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로텔 RCD-1070 CDP

hifinet 2003. 5. 26. 00:02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의 중급 플레이어

노정현(evaa@hitel.net) 2003-05-26 10:20:12

아직도 많은 애호가들은 로텔의 RCD-9** 시리즈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뛰어난 가격대 성능비로 많은 인기를 얻었던 로텔의 대표기종이며 여전히 많은 사용자를 가지고 있다. 최근 몇 해 동안 로텔은 애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전반적으로 오디오 제품들의 성능이 동 가격대에서 평준화되면서 경쟁도 치열해졌고 그만큼 웬만한 성능 가지고는 주목받기 힘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여서 과거의 획일화된 디자인에서 탈피하여 브랜드별로 개성 있는 제품들을 계속 발표하고 있기 때문에 단지 성능이라는 변수 하나만 가지고 승부하기에는 더 힘들어진 곳이 바로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이다. 기억속에서 사라지는 줄만 알았던 로텔이 10**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새롭게 도약하고 있는데 특히 10** 시리즈는 과감하게 은색 패널을 바탕으로 좀 더 세련된 디자인을 도입하여 과거의 투박한 로텔과는 많이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 주파수 응답 :  20-20k Hz (±0.05dB)
  • S/N 비 : >100dB
  • 다이내믹 레인지 : >96dB
  • THD : 0.0045% (1kHz)
  • IMD : 0.0045%
  • 디지털 출력 임피던스 :75 ohms
  • 크기(mm) : 432(W) x 93(H) x 337(D)
  • 무게 : 5.8 kg

디자인 및 사양

RCD-1070은 새로운 10** 시리즈의 CD 플레이어 중에서 기합급 모델에 해당하는데 사실 10** 시리즈에 싱글 CDP는 RCD-1070밖에 없다. 가정용 오디오 시장이 급격하게 멀티채널 분야로 확대되면서 로텔 또한 멀티채널 제품에 주력하기 때문이다. 로텔이 싱글 CDP를 아직 생산하는 이유는 오디오파일급의 DVDP라고 해도 CD 재생에서는 전용 CDP가 우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로텔 RCD-1070은 매우 보수적으로 설계되었다. 최근 하이엔드 CDP 시장의 정책이 대부분 업샘플링 기술을 채택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반해 로텔은 18bit급의 버브라운 칩셋(PCM 1732)을 사용하여 HDCD 디코딩 및 DA 컨버팅을 수행한다. DAC의 비트수나 샘플링 레이트 사양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있는 방법으로 전통적인 제품을 만들겠다는 고지식함이 엿보이기도 한다. 전원부는 로텔이 직접 제작하는 토로이덜 트랜스포머를 사용하여 각 파트별로 별도의 전원을 공급하며 12V 트리거 출력을 통해 다른 기기의 전원을 제어할 수 있다. 디자인은 다른 10**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블랙과 실버 패널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지만 새롭게 바뀐 로텔의 느낌을 맛보려면 역시 더 고급스럽고 세련된 모습의 은빛 패널이 좋을 것 같다.

음질

최근들어 같은 가격대에서 성능이 유난히 좋다든지 혹은 유난히 떨어지는 제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525파운드면 한화로 100만원 전후가 되겠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가격이 100만원을 약간 넘기는 아주 절묘한 가격을 가지고 출시되었다. 왜냐하면 100만원보다 2-30만원 비싼 제품이나 저렴한 제품은 있어도 딱 이 가격대에 맞는 제품은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쨌건 100만원대에 걸치는 제품들과 경쟁해야할 모델인데 가격면에서는 상당히 유리한 지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품의 첫 느낌은 매우 활기차고 깨끗한 재생음을 들려준다는 것이다. 베이스는 힘차고 단단하며 중역대는 모호함 없이 깔끔하고 중립적으로 재생되고 고역은 달콤함이나 촉촉함은 없지만 답답함 없이 시원스럽게 열려있다.

쿠라키 마이의 2003년 싱글 “Time after time”을 들어보면 도입부의 아르페지오는 모호함 없이 깨끗하며 킥 드럼 또한 힘있고 단단하게 치고 나온다. 필자가 사용하는 필립스 963SA와 비교하면 확실히 각 음원의 경계가 더 명확하고 더 분명한 저역을 들려준다. 이 녹음으로는 보컬이 어떻다고 논하기 힘들기 때문에 캐롤 키드의 “All my tomorrow” 앨범을 재생해 보았다. 깨끗한 중역대는 캐롤 키드의 세세한 발성의 변화를 잘 포착해 주었는데 “When I dream”에서 들려주는 미묘한 바이브레이션과 그에 따른 음색의 변화도 치밀하게 잘 표현해 주었다. 어쿠스틱 기타의 반주도 지나치게 부풀거나 여윔이 없이 탄력있는 음색을 들려주었다.
다만 이 앨범 전체를 재생할 때 느껴지는 캐롤 키드 특유의 우수어린 분위기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특별히 흠잡을 데도 없고 매우 중립적이고 정확한 재생음을 들려주는데도 불구하고 캐롤 키드의 짙은 호소력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 의아했다. 며칠동안 사용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음반을 재생해 보았는데 아캄의 CD 23T와 비교해 보면 전체적인 해상도와 섬세함에서 아캄에 밀리지만 절반정도의 가격임을 고려할 때 마땅히 지적할 부분이 없었다.

정경화가 연주한 스페인 교향곡에서도 정확하게 울려주는 팀파니와 대편성의 스케일 그리고 정경화의 거침없는 보잉 등이 잘 표현되었고 다이애너 크롤의 “Trust your heart”를 들어보면 크롤 특유의 허스키함과 아랫배에서 끌어올리는 깊은 목소리 그리고 각 파트의 타이밍 등이 모두 정확하게 재생되었다. 비욘디와 유로파 갈란테의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집을 재생해 보면 각 파트의 선명한 구분 및 미세한 다이내믹스의 변화등은 나무랄 데 없이 표현되었는데 전체적으로 비욘디 특유의 열기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필자의 경우 가급적 뜬구름 잡는 식의 표현은 자제하려고 하지만 RCD-1070의 경우만은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스피커를 앰피온의 아르곤 2로 교체하자 이 빠진 무엇인가를 되찾은 느낌이었는데 바로 음악의 열기와 음악을 계속 듣고 싶어지는 몰입력이 되살아난 것이다. 암피온의 아르곤 2가 중립적이지는 않지만 매우 풍부한 음색과 섬세함 및 따뜻함을 지녀서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제품인데 필자의 B&W 노틸러스 804를 통해 듣는 것보다 아르곤 2를 통해 듣는 것이 훨씬 더 음악에 몰입할 수가 있었다.

RCD-1070의 아쉬운 점은 바로 다채로운 음색의 변화를 보여주는 능력이 더 높은 가격대의 제품들에 비해서 좀 모자란다는 것인데 다른 시스템을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다면 특유의 힘차고 깨끗한 재생음이 열기를 더해서 매우 훌륭하게 표현되는 것 같다. 결국 매우 중립적이라고 표현할 수는 있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음악에 빠져드는 느낌을 갖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제품이다.

글을 맺으며

CD 플레이어를 선택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쉽고 어떻게 보면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요즘 출시되는 CDP들은 대개 하이엔드 업체의 제품들이고 특성들이 좋기 때문에 예산에 맞는 제품을 고르면 크게 실패할 일은 없지만 가격대별로 차등화된 음질 때문에 얼만큼의 예산을 사용해야할지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100만원대의 제품들 대부분이 100만원하고 수표 몇장을 더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로텔의 경우 100만원 전후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제품이다. 탄력적이고 경쾌한 베이스와 깨끗한 중역대 그리고 세련되지는 않지만 시원하게 뻗어주는 고역은 매우 깔끔하다는 인상을 준다. 좀 더 비싼 케언의 FOG 2 와 같은 풍부한 음색의 표현 그리고 음악에 빠져들게 하는 열기는 다소 모자라지만 관련 기기를 요령껏 고른다면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성능을 맛볼 수 있는 제품이다. 100만원 정도의 예산으로 CDP를 고른다면 당연히 구매리스트에 올려놓고 청취해야할 제품으로 추천한다.

시청기기

  • CDP : Rotel RCD-1070, Arcam FMJ CD 23T
  • SACDP/DVDP : Philips DVD 963SA
  • Inte amp : Unison Research Unico I, Rotel RA-1070
  • loudspeakers : B&W nautilus 804, Signature 805, Revel Performa M20, Amphion Arg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