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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킨토시 MCD201 SACD/CD 플레이어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6. 8. 2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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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우진

매킨토시에서 자사 최초의 SACD플레이어 MCD201를 출시했다. 매킨토시는 데논과 마란츠의 지주 회사인 D&M 홀딩스에 소속되어 있으며, 데논과 마란츠는 각기 이미 수 많은 SACD 플레이어를 출시해 놓고 있다. 하지만 순수 오디오를 지향하는 매킨토시는 이번이 첫 SACD 플레이어가 된다.

현재 매킨토시의 소스 기기는 분리형 CD 재생기인 MCD1000 트랜스포트와 MDA1000 D/A 컨버터를 필두로, 5디스크 체인저인 MCD205, DVD/DVD-A 재생기인 MVP851/861과 하드디스크를 내장한 뮤직 서버 개념의 MS300이 있다.

라인업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매킨토시가 특별히 SACD에 관심을 갖고 있었거나, 그럴 예정인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다른 업체에 비해서 SACD 플레이어를 출시한 것이 늦어, 시기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게다가 2채널 전용기이기 때문에, 포지션이 조금 애매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매킨토시의 SACD 플레이어는 이미 매킨토시의 앰프를 소유한 분들에게는 아주 좋은 옵션이다. 우선 가격이 북미 제품 중에서는 비교적 착하게 느껴질 만큼 저렴하다. 스피디하고 예리한 소리를 좋아하는 분이 아니라면, 최근의 매킨토시 제품은 가격 대 성능에서 모두 칭찬 받을 만하다. MCD-201의 가격도 최신 디지털 소스 기기로서는 아주 양호하다.

고유의 글래스 패널 디자인을 사용해서 기존 매킨토시 제품과 잘 어울릴 뿐 아니라, 1/8" 미니 잭 단자에 의해 매킨토시 프리앰프/콘트롤러로부터 리모트 콘트롤이 가능하다. 게다가 재생기로서는 드물게 볼륨 컨트롤을 내장해서, 프리앰프를 거치지 않은 직접 연결도 가능하다.

후면에는 가변 볼륨의 단자가 각기 RCA와 밸런스드 두 계통으로 나뉘어 제공된다. 파워앰프에 대한 직접 연결의 효과는 취향에 많이 좌우되지만, CD외에 다른 제품을 듣지 않는 사용자에게는 분명히 비용 대비 효과적인 선택이 된다. MCD201은 최대 6볼트/ 밸런스드 구동시에는 12볼트의 출력을 제공하여, 효과적으로 파워앰프를 드라이브할 수 있다.

제품 내부에 대한 정보는 수입원 로이코의 홈페이지를 참조하였다. 내부에 사용된 메커니즘은 SACD를 2배, CD를 4배속으로 리딩하고 버퍼링하여, 뛰어난 에러 보정 능력을 지닌다고 한다. 픽업은 각기 SACD와 CD용도로 구분되며, 하나의 렌즈를 공유하는 트윈 레이저 옵티컬 픽업 형태다. 전면에는 저 임피던스 구동이 가능한 헤드폰 출력을 장비한다. 헤드폰 출력의 레벨은 리모컨으로 조작된다. CD의 디지털 신호 출력이 가능한 동축/옵티컬 출력을 장비하지만, SACD의 IEEE1394 출력은 없다.

실제 사용상에서 특이한 점이라면, 오른 쪽 상단에 트랙 서치를 위한 컨트롤 놉이 제공된다는 점. 전후 트랙 서치를 대개 버튼으로 처리하는 것과 다른 이유는 매킨토시 특유의 디자인을 유지하기 위한 결과물인 듯. 실제로 매킨토시의 프리앰프와 거의 유사한 디자인이다.
검은 색 글라스 패널에 형광의 초록색으로 빛나는 매킨토시의 로고는 여전히 멋지다. 음질에 대한 성능이나 취향 이전에 매킨토시의 디자인은 많은 애호가들에게 존중되는 대상 중 하나다.


출력 전압 : 2VRMS(Fixed), 6VRMS(Variable)
주파수 특성 : SACD 4-100kHz, CD 4-20kHz
S/N 비 : 110dB (A-weight) 이상
다이내믹 레인지 : 100dB (1kHz) 이상
고조파 왜율 : SACD 0.002%, CD 0.003%
디지털 출력 : Coaxial x 1, Optical x 1
아날로그 출력 : RCA x 1, XLR x 1 (Fixed, Variable 각각)
SACD 2배속, CD 4배속 재생
Power Control In/Out 단자
Data Control Input
IR Sensor Input
외형 치수:W444 x H137 x D394(mm)
중량:11.34kg
권장소비자가격 : 450만원
수입원 : 로이코(02-335-0006)

감상
여유롭고 느긋한 저음 위에, 부드럽고 풍부한 중역, 그리고 다소 무디고 건조하면서 단정한 고음이 매킨토시의 전통적인 사운드이다. 과거 매킨토시 제품들은 해상력이나, 공간감의 재생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최근 제품들은 전통적인 느낌을 유지하여 올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면서, 다른 제품들의 음질적 수준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매킨토시 제품을 잘 다루지 않던 스테레오파일에서 조차 매킨토시의 MC501 파워앰프를 크게 칭찬하고 앰프 분야에서 "2004년도 올해의 제품"으로 선정했던 것도 그런 변화의 반영이다. 그래도 여전히 매킨토시의 사운드는 안전 지향적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에서 획기적으로 이탈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앰프는 그렇다고 치고, 디지털 소스 분야에선 어떨까? 매킨토시 MCD-201 역시 특히 분석적인 경향에 치우치기 쉬운 일부 디지털 소스기기들처럼 중 고역대가 가늘지 않아서 좋다. 예를 들어 다이애너 크롤의 목소리라면, 다른 제품에선 정확하게 공간과 목소리의 이미징이 구분되지만, MCD201에서는 좀 목소리의 이미지가 크게 들린다. 약간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공간의 물리적인 영역이나 에너지의 중요한 부분을 모두 목소리가 차지하고 있다. 분위기 재생보다는 소리를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살바토레 아카르도의 바이올린 독주곡을 들어보면 활이 줄을 긁고 지나가는 순간의 에너지가 잘 느껴진다. 유니즌 리서치의 KT88 인티앰프로 들어보면, 좀 더 소리가 조여지고, 투명해지며, 음색도 아름답게 변화하지만, 여전히 미끈하고 정밀한 느낌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감상자가 세부적으로 디테일을 추구한다면, 평범과 모범 사이인 80점 정도 줄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좀 더 들어보면서 밸런스와 다이내믹스의 특성을 살펴보면 평균 90점 이상 점수를 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귄터 반트가 베를린 필을 지휘하는 브루크너 No.4 “로맨틱(BMG BVCC-34123)”에서 그런 장점이 잘 표현된다. 오케스트라의 현악기 군 전체가 한데 어울려서 만들어내는 규모 감을 잘 표현해 내며, 이로 인해 전체적인 음악을 보다 따스하고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또 타악기나 금관 악기들이 뿜어내는 에너지 감 역시 훌륭하다. 디지털 소스 기기의 사운드스테이지를 이야기하려면, 스피커 뒤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스피커 사이에서 실재하는 규모를 전달하기에 적당한 수준으로 형성된다.

다른 기기에서는 지루하게 느껴질 이 교향곡이 MCD-201을 켜놓고 어느새 4악장까지 그냥 지나가 버렸다. 볼륨을 올리더라도 소리가 가늘어지거나 또 긴장감이 흐르는 일 없이, 오케스트라의 스케일과 에너지를 잘 재생해 내어 준다. 이런 안정적인 느낌은 심지어 이 제품을 파워앰프와 직결했을 때에도 마찬가지가 된다. 클라세 CP-500 프리앰프를 빼고, 클라세 CA-2200 파워앰프에 연결해서 밸런스 연결 상태에서 볼륨을 변화시켜 가면서 들어봤지만, 약간 소리가 가늘어지는 느낌만 나타날 뿐 직결에서와 커다란 차이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볼륨 조절도 편리하고, 음질에도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CD 플레이어가 파워앰프를 비교적 제대로 구동하다니, 프리앰프 비용 절감을 생각하는 애호가들에겐 희소식.

매킨토시의 MCD-201을 듣다보면 대단히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음량을 크게 놓고 들어도 귀에 거슬리거나 이거 왜 이래하고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없다. 반대로 귀를 사로잡는 두드러진 장점 역시 발견하기 어렵다. 대역 밸런스에 특별한 강조가 두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일 오디오의 재미를 추구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다른 느낌이 되겠지만, 음악을 만들어내는 수단으로서의 총체적인 완성도를 추구한다면, 이렇듯 실수 없이 모범적으로 만들어진 제품 역시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CD와 SACD 재생을 비교한다면, 역시 SACD 쪽에서 중역대가 훨씬 투명하고 유연해지면서, 다른 차원의 소리가 재생된다. MCD201은 CD 재생의 실력을 미루어 기대했던 것보다도 SACD 재생에서 보다 디테일하고, 보다 자연스러우며, 보다 깨끗한 소리를 들려준다.

조스 반 벨트호벤이 네덜란드 바흐 소사이어티를 지휘한 모차르트 레퀴엠(Channel Classics CCS SA18102)에서는 CD 재생에서 조금 고음이 텁텁하게 들리던 인상과 달리 음장 사이에 부유하는 공기의 느낌이 전해질 정도로 미세 레벨의 신호 재생이 향상되었다. 현악기와 목관 악기의 소리는 부드러우며, 다소 투박하게 느껴지는 질감도 따스하게 느껴진다. 브루크너 때와 마찬가지로 금관 악기나 북 소리의 규모감과 에너지가 아주 만족스럽게 재생되었다.

다른 최신 기기들처럼 소리를 절절이 쪼개서 세부를 훤히 드러내어 주거나, 에소테릭처럼 모든 부분이 강렬하고, 정확하게 컨트롤되는 느낌은 없고, 음악을 그냥 흘러가는 대로 잘 보내주는 타입이다. 작은 스피커를 귀 근처에 두고 소리를 세부적으로 따져가면서 듣는 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귀를 홀리게 하는 오디오적인 쾌감이 아니라 그냥 몇 시간이고 소리를 켜놓고 음악을 전체적으로 감상하는 분들에게 잘 어울릴 만한 제품 같다.

결론
매킨토시 MCD-201 역시 최근 매킨토시 제품들의 음질적인 향상에 힙 입어 수준급의 성능을 제공하고 있다. 투명하고 정교한 소리를 내는 신세대 취향이 되기엔 매킨토시의 전통의 향수가 그대로 남아 있던 때문일까. 안정적인 방향을 따른 덕분에 어떤 음악도 잘 재생해 내지만, 텁텁한 음색 덕분에, 역시 올드 재즈나 팝에 탁월한 매력을 발휘한다. MCD201로 SACD를 들어보면, SACD라는 최첨단의 탈을 쓰고 있으면서도 묘하게 과거 오디오 전성시대의 모습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하드디스크를 사용한 뮤직 서버 제품들도 과연 그럴까? 흥미로운 상상이다.

MCD201은 파워앰프 직결이 가능하겠지만, 역시 매킨토시의 진공관 프리, 파워앰프로 매칭해서 들어보고 싶다. 명기로 손꼽히는 MC275 파워앰프는 들어보지 못했지만, 수 년전 리뷰 기기로 접해봤던 시더니 코더맨의 작품 C2200 프리앰프는 묘한 매력으로 가끔씩 기억에 떠오르는 제품이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취미의 세계에서 매킨토시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자신의 색깔을 유지한 채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애호가들에게 오래도록 즐거움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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