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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턴 BCD-1 CD 플레이어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9. 9. 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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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D-1은 브라이스턴의 첫 일체형 CD 플레이어다. 인터넷을 통해서 BCD-1를 알고는 있었지만, 브라이스턴 하면 ‘힘 좋고 오래 가는 못생긴’ 파워 앰프가 전부라고 생각해왔던 터라 ‘브라이스턴이 왠 CDP?’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는 이내 잊어 버렸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우연히 GLV를 방문했는데, 그 자리에서 Ayre CX-5e MP, Linn Climax DS, Mark Levinson No. 512 CD/SACD 플레이어와 함께 BCD-1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가격이 작게는세배, 크게는 다섯배 되는 기기들과 견주어 결코 뒤쳐지지 않는 CD 재생 실력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GLV 김한규 사장님의 배려로 기기를 집으로 가져와 좀 더 오랜 시간에 걸쳐 들어 보기로 했다.

외관 및 동작

기기는 한 눈에 브라이스턴 제품임을 알아 볼 수 있게 제작되었다. 무뚝뚝하고 못생긴 패밀리 룩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리뷰 샘플로 받은 BCD-1의 전면 알류미늄 패널은 필요 이상 좌우로 길다. 게다가 BCD-1의 기기 높이가 낮기 때문에 좌우로 긴 패널이 더욱 길어 보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전면 패널 옵션이 있어서 일반적인 길이의 패널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기를 전면에서 바라볼 때, 프론트 패널 중앙에 트랜스포트부가 위치해있고, 좌측에는 표시창과 트레이 열림-닫침 버튼 등이, 우측에는 플레이, 정지, 트랙 이동 버튼, 기기 상태를 나타내는 LCD 등이 배치되어 있다. 밝은 형광 연두색 표시창은 글씨가 너무 작아 시청 위치에서는 트랙 정보를 읽을 수 없다. 패널 전면부의 버튼은 크기는 작지만 잘 작동한다. CD 트레이는 힘차게 열리고 들어가기 때문에 하이엔드 기기에서 기대해봄직한 우아한 동작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 않아도 힘차게 열리는 트레이 전면에 브라이스턴 로고를 큼지막하게 조각한 알류미늄 덩어리가 붙어 있어서 트레이 열고 닫히는 박력에 힘을 실어준다. 기기 동작 상태를 알리는 LED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보통 기기가 대기 상태에서는 LED에 불이 꺼져있고, 켜진 상태에서는 LED에 불이 들어 오는 것과 반대로, BCD-1의 경우는 대기 상태에서는 LED 불이 켜져 있고, 켜진 상태에서는 불이 꺼진다.

기기 후면을 살펴보면, 전원 코드 인렛이 우측에 배치 되어 있고, 차례로 디지털 아웃풋 (AES-EBU/Toslink/SPDIF)단자와 밸런스드-언밸런스드 아날로그 아웃풋 단자가 구비 되어 있다. 그 밖에 리모트 입력 단자와 트리거 인 단자가 있는데, 시청 기간 동안 이 단자를 사용할 일은 없었다.

기본 제공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알류미늄 리모컨은 물론 예쁘지 않지만 사용하는데 불편은 전혀 없다. 리모컨을 통해 모든 조작을 할 수 있게 되어 있고, 게다가 기특한 점은 모션 센서를 적용해 리모컨 조작부에서 은은한 형광 빛이 나오도록 배려했기 때문에 어두워도 사용에 불편이 없다. 버튼 조작감은 무난하고, 인식도 잘 된다. 만약 브라이스턴 프리 앰프를 함께 사용한다면 볼륨 조정도 이 리모컨으로 가능하다. 무게는 제법 되지만, 다른 업체들에서 번들로 제공하는 가볍디 가벼운 플라스틱 리모컨과는 격을 달리 한다. 이 정도 리모컨이면 비싼 값 받고 별도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기본 제공하는 점은 아주 마음에 든다.

리뷰를 위한 시청 기간 동안 발생한 문제는 전혀 없었다. 기기 노이즈나 트랜스포트 구동 소음 없이 조용했으며, 발열량도 거의 없었다. 브라이스턴에서 이야기 하듯이 아무 문제없이 아주 오래 동안 사용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외모와 동작을 가지고 까다롭게 굴었지만 전체적인 만듦새는 빈틈이 없다. 기기의 이음새, 헤어라인 처리한 전면 알류미늄 패널의 마감도 좋은 편이다. 요약하면 흠잡을 데 없는 못난이가 되겠다.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했지만 외관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점은 프로오디오에서 업력을 쌓아온 탓일지도 모르겠다. 외관이야 뭐… 결국 브라이스턴 아닌가?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것이 글쓴이의 느낌이다.


구성

BCD-1은 레드북 CD와 CDR 재생을 지원하며, MP3나 SACD 등은 재생하지 못하는 레드북 CD 전용 플레이어다. 트랜스포트에는 필립스 L1210 CD Drive를 채택했고 브라이스턴 DAC 모듈과 최상의 매칭을 위해 클럭을 교체했다. DAC 칩은 크리스탈 CS4398을 적용했다. CS4398은 44.1kHz의 신호를 192kHz로 업샘플링하고, 업샘플링한 시그널을 다시 128배 오버샘플링한다. 아날로그단은 디스크리트 op 앰프를 통해 클래스A 모드로 증폭한다. 기타 자세한 기기 구성에 대해서는 아래를 참고하시면 되겠다.

•Redbook CD and CDR playback
•Fully Discrete Bryston Class A analog output stage
•Crystal 192k/24bit DAC
•Over-sampling is 128 times
•Independent Analog and Digital power supplies
•Balanced XLR and Unbalanced RCA Stereo outputs
•Transformer coupled SPDIF and AES EBU
•Digital outputs
•Optical output
•RS-232 software upgrade
•Remote 12 Volt Trigger
•Full function IR remote control
•CD remote operates other Bryston products volume up/down/mute
•Frequency Response - 20 Hz - 20 KHz - .2 DB
•Signal to Noise - 115 DB unweighted
•THD Plus Noise - .002%
•Jitter is - Negligible (below the residual of the Audio precision AP2700 test gear)
•Output Level - 2.3V Unbalanced - 4.6V Balanced
•Shipping Weight - 18 Lbs / 8.2 Kg
•Dimensions - 43.2 or 48.3 w / 28.6 d / 7.9 h cm (17 or 19 w / 11.25 d / 3.125 h inches)


시청

BCD-1이 브라이스턴이 발표한 첫 번째 CDP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브라이스턴이 디지털 소스 분야에 ‘초짜’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브라이스턴은 BCD-1 발표에 앞서 일체형 앰프와 프리앰프에 DAC 모듈을 탑재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수년 간의 개선을 통해 DAC 모듈을 가다듬고, 이번에 트랜스포트 부를 추가하여 일체형 CDP를 출시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처음 GLV에서 기기를 시청했을 때 탄탄한 저역을 토대로 무대를 꽉 채우는 소리를 내주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집으로 옮겨서 시청할 때도 이런 덕목은 고스란히 유지되었다. 도널드 페이건(Donald Fagen)의 Morph The Cat 앨범 중 Morph The Cat을 들어보면 베이스 기타의 무게감과 두께가 잘 전해온다. 동시에 저역의 해상도가 좋아 아래 동네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할 일이 전혀 없다. 깊고 탄탄한 저역을 재확인하기 위해 스티브 스왈로우(Steve Swallow)의 Damaged In Transit 앨범을 들어 봤다. 숨가쁘게 베이스 기타 지판을 오가는 스티브 스왈로우의 부지런한 손놀림을 눈 앞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깨끗하게 들려준다. 드러머 애덤 뉴스바움(Adam Nussbaum)의 정교한 스틱 웍과 풋 드럼의 임팩트 역시 수준급으로 재현된다. 비단 빠른 템포의 곡 뿐 아니라 리듬의 변화가 다채로운 곡을 들어도 마찬가지였다. 리듬과 페이스가 좋은 CD 플레이어라고 평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느껴졌다.

음악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저역, 리듬과 페이스 재현이 훌륭하니 자연스럽게 음악 듣는 것이 즐거워진다.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Leif Ove Andsnes)가 연주하는 리스트 Apres une lecture du Dante. Fantasia quasi Sonata의 경우, 저역의 임팩트가 잘 표현되지 않으면 진지하고 무거운 곡이 되려 우스꽝스럽게 들리게 되기 쉽상인데, BCD-1은 안스네스의 타건의 임팩트를 제대로 전달하면서, 피아노 풀보디(full body)를 어려움 없이 재현해낸다. 따라서 피아노 소나타가 전하는 드라마를 잘 느낄 수 있었다. 다이나믹스 표현 능력도 칭찬하고 싶다. 음악의 셈여림과 들고 나가는 굴곡을 잘 표현하니 평소에는 잘 듣지 않는 실내악 연주에도 자연스럽게 손이 자주 가게 되었다.

BCD-1의 고역은 깨끗하게 쭉 뻗는다. 의도적으로 롤 오프(roll-off)를 시킨 느낌은 받지 못했다. 깨끗하고 생생하다. 평소 현악 특히 바이올린 연주를 즐기지 않는 탓에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 부족하다고 생각 되지만 현악기 재생(적어도 비올라나 첼로)에 있어서도 큰 문제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비스펠베이(Pieter Wispelwey)와 라지치(Dejan Lazic)가 협연한 베토벤 첼로 소나타(F Major op.5 nr.1)을 들어보면 찰현이 어색하거나 거칠게 들리지 않았다.

무대 표현력도 좋다. 배경이 깨끗하고 각 악기의 위치도 흔들리지 않는다. 재즈 보컬리스트 티어니 수튼(Tierney Sutton)의 Something Cool 앨범 첫 번째 트랙 Route 66!를 들어보면 조용한 배경에서 북소리와 베이스가 차례로 연주되면서 수튼의 노래가 홀연히 시작되는데, 약간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이 곡의 분위기를 아주 잘 표현해줬다.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와 베를린 필하모니가 협연한 그리그 피아노 콘첼토에서도 큰 무대를 안정적으로 잘 표현해줌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GLV에서 들었을 때는 사운드 스테이지가 스피커 선상에서 재현되는 것으로 느꼈었는데, 집에서 들을 때는 무대가 적당히 들어가 스피커 안쪽에서 재생되는 것으로 확인했다. 따라서 사운드 스테이지에 대해서는 일반화된 평가를 보류하는 것이 좋겠다. 너무 당연한 말이겠지만, 기기 조합, 케이블 매칭, 시청 공간에 따라서 BCD-1의 무대 재생 위치가 달라지므로 자신의 시스템 및 시청 환경에서 들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음색 측면에서는 딱히 말할 것이 없다. 어두운 쪽은 절대 아니고 그렇다고 밝은 쪽도 아니다. 글쓴이 귀로는 이렇다 할 흠을 잡아내지 못했다. 다만 듣는이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가릴 것으로 생각된다. 이해를 돕고자 설명을 추가하자면, 메리디언류의 디지털 기기를 들을 때 느낄 수 있는 음색의 매끄러움과 부드러운 질감을 BCD-1을 통해서는 느낄 수 없었다. 리퀴드하지는 않다. 클린 앤 클리어 사운드라고 하면 적당할 듯 하다.

글쓴이가 가지고 있었거나 현재 가지고 있는 다른 디지털 기기와 비교해 보겠다. 에어(Ayre) cx-7e 모델과 비교했을때, 섬세하고 리빌링한 표현에는 cx-7e가 다소 강점이 있고, 그 밖의 영역에서는 BCD-1이 더 마음에 드는 성능을 보여줬다. BCD-1의 약동감 넘치는 재생능력이 특히 돋보였다. 전반전은 그렇게 진행되었고… 에어 MP 필터 업그레이드 이후 후반전의 두 기기간 비교가 기대된다.

가격이 절반 정도되는 벤치마크미디어(Benchmark Media) DAC-1, 아포지(Apogee) Mini-DAC, 캠브리지오디오(Cambridge Audio) DacMagic과 비교를 하면, BCD-1이 모든 면에서 좋은 성능을 내줘서, 오디오는 역시 돈대로 간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BCD-1은 벤치마크미디어 DAC-1, 그리고 캠브리지오디오 DacMagic의 리니어페이스 모드의 사운드 폴리시를 기반으로 두어배 정도 윗급의 소리를 내준다고 하겠다. 아포지 Mini-DAC는 음색 측면에서는 선전을 했지만 다른 면에서는 BCD-1을 쫒아가지 못했다. 


맺음말

브라이스턴 BCD-1을 들으면서 레가(Rega)가 아폴로 CDP를 발표하면서 사용한 광고 문구가 기억났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먹는다 (속담)’
‘두 번째 온 생쥐가 치즈를 먹는다. (현실)’

CD의 시대가 저물고, SACD와 DVD-A는 기지개 좀 켜다가 말고, 그 자리를 MP3와 아이팟이 급속히 대체하던 시기에 레가는 ‘이제야 비로소 CD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기기를 낸다’며 위와 같은 광고 문구를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내걸었다. 아폴로도 훌륭한 CD 플레이어지만, 위 광고 문구에 진짜 주인은 브라이스턴 아닌가 싶다.

브라이스턴 BCD-1 보다 좋은 CD 플레이어는 분명 있다. 그런 CD 플레이어 혹은 소스 기기는 글쓴이가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CD 플레이어, SACD 플레이어다. EMM Labs CDSA SE, 린데만 822, 마크 레빈슨 No.512, 아큐페이스 DP-77, dCS 등등… 그런데 BCD-1은 언급한 헤비웨이트급 선수들을 별로 부럽지 않게 해준다. 적어도 레드북 CD 재생에 있어서는 취향 차로 호불호가 갈릴 뿐이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그 정도로 좋다.

오디오 바꿈질이 심한 편은 아닌데 그래도 가장 많이 들고 난 기기가 소스기기였다. 그만큼 적당한 가격대에 마음에 드는 소스기기 만나기가 어렵다는 소리겠다. 그런데 브라이스턴 BCD-1은 오랜 시간 동안 문제 없이 들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현악기의 미묘한 질감과 누앙스에 탐닉하시거나, 기기의 외관이 기기의 성능만큼 중요한 분들께는 추천이 망설여진다. 그 밖의 애호가, 특히 CD 콜렉션이 많은 애호가께는 적극 추천한다. ‘돌쇠’ 브라이스턴에 대한 선입견을 잠시 접어두시고 꼭 들어보시길 권해드린다. BCD-1같은 CD 플레이어가 있는 한 CD 시대는 계속된다.

posted by 최정호



시청기기

Bryston BCD-1 CD 플레이어
Ayre CX-7e CD 플레이어
Cambridge Audio DacMagic DAC
Apogee Mini-DAC
Lamm Industries LL2 Deluxe 프리앰프
Parasound JC-1 파워앰프
카시오페아 음향 알파3 스피커
액세서리: PS Audio Power Quintet, Audio Plan 파워코드, DH lab 파워코드, Monster Studio Pro1000 선재 제작 인터커넥트, 리버맨오디오 블루드래곤 디지털케이블, 실텍 뉴욕 스피커 케이블, 오디오 플러스 8502 선재 제작 스피커 케이블 등

기기 대여 협찬: GLV (02-424-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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