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한주(raker@hifinet.co.kr) 2002-11-14 23:12:10
C.E.C.는 산요전기의 옵트로닉스 (Optronics) 사업부가 운영하는 브랜드로 50여 년에 이르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제아무리 여러 오디오 지식이 빠삭한 오디오 애호가라 하더라도 C.E.C.가 이렇게 역사가 깊은 회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그대신 TL-0이나 TL-1X같은 프레스티지급 벨트 구동형 CD트랜스포트의 명성을 알고 있는 사람은 더 많을 것이다. 혹시 그런 고급제품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거나 본인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오디오 애호가라고 하더라도 CD2100과 CD3100같은 고성능의 보급기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봤거나 들어봤거나 사용 중 이거나 사용해 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소개되는 CD3300은 일본에서 성숙하고 우수한 조립기술을 투입해서 만들어진 제품이다. CD2100과 CD3100의 경우에도 전량 일본에서 조립된 제품을 들여온 것이며 동남아시아로 생산공장이 이전된 이후부터는 수입원에서 해당모델을 더 이상 국내에 반입, 유통시키지 않아서 이런 사정을 모르시는 분들은 제품 단종인 것으로 짐작하셨을 것이다.
광 메커니즘 : 3빔 세미컨덕터 레이저
소비전력 : 14W
크기 : 43.5 x 10.3 x 29.6 cm (WHD)
무게 : 5.7 kg
예상가격: 58만원
수입원 : 동원통상 (02-706-9491)
만듦새
CD3300은 제품명으로 보면 CD3100의 단순한 개량형처럼 보이지만 제품의 내부 설계를 보면 동사의 상급기 TL5100Z의 설계를 많이 차용하고 물량투입을 아끼지 않은 흔적이 보이는 전면적인 개선형이다. 이전 제품에서 기대하기 힘들었던 넉넉한 부품배치도 그렇고 짜임새가 느껴진다. 채널마다 부품을 한 벌씩 할당하는 호사스러운 듀얼 모너럴 구조를 채용하여 분리도 향상을 꾀했다. 출력 스테이지를 A급 증폭으로 바꾸는 손질도 포함되었다.
트레이는 중앙에 배치시켜서 이전에 출시된 동사의 5100Z 일체형 CDP가 연상되긴 하지만 5100Z는 탑 로딩 방식 메커니즘을 사용한 것이어서 이 제품과는 유사성이 별로 없다. 이전 제품에서 백업 시디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을 개선시켜서 CD-ROM/RW까지 읽을 수 있도록 했고 트레이가 여닫힐 때 매끄럽고 스무스하게 동작되도록 동작감에서도 향상이 이뤄졌다.
CD를 넣어 인식시킬 때나 플레이 또는 정지 시킬 때 작게 티틱 티틱 하는 소리가 나는데, 제품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출력단에 릴레이를 달았기 때문이다. 제품 사용시에는 아무런 불필요한 잡음이 생기지 않는다.
디스플레이 창에는 캘린더 방식의 트랙번호가 표시 되며 재생중인 트랙번호가 계속해서 깜빡이는데 트랙번호의 크기가 작은 편이긴 하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신경에 거슬려 보일 수 있어 보인다.
후면을 바라보면 아날로그 출력단자로 RCA 싱글 엔디드 단자와 XLR 밸런스드 단자를 갖추고 있고 디지털 출력 단자는 AES/EBU, 동축형 RCA, 광학형 TOS LINK 등 갖출 만한 단자는 죄다 갖추고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이전모델과 동일한 것은 리모컨과 샴페인 골드의 외관 색상뿐인 듯싶다.
들어보기
재생성능 역시 이런 적극적인 구성에 걸맞게 향상되었다. 첫인상으로 느껴진 점은 이전제품에서 가지고 있었던 허전함이 느껴지는 저역의 양적이나 질적인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는 점이다.
정경화가 연주한 바이얼린 곡을 들어보면 불꽃 같은 소리에 데고 서릿발 같은 소리에 베일 듯이 찐한 맛으로 표현된다.
페터 슈라이어가 부른 슈베르트 가곡 겨울 나그네를 들어보면 소리가 팽팽하게 조여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래서 소리는 다소 젊어진 듯이 파릇파릇하게 들리고 군기가 빠지지 않은 군인이 노래하는 듯 다소의 긴장이 느껴지는 모습이 연상된다. 이렇게 힘이 들어있는 것 같은 특성은 길들이기가 덜 된 상태인 것도 어는 정도 이유인 듯 한데 길들이기가 진행되면 약간의 개선은 될 것으로 예상해 본다.
그런데 이런 특성은 조 모렐로의 솔로 드럼곡 에서는 좀 더 긍정적인 쪽으로 들려서 실제 녹음보다 더 생생한 느낌을 받게 된다. 북의 소리는 좀 더 팽팽한 듯이 들리고 좀 더 신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만일 사용하고 있는 고급CD플레이어가 힘이 없고 신나는 소리를 맛깔나게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이 제품을 서브로 가지면서 즐기는 것도 고려해 볼 법 하다. 색상으로 비유하자면 마치 콘트라스트가 강해진 듯한 느낌을 주는 찐한 소리다.
그대신 해상도는 그렇게 섬세하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는데 그래서 전체적인 인상은 사인펜으로 그림을 스케치한 그림을 보듯이 명쾌하고 애매한 곳이 없다. 소리가 약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고 혈기 왕성한 소리였다.
레스피기 작 시바의 여왕, 벨키스 조곡을 듣다 보면 호쾌하게 소리가 전개되기 때문에 서부극에서 말달리고 총 쏘는 장면에서처럼 신나게 말달리다 나온 것 같은 흥분에 젖게 된다. 혹시 필자의 이런 과장된 표현 때문에 정신이 사나와지도록 어수선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어수선함을 느꼈다는 것을 표기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이런 특징으로 보건대 CD3300 CD플레이어는 예전에 필자가 들어본 유사한 성질을 가진 에이프릴 스텔로 100 CD플레이어가 연상되었다. 그렇지만 음질적인 면에서나 제품에서의 완성도는 CD3300쪽이 더 뛰어나다고 판단된다. 사용중인 오디오 기기의 조합이 밋밋한 소리를 재생시키는 경우라면 매칭이 잘 맞을 듯 하지만 반대로 팽팽하고 긴장된 소리를 내주는 경우라면 신중하게 도입을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
사용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