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한주(raker@hifinet.co.kr) 2002-10-30 01:11:53
아캄 DiVA CD92T는 하이파이넷에 리뷰가 실리기도 했던 아캄 알파 9를 선조로 해서 그 이후 회사에서 제품군 조정을 통해서 알파 시리즈가 DiVA 시리즈로 변경되면서 아캄 DiVA CD92로 변신했다가 그 후 트랜스포트 메커니즘이 단종되면서 새로 트랜스포트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튜닝 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92에서 92T로 변경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고 제조사에서 밝히고 있다.
The advantages of all “T” models (CD72T, CD92T and CD23T) are:
1) Now reads CD-R and CD-RW properly
2) Now reads CD Text from encoded discs
3) Now have IR command jack inputs on the rear panel
4) Have better power supplies
CD23T / CD92T has:
1) Latest PMD200 HDCD Filter
2) Simpler and better sounding class A output stage.
아캄사의 CD플레이어는 각 가격별로 촘촘하게 DiVA CD62T, CD72T, CD82T, CD92T, FMJ CD23T로 이뤄지는 제품군을 가지고 있어서, 저인망이 연상될 정도이다. 이렇게 CD플레이어 부문에 대단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아캄사지만 그 중에 대표적인 제품을 꼽으라면 뭐니뭐니해도 아캄 DiVA CD92T와 FMJ CD23T가 아닐까 싶다.
자사의 나머지 제품들과 차별되는 면은 아무래도 dCS사의 RING DAC을 원칩화 시켜서 내장했다는 점이고 HDCD필터를 가졌다는 점이 될 것이다.
디지털 필터의 구사능력과 완성도에 따라 다채로운 재생음의 변화가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최신 기술이 반영된 디지털 필터를 채용한 것은 바람직하다. 참고로, 구형 FMJ CD23 CD플레이어는 구형 PMD100 HDCD필터를 채용하고 있었다.
원래 HDCD필터는 HDCD로 인코딩된 디스크에 수록된 고해상도 정보를 풀어내는 기능을 갖는 것이었지만 HDCD필터의 완성도가 높고 우수성으로 인해서 부수적인 효과로 일반 CD재생에서도 음질이 좋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DiVA CD92와 CD92T와의 음질상의 차이점
DiVA CD92는 이전에 필자가 사용해왔던 FMJ CD23과 상당히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좋은 점도 비슷하고 나쁜 점도 공통점이 있다. 반면에 CD92T에서는 CD92와 의식적으로 좀 달라지려고 작정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좀 더 경쾌하고 탄력 있는 리듬이 강조되는 경향이다. 그래서 가령 FMJ CD 23이나 DiVA CD92로 페라이어가 연주하는 영국조곡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왼손의 놀림이 약한듯이 들리며 싱코페이션의 디테일한 다이나믹스 차이를 정밀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흘러 보내는 것을 감지해 낼 수 있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 FMJ CD23T가 제안하는 해법에 의하면 향상된 해상력을 바탕으로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를 좀 더 낼 수 있는 능력을 끌어내는 식으로 마무리 짓고,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왼손에 힘이 더 실리도록 무게가 실리도록 만들지만, DiVA 92T가 제안하는 방법은 디테일 부분에 좀 더 능력을 발휘하도록 한다기 보다는 강약의 차이를 좀 더 강조하는 식으로 처리하는 편이다. 이렇게 하더라도 피아노를 짚는 왼손에 힘이 더 실리고 저역이 좀 더 분명해져서 확신이 느껴지는 연주처럼 들리게 된다. 트랜스포트의 변경에 의해서 그런 재생부문 특성이 생겨났다고 판단된다.
FMJ CD 23T와 DiVA CD92T와의 음질상의 차이점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92T는 다이나믹의 변화를 더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원래 있는 변화보다 좀 더 자극적으로 느끼게끔 쾌속으로 밀어부침으로써 청취자는 엄청난 파워감을 느끼게 된다. 쾌감이 있는 소리이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중립적인 소리라고 보기는 힘들어 보이며 어느 정도 개성적인 소리라고 봐야 할 듯 하다. 그렇지만 역시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섬세한 해상력이 뒷받침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계속해서 영국 조곡을 가지고 설명하자면, FMJ CD23T쪽이 다이나믹스 크기 차이가 잘 나타나는 편이다. CD92T는 CD92와 비교했을 때는 다이나믹한 것처럼 들리지만 FMJ CD23T와 맞비교하면 여전히 왼손의 타건에는 힘이 덜 실려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싱코페이션의 디테일한 다이나믹스 차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사실 이 부분은 92에서 92T로 바뀌면서 제품성능 개선이 많지 않았다고 매도당하기에는 좀 억울한 면이 있다. 그보다는 아캄 FMJ CD23에서 FMJ CD23T로의 변경에서 제품개선폭과 수준차이가 훨씬 더 큰 것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코프르랜드작 보통사람을 위한 팡파르를 들어보자. DiVA CD92T로는 막강한 파워가 느껴지며 박력이 넘친다!
반면에 FMJ CD23이 재생하는 금관악기는 그라데이션이 잘 나타나는 편이다. 그라데이션의 재생이란 면에서 본다면 DiVA CD92T는 그에 못 미치는 편이라고 볼 수 있다.
파비요 비욘디가 지휘와 비발디 4계에서는 FMJ CD23T는 여유 넘치고 음악 재생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한다. 그에 비한다면 DiVA CD92T는 오디오적인 느낌이 들도록 되어 있다.
분명히 두 기기는 투입된 부품은 비슷하지만 경향은 다르게 나타난다. 굳이 비유하자면 시바스 리갈 17년과 21년의 차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아캄 DiVA CD92는 CD92T로 튜닝 받으면서 전체 CD플레이어 제품군에서 2인자나 서자취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뭔가 똑 부러지는 특성을 갖도록 성격을 부여 받았다.
좀더 탱글거리고 눈 앞으로 쏟아질 것 같은 박력을 소유했다. 아마도 팝이나 록 쪽에 힘을 쓰도록 배려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미 아캄 FMJ CD23, FMJ CD23T의 경우에도 한 박력 있는 소리로 일가를 있음에도 불구하고 DiVA CD92T는 그들을 능가하고 있다. 같은 성향의 스피커나 앰프와 서로 물리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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