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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니우스 9100 인티앰프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6. 7. 21.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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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우진 on 02/01 at 02:0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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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니우스는 피터 톰슨이 창립한 뉴질랜드의 앰프 전문 제조 업체다. 플리니우스의 앰프들은 뉴질랜드와 호주 등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1987년에 앰프 설계자인 개리 모리슨과의 협력으로 한 차원 높게 업그레이드되었다. 플리니우스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1993년도 CES 이후로 스테레오파일에서 A등급 추천을 받은 SA-100 과 SA-250 파워앰프가 등장한 것도 그 무렵이다.
플리니우스의 역사를 살펴보면 창립 후 20년 동안은 앰프 이외의 다른 분야에 전혀 눈을 돌리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1년에 3개 이상의 신제품을 발표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지금도 CD 플레이어 한 모델을 제외하면 전부 앰프 뿐이다. 그러한 신중함과 한 우물만 파는 정성이 플리니우스가 오래도록 사랑 받은 이유가 되었을 것 같다. 플리니우스의 인티앰프로는 2000년도에 출시한 8100과 8200 의 두 모델이 있고, 이들은 같은 가격 대에서 가장 음악적이고 우수한 TR 인티앰프로 손꼽혔으며, 부드럽고 생생한 음색, 매끄러운 밸런스, 풍부한 저음 등이 높은 만족감을 주었다. 그러나 좋은 음질에 비해 외관의 디자인이 너무 평범했기 때문에, 높은 실력 만큼 인기를 누리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멀티 채널 시대를 맞이하여 플리니우스의 앰프들도 디자인에 새로운 개선이 이루어졌다. 좌우 측면의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어 앰프의 사운드 특성을 연상시키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구현했다. 한편 전면에는 로고를 크게 새겨 넣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인티앰프들도 디자인의 개선을 반영하여 각기 9100과 9200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물론 3개의 동근 전면 컨트롤 노브를 우측에 치우쳐 배치한 것은 전작과 같다. 두꺼운 전면 패널에 비해 상판은 얇고 약하게 느껴지는 편이지만, 제작 원가를 효과적으로 배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9200과 9100은 겉보기엔 쌍둥이처럼 비슷하지만, 높이는 1.5cm 정도의 차이가 있다. 또, 출력도 9100 모델이 채널 당 120와트인데 비해 9200 모델은 무려 200와트나 된다. 두 제품이 공유하는 리모트 컨트롤은 금속제로 상당히 크고 묵직해서 한 손으로 조작하는데 오히려 불편한 느낌이 있다. 리모컨으로는 소스 선택이 되지 않고 볼륨 조정에 기능이 한정되어 있는 것도 아쉽다.
리뷰 제품인 9100모델은 플리니우스의 제품 중에서는 가장 컴팩트한 회로 디자인을 갖고 있다고 한다. 실제 9200과 9100 두 제품의 내부 사진을 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9200의 경우에는 분리형 제품을 하나의 새시에 수납한 제품이라는 인상이지만, 9200은 보다 일반적인 인티앰프의 구성을 취한 편이다. 신호 경로를 짧게 하기 위해 입력 회로를 앰프 뒤쪽에 부착했으며, 셀렉터와 전면의 노브는 긴 봉을 써서 연결했다. 메인 회로보드는 좌우 대칭으로 바닥에 붙여 놓았다. 파워 트랜스포머는 물론 하나 뿐이지만, 마이크로 컨트롤러 회로라든지, 라인 스테이지 등에는 신호 사이의 간섭을 억제하도록 전류 공급을 분리시켰다. 이와 달리 방열판은 출력을 고려했을 때 앰프 내부의 온도 상승을 적절히 억제할 만한 크기다. 전작에서는 커다란 전원 스위치가 전면에 붙어서 미적인 감각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디자인적인 고려가 가미된 때문인지는 몰라도 전원 스위치가 뒤로 갔다. 결과 적으로 장식장에 넣고 사용할 경우에는 조작하기 불편한데, 다행스럽게도 열이 많이 나지는 않으므로 계속 켜놓고 사용해도 무방할 듯 하다.
플리니우스 앰프의 시청에는 Focus Audio FS-888 스피커, Epos M5 스피커, 메리디언 G08 CD 플레이어를 사용했다. 언제나 첫 인상이 좋은 제품과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는데, 플리니우스 9100 인티앰프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은 매우 좋다. 플리니우스라는 브랜드의 이미지에 어울리게 투명하고, 생생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고음은 다소 느긋하고 매끈하게 다듬어진 반면, 저음은 묵직하면서 부푼 듯이 들린다. 본격적인 시청을 위해 몇 일 간 워밍업을 시킨 후에 들어봤다.
먼저 피아노 곡으로는 플레트네프가 연주하는 슈만의 심포닉 에튀드를 들어봤다. 비슷한 가격대의 크렐 KAV-400Xi 인티앰프가 피아노 소리를 차갑고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것에 비하면, 플리니우스 9100 인티앰프는 좀더 둥글고 살집이 붙어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음색의 질감은 아주 매끄럽고 부드러우며, 소리 끝에는 껄끄러운 노이즈라든지, 반짝이는 광채가 붙지 않는다.
특히 중역 대의 질감은 솔리드스테이트 앰프로는 이례적일 만큼 거친 부분이 없이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성악곡이나, 재즈 보컬의 감상에 매력적인 소리를 들려준다. 노라존스의 목소리는 다른 앰프에서보다 원숙하고 느긋하게 표현되며, 자크 루시에 트리오를 들어보면 모나지 않은 음색과 손으로 만져질 듯이 생생한 양감이 느껴지는 이미징이 좋게 들린다. 어떻게 들으면 진공관 앰프와 비슷한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고음에는 진공관 앰프 특유의 화성적인 착색이 없고, 음장의 이미징 역시 보다 안정되어 있다. 다만 피아노의 저음은 탄력적인 리듬을 들려주지 못하고 소리가 섞여서 나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저음의 울림이 부드럽게 퍼지는 특성은 실제 콘서트 홀에서의 실제 청취 느낌에 더욱 가깝다.
관현악곡으로는 안느 소피 무터가 쿠르트 마주어와 뉴욕필과 협연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감상했다. 무터의 바이올린 소리에는 약간 살집이 있는 것처럼 조금 두텁게 들리며, 첼로와 더블베이스 같은 저음 현악기들의 뒷받침은 약간 느리다 싶기도 하지만, 기분 좋을 정도로 전체 소리를 감싸 준다. 사운드스테이지의 크기나 깊이는 매우 적절한 수준으로 원근이나 규모가 잡혀 있다. 여기서도 시청 기기였던 포커스 오디오 FS-888의 저음을 해상력 있게 제동해 주기엔 다소 힘에 겨운 느낌은 있었다. 비교 시청을 위해 감상해본 에포스 M5의 경우에도 스피커의 특성이 반영된 풍부하고 부드러운 소리는 여전했다. 대신에 구동이 보다 쉬운 덕택에 훨씬 다이내믹하고 파워풀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밝고 선명하며 팽팽한 소리를 내는 스피커에 특히 좋은 매칭이 될 듯 하다.
결론적으로 플리니우스 9100 인티앰프는 이 가격대에서 최고의 선택을 받을 만한 실력기다. 음색과 질감에서는 더 비싼 제품들과 맞먹는 우수한 성능을 지닌 제품이다. 필히 시청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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