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7001은 SA-11과 SA-15의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SA-15에서 쓰인 것과 동일한 24비트 192kHz CS4397 DAC를 사용하고 있다. SACD 재생도 물론 가능하다. DAC 뿐만 아니라 다른 부품들에도 신경을 많이 썼음을 알 수 있는데, 맞춤형 캐패시터와 Shottky 다이오드, Current Feedback HDAM 등을 사용하고 있다. HDAM 이란 고해상도 증폭 모듈로, 버퍼 증폭기와 로우패스 필터의 역할을 한다. 이것을 칩 하나로 해결하지 않고 모듈로 제작했기 때문에 음악의 다이내믹스, 음색과 스테레오 이미징을 살려준다고 한다. 회로는 듀얼 모노 대칭형인데, 이 역시 채널 간 분리도와 정확한 이미징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또한 디지털, 아날로그, 컨트롤 회로가 모두 분리되어 있어서 간섭이 없으며 파워 서플라이도 모두 분리되어 있어 깨끗한 소리를 들려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설계상으로 새로운 시도도 하였는데, 서보(servo)와 디코더를 4겹의 에폭시 보드에 위치시켰기 때문에 노이즈 간섭이 적고 섀시 역시 외부의 노이즈를 차단하도록 만들었다. 제조사에서는 트레이에도 코팅을 입혀 진동을 막았다고 밝히고 있다.
섀시도 매우 튼튼해 보이는데 전면은 알루미늄이다. 외관이 슬림하거나 디자인의 첨단을 달리지는 않지만, 단순히 크게 만들어서 물량 투입을 많이 한 것 처럼 보이려 했다는 인상도 아니다. 디자인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만 않는다면 크게 불만을 가질만하지는 않다. 광 출력과 동축 디지털 출력도 갖고 있다.
SA7001은 가격에 비해 매우 뛰어난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에, 그냥 들어보면 단점이 약간 씩 있는 1-200만원대의 제품 같다. 이처럼 가격은 저렴한데 음질이 좋은 제품에 대해서는 칭찬만을 늘어놓다 끝내게 되는 일이 많다. 그러다보면 기기의 특징이나 단점에 대해서는 언급할 기회가 줄어드는 일이 많다. 그래서 SA7001에는 가격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은 기준을 적용했다. 따라서 다소 부정적인 평가가 있더라도 가격대를 감안하면 괜찮은 수준임을 언급하고 시작하겠다.
SA7001의 특징은 매우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에릭 클랩튼과 B.B.King의 “Riding With the King’앨범 중 Come Rain, Come Shine에서는 배경의 현악기가 뚜렷하고 안정적으로 곡을 받치고 있다. 인상이나 선입견이라는 것은 매우 무서워서, 마란츠라고 하면 개인적으로는 중역의 풍성함으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선입견은 실제로 근거가 없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음반에서 들려주는 중역은 무작정 풍성한 것이 아니라 힘 있고 매끈하다. 게다가 B.B. King과 에릭 클랩튼 모두 보컬이 아주 사실적이고 디테일이 좋다. 목소리 뿐만 아니라 기타에서도 디테일에서의 훌륭함이 그대로 이어지는데, 이 둘이 번갈아가면서 기타를 칠 때 연주의 차이가 아주 잘 나타난다.
U2의 ‘The Best of 1098-1990’중 Pride 를 들어보면 드럼 어택이 아주 강한 편은 아니지만 중심이 잘 잡혀 있다. 드럼 소리의 디테일도 좋아서 음악의 흥취를 더 잘 살려준다. 악기간, 그리고 악기와 악기의 분리도도 무척 좋고 각 악기가 아주 뚜렷하게 재생되는 것도 한 특징이었다. ‘New Year’s Day’를 들어보면 고음 부분에 살짝 막이 낀 듯 마스킹이 있다. 저역의 베이스는 풍성하지는 않으나 깊이 내려가며,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절한 양감을 들려준다. With or Without You 에서 역시 분리도가 좋음을 확인하게 되었으며, 이와 더불어 키보드 소리가 명료하고 시원하다.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는 에너지가 넘치며, 이 힘은 듣는 사람을 압도하는 종류가 아니라 그대로 전이된다.
‘Schubert for 2’ 음반은 악기 수가 적고 음악과 연주도 무난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시스템에서는 좋게 들리며 나름의 미덕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음반은 그만큼 변별력도 갖고 있는데, 소리에서 어느 부분이 두드러지는지를 통해 기기의 음질적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SA7001에서는 스테이지를 넓게 사용한다는 것과 뒷심 좋고 안정적인 소리를 내준다는 것이 뚜렷했다. 디테일도 아주 좋았는데 훨씬 비싼 기기들에 비해서는 부족한 감이 있지만, 현의 움직임 표현을 잘 해주었다.
Zehetmair Quartett의 슈만 현악 사중주 1, 3 중 첫 번째 트랙을 들어보면 역시 약간의 마스킹이 들린다. 다이내믹스 표현도 매우 좋지만 여기에서는 매끄럽지 않고 다소 거칠게 들렸다. 이러한 점에 디테일이나 전반적인 재생에서의 특성을 더해 생각하면, 비싼 플레이어들만큼 섬세하거나 통찰이 넘치지는 않지만 이런 제품델에 근접해 있다. 저가형 기기를 훨씬 높은 가격대의 기기와 비교선상에 놓을 수 있고 근접해 있다고 하게 된다는 자체로 SA7001의 훌륭함을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앨범에서 역시 악기간의 분리도와 공간 표현력이 돋보이며, 악기의 좌표를 연결하여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위치가 정확하다.
머레이 페레이아의 모짜르트 피아노 소나타 F 장조 2악장을 들어보면 왼손의 힘이 다소 부족하지만, 강약 표현과 맺고 끊음이 정확해서 아주 좋다. 감추지 않고 모든 것을 드러내는 듯한 사운드이며 기본적인 수준의 디테일 표현 이상을 갖추고 있다.
SACD
네덜란드 바흐 소사이어티와 요스 반 벨트호벤의 모짜르트 레퀴엠 sequenz 중 recordare를 들으면, 고음이 아주 개방적이지는 않고 살짝 막혀 있는 느낌이다. 대신 아주 훌륭한 스테이징을 보여주는데, 목소리의 위치 구분이 아주 뚜렷했다.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는 소리가 제한없이 쭉 뽑혀나온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이 흐르는 관으로 비유하자면 매우 넓은 관에서 물이 시원스럽게 흘러나오는 것 같다.
다이아나 크롤의 Devil May Care 에서도 분절, 즉 맺고 끊음이 분명하다. 베이스는 아주 깊이까지 내려가면 한계를 드러내지만 전반적으로 깊이가 있다. SACD에서도 뛰어난 분리도와 안정적인 재생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자크 루시에 트리오의 Plays Bach Best 중 Jesus, Joy of the men’s desiring 에서는 심벌즈의 위치 차이가 정확히 나타나고 음이 또렷하다. 손가락 여러 개가 동시에 건반을 짚어도 음 하나하나를 모두 분간해낼 수 있었다. 저역이 조금 더 강하고 풍성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약간 남긴 했지만, 이것은 가격대를 잠시 잊고서 하게 되는 생각이었다.
SA7001은 정확한 스테이지 표현과 분리도, 안정성이 강점이다. 이런 것들이 탄탄한 기본기 같은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이 가격대에 비해 좋다는 말보다는 높은 가격대의 기기들과 비교할만하다는 말이 더 어울리게 되는 것 같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거나 기술이 발전하는 것과 그것이 적용된 결과의 관계는 선형적인 비례관계가 아니지만 이 기기는 기술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경우라는 생각이 든다. 가격의 차이에 비한 성능의 이 정도로까지 좁힐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문의처 : 마란츠 코리아(02-715-9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