‘언플러그드’ DVD에서도 악기들의 음색 표현이나 질감에서 거의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리고 여기에 ‘홀’이라든지, ‘재즈 클럽’ 등의 DSP를 조작해 보면 더욱 많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DSP라면 소니 제품도 대단히 훌륭한 편이기는 하지만 저음의 긴 여운을 잘 살려 줌으로써 흡사 큰 극장에서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는 측면에서는 야마하에 근접할 제품이 아직 없다.
약간 감상자 앞으로 당겨진 듯한 밸런스와 충실한 음장 재현 성능 덕분에 ‘글래디에이터’의 콜로세움 전투 장면이나 ‘진주만’의 공중 기습 장면은 다이내믹하면서도 박진감이 넘쳤다. 물론 이 제품이 만들어내는 음장은 규모로 본다면 매머드급 앰프들이 만들어내는 것에 비하면 아기자기하지만, 이음새가 없고 밀도감도 대단히 높은 편이다. 또 구동력적인 측면에서도 사실은 저역의 디테일이나 어택이 상급기에 비해서는 손색이 있지만, 매끄러우면서도 달콤하게 들리는 고역과 충실한 응답의 중역대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무엇이 부족한지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영화 속에 빠져들게 된다.
이처럼 가격을 고려할 때 음질에 대해서 시비할 수 없는 수준에 올라와 있는 제품이라면 문제가 될 것은 출력 밖에 없다고 본다. A/V 리시버의 여러 제약 조건 때문에 6개의 스피커를 구동하는 것 자체가 어려움인데다가 사용자의 취향이나 사용 공간, 스피커의 특성 등등 이 리시버의 우수한 성능을 가려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5평 정도의 방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경우에 한해서 RX-V730로 대부분의 애호가들이 충분히 만족할 수 있겠지만, 30평 정도의 아파트 거실만 되어도 출력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아파트에서는 어차피 방음도 안되므로 큰 출력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는 불 필요한 부분에 과잉 투자가 되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필자는 대출력 앰프는 작은 음량으로 들었을 때에도 고유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보지만 어떤 생각이 정답이라고 주장하기보다는 사용자 자신이 어떤 관점에서 소리를 평가하는지 나름대로 숙고한 후에 제품을 구입하도록 권하고 싶다.
야마하의 RX-V730은 이 가격 대의 A/V 리시버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갖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만들어진 제품이다. 후발 주자이지만 DSP 구사에서는 만만치 않은 소니 STR-DB1070같은 강력한 경쟁 제품도 존재하지만, RX-V730 역시 A/V리시버의 모범생이라는 익숙한 표현이 과연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음질이 뛰어난 제품이다. 두 제품을 굳이 비교한다면 RX-V730보다는 STR-DB1070이 좀더 투명한 소리를 들려주기는 한다. 그렇지만 이런 부분이 스피커 매칭에 따라서는 잘 드러나지 않거나 오히려 약점일 수 있으며 음장이 뒤로 물러서 있고 소리가 가는 부분 때문에도 손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트라이앵글 스피커 시스템의 경우에는 고음이 다소 예리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 야마하 RX-V730 쪽이 예상보다 상당히 좋은 매칭이었다. 한편 소니 STR-DB1070 앰프는 B&W 노틸러스 803과 HTM1 스피커와의 매칭에서 투명한 음장과 귀에 속삭이는 듯한 나긋나긋한 대사를 재생해 주어 깊은 인상을 준 바 있다. 음질적으로만 본다면 이 두 제품은 모두 만족도가 매우 높은 수준급의 성능을 갖추고 있어서 어느 것을 선택해도 크게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두 제품은 6채널 앰프이기는 하지만 DTS-ES 디스크리트 포맷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동일하다. 다만 STR-DB1070에는 RX-V730에 갖춰진 컴포넌트 비디오 단자가 제공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RX-V730의 컴포넌트 비디오 단자는 HDTV에 대응할 수 있는 성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서라운드 EX와 DTS-ES를 필두로 한 6.1채널 지원이라는 과제는 디코딩과 멀티 채널 구동의 임무를 동시에 부여 받은 A/V 리시버들에게는 상당히 과중한, 때로는 가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야마하의 RX-V730은 최고의 A/V 리시버를 만드는 회사답게 그런 어려움을 극복해 내면서 6채널 스피커 운용에 충분한 구동력과 퀄리티를 확보해 냈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