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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아날로그 파가니니 Settanta 192/24 CD플레이어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6. 4. 2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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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한주 on 04/26 at 11:00 AM

오디오 아날로그사는 이탈리아의 작은 오디오 전문회사로 비록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어도 여기서 나온 제품들은 보편성을 추구하고 있고 튜닝이 믿을만하다는 믿음을 오디오 애호가 집단에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거기에다가 성능에 비해서 낮게 매겨진 겸손한 가격까지 제공한다. 그래서인지 국내에도 알게 모르게 오디오 아날로그를 찾는 애호가가 꾸준히 늘어가고 있는 중이다.

제일 고급 제품인 마에스트로 라인과 보급형 제품인 프리모 사이에 컴포우저 라인이 존재하는데 오디오 아날로그사는 이 컴포우저 라인에 포함된 파가니니 Settanta 192/24 CD플레이어가 음질이나 만듦새의 완성도, 스타일과 성능 면에서 기존 제품의 개량 수준이 아니라 한 단계 올라선 정도의 현격한 격차를 두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기술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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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력레벨 : 2V rms
  • 노이즈레벨 : 120dB (idle), 100dB (1kHz -60dB)
  • 크기: 44.5 x 38.5 x 8.5 cm
  • 무게: 10.5kg
  • 전력소비: 35VA
  • 문의: (주)태인기기 02)971-8241
  • 권장소비자가격: 195만원

외양을 먼저 살펴보자면, 만듦새는 가격을 훨씬 초월하는 수준이다. 치수의 정밀성, 표면처리에 의한 촉감, 맞물림의 정확성, 모서리와 베벨 절삭 등의 가공성은 이전 오디오 아날로그 제품에 비해 현격하게 좋아진 것에 그치지 않고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가 되었다. 게다가 이탈리아 사람들의 장기인 디자인 감각이 제대로 발휘되어 각 부위의 비율은 심미적으로 절묘하다. 절제된 깔끔한 외양은 모던한 인테리어나 클래식한 스타일의 인테리어 어디에 갖다 놓아도 환영 받을 만하다.

image설계를 들여다 보자면, 우선 CD-ROM 메커니즘을 사용하고 있다. 기특하게도 CD-ROM 메커니즘을 사용한 제품들에서 어려움을 겪곤 했던 소음문제를 잘 해결해서 밤늦게 방에서 들어도 소음이 문제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정숙하다. AKM사의 트랜시버 칩에는 버퍼가 포함되어 있어 지터 영향을 줄인다고 한다. 그 다음 신호는 아날로그 디바이스사의 AD1896 샘플레이트 컨버터 칩을 통과하면서 192kHz/24bit 신호로 업샘플링 된다. 그 다음 D/A변환에는 AKM사의 칩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아웃풋 버퍼/필터에는 고속동작 저잡음 op amp가 사용되었다. 아날로그 커플링 콘덴서는 독일 WIMA의 MKP급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리모컨은 금속주물로 되어 있어 무거우며 일곱 개의 버튼으로 조작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리모컨의 설계는 조작성 면에서 그리 편리하지 않았다. 리모컨은 인식 각도가 좁아서 잘 조준해서 조작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숫자 키가 없어서 원하는 트랙에 가는데 수고를 들여야 한다. 그리고 리모컨으로는 빠르게 앞으로 뒤로 검색하기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다.

설치환경에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전원에 서지(충격전원)가 침투하면 ‘틱’ 하는 소리가 재생되므로 서지 프로텍트 기능이 내장된 멀티탭을 사용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들어보기

처음 연결해 들어보면 제법 날카로운 듯이 들려서 몇 곡을 진득하게 듣고 나면 뻑적지근하게 느껴진다. 고급 부품을 사용한 흔적이 있어서 거칠다거나 피크 신호에서 과포화 되는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런 상태에서는 케이블이나 제품 매칭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식으로 대책을 생각하느라 분주해지게 한다.
하지만 열흘 이상 24시간 쉴새 없이 틀어대고 나면 그런 소리가 사라지고 슬슬 제소리가 나와주기 시작한다. 첫 느낌과는 상반되게 자극적이지 않고 소프트하며 유연하고 촉촉한 느낌이 드는 것이 이 제품의 제일 특성으로 뽑아야겠다.

이안 보스트리지가 부른 슈베르트곡 An die musik(음악에)는 성악가가 힘들이지 않고 물 흐르듯이 매끄럽게 부른다는 느낌을 준다. 소니 SCD XA-9000ES는 상대적으로 긴장감과 심지가 느껴지는 편이다. 소니에서 좋았던 것은 피아노 반주부의 규모가 좀 더 완전하게 드러내 준다는 점이 되겠다.

안젤라 게오르규의 베르디 헤로인스 앨범에서 Merce, Dilete Amiche를 틀어보면 충분히 피가 끓게 해줄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크릭 CD53으로 바꿔서 재생해 보면 상대적으로 좀 더 선동적인 면이 부각된다. 파가니니 Settanta와 크릭으로 비교해 보면 약간 발성 테크닉이 다르게 들리는 것처럼 들리는데, 파가니니 Settanta는 발성 위치가 코와 머리 사이에 있다는 느낌을 준다면 크릭은 그보다 낮은 부위에서 발성이 되는 것처럼 들린다. 크릭 CD53은 간혹 힘이 오버한다는 느낌을 주곤 한다.

버메스터 샘플러 CD3에 수록된 9번 트랙 Stimela를 틀어보면 거구의 흑인 남성이 판소리사설처럼 주절주절 영어로 떠드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재생장치의 소리가 가늘게 튜닝된 경우에는 거구의 힘 좋은 흑인 남성의 육성이 잘 재현되지 못한다. 파가니니 Settanta는 상상했던 것에 비해서 이런 육성 재현을 잘 해냈다. 크릭 CD53은 힘이 더 실린 듯이 들려서 좀 더 주술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재주를 보여주었다.

중간정리하자면 파가니니 Settanta 192/24 CD플레이어는 남성이나 여성 보컬을 막론하고 가수의 소리가 엉뚱한데 힘을 넣어 불편하게 들리게 한다거나 힘이 실리지 않아 매가리 없게 들린다거나 피치가 높아진다거나 젊어진 것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보컬은 우락부락하고 불편함을 주는 강압적인 것이 아니라 프로가 인생을 걸고 섬세하게 계발해온 온갖 기량을 모두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청취자가 알아차리게 해주는 편이다.

뒤메이-황-피레스가 연주한 브람스 트리오 연주는 의외로 오디오에서 재생하기 어려운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현악기를 재생해야 한다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도 그렇고 오버액션을 하는 오디오 재생장치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뱉어내게끔 하기 때문이다. 파가니니 Settanta는 이런 시험에서 부대끼게 하는 소리를 내지 않고 덜 날서고 소프트 하게 처리함으로써 무난한 모습을 보여준다. 피아노도 약간 웅얼거리는 식으로 들린다. 크릭 CD53은 이 곡에서 밑천을 드러내고 종종 과포화된 소리를 뿜어내어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주는데 실패하고 있다. 소니 SCD XA-9000ES는 질감의 면에서는 약간 아쉬움이 있지만 파가니니 Settanta 보다는 트랜지언트 리스폰스가 좋고 제 피치를 잘 내준다. 피아노도 애매한 부분이 없다.

제니퍼 원스의 The Famous Blue Raincoat 앨범에 실린 First We Take Manhattan을 들어보면 절도 있는 느낌을 전달해 주는데 소극적인 편이며 신나게 몰입하게 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Phantom of the Opera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박력이 부족하다. 보컬에 불필요한 긴장감을 주지 않는 점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Reference Recording에서 출시한 Rutter의 Requiem음반에 실려 있는 합창곡 Lord Make Me an Instrument of Thy Peace은 듣는 사람을 거기에 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공간감이 잘 재생되지 않는다. 업샘플링 했을 때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게 마련인데, 파가니니 Settanta를 튜닝한 사람들은 다른 고유 특성을 추구하는 대신 이미징 부분이 쉽게 머리 속에 떠오르지 않게 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

마무리
이 제품의 소리를 듣고나면 설계를 하고 만든 집단이나 이것을 전문적으로 훈련된 청취패널이 서로 각기 자신에게 맡겨진 고유 기능을 충실하게 발휘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품의 성향으로 보건대 청취패널의 취향이 타악기적인 에너지 표출이나 리듬감 보다는 생명감 넘치는 보컬과 유연한 현악기를 재생하는 쪽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벨칸토를 만들어낸 나라의 DNA가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 제품은 업샘플링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정통파 CD플레이어와는 다소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 CD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겠다. 비유하자면 야구 선수가 그라운드 위를 박차고 달릴 때 스파이크 박힌 신발 뒤에서 흙이 파파팍 튕겨져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라기 보다는 얼음 위를 쌩하고 달리는 스케이트의 질주를 보는 것 같은 색다른 느낌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제일 비슷한 제품인 에이프릴 뮤직의 스텔로 CDA 320 플레이어가 많이 연상된다.

경질의 격한 소리를 토해내는 CD재생 장치가 수두룩한 가운데 200만원 미만에서 현악기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이 있다면 정말로 희귀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파가니니 Settanta 192/24 CD플레이어는 특별한 장르 재생에 강점이 있도록 튜닝이 이뤄진 만큼 구입을 고려하는 사용자는 이 제품이 각자 음악 취향에 잘 어울리는지 따져보시는 것이 좋겠다.

시청기기

  • 소스기기: 소니 SCD XA-9000ES SACD플레이어(CD재생시 커스텀 필터 사용), 크릭 CD53 CD플레이어, dCS P8i SACD플레이어
  • 앰프 : 오디오 아날로그 푸치니 Settanta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JVC AX-V8000 AV리시버(bi-amp 모드, 비디오 블럭 전원 off, ZIST 아날로그 전용 입력단자 사용), 크렐 FPB300 파워앰프
  • 스피커: 레벨 퍼포머 M-20, 에포스 M12
  • 스피커케이블: 카나레 4S8G, 알파코어 괴르츠 MI2, 어낼리시스 플러스 Oval 12
  • 인터커넥트: 몬스터 스튜디오 프로1000(Bullet RCA plug-BeCu),
  • 액세서리:
    - TES 1350A 음압계,
    - Black Diamond Racing The Shelf,
    - RPG Korea 어퓨저,
    - 스카이비바 텍스보드 흡음재,
    - 운영 21-1KA isolation transformer,
    - AudioPrism Quiet Line,
    - Blu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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