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현(evaa@hitel.net) 2004-01-11 15:27:26
트라이앵글에서 마젤란을 개발한 이유는 자사의 기술력이 집적된 최고의 모델을 만들어 그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기함급(flag ship) 모델들은 다량의 판매보다는 기술력을 홍보함과 동시에 최고의 기술을 차등 적용한 하위 모델 라인업을 구성하는데 이용하기 위한 방편인 경우가 많다. 사실 $2,000짜리 셀리우스로 스타덤에 오른 회사에서 갑자기 $20,000짜리 스피커를 만들었을 때 선뜻 사겠다고 나설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트라이앵글에서 마젤란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마젤란의 기술이 적용된 다른 모델이 곧 생산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마젤란은 기술력의 표현이지 판매를 목적으로 제작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의외로 마젤란에 대한 호응도는 높아서 예상외로 잘 팔린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점은 그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라인업이 어떻게 구성되고 가격과 성능이 어느 수준이냐 일 것이다. 마젤란의 기술은 먼저 유니버스 라인업을 대체하는 스트라토스 시리즈에 적용되었다. 스트라토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저렴한 모델인 나이아는 이미 하이파이넷에 리뷰 되어 있다. 이번에 살펴볼 모델은 스트라토스 시리즈 중 유일한 북쉘프 모델인 솔리스이다. 사실 필자에게 리뷰용 제품이 전달된 지는 꽤 오래 전이었는데 몇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리뷰를 작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야 필자가 게으르기 때문이지만 판단을 유보해야 할 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제품의 디자인과 사양에 대해 먼저 알아본다.
디자인 및 사양
스트라토스 라인은 북셀프형 솔리스(SOLIS), 플로어 스탠딩형인 나이아(NAIA), 루나(LUNA), 오스트랄레(AUSTRALE), 볼란테(VOLANTE) 그리고 센터 스피커 레오 마이너(LEO MINOR)와 레오 메이저(LEO MAJOR) 마지막으로 서라운드 스피커 바레아(Barea) 이렇게 총 8개의 모델로 이루어져 있다. 마감은 연한 비치색(Amber beech)과 마호가니(mahogany) 2가지를 제공하는데 국내에는 마호가니 마감만 수입된다. 인클로져 디자인은 전 모델 공히 박스형태를 취하고 있다. 대다수의 스피커 제조사들이 유닛은 아웃소싱 하면서 인클로져의 디자인과 재질에 공을 들이는 것과 반대로 트라이앵글은 모든 유닛을 자체적으로 설계 제작하지만 인클로져는 그다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 물론 마젤란은 곡면의 인클로져를 사용하여 차별성을 두었지만 나머지 모델들은 모두 일률적으로 박스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다행히 스트라토스 라인의 인클로져 마감은 최상급이어서 매우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지만 최근의 추세에 맞추어 인클로져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램이 남는다. 트라이앵글처럼 유닛 생산으로 유명한 다인 오디오조차 수십 년 간 유지해오던 박스형 디자인에서 탈피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스피커라는 것이 동일한 유닛을 사용한다고 해도 인클로져 디자인과 크로스오버 설계에 따라 전혀 다른 제품으로 바뀌므로 인클로져 디자인에도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생각이다.
솔리스는 북쉘프형 치고는 특이하게도 3웨이 구성인데 전면 배플에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유닛이 장착되어 있고 후면에 베이스 드라이버가 달려있다. 저역 재생 한계는 -3dB에서 45Hz로 북쉘프 스피커로서는 대단한 수치인데 저역의 확장을 위해서 인클로져를 뒤로 깊숙하게 늘려 놓았다. 사진은 전면만 있기 때문에 상당히 아담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큰 제품이다. 깊이가 40cm나 되고 우퍼까지 뒤에 있어서 뒷벽에서 1m만 떨어뜨린다고 해도 스피커는 1.5m정도 앞으로 나오게 된다. 설치에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제품인 것이다.
솔리스에 사용된 유닛들은 모두 마젤란 유닛에서 차용된 것으로 TZ2600 트위터는 직경 25mm의 티타늄 돔 주위에 장착되어 있으며, 이 돔은 직경 100mm의 마그넷에 의해 작동된다. 티타늄은 트위터 돔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 견고함과 가벼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서 높은 감도를 가능하게 해 준다. 새로운 미드레인지 TP16PU110o 역시 마젤란 미드레인지 TP16PV80c를 베이스로 만들어졌다. 진동판(diaphragm)은 매우 견고하면서 가벼운 긴 섬유질의 셀룰로오스 펄프로 이루어져 있다. 제조사에 따르면 오직 셀룰로오스 펄프만이 이런 훌륭한 사운드 퀄리티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퍼 역시 마젤란에 채용된 것으로 강도가 뛰어난 펄프 진동판과 안정된 지지대를 이용하여 선형성을 높였으며 효율적인 발열을 가능케 했다고 한다. 솔리스를 제외한 플로어 스탠딩 모델에서는 이 우퍼를 병렬로 배치하여 대구경 우퍼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였다.
스피커 터미널 역시 매우 고급스러운 마젤란에 채용된 신제품이 사용되었다. 캡은 주조 알루미늄이며 연결 부위는 금도금된 구리를 소재로 하였다. 굵은 나선이나 바나나 플러그의 사용은 매우 쉽지만 스페이드 단자를 사용할 경우 구경이 매우 커야 단자에 제대로 맞출 수 있는 것이 단점이다. 그러나 최상급의 만듦새는 매우 높은 신뢰감을 준다.
스트라토스 라인에 새롭게 추가된 것은 바로 3점지지 스탠드인데 전 모델 공히 전면의 대형 스파이크와 후면의 중형 스파이크를 통해 3점지지 방식으로 스피커를 바닥에 고정시킨다. 제조사에서는 이를 SPEC (Single Point Energy System: 한 지점으로 에너지 유도)라고 부르는데 스피커 자체의 공진 에너지를 앞 쪽 대구경 스파이크로 몰아서 바닥으로 분산 시켜 자체 공진에 의한 착색을 없앤다는 것이다. 이 특이한 스파이크 장착 방식에 대해서는 개인에 따라 선호도가 달랐는데 필자 개인적으로는 멋있어 보였다.
설치
이 제품은 정말 설치하기가 까다롭다. 뒤로 길게 빠진 인클로져와 후면에 장착된 우퍼 유닛 때문에 뒷벽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트려야 제대로 통제되는 베이스를 들을 수 있는데 설치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국내 일반적인 주거 환경으로는 많은 면이 부족하다. 설치공간의 제약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 북쉘프인 점을 감안하면 솔리스는 모양만 북쉘프이지 실제 필요한 설치공간은 중형 이사의 플로어 스탠더와 같다. 특히 전용 스탠드에 설치하고 스파이크까지 장착하면 매우 높아지는데 보다 정확한 이미징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이것저것 다 따지면 대략 폭은 5m정도 길이는 7m 정도 되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마당에 설치하지 않는 이상 이 정도 공간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음으로 전용 스탠드의 문제인데 이 스탠드는 내부 공간이 비어 있는 목재로 되어 있다. 스탠드로 사용하기 최악의 조건인데 제조사에서는 물론 내부에 모래 등을 채워 넣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필자의 리뷰가 늦어진 이유도 이 때문인데 스탠드 내부에 모래를 채우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첫 리뷰 기간 동안 중역대의 이상한 컬러링 때문에 스탠드를 계속 의심했었는데 수입원의 배려로 스탠드 내부에 모래를 채운 후에 다시 리뷰를 할 수 있었다. 모래를 채우고 나니 중역대의 독특한 콧소리가 거의 없어졌다. 설치와 세팅이 쉽지 않은 만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제품이다.
음질
이 제품의 음질을 종합적으로 얘기한다면 매우 섬세한 다이내믹스의 표현을 바탕으로 귀에 거슬리지 않는 고운 입자감을 가진 음색과 아주 단단하고 뛰어난 타이밍은 아니지만 풍성하고 부드러운 저역 그리고 북쉘프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큰 스케일을 표현하는 스피커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다이내믹스부터 얘기해보자. 솔리스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커다란 다이내믹스를 전광석화처럼 재빠르게 표현해주지는 않는다. 대신 미세한 강약의 변화는 침을 꼴깍 삼키게 만들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한다. 페라이어가 연주한 무언곡집을 들어보면 피아노의 음색이 청량감을 느낄 정도로 낭랑하게 표현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페달과 핑거링의 미세한 강약의 변화에 따라서 곡의 순간순간 바뀌는 분위기는 연주자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상상 될 정도로 세밀하게 표현된다. 특히 약음에서의 건반 터치는 연주자가 달걀 노른자를 터지지 않을 정도까지 눌렀다 뗐다 하는 조심스러운 터치로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청취자로 하여금 조바심을 가지고 음악에 몰입하게 만들어 준다. 이런 미묘함은 다이아나 크롤의 연주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Trust your heart” 앨범 중에서 ‘I"ve got the world on a string"을 들어보면 안타깝게도 다이아나 크롤은 피아노보다는 보컬이 더 맞다는 점을 확인시켜 줌과 동시에 트레몰로에서 연박의 가기 다른 셈여림이 정확한 스펙트럼을 그려준다. 물론 이 스피커를 통해 들었어도 필자의 다이아나 크롤에 대한 애정은 전혀 변함이 없다. 악기를 연주해 본 사람이라면 연주와 보컬을 동시에 병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 것이다. 에릭 클랩턴처럼 기타를 잘 치면 노래를 못하든지 필 콜린스처럼 노래가 되면 드럼을 못 친다든지 아니면 게리 무어처럼 노래도 잘 하고 기타도 잘 치지만 라이브에서 노래할 때에는 절대 기타 프레이징을 안 한다든지.
솔리스는 스피커 앞에서 끝까지 꿰뚫어 보는 듯한 청량한 투명도는 없지만 이런 섬세함 덕택에 음악의 모든 뉘앙스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다이내믹스에서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급격하게 변하는 강약의 변화에서 재빠르게 대응하지는 못한다고 했는데 이러 부분에서 낮은 고역대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스피커들과는 완전히 차별된다. 반응이 더디게 느껴지는 이유는 전적으로 베이스의 타이밍 문제인데 비욘디와 유로파 갈란테의 연주처럼 용수철 튀듯이 변하는 다이내믹스에서는 민첩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지만 정경화가 연주한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에서는 투티에서 충분한 음량으로 대규모 악단의 실체감을 상당히 그럴싸하게 전달해준다. 중후하다는 표현은 이럴 때 사용할 것이다.
다음은 음색 부분인데 일단 고급스럽기는 하지만 중립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떤 음악을 들어도 귀에 거슬리는 입자감 없이 매끈하게 펼쳐지지만 모든 것이 너무 얌전하게 표현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무로 나미에의 ‘The power of love"를 들어보면 카네기 홀에서 정장하고 연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얌전하게 들린다. 요소요소를 분리해서 즉, 드럼의 무게감이나 보컬의 호소력 그리고 각 악기의 분리도 등을 따져 보면 모든 것이 잘 정리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다듬어진 음색 때문에 쿵쾅거리는 분위기가 잘 살아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쿠스틱 악기로 넘어가면 이런 매끈함은 상당한 매력으로 바뀌는데 비욘디와 유로파 갈란테의 비발디 Il cimento dell"armonia e dell"inventione중 사계 여름 3악장을 들어보면 비욘디의 바이올린 음색이 너무 매끄럽게 다듬어졌다는 느낌은 들지만 자칫 들뜨고 거칠게 들리기 쉬운 연주를 차분하게 몰아가 준다.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집에서 마찬가지인데 이 음반에서 비욘디는 느린 악장들을 유난히 낭만적으로 연주하는데 솔리스가 재생하는 섬세한 다이내믹스와 더불어 매끄러운 음색은 이런 느린 악장에서 각 악기들의 고급스럽고 감칠맛 나는 음색을 듣게 해준다. 중립성이 우선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보면 지나치게 다듬어진 음색이겠지만 풍부하고 매끄러운 음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스피커의 음색이 정말 매력적으로 들릴 것이다.
저역의 관리는 이 스피커에서 가장 힘든 부분인데 여러 앰프로 테스트해 본 결과 댐핑이 잘 되고 구동력이 좋은 앰프와 매칭한 후 가급적 넓은 공간에 세팅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필자의 5평짜리 공간에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었고 하이파이넷 시청실에서 감상했을 때 비교적 통제가 잘되는 베이스를 들을 수 있었는데 대략 따져보면 7평 이상의 공간은 되어야 세팅에 여유로움이 생길 것 같았다. 아무로 나미에의 ‘The Power of love"를 다시 예로 들면 필자의 공간에서는 스피커를 아무리 이리 저리 옮겨도 부풀어오르는 베이스 때문에 고생할 수밖에 없었는데 공간이 넓어지자 풍성하다고 느낄만한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무게감이 잘 살아나는 드럼과 베이스를 들려주었다. 그렇지만 처음에 말했듯이 타이트하고 재빠르게 치고 빠지는 베이스는 아니기 때문에 팝이나 락 음악보다는 클래식이나 어쿠스틱 음악에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빠른 반응은 아니지만 풍성하고 무게감이 잘 살아나는 저역은 클래식의 대편성 곡을 들을 때는 상당히 도움이 되는데 상당히 큰 규모감을 느끼도록 해주기 때문에 어지간한 중형기 못지 않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다만 각 음원의 이미징을 만들어 줄 때 칼 같이 경계를 끊어주기보다는 음원과 음원들이 부드럽게 이어지듯이 표현되므로 분위기와 뉘앙스를 더 잘 살려내는 제품이다. 흡사 실연처럼 총체적인 하나의 음원으로 표현되는 느낌인데 이 부분 역시 녹음 엔지니어나 프로듀서의 의도를 명확하게 반영하는 편은 아니라는 점에서 중립적이기보다는 자신의 색깔이 더 두드러지는 제품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글을 맺으며
트라이앵글의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인 베스트셀러 셀리우스의 경우 다소 여윈 듯한 밸런스를 가졌지만 치밀하게 표현되는 이미징과 섬세한 해상도 때문에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에 반해 솔리스의 경우 좀 더 음악적인 뉘앙스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음질 경향이 바뀌었는데 애매모호하게 적당히 얼버무리는 것이 아니라 섬세함이 피곤하지 않도록 좀 더 다듬어진 음색을 드려준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매끈함은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직접 들어보고 자신의 취향과 잘 맞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칼같이 끊어지는 이미징과 재빠른 응답보다는 여유 있고 부드러운 음색에 음악의 분위기와 뉘앙스를 잘 전달해 주는 스피커를 선호한다면 이 가격대에서 더 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시청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