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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플랜드 CDA 822 CD 플레이어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3. 7. 2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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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대의 새로운 강자

노정현(evaa@hitel.net) 2003-07-22 15:04:36

들어가며

코플랜드는 적당한 가격의 진공관 앰프로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었던 브랜드이다. 특히 코플랜드의 앰프들은 진공관 방식이면서도 진공관을 노출시키지 않는 독특한 디자인을 가지고있다. 모든 제품들이 잘 연마된 은빛 알루미늄 패널을 가지고 있으며 리모콘을 지원하여 사용하기도 편리했다. 코플랜드에서는 90년대 후반 CDA 288이라는 대단한 물량이 투입된 CDP를 출시하면서 디지털 기기도 제작하기 시작했다. 필자가 매우 오랫동안 사용했던 CDP가 288의 아래 모델인 CDA 277이었다. 277의 경우 중립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부드럽고 풍성한 음색은 나름대로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뛰어난 만듦새와 고급스러운 조작감은 클라세 CDP-1으로 업그레이드 한 후에도 잊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코플랜드는 2000년대 들어오면서 한동안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는데 작년 CES룰 통해 멀티채널 시스템을 포함하여 새롭게 구성된 라인업을 발표하였다. 코플랜드의 2채널 스테레오 제품들은 하이파이넷에서 계속 기사로 다루어질 것이며 CDA 822은 그 첫번째이다.

Copland CDA 822

  • DAC : 24 Bit, 192 kHz, multibit delta-sigma
  • S/N : >100dB
  • THD : <0.025%
  • 아날로그 출력 : RCA, XLR 각 1계통
  • 디지털 출력 : RCA 1계통
  • 크기(mm) :  430(W) * 390(D) * 110(H)
  • 무게 : 9kg
  • 가격 : $2,500

디자인 및 사양

CDA-822은 이번에 같이 출시되는 2채널 프리앰프 CTA-305 및 파워앰프 CTA-520과 비교하면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는 디자인이다. 프리/ 파워 앰프가 슬림한 섀시를 공유하는 반면에 CDA-822은 높이도 11cm로 높은 편이며 전면패널 중앙을 가로지르는 홈은 같은 시리즈의 제품으로 보이지 않는다. 본 기사에 소개된 사진과 실재 모습은 다소 다른데 양산단계에서 디자인의 변경이 있었던 것 같다. 필자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다른 제품과의 통일성을 고려할 때 가운데 라인은 다소 엉뚱해 보이기도 한다. 단순하고 깔끔한 디자인인데 인상적인 부분은 트레이에 각인된 코플랜드 로고이다. 레터링이나 별도의 패널을 붙인 것이 아니라 통알미늄에 음각으로 새긴 로고는 매우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트레이의 여닫힘도 부드럽고 전면 패널의 버튼 조작감 등은 매우 만족스럽다. 내부설계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해서 CTA-305/520 프리/파워 앰프와 같은 슬림형으로 디자인 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단품으로 보았을 때 별다르게 흠 잡을 부분은 없다. 부속 리모콘은 검정색 플라스틱 제품으로 본체에 비해 조작감도 떨어지고 버튼 배치도 너무 일률적이어서 쉽게 손에 익지 않았는데 동사의 프리앰프 까지 조작할 수 있어서 코플랜드 시리즈로 컴퍼넌트를 구성할 경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내부설계는 크리스털 세미 컨덕터의 24bit 192Khz급 DAC 및 소니의 것으로 짐작되는 메커니즘과 디스크릿트 방식의 아날로그 출력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DAC의 성능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 192kHz 오버샘플링을 하는데 요즘 유행하는 업샘플링 선택 스위치는 없다. 192kHz까지 오버샘플링 하는 이유는 아날로그 필터를 통과할 때의 손실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제작사는 밝히고 있다. 덧붙여 이 DAC는 듀얼 디퍼렌셜 방식으로 밸런스 동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날로그 출력단에서 밸런스 출력도 지원하는데 출력 레벨은 표준치인 2.0Vrms로 싱글 엔디드단과 게인 차이는 없다. 트랜스포트는 CD 텍스트를 지원하며 작동 방식이 아캄의 T 모델들과 동일한 것으로 보아 소니의 제품을 사용한 것같다. 코플랜드의 2** 시리즈가 티악의 VRDS 메커니즘을 사용하여 물량 투입을 과시했다면 822에서는 가격대비 효율성을 선택한 듯 하다. 아날로그 출력단은 진공관 앰프를 전문적으로 생산했던 회사답게 OP 앰프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설계한 A급 증폭의 앰프를 사용하고 있다. 코플랜드에 의하면 양산형 OP 앰프를 사용하는 것은 획일화된 규격으로 제작자가 의도한 성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출력단의 앰프를 잘못 설계할 경우 OP 앰프보다 못한 특성을 가질 수도 있으므로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다. 822의 경우 재생음을 들어보면 공들인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다.

음질

지난번 CD 플레이어 비교 테스트 기사를 통해서 이 제품의 특징은 이미 소개되었다. 따라서 이번 기사에서는 지난번 비교 테스트를 거치고 나서 필자의 집에서 집중적으로 청취한 결과 중 비교 시청 기사에 덧붙여 더 상세하게 기술할 필요가 있는 몇가지만 얘기하도록 하겠다.

강력하고 경쾌한 베이스는 CDA 822이 다른 제품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장점이며 세밀하게 분리되는 이미징과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음장감은 과거의 코플랜드 제품들에서 달라진 모습이다. 존 콜트레인의 ‘Black Pearl’을 들어보면 실재 공연장에서 느낄 수 있는 재즈 밴드의 열기를 그대로 전해 주는데 숨가쁘게 몰아치는 콜트레인의 색스폰과 각 반주악기의 흥겨운 리듬감은 더 비싼 제품들에서도 느끼기 힘든 사실감을 전달해 준다. 마찬가지로 제니퍼 원즈의 ‘way down deep’이나 ‘the hunter’를 들어보면 단단하고 깊은 북소리나 순간적인 충격감을 전달해 주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제품임을 알게 된다. ‘the hunter’에서는 특히 각 소절 마지막에 치고 들어오는 드럼의 위력감이 대단한데 무작정 무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스냅까지 잘 살려내는 탄력 있는 드럼 소리가 매우 인상적이다. 그런데 이렇게 제어도 잘 되고 탄력감이 좋은 제품들이 아쉬움을 주는 부분이 바로 같은 곡에서 현악기들이 합쳐지는 부분이다. 사실 이 녹음의 현 자체가 다소 건조한 음색을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팽팽한 리듬감을 들려주는 제품들은 예외 없이 이 곡의 현 파트를 다소 어색하게 표현해준다. 그러나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 곡의 녹음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822의 경우 큰 아쉬움을 느끼지는 못했다. 딱딱하고 거친 음색을 들려주는 제품의 경우 이 곡의 현 소리가 진짜 듣기 싫게 표현되는데 822 정도의 어색함은 많은 제품들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의 음색에 대해 좀 더 설명하자면 청취자의 마음을 녹이는 나긋나긋함과는 거리가 좀 있다. 비욘디와 유로파 갈란테의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집을 들어보면 미세한 다이내믹스와 그에 따라 변화하는 음색 등은 매우 수준급으로 표현되지만 달콤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사실 이런 미세한 디테일과 함께 달콤함을 전달해 주는 제품은 그다지 많지 않다. 대개의 경우 낱낱히 모든 것을 들려주는 제품들은 느긋함과 음색이 촉촉함이 다소 모자라고 반대의 경우는 고역의 트랜지언트 특성이 희생 되었다든지 낮은 중역대 혹은 높은 저역대가 다소 부풀어 있는 느낌을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코플랜드의 경우 지난번 비교 시청 기사에 등장했던 제품들과 비교하면 특별히 세세한 디테일을 들려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래급 제품들에 비하면 막이 두어 꺼풀 벗겨진 훨씬 섬세하고 투명한 소리를 들려준다. 뒤마누아의 관현악 모음곡집을 들어보면 24번 트랙에서 탬버린과 다른 악기들의 울림이 확실하게 구별되며 탬버린 연주자가 어느 정도 세기로 각 음표를 연주하는 지도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 곡의 재생에서 느껴지는 연주자의 표정은 다소간의 묵뚝뚝함인데 이 부분이 바로 메리디언처럼 디테일하면서도 달콤함을 같이 전달해 주는 제품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즉, 모든 것이 빠짐없이 세밀하게 드러나지만 듣는 사람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면에서는 다소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아쉬움이 금관 악기가 자주 등장하는 대편성 곡으로 바뀌면 곧바로 역전되어 버린다. 뚜렷하게 분리되는 각 음원들과 총주시 막힘 없이 뻗어주는 고역 및 금관악기의 광채는 이 제품이 어떤 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는 가를 확실히 보여준다. 예전에 최윤욱님께서 메리디언 508.24와 클라세 CDP-1 비교기사를 올리신 적이 있는데 코플랜드 CDA-822을 메리디언 588과 비교해 보면 메리디언 508.24와 비교되었던 클라세 CDP-1과 같은 성격을 가진 제품이다.

필자는 지금 계속해서 재생음의 뉘앙스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이는 메리디언 588을 염두에 두고 비교하고 있는 것이다. 코플랜드 822이 메리디언 처럼 자연스럽게 해상도를 녹이는 제품과 비교해서 재생음의 뉘앙스라는 측면이 아쉽다는 것이지 아래급 혹은 동급의 다른 제품들과 비교할 때 아쉬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비욘디와 유로파 갈란테가 연주한 비발디 ‘화성의 영감’을 들어보면 디테일이 부족한 제품에서 흔히 접하기 쉬운 뭉쳐지고 경직된 듯한 음색이나 뉘양스를 강조해서 전체적으로 다소 뭉개지고 답답함이 느껴지는 재생음과는 확실하게 차별되는 고운 입자감을 가진 현을 들려준다. 또 한가지. 지난번 비교 시청에서는 메리디언이나 에어에 비하여 다소 거친듯한 느낌을 주었는데 이런 느낌은 집으로 이 제품을 처음 들고 왔을 때에도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실 필자는 디지털 기기들의 길들이기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편임에도 이 제품은 며칠동안 계속 사용할 경우 들뜬 듯한 고역이 많이 차분해 지는 좀 더 매끄러운 재생음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OP 앰프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설계한 출력단 때문인 것 같다. 기기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시점이 되면 매우 매끄러우면서도 S/N비가 높은 투명한 음장감을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제품이다. 이에 덧붙여서 순간순간 급격하게 변화하는 다이내믹스를 빠른 반응으로 탄력 있게 처리하며 베이스의 리듬감 또한 뛰어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음악 장르에서 아쉬운 점을 발견하기 힘든 훌륭한 제품이다. 전반적으로 서늘한 느낌을 주지만 괴벨답지 않게 달콤한 음색으로 연주한 하이니헨의 협주곡집을 들어보면 이 녹음의 감흥을 그대로 전달 해 주는 것으로 보아 다른 제품들에 비해 유달리 차가운 음색을 지녔다고 하기 힘들다. 오히려 미드 베이스를 과장하지 않고 중립성을 지키고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글을 맺으며

필자가 하이파이넷을 통해서 작성하는 기사는 1년에 15편 내외인데 실재로 필자들 간의 교류 및 비공식 시청회를 통해 접하는 기기는 몇 십 종에 이른다.  그 많은 기기들 중에 열광할 만한 제품은 손꼽을 정도다. 요즘 대부분의 오디오 제품들이 대단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어서 어지간해서는 특별한 인상을 주기 힘들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에 접한 제품들은 기사를 쓰는 사람에게는 상당한 부담감을 주는데 대부분 좋기 때문에 유난히 좋거나 나쁘지 않으면 특별하게 할 말이 없어진다. 필자의 기사가 갈수록 길이가 짧아지는 큰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가격대별로 평준화된 기기들의 성능 때문이기도 하다. 코플랜드 CDA 822은 1년 동안 접하게 되는 몇 안되는 제품, 다시 말해 열광하고 기대해도 좋을만한 제품 중 하나이다. 적어도 1년에 몇 십 종의 제품을 접하는 사람이 특별하게 신경 써서 좋다고 할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코플랜드 CDA 822가 몇 배의 가격을 가지는 제품들을 KO 시키는 엄청난 성능을 보여주는 제품은 아니다. 그리고 필자는 아직까지 그런 제품을 본 적도 없다. 중요한 점은 아래급의 제품들과 확실하게 차별되는 성능을 보여주면서 한 두 단계 위급의 제품들과 비교할 때 취향에 따라 이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 출시되면 300만원에 약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실재 구매가 가능해 보이는 이 제품을 꼭 기억해 두시기를 바란다. 신속하고 강력한 순간 응답 및 섬세함과 투명함을 경험하게 해 주는 이 제품은 값비싼 싱글 CD 플레이어가 자신의 가격표를 어떻게 합리화 시킬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두말할 필요 없이 강력하게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제품을 접하게 되면 어디 가서 얘기하지 않고서는 입이 근질근질 해서 버티지 못하는 것이 오디오 애호가의 속성이다. 현재 청취중인 CTA-305 및 CTA-520이 바로 그런 제품이라는 것을 미리 얘기해 둔다.

시청기기

  • CDP : Arcam FMJ CD23T, Meridian 588, Ayre CX-7, Audionet ART V2, Copland CDA 822
  • SACDP/DVDP : Philips DVD-963SA
  • Inte amp : Unison Research Unido I, Cairn 4808NF
  • pre amp : Copland CTA-305, Mark Levinson NO. 380SL
  • power amp : Copland CTA-520, Krell FPB 300c
  • loudspeakers : B&W Natilus 804, Signature 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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