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프로덕트(Linn Products Limited)는 영국의 대표적인 오디오 제조 회사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72년에 아이버 티펜브룬(Ivor Tiefenbrun)에 의해서 설립된 이 회사는 현재 200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할 정도의 큰 회사로 성장했다. 린 최초의 제품은 그 유명한 린 손덱(Linn Sondek) LP12 턴테이블로 수십년 동안 아날로그애호가들에게 확고한 사랑을 받아왔다. 그렇지만 디지털 시대 이후 이 회사는 앰프, 스피커는 물론이고 AV 분야에도 진출하여 현재 무려 50여개의 제품을 캐털로그에 보유하고 있다. 하이파이넷에서는 지난 번에 김종우 필자님에 의해서 클래식(Classik) 인티 앰프가 리뷰된 바 있으며 이번에는 린의 카이른(Kairn) 프리 앰프와 클라우트(Klout) 파워 앰프 두 제품을 함께 소개하도록 하겠다.
Linn Kairn Pre Amp
카이른 프리앰프는 1991년 처음 출시된 전통있는 제품이다. 1700파운드 가격으로 린의 프리앰프 라인업 중에서는 가장 상위에 속하는 제품이다. 고품위의 MC 포노 입력을 포함해 7개의 소스 입력과 3개의 출력을 갖고 있으며 이 3개의 출력은 멀티 앰프 시스템에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클라우트 파워 앰프를 세 대 연결해서 트라이 앰핑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린의 다른 컴포넌트를 컨트롤할 수 있는 리모트 소켓도 갖추고 있다. 이런 독특한 구성 때문에 입/출력 단자의 배열 방식은 다른 제품들과 달리 상당히 낯설고 당황스러움을 안겨 준다. 내부적으로는 신호 경로를 최소화하도록 유의했으며 노이즈 간섭에도 신경을 썼다고 한다. 프리 앰프의 모든 기능을 리모트 컨트롤로 작동할수 있다. 음량 조절 상태는 0에서 100 사이의 숫자로 표시되며 소스 선택시나 뮤트를 적용하면 자동적으로 음량이 0으로 조절된다. 좌우 음량의 균형도 마찬가지로 0에서 30사이의 숫자로 표시된다. 소스간의 출력 레벨이 다른 경우에 자동으로 레벨을 맞춰 주도록 설정할 수도 있는데 조작 방법이 상당히 복잡한 편이다. 겉 모습은 간소한 린 고유의 디자인을 계승하고 있으며 특히 전면 패널에 복잡한 스위치를 늘어 놓지 않은 점이 독특하다. 카이른 프리 앰프의 사용시 주의할 점 한 가지는 출력 위상이 역전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클라우트 파워 앰프와의 사용시에는 스피커 케이블의 극성을 반대로 하여 연결해야 한다. 카이른 프리 앰프 중에는 포노 입력이 없는 대신에 라인 입력을 하나 더 갖춘 카이른-프로라는 제품도 있다.
Linn Klout Power Amp
1992년 출시된 클라우트 파워 앰프(가격: 2400파운드)는 그 유명한 클라이맥스 파워 앰프의 바로 아래에 위치하는 역시 린 파워 앰프 라인 업 중에서는 고급 기종이다. 카이른과 너비와 깊이가 같아서(W320xD326mm) 같이 매칭하여 사용하기에 적당한 짝이 된다. 좀 더 A급에 가깝게 바이어스된 때문인지 하위 기종인 LK240(1500파운드)과 LK140(750파운드)과는 달리 앰프의 양면에 방열판을 노출시켜 높았다. 그렇지만 적절한 음량으로 시청했을 때의 실제 발열량은 그리 크지 않았다. 린의 설명에 따르면 클라우트를 다섯 대까지 위로 쌓아서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 앰프는 8옴에서 80와트의 출력에 불과하지만 하나의 샤시에 두 개의 완벽히 분리된 전원부가 내장되어 있으며 4옴에서 160와트를 내어주는 것으로 보아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임피던스 구동력이 강한 편이다. 방열/합선에 대한 확실한 보호회로를 갖추고 있어서 앰프의 안정성도 높다. 특이한 점은 역시 카이른과 마찬가지로 세 개의 출력 단자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스피커에 따라서는 최대 트라이 와이어링까지 가능하도록 한다. 다만 좁은 후면부에 출력 단자를 배열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부속된 플러그로만 연결할 수 있어서 다양한 스피커 케이블을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린에서는 자신들의 K20 케이블을 권하고 있다. 온/오프 스위치도 후면에 위치하고 있는데 온/오프 사이의 대기 상태에서는 카이른 프리 앰프와 리모트 링크를 통해 자동으로 작동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시청기기로는 역시 같은 영국 제품인 dCS의 딜리어스 컨버터와 오디오 피직의 비르고 스피커를 사용했다. 또 딜리어스 컨버터를 클라우트 파워에 직결하고 카이른 프리 앰프를 연결한 것과 비교하여 들어보기도 했다. 영국의 오디오 기기들은 제품의 안과 밖 모두에서 “음악을 위한 도구"라는 분위기가 강한 편인데 이 제품도 예외가 아니었다. 어떤 음악을 들어도 부드럽고 차분한 인상을 주었으며 오디오적인 성능을 과시하기 보다는 음악을 얼마나 잘 들려주는가 하는 점으로 자신의 장점을 나타내고자 하는 느낌을 주었다. 시청 도중에 예전에 하이파이넷에 리뷰한 바 있던 아캄의 알파 시리즈 앰프가 연상되기도 했다. 프리/파워앰프가 모두 비슷한 경향이었지만 필자 개인적으로는 프리 앰프보다는 파워 앰프 쪽에 좀 더 호감이 갔다. 고역의 뻗침은 현대적인 파워 앰프들에 비해서 다소 부족했지만 부드러움과 힘이 함께 느껴졌으며 드럼이나 관현악곡 재생에 있어서는 앰프의 크기를 의심하게 할 정도로 무게감 있는 저역을 들려주었다(반면에 응답의 속도에 있어서는 평범하다). 또 응답이 빠르지 않은 앰프로서는 의외일 정도로 모든 대역에 걸쳐서 악기의 질감이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 반면에 카이른 프리 앰프의 경우에는 음장이 다소 좁고 소리결이 약간 까실해지는 느낌이었지만 부드러운 음색의 클라우트 파워 앰프에는 그런대로 잘 어울리는 짝인 것 같았다. 물론 턴테이블을 사용하는 분들한테는 린이 설계한 포노 앰프가 내장되었다는 점이 추가적인 매력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이 제품은 넓지 않은 방 안에서 역시 작은 스피커를 통해 편성이 크지 않은 클래식이나 재즈 음악을 즐기는 분들이 관심을 가져 볼 만한 제품으로 판단된다. 가격이 상당히 높은 점이 마음에 걸리지만 특히 이러한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의 장점이라면 감도가 극히 낮은 소형 스피커의 구동에 있어서도 탁월하다는 점일 것이다. 카이른과 클라우트의 조합은 오디오를 이것 저것 바꿔보면서 즐기는 분들보다는 많은 수의 음반 컬렉션, 특히 CD와 LP 모두를 갖고 있는 분들한테 더욱 어울릴 제품으로 보인다. 작동 방법이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리모트 컨트롤이 가능하고 또 파워 앰프까지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오직 음악 감상에만 신경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기능이나 음질 면에서 이 제품은 상당히 독특한 컨셉을 갖고 있다. 특히 프리 앰프의 다양한 설정 기능은 일반적인 사용자에게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그렇지만 방식이야 어떻든 간에 음악과 사용자를 배려한다는 제작사의 목표에 있어서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비슷비슷한 오디오 제품들 가운데에서 이 만큼 확고한 신념과 자기 주장을 내는 제품도 보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구입문의처: 성민음향(02.3492.2586)
시청 기기
사족
간소한 구성으로도 음악 전달에 충실한 린 제품을 들으면서 과연 국내 오디오 제작자들은 어떤 목표를 갖고 제품을 만드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혹시 너무 특별한 제품을 만들어야 된다는 강박 관념에 시달리고 있지는 않은가? B&W801 스피커의 우퍼를 힘차게 구동해야 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