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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TL IT-85 인티앰프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8. 7. 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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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우진

VTL의 IT-85 인티앰프가 디자인을 대폭 개선하여 다시 선보였다. IT-85는 VTL의 입문 기종이지만 분리형 제품의 기술과 음질을 컴팩트한 새시에 담아내었다. VTL의 사운드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관심을 모을 만 하다.
 

VTL(Vaccum Tube Logic)은 녹음 엔지니어 출신의 유명한 진공관 앰프 제작자 데이비드 맨리(David Manley)가 1986년도에 창립했으며, 1993년부터는 그의 아들인 루크 맨리(Luke Manley)가 운영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의 진공관 앰프 제작사다. 데이비드 맨리는 VTL을 운영하면서 프로용 기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맨리 브랜드를 별도로 운영했고, 이후 맨리 래버러토리즈라는 회사로 분리한다. 우리에게 가오리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스팅레이 인티 앰프가 맨리 래버러토리즈의 제품이다. 여담이지만, 데이비드 맨리는 3년 후인 1996년에 다시 회사를 떠나고 1999년부터는 맨리 랩의 직원이었고, 부인이었던 이브안나가 맨리 래버러토리즈를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지금의 VTL은 미국을 대표하는 진공관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VTL은 지금도 다른 제품에 눈 돌리지 않고 오직 진공관 앰프만 생산하고 있다. 20년이 넘는 역사 동안 다수의 제품을 추가해 왔으며, 지금 소개하는 IT-85 같은 소형 인티 앰프제품에서 MB-450 모노 블럭 파워앰프처럼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다. 특히 전원부 분리형의 프리앰프 TL-7.5와 800와트 출력의 매머드급 파워앰프 지그프리트는 유례 없는 획기적인 제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단종된 보탄 파워앰프(27500달러)의 경우에는 채널 당 24개의 6550 튜브로 1250와트의 아찔한 대출력을 제공하였다. 규모가 큰 바그너 오페라의 주인공을 앰프 이름으로 즐겨 사용하는 것을 봐도 VTL의 고급모델이 지향하는 목표는 분명하다.

제품의 내용에 비해 외관 디자인이 검소한 것도 특징이라고 할까. 원래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프로페셔널 제품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신에 거품 없이 충실하게 성능 위주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봐도 좋다.

IT-85는 VTL의 유일한 인티앰프로서, 크기는 매우 작고 모양이나 디자인도 간단하다. VTL에 따르면 전 제품이 입력단이나 위상 반전기(phase splitter), 그리고 푸시풀 출력단에서 거의 동일한 회로를 공유하며 단지 진공관 숫자와 전원부의 용량 같은 스케일이 다르다고 한다. 이 때문에 IT-85 같은 저렴한 제품을 사용할 경우에도 고급 모델의 장점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스테레오파일에는 MB-450 모노 블럭 파워앰프가 A등급, 그리고 ST-85 스테레오 파워앰프가 B등급으로 추천되었다. 하이파이넷에도 역시 위 두 제품이 역시 호의적으로 소개된 바 있다. 필자가 직접 리뷰한 ST-85 앰프의 경우엔 오래 듣기에 편안한 음색이나 진공관 앰프답지 않게 스피커를 견고하게 잡아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IT-85 인티앰프는 스테레오파일의 칩 스턴이 2001년 2월호에 자세하게 리뷰한 바 있다. 전면 패널이 변경된 신형 모델은 2007년 1월의 TAS165호에 제이콥 헤일브룬이 리뷰하였다. 이들 리뷰는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이 가능하므로 읽어보시기 바란다.


제품 소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스펙
사용 진공관 : 2 x 12AU7, 2 x 12AT7, 4 x EL34
주파수 응답 특성 : 1 - 75 kHz -3dB
동작 방식 : AB1
입력 : RCA 5계통,
출력 : 바인딩 포스트 1쌍
입력 감도 / 임피던스 : Line in 180 mV, Amp in 575 mV / Line in 20KW, Amp in 135KW
전력 소모 : 아이들시 200와트 / 풀 파워시 600와트
규격 : 40 x 28 x 17.75 cm
중량 : 29.5 Kg
제품 문의처 : 코포사운드 (02-497-1501
)
 

특징
• 하이파워, 다양한 범위의 스피커를 구동가능
• 볼륨 및 뮤트 기능의 커스텀 리모트 컨트롤, 파워 업/다운시 자동 뮤트 기능
• 올 튜브 프리앰프 라인 스테이지, 버퍼드 프리아웃
• 앰프 구동의 헤드폰 출력, 프런트 패널 셀렉터 스위치(헤드폰 삽입시 프리아웃은 뮤트)
• 헤드폰 회로에 부하 없이 자동으로 셧다운
• 프런트 패널에서 다이렉트 앰프 인/프로세서 루프 입력을 선택 가능
• ST-85와 게인 매칭이 되므로 호리즌털 바이앰핑 방식의 업그레이드 가능.
• 프런트 패널의 압출 알루미늄 패널, 표준 마감은 실버이며 블랙을 옵션으로 함. 보호 케이지
• 고품질의 VTL ST-85 파워 서플라이 컴포넌트 및 출력 파워트랜스포머
• 쉽게 접속 가능한 출력관 바이어스 측정 및 톱 데크의 조절 포인트
• 후면 새시가 접혀 있어서 입 출력 단자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음. 만듦새와 마감이 정교함.
• 탈착 가능한 IEC 파워 코드, 고급의 금도금 VTL 커스텀 바인딩 포스트 및 RCA 잭.
• VTL 캘리포니아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제작
• MC/MM 포노 스테이지를 옵션으로 선택가능


IT-85 인티앰프는 EL34  튜브를 사용하며, 크기에 비해 85와트라는 만만치 않은 출력을 자랑한다. 진공관 앰프의 경우 TR 앰프보다 같은 출력에서 보다 큰 만족감을 제공한다고 이야기된다. 그런데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스피커의 특성을 조금이나마 어느 정도 가린다.  따라서 넓지 않은 공간에서 감도가 낮지 않은 소형 스피커와 짝 지워 주기에 적당한 제품으로 파악해야 된다.

스테레오파일의 리뷰에 보면 루크 맨리의 추천으로 IT-85의 프리 아웃 단자를 ST-85 파워앰프와 연결해서 이른바 호리즌털 바이앰핑(horizontal Bi-amping)으로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좀 더 부연해서 설명하면 호리즌털 바이앰핑에선 한 앰프가 두 채널의 트위터를, 다른 앰프가 두 채널의 우퍼를 담당한다. 이에 비해 버티컬 바이앰핑(vertical Bi-amping)에서는 각각의 앰프가 한 채널 스피커의 트위터와 우퍼를 구동하게 된다) 이러한 바이앰핑의 경우 출력이 증가되고, 트위터가 우퍼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전기적으로 분리되는 장점이 있다. 다만, 채널 간의 미세한 레벨 차이가 소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IT-85는 ST-85의 전원부나 트랜스포머등 중요 부분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게다가 게인과 위상도 일치하기 때문에, 기존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완벽한 바이앰핑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루크 맨리의 설명에 따르면 IT-85의 프리 앰프 부에는 12AU7 튜브를 사용하며 VTL TL-2.5 파워앰프의 게인 스테이지 회로를 적용하였다고 한다. 한편 프리 출력 단자에는 액티브 서브우퍼와 연결되는 경우를 감안하여 버퍼를 두었다. 때문에 바이앰핑 사양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인티앰프의 출력을 트위터에 연결하도록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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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출력 탭을 제공하는 다른 진공관 앰프와 달리 스피커 단자는 하나 뿐으로 출력 트랜스포머는 대다수의 스피커를 구동할 수 있도록 5옴에 최적화되어 있다. 사실 IT-85의 출력 임피던스는 0.85옴으로 측정되어 비교적 높은 편이다. 따라서 임피던스가 낮아서 구동하기 어려운 스피커에 연결하는 것은 권장할 만하지 못하다.

VTL은 수 년 전 기존 제품의 외관을 개선하여 한결 산뜻한 인상으로 업그레이드하였다. IT-85의 경우 셀렉터나 볼륨 등의 위치나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디자인을 약간 변경하여 간결한 인상으로 변모하였다. 무엇보다도 매킨토시 앰프처럼 유리 창을 통해 진공관의 불빛을 즐길 수 있도록 한 부분이 좋다. 오리지널 기의 디자인은 고전적인 모습으로 오래된 빈티지 풍의 분위기를 내는 데 비해 본 제품은 보다 부드럽고 유연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향상된 디자인 만큼 가격도 분리형 단품 수준으로 많이 인상된 점이 아쉽다.

전면의 하단 조절부에는 헤드폰 출력단자, 그리고 스피커 출력과 헤드폰 출력을 변경해서 선택할 수 있는 단자가 있다. 리모트 컨트롤이 제공되지만, 볼륨과 뮤트 등으로 기능이 최소화 되어있고 그 모습은 심지어 선풍기 리모컨보다도 더 볼품이 없다. 근래 디자인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역시 VTL의 지향점은 '외관'보다는 '성능'을 우선하는 것일까.


감상
리뷰는 편의상 다양한 기기를 매칭해볼 수 있도록 GLV의 시청실에서 진행했다. 소스 기기로는 세타의 DVD 플레이어를 트랜스포트로 사용하고, dCS의 엘가 DAC를 동축 케이블로 연결했다. 스피커로는 레벨의 플로어 타입 스피커인 F32를 중점적으로 듣고, 이어서 어셔의 북셀프 타입 스피커 BE-718 스피커를 참고로 시청했다. 비교할 앰프로는 에어의 모노블럭 파워앰프인 MX-R을 사용했다.

예전에 ST-85 파워앰프를 틸 CS2.4 스피커에 테스트했을 때, 좋은 소리라고 인정하면서도 음색이나 소리결이 텁텁하고 세련되지 못한 부분이 살짝 마음에 걸렸다. 약간의 배경 노이즈와 음색의 왜곡이 있었던 것 같다. 전통적인 진공관 앰프의 인상이라고 할까.  이에 비해 IT-85의 신형 제품은 훨씬 산뜻해진 신세대 튜브 사운드를 들려준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소리결을 들려주어서 음악 감상에만 매진할 수 있다. 배경도 조용하고 밸런스도 매끄럽고 차분하다. 외관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개선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튜브 사운드를 추구하는 분들 중에는 유달리 음색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엄밀히 말해  IT-85의 소리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튜브 사운드보다는  화사함이라든지 촉촉한 느낌은 적다. 대신에 착색 없이 중립적인 음색을 제공한다. 정확한 재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대개의 진공관 앰프보다 실제 세계에 가까운 표현이라고 보여진다.
사실 미드레인지의 음색과 텍스처의 표현에서는 예전에 하이파이넷에서 호평하였던 비슷한 가격대의 여러 인티 앰프들에 비하면 훨씬 재생의 수준이 높다고 하겠다. 오랜 시간 시청하더라도 귀에 거슬릴 부분이 없이 자연스럽고, 편안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
 
IT-85의 고음은 특별히 투명하거나 맑게 느껴지는 편은 아니다.  감상자를 흡인하는 매력보다는 오래 시청했을 때의 편안함이 보다 우선된다. 그런데 함께 연결된 F32 스피커의 트위터 역시 차분하게 다듬어져 있기 때문에 소리가 뒤로 물러서고 단정하게 표현된다. 심벌즈처럼 예리한 어택을 지닌 소리는 뒷 마무리가 다소 무디고, 결과적으로 디테일이 덜한 것처럼 느껴진다. 전체적인 그림은 좋지만, 세부적으로 정밀한 느낌은 주지 못한다.

악기 숫자가 많은 관현악곡을 감상하면 전체적인 오케스트라의 규모는 기대 이상으로 흡족하게 재생되는 반면에, 세부적인 디테일이나 큰 물결이 흘러나가는 듯한 역동적인 느낌은 받기 어렵다. 저음은 다소 부풀어서 전체적인 양감을 크게 만들어주면서 두툼한 소리가 된다. 그래서 연주회장의 뒤 쪽에서 저음이 강화된 소리를 듣는 것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팝이나 메탈 사운드에 어울리는 빠르고 타이트한 응답을 얻고자 한다면, 이 같은 진공관 인티앰프와는 길이 다르다.

대신에 고급 하이엔드 제품과 겨룰 만한 매끈하고 포근한 미드레인지가 인상적이다. 피아노나 기타 반주로 귓가에 속삭이는 보컬 음악을 들어보면 목소리가 감미롭고 편안하기 이를데 없다. 목에 힘이 들어가서 억눌리거나 긴박하게 되는 일이 없이 감상자를 언제고 안락의자에 머물게 한다. 이 앰프로 귀에 익숙한 여러 음악을 듣다보면 가수의 표정부터가 온화하게 변화한 듯 하다.

스피커를 교체해서 들어본다. 어셔(Usher)의 BE-719 스피커는 근래 각광받는 베릴륨 트위터를 탑재하여, 달콤하면서도 투명하게 뻗고, 게다가 까칠한 왜곡이 없는 매끄러운 고음을 재생해 낸다. 보컬의 편안하고 부드러운 매력은 더욱 향상되어, 이 가격대의 시스템으로서는 정말 느긋하고 여유로운 부위기가 연출된다. 어셔 BE-719의 아쉬운 점이라면 극단적으로 낮은 감도 때문에 적극적인 소리를 연출하는 데에  애를 먹는다는 점. 스피커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기에는 IT-85가 조금 힘에 겨운 느낌이다. 특히 우퍼의 제동 속도가 느려져서, 전체적인 템포가 처진다. 대신에 에어의 모노블럭 파워앰프로 교체했더니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된다. 만일 어셔 스피커의 실력을 다 뽑아내려면, 북셀프 스피커라고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라 중량급 선수가 출전해줘야 할 것 같다.

IT-85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공간이나 스피커의 선택에서 앰프에게도 너그러운 배려를 해줘야 한다.  그럼에도 IT-85의 매끄러운 음색과 편안한 사운드를 버릴 수 없다면, 루크 맨리가 제안하는 바이앰핑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겠다. ST-85 파워 앰프를 추가해서 업그레이드를 시도할 경우 비용 면에서도 타당하고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결론
VTL의 IT-85 인티앰프는 컴팩트한 새시에 VTL 앰프의 정수를 담아낸 만만치 않은 제품이다. 사운드스테이지나 이미징이 잘 나와줄 뿐 아니라 음색과 텍스처의 표현력에서 TR앰프와는 재생의 차원을 달리한다. 진공관 앰프로서는 이례적으로 컴팩트한 새시는 IT-85의 돋보이는 장점으로  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앰프로는 매우 호화스러운 음질과 성능의 제품이다. 어떤 장르의 음악을 듣더라도 만족스럽게 감상할 수 있는 음악성은 VTL 앰프의 신뢰성을 확인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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