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코드의 파워앰프 SPM600을 소개해 보겠다. 코드 앰프는 아직까지도 국내에 사용자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코드는 컨슈머 오디오와 프로페셔널 오디오 모두에서 평판을 얻고 있는 보기 드문 업체이며 애비 로드 스튜디오나 코벤트 가든의 로얄 오페라 하우스에 채택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현재 경쟁 제품인 마크레빈슨이나 크렐 제품의 가격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도 마켓 셰어를 점차 늘려나갈 것으로 추측된다.
Chord Electronics
코드 일렉트로닉스는 1989년도에 존 프랭크(John Franks) 씨에 의해서 설립되었다. 존 프랭크 씨는 아스텍(Astec)이라는 세계적인 고주파 파워 서플라이 업체에서 임원으로 재직했으며 방산 업체로 유명한 레이디온과 AT&T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다고 한다.
코드 앰프의 가장 큰 특징은 스위칭 파워 서플라이를 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하이엔드 앰프라면 대체적으로 크고 무거운 A급 동작 앰프들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발열량이나 전기 소모, 무게 때문에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했다. 한 번 세팅이라도 바꾸어 보려고 하면 준비 운동도 좀 해야 되고 보통 일이 아니다.
고급 오디오에 사용되는 파워 앰프의 대부분은 크고 무거운 파워 트랜스포머에 정류기와 큰 충전 커패시터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파워 서플라이 유닛은 낮은 전압 상태에서 작동하며 초당 120회씩 에너지를 저장하는데 이러한 느린 속도는 훨씬 더 빠른 오디오 주파수의 에너지를 공급하기에는 비효율적이라고 한다.
코드 앰프가 채택한 고주파 파워 서플라이 기술은 원래 통신, 항공 분야에서의 사용을 목적으로 개발된 것인데 이를 오디오 제품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예전부터 있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특히 소니의 경우 1980년에 이미 이러한 스위치 모드 파워 앰프를 생산했지만 전기적 노이즈, 낮은 신뢰성, 높은 기술 비용 등으로 시장에서는 실패했다. 따라서 1989년도에 코드 일렉트로닉스에서 발표한 SPM900 모델이 컨슈머 및 프로페셔널 분야에서 고주파 파워 기술을 사용한 사실상 최초의 예라고 한다.
코드 앰프의 고주파 파워 서플라이는 인입 전압을 필터하고 정류하여 매우 높은 전압(300-350v)의 직류를 발생시킨다. 이 전압은 오디오 회로에 적용하기에는 너무나 높기 때문에 고속(초당 160,000싸이클)의 반도체 스위치와 파워 트랜스포머를 거쳐 적절한 전압으로 변환된다. 이 스위칭 속도가 일반 전원의 50/60Hz에 비해 수 천배 가량 빠르기 때문에 파워 트랜스포머의 크기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고주파 파워 서플라이의 가장 큰 기술적 장점이다. 예를 들어 코드 앰프의 최근 제품은 4000와트의 출력을 자랑하는데 이를 기존 앰프에 사용된 기술로 실현하려면 자동차 휠 크기의 트랜스포머가 필요하다고 한다.
코드 앰프의 트랜스포머 출력에는 고속 정류기와 작은 코일과 커패시터가 연결되어 있어서 고주파를 다시 직류로 전환해 준다. 비효율적인 레귤레이터 없이도 스위치의 타이밍을 조절함으로써 출력 전압을 필요한 만큼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며 이런 과정은 모두 가청 대역 위의 주파수에서 행해지므로 오디오 회로에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코드 앰프의 경우 측정 결과나 주관적인 시청 결과 모두에서 전기적인 노이즈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고 한다.
코드 앰프의 기술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홈페이지에 더 자세히 실려 있다. 참고로 코드의 파워 앰프들은 출력 소자로 바이폴라 트랜지스터 대신에 캔 타입의 MOS FET를 사용하며 드라이브 스테이지에서는 A급이지만 출력 스테이지에서는 슬라이딩 바이어스를 적용한 A/B급 작동을 한다고 한다.
현재 코드의 모델 라인업은 프리/파워 앰프는 물론이고, 멀티 채널 파워 앰프와 DA 컨버터에까지 이르고 있다. 프리앰프에는 CPA, 그리고 파워앰프와 멀티 채널 파워 앰프에는 SPM의 모델 번호가 붙어 있다. 그리고 멀티 채널 앰프의 경우 사용자에 필요에 따라 맞는 제품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3채널에서 6채널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SPM600
SPM600은 폭이 불과 30cm, 무게가 9kg밖에 안되는 작고 가벼운 샤시에 담겨 있지만 130W의 만만치 않은 출력을 갖고 있는 제품이다. 코드의 파워 앰프 라인업 중에서는 엔트리 모델인 SPM400 다음으로 작다. 외관은 상급기를 그대로 축소해서 구성했는데 전면의 알루미늄 패널과 금박 로고가 산 뜻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필자는 흰색 패널이 더 마음에 들지만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서는 블랙 패널도 선택할 수 있다. 전면에 보면 스위치가 세 개 달려 있는데 하나는 전원 스위치이며 두 개는 스피커를 A-B로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처음 연결된 상태에서는 LED에 빨간 색 불이 들어오는 데 이것은 스탠 바이 상태 임을 뜻한다. 그리고 한 번 더 스위치를 누르면 잠시 후 파란색으로 변화하면서 음악을 들려줄 준비가 끝난다.
앰프 뒷면은 다른 제품보다 왠지 북적북적해 보이는데 다 이유가 있다. 우선 방열판이 앰프의 뒤에 까지 돌아가서 후면 패널의 실제 면적이 크게 좁아져 버렸다. 또 언밸런스/밸런스 입력을 모두 지원하고 A-B 스피커 선택을 위해서 스피커 단자를 두 조씩 마련하다 보니 북새통이 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때문에 스피커 선을 스페이드 러그로 연결하려고 하면 보통 볼편한 것이 아니다. (입력/스피커)단자 사이를 선이 돌아 나가도록 배선하거나 아니면 음질적으로 떨어지는 바나나 단자를 사용하는 것이 속 편할 것이다. 샤시가 큰 상급 기종에서는 이런 불편이 없겠지만 SPM600만큼은 특별히 배려를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필자는 SPM600 앰프를 DCS의 딜리어스 컨버터와 오디오 피직 비르고 스피커를 사용해서 듣고 있는데 깨끗하면서도 부드러운 고역과 넓고 정교한 음장 재현 등 비르고 스피커의 장점을 잘 살려주면서도 여유있는 대음량을 내어주고 있어서 매우 만족스럽게 여기고 있다. 과거 스위칭 파워 기술을 사용한 제품들은 노이즈와 거친 음색 등으로 좋지 못한 인상을 주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코드 앰프에서 거친 소리를 들어본 기억은 전혀 없다. 오히려 바이올린이나 테너의 음성도 부드러운 면을 강조해서 들려주었고 재즈나 락 음악에서도 귀를 자극하는 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었다. 대편성 관현악 재생에서의 이미징이나 역감 역시 훌륭했다.
코드 SPM600이 들려주는 소리로 판단해 보건대 이제 스위칭 파워 서플라이 기술은 음질적으로 시비할 수준은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밸런스, 음색, 음장감, 다이내믹스, 디테일 등 최소한 음악 들으면서 어느 부분이 크게 모자란다고 느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굳이 고전적인 방식의 초대형 앰프를 고집해야 될 이유가 있는지 저절로 반문하게 된다. SPM600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저역의 무게감과 안정감을 들려주는 미국계의 몬스터급 대출력 앰프들이 우월한 분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샵에서 잠깐 들어본 상급기인 SPM1200C(330W+330W)나 새로 나올 1200E(350W+350W) 정도면 그들에 충분히 대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금 사용하고 있는 90dB 감도의 비르고 스피커에서는 더 큰 출력이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혹시 필자의 시스템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트랜스포트를 비롯한 다른 컴포넌트와 룸 어쿠스틱에 먼저 눈을 돌려야 될 같다.
분명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코드 앰프를 권하기 어려운 이유는 가격이 많이 비싸다는 것이다. SPM600의 경우 현지 가격으로도 1700파운드에 달한다. 이는 앰프의 물량 투입 정도나 규모를 생각하면 본전 생각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현재 린(Linn)과 제프 롤랜드(Jeff Rowland) 등에서도 스위칭 파워를 사용한 역시 소형의 제품이 나와 있는데 이들의 가격도 코드보다 비싸면 비쌌지 절대 만만한 것이 아니다.(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일본 스테레오 사운드에서 베스트 바이 제품으로 상위 랭크되어 있다.) 스위칭 파워 기술은 한정된 샤시에 복수의 앰프를 집적시켜야 하는 멀티 채널 앰프에서는 더더욱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홈시어터 시장의 성장에 따라 향후 더 많은 업체들이 이 기술을 적용하리라고 예상되지만 가격에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합리적인 제품들이 출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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