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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가 플라넷2000 CD플레이어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2. 8. 3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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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한주(raker@hifinet.co.kr) 2002-08-31 23:56:05

플라넷은 1997년에 등장하여 많은 관심을 끌었던 CD플레이어였다. LP플레이어나 톤암 또는 카트리지 등의 아날로그 소스 제품으로 유명했던 레가의 첫 디지털 오디오 제품이어서 세인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는 점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그 당시 시절에 불만스러웠던 염가형 CD플레이어들의 대안이 될만한 음질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오리지널 플라넷의 음질은 시일이 경과한 현재의 시점에서 보자면 그다지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부품기술의 진전과 제품라인업에 대한 컨셉이 변화함에 발맞춰 레가에서는 플라넷2000을 새로 내놓게 되었다.

스펙

  • Digital Outputs: coax digital, optical digital
  • Analog Outputs:  single-ended via RCA
  • Power: toroidal mains transformer, detachable AC cord
  • DAC: Rega 24-bit Sigma Delta IC40 DAC,
    24-bit converter with 64 level sigma delta DAC design,
    three stage linear phase FIR filter followed by a 16x over-sampled linear interpolator
  • Enclosure: extruded aluminum,
    Rega VCS case isolation system
  • CD Mechanism: Sony
  • Other:
    RADS conversion stage
    CD Text Display
    Solar Wind remote control

수입원 한오디오 (02-355-2176)
실구입가격 115만원

이전 제품과의 차이 ? 만듦새

오리지널 플라넷과 플라넷2000 간에는 공통적인 부분이 매우 적다. 16비트의 DAC는 24비트 시그마 델타 TC40DAC로 (사진 참조) 바뀌었고, 파워서플라이는 디지털 섹션은 따로 분리해서 공급하고, 회로경로상에 사용된 캐패시터도 고품질의 것으로 채택했다.  향상된 소니 메카니즘을 사용했을 뿐만아니라 탑로딩 덮개도 디자인을 변경시켜서 “스타트렉"에 나오는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를 연상시키게 한다.

뒷면패널에서도 고정형 파워코드를 더 이상 주장하지 않았다. 새로 사용된 케이스는 이전 제품처럼 다이캐스트(주물)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예전 것은 내부의 공간이 매우 부족했다고 한다. 새 디자인에서는 이전에 비해 충분한 공간을 할당받은 만큼 레가의 엔지니어들이 부품이나 회로상의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플라넷과 플라넷2000에서는 두 개의 다른 특성을 가지는 일래스토머를 사용하여 샌드위치로 겹쳐놓은 발을 채용해서 발이 닫는 면과 기기 사이의 진동영향을 최소화 시켰다.

이전 제품과의 차이 - 소리

이런 달라진 만듦새와 맞물려 소리의 영역에서도 다른 점이 많게 느껴졌다.

플라넷2000의 소리는 플라넷보다 더 빠르게 들린다. 오리지널 플라넷은 리듬을 처리하는 면에서도 소극적이었고 저역의 해상도나 이미징 다이나믹 등이 전부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생동감있는 사실적인 소리를 잘 내주지 못했었다. 저역의 양도 부족하게 느껴지며 내려치는 저역의 충격 에너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제한이 많다는 느낌이 들고 마이크로 다이나믹스도 감쇠되어 음악의 디테일도 잘 들리지 않는 편이었다.  한마디로 너무 공손하고 조심스럽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그 당시에 보급된 염가형 CD플레이어들이 밝고, 거칠고, 공격적이고, 입자감이 느껴지고 뾰족한 날이 선 소리를 내줬던 것을 감안하면 플라넷이 공손한 소리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던 것이 충분히 이해될만하다.

플라넷2000은 오리지널 플라넷에 비해서 리듬감의 표현이 향상되었고 정보량이 증가되었다.

투명성과 깊이감에서 향상이 있었고 겹쳐진 듯한 저역의 모호함이 향상되었다.  그리고 소리가 좀 더 일체감이 있고 좀 더 자유자재로 조절된다. 그리고 큰 음량에서 혼탁해 지는 현상도 향상되었다.

최근제품과의 청취

동사의 상급기에 해당하는 주피터2000과 아캄FMJ CD23과 맞물려 듣다보면 플라넷2000은 한수 위의 제품들과의 장기자랑에서 뭔가를 요란하게 보여주지 않는 과묵한 재생경향 때문인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기를 잘 드러내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코플랜드작 보통사람을 위한 팡파르를 플라넷2000으로 들어보면 고역의 색채감이 잘 살아나지 않게 들린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해 보인다. 그래서 아캄 FMJ CD23처럼 화려하게 뻗어져 나온다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없다. 주피터2000도 화려한 재생스타일이 아닌 점에서는 일맥상통하지만 아무래도 고급기다 보니 플라넷2000보다는 좀 더 디테일하고 과도응답이 좋고 녹음시의 제 색깔에 가까운 음색을 내준다.

조 모렐로의 드럼 앨범 Going Places중에서 Skylark을 들어보면 플라넷2000은 위쪽의 옥타브 재생에서 열려진 맛이 적어서 밋밋한 느낌이 들고 주피터2000에서는 좀 더 열려진 듯이 들리지만 여전히 차분하고 정중하다는 느낌이다. 플라넷2000의 저역은 무게감이 충분하다고 볼수는 없다. 주피터2000는 무게감에서 절대로 손색이 있지 않는데 아무래도 플라넷2000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가격의 제약이 있기에 음질의 제약이 수반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곡에서는 아캄FMJ CD23이 제 물을 만난듯이 잘 어울리는 편이다.

브람스 피아노 3중주에서는 주피터2000은 음악의 흐름이 잘 느껴지며 소리에 집중하기 보다는 음악에 집중하게 되는 자연스러움이 느껴지는데, 플라넷2000의 경우는 그냥 음악이 들린다… 누가 틀었나 보다… FM의 소리인가? 하는 무덤덤한 느낌을 주는 편이다. 그러나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서 소리를 인위적으로 강조하는 일부 문제제품에 비한다면 차라리 이런 치장 없이 들리는 소리가 더 나은 것임에 틀림없다.

글렌굴드가 연주한 바하의 골드베르그 변주곡의 경우 아캄 FMJ CD23이 가진 단점이 드러나는 곡이다. (필자의 다른 리뷰 아캄FMJ CD23과 FMJ CD23T비교를 참조바람) 요컨대 주제에 해당하는 아리아를 듣고 있다 보면 단 몇 분밖에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음악에 집중이 잘 되지 않고 산만해지고 조급해져서 빨리 신나는 리듬의 변주곡이 나오기를 기다리게 되는 점이다. (아캄 FMJ CD23T에서는 이런 단점이 보완되었다.)
플라넷 2000은 다행히도 이런 현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맺음말

이 제품은 해상력이 좋게 느껴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많은 소리를 포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젊잖은 소리라서 지나치게 흥분시켜 전체조망을 해치는 일은 없다. 무난하고 젊잖은 스타일이다. 마란츠 CD-6000에 비하면 중고역이 덜 매혹적이지만 마란츠의 치명적인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무게감이란 면에서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소니 XB-770에 비한다면 거칠음이 해소되고 음악적인 뉘앙스가 좀 더 잘 나타나는 편이다. 플라넷 2000이 모든 면에서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은 아니고 일장일단이 있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 될 것이다.

이번 리뷰에서는 성능이 뛰어난 제품들과 같이 비교가 되다 보니 안좋게 느껴지는 평가처럼 보일 소지가 있었던 것 같은데 가격대도 엇비슷한 편인 뮤지컬 피델리티 A3 CDP정도와 겨뤘다면 적절한 겨루기 대상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필자가 들어본 레가의 앰프와 스피커를 감안해 본다면 어째서 레가의 CDP가 젊잖은 소리를 내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만일 레가의 다른 제품을 사용하고 계신 사용자들이라면 별 고민할 것도 없이 예산에 맞게 레가의 플라넷 2000이나 주피터 2000 CD플레이어를 선택해서 사용하면 될 것 같다.

시청기기

  • 스피커 : B&W 노틸러스 805
  • 앰프 : 로고스 파토스, 아캄 델타290, 뮤지컬피델리티 A3 CR 프리+파워
  • CD플레이어 : 아캄 FMJ CD23, 레가 주피터 2000
  • 스피커 케이블 : 킴버 4TC / 8TC 바이와이어, 카나레 스타쿼드 4S11G 바이와이어
  • 인터커넥터 : NBS 드라곤 플라이, 트랜스패런트 뮤직링크
  • 전원케이블 : 리버맨 바로크 2, 바로크 3
  • 기타 액세서리 : RPG Korea 어퓨저 2대, 리버맨 오디오펜스, 마천석판, SKC 스카이비바, 테니스공, 세신EMC 세이즈 2406 멀티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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