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한주(raker@hifinet.co.kr) 2002-12-11 01:22:54
오디오벡터는 1979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고품질 지향의 고급 스피커를 출시해온 덴마크의 전문 스피커 제조업체다. 이 회사는 저가형 매스마켓 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그 대신 고급 취향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제품을 소개해 왔다. 오디오벡터의 여러 제품 중 M1은 유일한 북셀프 스피커다. M1 모델에는 시그니춰 모델이 있지만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이보다 한단계 윗급인 아방가르드 모델이다.
베이스로딩: 베이스 리플렉스
임피던스: 8오옴 (최소 4.4옴)
감도: 88dB/W
파워핸들링: 150와트
주파수 반응: 45Hz~25kHz
2way, 바이 와이어링
크기:20 x 35 x 28 cm (WxHxD)
무개: 7kg (개당)
가격: 350만원
수입원: 사운드닥터 (02-2246-0055)
만듦새
시그니처 제품에 견주어 보자면 우퍼 유닛도 달라졌고 트위터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뀌어졌다. 그릴 탈착방식도 바뀌었다.
우퍼에는 총알같이 생긴 페이즈 플러그가 달려있으며 뿐만 아니라 우퍼의 프레임에는 그릴을 연결시킬 수 있는 돌기가 달려있다. 그릴을 덮고나면 상부 중앙에 은은히 드러나는 엠블럼이 새겨진 배지는 세련된 외관상의 마무리를 담당한다.
트위터는 AMT (Air Motion Transformer)를 사용했는데 일반적인 피스톤 운동을 하는 다이나믹 드라이버 방식이 아니고 얇은 막을 이용한 것이다. 리본형 트위터 방식과 거의 유사하다. 전기를 걸면 막이 떨면서 소리를 내는 방식이다.
뒷면을 보면 포트가 3개 달려있는데 아래의 두 개가 베이스 리플렉스용으로 사용된 것이다. 설치시 뒷벽과의 공간을 잘 조정해 주어야 베이스의 부풀음을 방지할 수 있다.
무늬목 마감은 아주 훌륭한 수준이다.
들어보기
소리의 첫 느낌은 쿼드ESL 또는 마틴로건 같은 평판형 스피커를 연상케 하는 투명하고 유려한 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다이나믹 드라이버 방식의 트위터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발군의 현악기 재생 실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저역에서는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채용한 만큼 당연히 평판형 스피커에서는 내줄 수 없는 수준의 파워를 재생할 수 있다.
큰 출력에서도 왜곡이 적은 것도 이 제품의 큰 장점이다. 그래서 큰 소리로 울려도 압박감을 주는 거칠음이나 빽빽거림이 느껴지는 소리가 나타나지 않는다. 저역은 동급의 북쉘프형에 비해서 상당히 깊게 재생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서 비록 북쉘프형이지만 록 음악이나 대편성곡을 울리는 데에도 손색이 없다.
현악기의 소리는 최고의 디테일로 재생되지만 음의 윤곽이 불필요하게 강조된다거나 억지로 짜내는 듯이 들리지는 않으며 물 흐르듯이 편하고 쉽고 스무스하게 들린다. 유려하며 투명한 고역은 스피커가 내줄 수 있는 최고 경지에 다다른 듯한 수준을 가지고 있다. 투명하다는 표현은 사람에 따라서 서릿발처럼 차가운 소리를 연상하기도 하는데 필자의 표현의도는 차가운 소리라기 보다는 왜곡이 없어 공기 같은 느낌을 주고 피곤이 없는 최고로 자연스럽고 스무스한 소리라는 뜻이다. 만일 억지스러운 소리가 난다면 다른 컴포넌트들을 먼저 의심해야 마땅하다.
보통 스피커가 찰현악기의 재생에 능통하면 타악기나 피아노곡쪽의 재생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스피커는 피아노나 타악기의 재생에서도 임팩트 재생능력이 있고 악기의 소리를 시간상으로 재구성하는 미시적인 엔벨로프(어택-내부적인 다이나믹스-사그러짐)가 생략되거나 망가지지 않고 정확하게 표현된다. 이런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스피커는 단순히 해상력을 떨어뜨려서 두리뭉실 포실하게 튜닝했거나 인클로우저의 통울림을 잘 이용해서 명성을 얻은 구시대의 현악기 재생능력이 좋은 스피커와는 수준이 다른 제품으로 분류해볼 수 있겠다.
물론 북쉘프 스피커가 내줄 수 있는 스케일의 한계상 피아노 소리가 내주고 있는 에너지와 파워를 최고수준으로 표현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과장되거나 형편없는 피아노 소리를 내주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조 모렐로의 Going Places 드럼앨범을 재생해 보면 타악기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잘 표현하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된다. 북면에 때리는 위치에 따라 다채롭게 바뀌는 소리들이 가감 없이 들려서 생동감과 실재감을 느끼게 해준다.
심벌즈의 소리는 필요이상으로 오랜시간 울려퍼지지도 않고 밝은 소리를 내주는 고약한 스피커들처럼 하얗게 탈색된 듯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색스폰의 소리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며 정직한 재생을 하지만 혹시 자극적인 감칠맛을 기대한다면 약간은 실망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소리의 피치가 처진듯하게 느껴진다거나 과도응답 능력이 떨어져서 생동감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스피커는 단지 정직하게 재생하고 있지만 원래 녹음에는 들어있지 않은 자극적인 감칠맛을 기대하는 사람의 무리한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할 뿐이다.
이네사 갈란테가 부른 카스타 디바는 물기를 담은듯 촉촉하며 소리는 온기가 느껴지면서 디테일한 소리에 음의 질감을 그대로 느낄수 있었다. 소리는 목을 통해서 나온다기 보다는 온몸에서 방사된다는 느낌을 준다.
코플랜드의 보통사람을 위한 팡파르에서는 큰북의 소리는 필자의 노틸러스 805보다도 더 규모가 크고 깊게 재생된다. 금관악기의 화려한 팡파르는 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금관악기가 내줘야 할 소리를 잘 재생하고 있다.
마무리
전체적으로는 지금까지 필자의 공간에서 들어본 스피커 중에서 제일 안 요란스런 스피커다. 단순히 어둡다거나 롤오프가 있다거나 해상력이 적다거나 왜곡이 많다거나로 판단되는 수준의 범주를 능가하는 등급의 스피커이다.
가장 비 오디오적인 소리를 내주며 자연스런 소리를 재생하는 특성이 있는 스피커로서 가장 탐미적인 수준의 디테일과 투명함을 가지고 있는 이 스피커는 고역에 중독성이 있으며 감미롭고 아름다운 심벌즈와 왠지 어색한 표현이지만 우아한 드럼곡을 재생하는 재주가 있다.
리본트위터와 다이나믹 우퍼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방식의 스피커는 음색의 일치가 성공의 관건으로 알려져 있는데 필자가 느끼기에는 음색의 일치 문제로 위화감을 느껴보지는 못한 것 같으며 단지 음량상의 발란스 상으로 상대적으로 중고역의 음량이 상대적으로 약간 줄어든 것 같은 느낌만 받았을 뿐이다. 음색에서의 위화감이 없는 저역은 우퍼의 성능향상 개발에 성공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음색의 일치란 부분에서는 아직도 쿼드ESL스피커나 스펜더S8 같은 벤치마킹 대상의 완성도를 가졌다고는 볼 수 없다.
감도는 노틸러스 805 스피커에 비해서 낮게 느껴지는 편이며 같이 물릴 제품들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한 중립적인 제품들로 구성하는 것이 좋겠다. 구동에 어려움을 크게 느끼지는 않지만 쉬운 제품도 아니므로 이왕이면 자신의 앰프로 들어보고 구입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용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