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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쇼트 아반트902i 스피커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6. 8. 1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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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한주

영국의 스피커 전문회사인 모던쇼트(Mordaunt Short)는 아반트 900시리즈의 후속으로 900i시리즈를 내놓았다. i시리즈는 인클로우저가 보강되었고 퍼포먼스 6스피커를 개발하면서 축적된 드라이버 설계기술이 적용된 드라이버를 채용했다. 이번에 소개할 902i는 아반트i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작은 스피커다.


스펙
트위터 : 25mm (1") aluminum dome
미드/베이스 : 130mm (5.25") aluminium CPC mid
주파수대역 : 55Hz - 22kHz
감도 : 89dB
임피던스 : 4-8Ω
허용입력 : 15 - 100W
크기 : 165 x 290 x 265mm (WxHxD)
무게 : 5kg
마감 : Calvados
방자형 처리 : Yes
가격 : 35만원 내외 (인터넷몰 기준)


이 스피커의 설계 경향

크기가 작은 스피커는 물리적인 제약으로 인하여 스피커 제작자는 희생할 점과 그 희생의 대가로 꼭 살려야 할 점을 명확하게 할 것을 강요 받게 된다.
대개는 사용자의 선호도를 감안하여 저역의 디테일을 줄이는 대신 양감을 부풀려서 저역을 그럴싸하게 속이는 한편 고역 쪽도 마찬가지로 적당하게 감아주는 테크닉을 사용한 설계를 하곤 한다. 이런 캠프에 속한 스피커에는 프로악 타블렛 레퍼런스 8, 토템 드림캐쳐, 에포스 ELS3가 우선 떠오른다.
그런데 아반트 902i는 가짜로 부풀린 저역 양감을 포기해서 저역의 두께나 양감은 부족하게 들리더라도 나머지 부분은 정확한 소리를 추구하는 스피커 무리에 속한다고 해야겠다. 앞서 설명한 스피커 무리와는 달리 고역 신장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런 경향의 스피커로는 카시오페이아 음향 윕실론, B&W 705, 죠셉오디오 RM7si 시그너처 2 스피커가 생각난다.

양 진영은 각기 좋은 면도 있고 나쁜 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차피 제품의 크기 제약으로 인해 양 진영 모두 규모가 크다거나 굴곡이 두드러지게 큰 역동적인 곡까지 잘 재생해 주는데 어려운 면이 있긴 하지만, 필자 기준에서 봤을 때 메인 스피커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는 상대적으로 조삼모사 캠프의 소형 스피커 쪽이 그럴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았고, 서브우퍼가 채용된 2.1또는 5.1채널 스피커 시스템을 구성할 때는 정직한 소리를 추구하는 소형 스피커가 유리하다고 말하고 싶다.


들어보기

쥴리아 피셔가 연주한 모차르트 바이얼린 협주곡 (펜타톤 클래식스 5186 064, SACD)를 재생시켜보면 아반트 902i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악기의 미묘한 소리의 엔벨로프(envelope)를 망가뜨리지 않고 타이밍상으로 정확하게 재현해 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꼼수를 펴지 않고 음색변조를 최소화 시키려고 하는 등 질적인 면을 우선시하는 설계가 적용되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이 스피커를 설계하고 튜닝한 사람은 음악을 손상시키지 않는 방법을 터득했는지 (아니면 1차 크로스오버의 단순한 네트워크 설계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소리를 딱딱하게 만들지 않고 인공적으로 어떻게 조작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했다.

음색적인 면에서 모니터오디오 스피커와 유사한 금속제 트위터의 존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음량을 적정수준보다 크게 올리다 보면 소리가 거칠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적정수준 이상으로 음량을 올린다거나 질 나쁜 제품과 함께 사용하지 않는 이상 공격적이고 기분 나쁜 소리를 들을 기회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한편, 웬만큼 규모가 크게 나오고 디테일이 좋은 스피커를 사용하던 사람이 아반트902i 스피커를 사용하게 되면 볼륨을 많이 올려 듣고 싶은 욕망이 생기게 된다. 이런 경우는 대개 스피커의 감도가 낮아서거나, 저역이 줄어들었거나, 디테일이 감소되었을 때와 관련이 싶다고 해야겠다. **
아반트 902i의 경우는 감도가 낮은 것은 아니라서 저역이나 디테일에서 원인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저역이 부족한 것은 예견된 일이어서 디테일 쪽에 손색이 있었는지 관심을 가지고 들어봤다. XLO Burn-in/test CD (레퍼런스 레코딩 RX-1000)에 실린 “Prof” Johnson does something spatial은 상대적으로 디테일이 좋은 스피커에 비해 룸의 반향음이 잘 들리지 않는 편이다. 따라서 아반트 902i의 디테일이나 해상력 부분은 그냥 웬만한 수준이며 썩 뛰어나다고 할 수 없었다.

파트리샤 바버의 Modern Cool (Mobile Fidelity UDSACD 2003, SACD) 앨범에 실린 company라는 곡에서 드럼은 에너지가 부족하게 들린다. 제대로 된 저역을 재생하려면 많은 공기를 움직여야 하는데 아반트 902i가 가진 작은 구경의 우퍼로는 그렇게 하는데 한계가 분명하다. 스펙에 기재된 저역 주파수 한계는 별로 참고 자료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그대신 늘어지지 않은 리드미컬한 저역 재생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양감이 부족한 저역은 따스하고 묵직하고 커다랗고 어쩌면 졸리게 들릴 수도 있을법한 아쉬케나지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연주(데카 475 6198, SACD)에서 무게와 볼륨이 줄어들고 고역이 상대적으로 강조되는 식으로 들린다. 그리고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의 Verdi Heroin앨범(데카 466 952-2, CD)에서도 목소리에서 무게가 경감되어 상대적으로 가볍게 들린다. XLO Test CD에 실린 Stormy Weather를 틀면 소리의 두께가 줄어든 것처럼 들리긴 하지만 소리가 많이 젊어진 것처럼 들리거나 하는 변조가 없는 편이다.
아반트 902i가 무게가 경감된 것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의도적으로 높은 주파수가 강조되도록 보이싱된 트라이앵글 티터스 스피커로 들었을 때와는 분명히 다르게 들린다.

마지막으로, 아반트 902i의 전체적인 음의 튜닝 경향이나 음색에 대해서는 소니의 CD플레이어나 SACD플레이어에서 느끼게 해주는 부분과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이 느껴진다고 느꼈다. 노라 존스가 부른 Don’t know why (블루노트레코드 7243 5 41747 2 8, SACD)를 재생해 보면 음색의 색채감이나 음성의 촉촉함은 약간 부족하여 음악의 현장에서 한걸음 주춤 물러선 것처럼 감정이입이 약간 줄어들게 한다.


마무리

아반트 902i 스피커는 조삼모사 튜닝이 적용된 소형 스피커 캠프에 속한 제품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정교한 면을 가졌으면서도 이 크기와 가격을 가진 스피커가 가질 수 밖에 없는 물리적인 한계점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경쟁제품인 에포스 ELS3가 저역의 제한을 감안하여 높은 저역을 덜 제어하고 약간 부스트시키면서 고역도 적당히 제한하여 나름대로 그럴싸하게 밸런스 잡힌 소리로 재창조하는데 성공했다면, 아반트 902i는 정공법으로 저역을 튜닝하고 고역을 민감하게 움직이게 해서 확실히 차별시켰으나 오히려 이런 정직한 성향 때문에 단독으로 사용하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사용자가 잘 느낄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따라서 필자가 보기에 아반트 902i의 제품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어야 적합한지는 명확하다. 어설프게 메인으로 사용할 때 보다는 서브우퍼가 달린 스피커 시스템에 채용되었거나 형님 스피커를 보좌하는 리어 스피커로 동작할 때 진가가 발휘하도록 설계된 스피커인 것이다.
진가를 발휘하는 환경에서는 아반트 902i 스피커가 정당한 판단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존중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 훌륭한 스피커라고 해야겠다.

사족으로, 구형모델 아반트 902 소리가 약간 더 풍성하고 덜 제어된 것 같고 여유롭게 들렸는데 (상대적으로 조삼모사 캠프 스피커 쪽에 가깝게 들린다), 인클로우저의 통울림이 약간 섞였다는 것과 에이징이 끝나고 나서의 효과가 덧붙여진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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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크로스오버와 메탈 우퍼 구성인 스피커에서 우퍼 설계가 적절하지 않았을 때는 금속 공진이 충분히 감쇄되지 못해서 음악 재생시 신경을 잡아 끄는 기분 나쁜 소리가 묻어나면서 음악들을 생각을 사라지게 하기도 하는데… 다행히도 모던 쇼트는 이런 한계점이 나타나지 않도록 적절하게 잘 처리했다. 902i가 공격적인 고역을 가졌다며 단점으로 언급한 리뷰도 있었는데, 이것은 음량을 감당할 수 있는 한계 이상으로 크게 했을 때의 인상을 적은 것이거나, 리뷰에 사용된 스피커를 제외한 나머지 오디오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항간에는 이런 현상이 노이즈 레벨이 줄어들어 이전보다 음량을 더 크게 놓고 들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제품 설계가 미흡하거나 (악성 험을 가지고 있다거나 하는) 제품 편차나 관리상태가 안 좋아서 발생한 경우 등 부분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상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에까지 일반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시청기기
소스기기: dCS P8i SACDP
앰프: 크렐 FPB-300 파워앰프
스피커: 레벨 퍼포머 M-20, 아반트 902
스피커케이블: 알파코어 괴르츠 MI2
인터커넥트: 디스커버리 에센스 (XLR)
기타 액세서리:
- Black Diamond Racing The Shelf,
- RPG Korea 어퓨저,
- 스카이비바 텍스보드 흡음재,
- AudioPrism Quiet Line,
- Cardas RCA caps,
- 테크나소닉 C-10
- Blu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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