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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언(Cairn) FOG 2 CDP

하드웨어리뷰

by hifinet 2002. 8. 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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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유연한 음색과 섬세한 디테일이 매력

노정현(evaa@hitel.net) 2002-08-27 13:45:24

아마도 SACD나 DVD-A 타이틀의 1년 발매량보다 CD의 1일 발매량이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을 것이다. 그리고 오디오 파일 사이에서 통용되는 명언 중의 하나, “Garbage in garbage out!” 게다가 당신이 여전히 CD에 담겨진 2채널 정보를 충실하게 재생하는 스테레오 시스템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면? 잘 만들어진 CD 플레이어를 고르는 것이 음악감상뿐만 아니라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을 하는데 매우 중요하면서도 즐거운 작업이 될 것이다.

Cairn-Ezo는 프랑스 쇼숑에 위치한 하이파이 오디오 제조사인데 특이한 점은 트라이앵글 본사와 이웃해 있다는 것이다. 단지 이웃집 사이정도의 관계가 아니고 트라이앵글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질 벨로(Gilles Belot)씨가 설립한 회사이며 각종 쇼에서 트라이앵글의 제품과 같이 시연되는 등 트라이앵글과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제품을 생산한다. 앰프에서 DVD 플레이어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는데 FOG 2는 가장 최근에 개발된 이 회사의 기함급 CDP이다.

  • 메커니즘 : Sony CDM14BL
  • DAC : Crystal CS4392 (24bit/ 192kHz)
  • upsampling card : Analogue Devices AD1896 chipset (선택)
  • 출력 : 아날로그 - RCA/ XLR, 디지털 - optical
  • 크기(mm) : 432(W)x92(H)x310(D)
  • 무게 : 8kg
  • 가격 : $1,095/ $1,595(업샘플링 모듈 장착)
  • 문의 : (주) 다빈월드/ 02) 780-2061

    디자인 및 사양

    만약 디자인이 매우 중요한 선택 요소라면 이 제품은 반드시 눈여겨볼 만하다. 매우 단순하면서도 독특하고 작동방식도 특이하기 때문이다. 오른편에 붙은 콘트롤 놉은 가운데 디스플레이 창에서 반구를 파내서 옆에 붙여 놓은 것 같고 푸른빛의 디스플레이는 음악을 들을 때 조명을 낮출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레터링이 없는 세 개의 버튼은 반드시 관심을 가지고 사용해달라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몇 번 매뉴얼을 보고 동작해 보면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진다. 참고로 국내 정식 수입분은 레터링으로 기능을 표시한다고 하는데 필자 개인적으로는 없는 편이 낳을 것 같다.  리뷰 기간동안 필자는 두 종류의 리모콘을 대여 받았다. 첫 번째 리모콘은 에이프릴 스텔로 CDA 200의 것과 같은 모델이었는데 이 리모콘으로는 업샘플링 모듈의 두 가지 옵션을 조종할 수가 없었다. 두 번째 받은 리모콘은 “filter” 선택 및 동사 앰프의 볼륨조절 버튼이 있는 것으로 좀 더 가늘고 손에 쥐기 편한 디자인이었다. 정식 출시 제품에는 두 번째 리모콘이 포함될 것이다. 멋지게 절삭 가공된 본체 후면에는 각 한 쌍의 싱글 엔디드 출력단자와 밸런스 출력단자가 마련되어 있고 그 옆에 광출력 디지털 단자가 구비되어 있다. 마무리나 만듦새 모두 고급스러워 보이며 확실히 이 가격대에서 접하기 쉬운 품질은 아니다.

    DA 컨버터로 밸런스 모드 혹은 이중차동(dual-differential) 모드로 동작하는 크리스탈 세미 컨덕터의 CS4392 24bit 192kHz 칩을 사용하기 때문에 FOG 2는 풀밸런스 방식의 회로로 설계되었다. 선택사양으로 별도의 업샘플링 모듈($500)을 제공하는데 육각 렌치만 준비된다면 사용자가 쉽게 설치할 수 있다. 메인 보드 가운데의 브릿지 카드를 제거하고 업샘플링 모듈을 장착한 다음 전원을 다시 켜주면 설치는 끝난다. 업샘플링은 192kHz 한 가지 샘플링 레이트만 허용되는데 두 가지의 디지털 필터를 선택할 수 있어 사용자의 취향 혹은 음악에 따라 조금씩 다른 소리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아쉬운 점은 일단 카드를 장착하면 44.1kHz 포맷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카드를 다시 제거해야 한다는 점이다. 업샘플러 바이패스 기능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후면 패널에는 각 1조의 언밸런스 및 밸런스 출력단자가 있고 디지털 출력은 optical 연결만 지원한다. 대부분의 하이엔드 CDP들이 최소한 동축단자를 구비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다소 의아한 부분인데 별도의 DAC를 구비해서 업그레이드 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될 것 같다.

    전원부는 CDP로서는 보기 드물게 200VA 용량의 대형 토로이덜 트랜스포머를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날로그단 및 디지털부에 충분한 전원을 공급해주어 불안정한 전원공급에서 비롯될 수 있는 문제들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제작사는 밝히고 있다.

    음질

    향수도 아닌데 FOG라는 제품명이 붙은 것을 보면 제작자가 매우 특이한 사람일 것 같은데 필자는 수입원측의 배려로 리뷰기간동안 한국을 방문한 Cairn社의 사장 질 벨로(Gilles Belot)씨를 만나볼 수 있었다. 벨로씨는 대단한 등산 애호가라고 하는데 막상 필자는 왜 CDP의 이름이 FOG인지를 질문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대신 이 제품에 대한 몇가지 확신에 찬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FOG 2는 7년간 오디오 제품을 생산하면서 개발한 최신작이며 기함급 모델이라는 것과 물론 가격을 뛰어넘는 훌륭한 음질을 가졌다는 것 그리고 업샘플링 모듈을 장착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이었다.  업샘플링 모듈을 장착하지 않은 $1100의 제품으로 생각할 때 뛰어난 만듦새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견을 달지 못할 것이다. 음질을 고려할 때에도 벨로씨의 확신은 타당해 보인다. 중립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주 멋진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사실 스피커를 제외하고 최근에 발매되는 $1000 이상대의 일렉트로닉스들은 치명적인 결함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앰프만 하더라도 $1000 넘어가면 매우 큰 출력이 필요하지 않은 이상 별다른 부족함을 느끼기 힘든 제품들이 많으며 갈수록 가격대비 성능의 차이가 좁혀져 가는 디지털 기기들은 몇 년 전이라면 이 가격대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제품들을 고를 수가 있다.

    FOG 2 또한 최근 발매되는 디지털 기기들처럼 특별한 결점을 찾아보기 힘든 제품이다. 가장 큰 특징은 중고역대에서의 매우 섬세한 표현이며 이 제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비욘디와 유로파 갈란테의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집(J.S. Bach : concertos/Fabio Biondi, Europa Galante/Virgin-Veritas)을 들어보면 깽깽거리기 쉬운 원전악기들의 음색이 부드럽고 매끄러우며 촉촉한 습기를 띄고 있어서 매우 기분좋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비욘디와 유로파 갈란테의 또다른 연주인 한 비발디의 Il cimento dell"armonia e dell"inventione (Virgin Veritas)를 들어보면 빠른 악장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을 준다기 보다는 다소 여유있고 느긋하게 음악을 들려준다. 비욘디 특유의 광폭함(?) 혹은 좋게 말하면 일사불란함을 느끼기에는 약간 느슨한 느낌을 받지만 느린 악장에서 매끄럽고 잘 다듬어진 음색과 세밀한 변화의 표현이 뛰어나다. 아마 이런 류의 음악에서 팽팽한 긴장감과 집중도를 듣기에는 비슷한 가격대의 스텔로 200같은 제품이 더 적합할 것이다. 그렇지만 뭉툭하지 않고 섬세한 고역을 가지면서도 리퀴드(liquid)한 중역대를 가진 CDP를 이 가격대에서 찾는다면 FOG 2외에 달리 거론할 수 있는 제품은 없어 보인다.

    보컬은 깨끗하고 자연스럽게 표현되며 페달링에 의한 피아노 음색의 변화도 수준급으로 표현된다. 매우 커다랗게 변하는 다이내믹스의 표현에 특별한 재주가 없어도세밀하게 변화는 미세한 폭의 다이내믹스를 처리하는 능력은 매우 좋은데 아쉬케나지가 연주하는 쇼팽의 왈츠나 전주곡을 들어보면 아쉬케나지 특유의 재기발랄함과 미세한 건반의 터치가 주는 곡의 분위기 변화등이 상당히 잘 드러난다. 또한 약간의 느슨함이 잔향등을 풍부하게 해 주어서 피아노 몸체의 울림과 겹쳐지는 앰비언스가 풍부하게 표현되서 매우 생생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매끄러운 소리지만 결점을 감추기 위해 무언가를 덜 들리게 한다든지 혹은 부드럽기만 해서 어떤 곡을 틀더라도 비슷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든지 하는 단점은 없다. 그렇지만 약간의 느슨함이 세밀한 부분에서 다소 약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데 빌 에반스의 Quintessece 앨범에서 심벌의 타격음과 사그러지는 여음이 다소 애매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약간의 over hang이 있는 것처럼 들렸다. 스텔로 200의 경우 이런 부분에서 너무 무덤덤하게 처리되는 것이 아쉬웠는데 케언의 경우 사그러지는 분위기는 잘 묘사되지만 첫 번째 충격음과 그 후에 들리는 여음의 음색이 아주 정확하게 구분이 안되기 때문에 고역의 트랜지언트가 재빠르게 처리된다는 느낌이 반감되게 된다. 아캄 23T같은 제품이 이런 디테일한 표현을 수준급으로 처리하는 것을 볼 때 아쉬운 부분이지만 가격의 차이가 있으므로 크게 지적할만한 사항은 못될 것 같다. 대신의 현의 음색은 매우 유연하고 매끄럽게 재생되기 때문에 굉장히 기분좋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어느정도 촉촉함을 느끼게 해주는 음색은 아캄이나 스텔로와 같은 제품에서 느끼기 힘든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품은 전반적으로 어떤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제품은 아니다.  전광석화 같은 응답, 강력한 저역 혹은 거대한 다이내믹스의 대비등과 같이 강한 임팩트를 느끼게 하는 요소들은 대체로 무난한 편이다. 다소 가는 듯 하지만 깨끗하게 구분되고 촉촉함을 가진 중역대와 섬세하고 부드러운 고역의 디테일은 이 가격대에서 적당한 소스기기를 찾는 사람이 꼭 들어봐야 할 부분이다. 한가지 덧붙이면 필자의 글을 읽고 전체적으로 뭉뚝하다든지 고역이 어두운 제품을 연상하게 될지 모르겠는데 투명함이 가려진다는 느낌은 없으며 고역은 밝고 화려한 편이지 어둡고 소극적인 제품은 아니다.

    업샘플링

    솔직히 말해서 필자는 아직까지 업샘플링과 같이 녹음 및 믹싱이 완료된 후에 행해지는 디지털 변환 기술에서 특별한 감흥을 받아본 적이 없다. 일체형 제품에 이런 부가 기능이 추가되어 있다면 취향에 따라서 선택할 일이지만 별도로 업샘플러를 구입한다든지 혹은 FOG 2처럼 별도의 옵션 모듈을 구매해야 할 경우 이런 추가지출을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는 편이다.

    [업샘플링 모듈]

    [브릿지 카드]

    $500을 추가 지불하게 되는 업샘플링 모듈을 장착할 경우 위에서 설명했듯이 두 가지의 디지털 필터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이내믹 필터와 소프트 필터가 그것인데 필자의 경우 어떤 필터를 선택했을지 모를 때에는 두 가지 필터를 변별력을 가질 정도로 구분하지 못했다. 필자가 무슨 필터를 선택했는지 알고 있을 경우 소프트 필터를 택했을 때 더 부드럽게 들리는 것 같았다. 다이내믹 필터를 선택했을 때에는 다이내믹스가 좋아진다기 보다는 약간 더 많은 고역과 저역을 듣게 되는데 이 때문에 좀 더 임팩트가 느껴지지만 실재로 다이내믹스의 대비가 증가되었다고 느끼기는 힘들었다. 필자가 정말로 구분하지 못했던 경우는 업샘플링 모듈을 제거했을 때와 모듈을 장착하고 소프트 필터를 선택했을 때이다. 필자의 이런 느낌에 대해 Cairn의 사장 질 벨로(Gilles Belot)씨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부정했으므로 아마 질 벨로씨가 이 리뷰를 혹시 보게된다면 변별력이 없는 리뷰어가 리뷰를 진행했다고 불만을 터뜨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필자 개인적으로 이 제품의 옵션은 말 그대로 옵션이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업샘플링 모듈의 다이내믹 필터를 선택하면 좀더 모든 것이 뚜렷해진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위에서 언급한 심벌즈 부분을 재생해 보면 타격음의 bloom과 decay가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강조되어 들렸다. 그렇지만 그 차이라는 것이 아주 미세하고 또 비교청취를 할 때 업샘플링 모듈과 브릿지 카드를 번갈아 가면서 교환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미세한 부분을 필자가 정확하게 들었다는 것도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업샘플링 모듈은 가격을 생각할 때 있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없어도 그리 아쉬울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업샘플링 모듈이 없어도 이 제품은 충분히 훌륭한 소리를 들려준다.

    글을 맺으며

    케언 FOG 2는 100만원 초반 혹은 중반대의 다른 제품들과 비교해서 크게 지적할만한 단점이 없는 제품이다. 사실 이 가격대의 제품들은 특정 제품의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기 보다는 비슷한 수준에서 취향에 따라서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으므로 기기의 음질에 대해서 시시콜콜하게 언급하기 힘들다. 만약 어떤 디지털 기기가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제품들에 비해 시시콜콜하게 논할 점이 많다면 성능이 아주 뛰어나든지 아니면 아주 형편없든지 둘 중의 하나이다. FOG 2의 경우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제품보다 뛰어난 점이라면 매우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음색과 섬세하고 부드러운 고역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고 좀 더 비싼 제품들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라면 폭넓은 다이내믹스의 대비나 강력한 저역등 강렬한 임팩트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디지털 기기에서 이런 차이들이 가격만큼 차이가 나지 않는 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고역이 부드럽다고 정경화의 연주가 이자크 펄먼처럼 들리는 경우는 생기지 않으며 임팩트가 떨어진다고 “way down deep"의 북소리가 소고 소리로 변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사소한 차이에서도 울고 웃는 것이 애호가들의 속성이므로 100만원 초반대에서 CDP를 구하는 분이라면 꼭 구매 리스트에 올려놓고 청취해 보기를 바란다. 필자의 취향에서 100만원 초반대에서 CDP를 추천한다면 가장 선뜻 추천할만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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