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리뷰

클라세 CP-500프리 CA-2200파워

hifinet 2006. 7. 21. 22:42

클라세 CP-500프리 /CA2200 파워(1)

Posted by 박우진 on 03/18 at 02:23 PM

서론

캐나다의 앰프 제조 업체인 클라세는 25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 있는 브랜드다. 창립자는 David Reich라는 인물이었는데, 지금은 Mike Viglas가 이끌고 있다. Mike는 원래 클라세 제품의 사용자였던 것이 계기가 되어 회사를 인수하게 되었다고 한다. Mike는 클라세를 인수하고 디지털 오디오와 멀티 채널 분야에 적극적인 회사로 만들었는데, 그 결과 클라세의 멀티 채널 앰프인 SSP-75라든지 CAV-500은 음악 시청과 영화 감상을 하나의 기기로 모두 해결하려는 홈 시어터 애호가들에게 격찬 받은 바 있다.

클라세는 분명 손꼽는 고급 앰프 메이커이긴 했어도 크렐, 마크레빈슨, 골드문트, 제프 롤랜드 같은 최 정상급의 솔리드스테이트 앰프 브랜드에게는 그 명성이 미치지 못했다. 음색의 매끄러움이나 색채, 그리고 투명한 음장감 등에서 최고급 브랜드에 비해 약간 거리가 있었다고 보여진다.

그러다가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제작된 오메가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클라세 역시 하이엔드 브랜드로 인정을 받게 된 셈이다. 클라세의 오메가 시리즈는 자사의 레퍼런스급 모델로 제작된 앰프로 스테레오파일에서 A등급에 오른 것은 물론, 경험 많은 사용자들로부터 최고의 호평을 받았다. 그래서 클라세에게 남겨진 문제는 오메가 앰프의 우수한 음질을 보다 현실적인 크기와 가격을 지닌 제품으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것이 지금 소개하는 델타 시리즈 앰프다.

오메가 앰프를 출시한 이후인 2001년도에 클라세는 세계 최고의 스피커 브랜드인 B&W 그룹의 일원이 되었다. 이를 통해 클라세에 제품 공급, 재정 및 관리 분야에 든든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오메가 시리즈 SACD 플레이어는 초고급 디지털 소스 기기 메이커인 와디아의 기술진이 참여한 바 있다. 또 앰프 분야에는 마크레빈슨 브랜드인 마드리갈의 엔지니어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하이엔드 업체의 희생을 바탕으로 델타 시리즈가 출시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과언은 아닌 듯 하다.

필자는 무심코 영문으로 된 델타 시리즈의 매뉴얼을 뒤적이다가 깜짝 놀랐는데, 매뉴얼 내용이나 편집 형태, 폰트, 이미지 등이 일전에 살펴 본 마크레빈슨 No.40 매뉴얼의 그것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아마 두 제품의 매뉴얼을 비교해서 보면 누구라도 흥미로워 할 것 같다. 그냥 아무 페이지나 펴 놓고 보면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니 말이다. 매뉴얼 제작도 같은 사람의 손을 거친 것임에 분명하다. 

델타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인 곡면의 유연한 디자인도 B&W 노틸러스 시리즈(역시 곡면의 예술이라고 할 만한 환상적인 디자인이었다)의 디자이너가 설계하여 세련되면서도 친숙한 느낌을 주도록 만들어졌다. 이전의 클라세 앰프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어 버리라는 것이 본사의 주문이라고 하는데, 정말 새로운 시대에 걸 맞는 내용과 외관을 가지고 있다.

델타 시리즈는 5개의 파워앰프, 1개의 스테레오 프리앰프, 인티앰프, CD 플레이어로 구성되었다. 국내에는 스테레오 앰프 제품들이 먼저 선을 보였으며, 멀티 채널 제품이 앞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다만, 프리앰프나 소스 기기도 신제품이 출시되는 대로 국내에도 수입되지 않을까 싶다. 델타 시리즈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 보면 끝이 없겠지만, 아쉽더라도 여기서 줄이고 다음 기회에 델타 시리즈의 앰프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글을 별도로 게재하도록 하겠다. 근래 What Hi-Fi? 매거진의 한국어판에 클라세 델타 시리즈의 개발에 대한 자세한 기사가 실렸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먼저 살펴보셔도 좋을 듯 하다.

CP-500 프리앰프
먼저 소개할 제품은 클라세의 가장 핵심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CP-500 프리앰프와 CA-2200 파워앰프다. 언제나 그렇듯이 파워앰프보다는 프리앰프인 CP-500부터 하나씩 살펴보고 2부에서 파워앰프와 전체적인 음질 평을 게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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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단자 : RCA 3계통, XLR 2계통, 테이프 입력/출력 1계통
  • 출력 단자 : RCA 1계통, XLR 1계통, 테이프 출력 1계통
  • 주파수응답: DC~200kHz +/-0.1dB
  • 왜곡 : 0.003%
  • 게인 레인지 : –100~+14dB
  • 입력 임피던스 : 100kOhm
  • 신호 대 잡음비 : 100dB
  • 크로스 토크 : –120dB
  • 규격 : W445xD419xH121mm
  • 중량 : 12kg
  • 문의처 : 로이코(02-335-0006 http://royco.co.kr)

    CP-500은 현재 클라세의 유일한 2채널 프리앰프로(향후에 CP-700 모델이 추가될 예정이다), 푸른색의 LCD 터치 패널, 그리고 오른쪽의 큼직한 볼륨 놉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전원을 넣고 보면 환하게 빛나는 디스플레이에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아마 클라세 델타 시리즈 제품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외관을 갖고 있는 제품이 아닐까 싶다. 또 이보다 더 우수한 디자인을 지닌 앰프는 필자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머릿 속에 거의 떠오르지 않는다.

    CP-500의 터치 패널은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제어되는 만큼, 다른 브랜드의 프리앰프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스플레이가 너무 밝으면 어둡게 할 수도 있고, 조작 후 일정 시간이 흐른 후에 꺼지게 할 수 있다. 가장 신경 써서 만든 부분은 역시 프리앰프 기능의 핵심인 볼륨 컨트롤로서, 볼륨을 돌리는 속도에 따라 음량 조절의 크기가 달라지도록 할 수 있다. 최대 볼륨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클라세 포노 모듈(CPM)은 옵션인데, 노이즈가 적은 출력 소자와 고급의 폴리프로필렌 커패시터, 1% 필름 타입 저항으로 구성되었다. 일단 모듈을 장착한 다음에는 전면 패널에서 하이72dB(MC)과 로42dB(MM)로 선택할 수 있다. 12V 전압의 트리거 출력도 가능하다.

    클라세 홈페이지의 자료를 참조하면 내부 회로를 구성하면서 회로에 가해지는 진동 차단에 가장 큰 신경을 썼다고 한다. 부품의 진동이 음질에 좋지 못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섀시를 견고하고 안정된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새시는 철과 알루미늄의 이중 구조로 만들고, 바닥에는 Navcom이라는 진동 차단 재를 부착해 놓았다.

    전원부에는 특수 제작한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사용했으며, 정 전압 회로를 9개나 써서 각 회로 블록에 깨끗하고 안정적인 전류를 공급하게 했다. 좌우 채널은 이차 권선 단계에서 분리되어 전기적으로 서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디지털 컨트롤 회로도 아날로그 오디오 회로와는 격리시켜 놓았다.

    CP-500의 주 기판은 고급 FR-4 글래스-에폭시로 구성했는 데, 이는 유전율이 낮아서 신호 손실이 적고, 기계적인 진동에도 장점이 많은 소재라고 한다. 좌우 채널은 기판에서 서로 멀리 떨어지도록 만들어서 채널 분리도 확보에 충분한 공간을 갖게 된다. 신호 경로는 가장 짧게 구성하여 소리의 순수성을 확보했다.

    입력 단에 사용하는 릴레이는 금도금된 것으로 소음량의 신호 전송에 이상적인 부품을 적용했다. 1억회 정도 작동해도 규격 내 작동이 가능한 신뢰성 높은 고 정밀 사양이다. 볼륨 컨트롤에는 Burr Brown PGA 2310를 각 채널에 따로 사용했다. 입력과 출력 단에는 버퍼를 적용해서 볼륨 컨트롤이 소스나 앰프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도록 했다. 입력 버퍼는 소스 기기에 일정한 부하가 걸리도록 하며, 출력 버퍼는 소스 임피던스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준다. 그 때문에, 어떤 음량에서도 일관성 있는 안정된 동작이 가능해진다.


    파워앰프인 CA-2200은 채널 당 200와트 출력을 제공하며 델타 시리즈의 스테레오 앰프로서는 최대의 제품이다. CA-2200 위에는 400와트 모노 블록의 CA-M400이 자리 잡고 있다. 나머지는 채널 당 100와트의 CA-2100과 3채널의 CA-3200, 5채널의 CA-5200이다. 현실적으로나 음질적으로 CA-2200이 가장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볼 수 있겠다.
    image외관 디자인은 프리앰프에 비해서 조금 두꺼운 느낌은 있지만, 프리 파워가 함께 어울리면, 한 데 일체화된 듯한 우아한 곡선 미를 자랑한다. 사실 여기에 클라세의 CD 플레이어가 더해지면 금상첨화겠지만, 조금 더 기다려야 될 듯 싶다. 모서리의 예각적인 느낌을 부드럽게 다듬어 놓은 예로는 과거 원통 기둥의 와디아가 유명했다. 또 분야는 다르지만, 애플의 맥 미니나 아이팟도 마찬가지로 둥근 모서리로 유사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눈에 거슬리기 쉬운 방열판의 핀을 모두 제품 후면으로 몰아 놓는 센스까지 있다. 수평으로 길게 배치된 가로 선은 여러 컴포넌트를 쌓아놓았을 때 아래로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게 배려한 것으로 생각된다. 제품의 무게가 상당하고 손을 쥘 곳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에, 설치할 때에는 허리를 다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파워앰프의 전원을 넣으면 잠깐 동안의 대기 시간을 거쳐 푸른색의 LED 불빛이 아름답게 빛난다. 밸런스드와 언밸런스드 연결도 패널 앞에 부착된 버튼으로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검은색의 전면 패널을 배경으로 LED가 빛나는 부분에서는 과거 크렐의 S 시리즈 파워앰프와 많이 닮아 있다(흥미로운 일은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유연한 질감을 지닌 사운드에서도 크렐 S 시리즈와 유사한 부분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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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면의 단자는 XLR과 RCA를 모두 지원하며, 이외에 제품 서비스를 위한 것으로 보이는 Rs232C와 RJ-45 포트도 있다. 인스톨러들에게 필요할 지 모르는 12볼트 트리거와 IR 입력도 있다. 프리앰프와 마찬가지로 바닥에는 Navcom에서 공급하는 고무 유사재질의 댐핑재가 부착되어 있다.
    클라세에 따르면 델타 시리즈 제품들은 전체 출력의 약 1/3까지는 A급으로 작동한다고 한다. 결국 실제 시청 범위의 음량에서는 A급 앰프라는 이야기로 해석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방열판의 크기를 봐서는 A급 앰프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크렐 앰프처럼 방 안을 온통 데워놓는 수준은 아니다. 
    CA-2200 파워앰프는 사운드스테이지에서 측정해 놓은 자료가 있다. 이에 따르면. 8옴에서 224W라는 충분한 출력을 제공하며, 4옴에서는 425W로 완전히 2배가 되진 않지만, 그래도 아주 이상적인 수준에 가까운 출력 증가를 보인다. 출력 임피던스도 50Hz에서 0.0055옴으로 대단히 낮은 편으로 댐핑 팩터는 1500에서 최저 200 정도가 된다. 결국 저 임피던스 부하에 대한 구동 능력과 느슨한 스피커에 대한 제동력이 뛰어난 앰프로 평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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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 구성은 앞 부분에 거대한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탑재하고, 뒤에 입 출력단을 배치한 전형적인 파워앰프 구성을 취하고 있다. 입력부에는 차상위 기종인 오미크론 파워앰프의 회로를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또 보호회로가 완벽하여 심지어 앰프 출력을 쇼트시키더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각 회로가 모듈 구성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고장 났을 경우엔 모듈 교환으로 대응하므로,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 되겠다. 전원부의 커패시터는 용량이 작은 것을 다수 사용해서 순간 신호에 대응하도록 응답 속도를 향상시켰다.
    클라세의 델타 시리즈는 필자가 근래 리뷰한 다른 제품과 달리 여러 시점에 걸쳐서 다양한 시청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단지 CP-500과 CA-2200의 리뷰라기보다는 전체 델타 시리즈에 대한 인상을 적은 감상기로 받아들여주시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Thiel CS2.4와 메리디언 G08 CD 플레이어를 주로 사용했다. 전에 틸 스피커에 SSP-60과 CAV-180 조합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클라세 사운드의 변화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다른 장소에서 델타 시리즈의 소리를 접했는데, 작년 디지털 AV 쇼에서는 클라세의 CA-M400에 연결한 B&W802D 스피커를 감상해 본 적이 있다. 또 서초동 국제 전자 센터에 위치한 성호 음향에서는 마크레빈슨의 36L DAC와 37L 트랜스 포트에 연결된 B&W 802D 스피커를 감상해 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노정현님 댁에서 다른 필자 분들과 함께 CA-2100 인티 앰프에 연결된 B&W804S 스피커를 시청해보기도 했다. 개인적인 시청 결과에서는 사용 중에 소리를 제대로 들으려면 워밍업 시간이 상당히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켜놓고 나서 시간이 지날수록 소리가 편안해졌고, 보다 자연스럽고 펼침성이 좋은 소리결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샤프하면서도 선명한 고음, 그리고 투명한 음장과 훨씬 결이 고와진 섬세한 소리
    CP-500과 CA-2200의 소리는 이전의 클라세 앰프에 비해 훨씬 하이엔드 앰프가 지향하는 방향에 근접하고 있다. 조금 거칠고 둔하게 들리던 과거 제품의 음색보다는 샤프하면서도 선명한 고음, 그리고 투명한 음장과 훨씬 결이 고와진 섬세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심벌즈의 소리를 들어보면, 금속의 예리하면서도 차가운 느낌과 찰랑거리는 여운이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사라져가는 느낌이 아주 잘 표현된다.  쳄발로 같은 정격 악기들의 카랑카랑하면서도 예리한 느낌이 잘 살아난다. 아마도 이렇게 고음의 미세한 신호를 잘 들려주는 능력이 이번 델타 시리즈에서 가장 좋아진 부분이라고 할 만하다. 그 덕분에 연주 현장의 모든 존재들이 좀 더 투명하게 드러나고 분위기가 훨씬 더 정밀하게 표현된다. 이전 시리즈처럼 덤덤하게 들리지 않고 소리에 하모닉스가 다소 있는 편이다. 그 때문에 고음의 음색은 약간 곱고 화려한 듯한 인상이 된다. 마크레빈슨처럼 색이 빠진 실루엣을 들려주는 제품과는 조금 다른 길이고, 오히려 과거 필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던 크렐 S 시리즈가 연상되는 부분 같다.
    투명하다, 섬세하다는 말이 아마 이 델타 시리즈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인데, 중역의 경우에도 비슷한 느낌이 유지된다. 전체적인 밸런스는 이전의 덤덤하고 가라앉은 느낌에서 다소 톤이 높아져서 보다 생동감 있게 들린다. 그래서 단순한 반주가 딸린 보컬 음악을 들으면, 가수가 좀 더 음악적으로는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해서 이전에 듣던 음악에 좀 더 집중하게 된다. 어떻게 들으면, 살짝이지만 ,중립적인 균형점에서 벗어난 느낌이다. 그래서 무슨 소스기기나 스피커를 물려도 대범하게 별 차이 없이 대응하던 이전 시스템에 비해서는 조금 유의할 필요가 있다. 노정현님의 인티앰프 리뷰에서도 잠깐 언급된 부분이지만, 가늘고 소리가 위로 올라가는 스타일보다는 고음이 부드럽고, 중저역이 풍부한 소스기기와 매칭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 보인다. 바로 전에 리뷰한 튜브 테크놀로지의 CD 플레이어가 그 좋은 예였는데, 마란츠의 PM-11S1과 여러 차례 바꿔서 테스트한 바로는 단지 CD 플레이어와의 차이라기보다는 앰프의 특성도 상당히 관계가 되어 있었다. 오메가 SACD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와디아 기술진들의 도움을 받아 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클라세의 새로운 CD 플레이어가 현재로서는 최고의 기대작이다.
    마찬가지 입장에서 저음에서의 댐핑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지만 저음은 다소 타이트하고 언뜻 들으면 다소 양이 적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전 시리즈에서 두텁고 풍부하게 들리던 베이스 기타의 소리가 훨씬 가볍게 그려진다. 그리고 중 고역대의 악기들과 마찬가지로 음색은 달콤한 인상이다. 이를테면 드럼의 경우에는 오히려 양감이 적어서 강력하게 스피커를 두들겨 내는 느낌이 적어진다. 사운드 스테이지는 스피커에서 조금 앞으로 형성되는 편이지만, 아주 적극적이고 감상자 앞으로 다가오는 정도는 아니다.
    대편성 관현악곡을 감상했을 때의 음장의 규모는 200와트급의 스테레오 앰프로서는 평균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전후의 레이어링이 대단히 뛰어나서, 관현악곡에서 오케스트라의 악기에 따른 깊이감이 잘 표현되는 편이다. 한편, 음장의 좌우 폭에서는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은데, 이는 스피커 매칭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나타낼 법 하다. 조금 다른 경우가 되겠지만, 특히 음장감이 넓직한 B&W 804S에 연결된 클라세 인티앰프에서는 30평대 아파트의 거실이 결코 넓어 보이지 않았을 정도다.
    범위를 넓혀서 B&W802D 이상으로 올라가면, 어떨까. 물론 델타 시리즈의 앰프는 여전히 건재하고 있는 클라세의 최상급 라인업인 오메가 앰프 시리즈의 영역을 침범하도록 설정되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매장에서나 디지털 AV쇼에서나 B&W802D에 연결된 CA-M400은 록 음악이나 관현악곡에서 막힘 없이 소리가 힘차게 펼쳐지거나, 공간을 한 손에 장악하는 느낌을 주진 못했다. 같은 소스 기기로 연결한 상태에서 다른 브랜드의 2~3천만원대를 훌쩍 넘어서는 초대형 앰프로 교체했을 때 비로서 이런 부분이 해결되었다. 물론 더 바라는 것이 욕심임을 알면서도 좌우의 펼침이 조금 부족하고, 여유로운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이런 부분에서는 모노 블럭 파워앰프에 어울리는 짝이라고 볼 수 없는 CP-500 프리앰프의 한계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향후 등장할 전원부 분리형의 CP-700 프리앰프가 나오면 음장이나 저음의 특성이 상당 부분 향상될 듯 하다.

    결론
    클라세 델타 시리즈는 이전 제품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히 향상되었고, 주목 받을 만한 자격을 지니고 있다. 두 가지 시점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선 집에 고급 오디오를 갖추고는 싶지만, 전기줄 바꿔가면서 자신의 소리를 만든다는 입장은 아니라면, 제품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디자인일 것이다. 클라세 델타 시리즈는 적어도 디자인 면에서는 최근 제품 중에 가장 돋보이는 것이 분명하다. 캐털로그에 실린 B&W 스피커와 함께 놓인 사진에서는 B&O이 부럽지 않아 보인다. 안주인 눈치를 봐야 되는 상황에서 거실에 당당히 나올 수 있는 아름다운 디자인의 클라세 앰프의 우아한 곡선미와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일루미네이션은 더욱 돋보인다. 물론 B&W 스피커와 클라세 델타 시리즈가 매칭된 소리는 B&O 사용자에게는 정말 안된 말이지만, 하늘과 땅 차이다.
    다음은 평균적인 오디오 매니아의 시각에서 살펴보자. 벌써 몇 년 째 다른 경쟁 앰프 메이커들이 조금씩 개량된 제품을 내놓을 뿐 음질이나 디자인 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중고 장터에서는 여전히 10년전에 나온 파워앰프 등이 중고 시장에서 자주 거래되는 편이고, 이들 앰프의 음질은 그리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앞으로 10년 후에도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음질이나 디자인도 비교 우위인데다가 비슷한 가격이라면... 클라세 델타 시리즈 쪽이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필자도 제품을 실제로 접하기 전에는 클라세 델타 시리즈의 디자인 변화가 워낙에 인상적이었던 만큼 음질적인 내용 변화 없이 단지 외관에서 B&O과 같은 스타일을 지향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리가 바뀌고 그런 변화를 반영하는 선에서 디자인이 이루어진 것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CA-2200의 경우 같은 200와트 파워앰프였던 CA-200이나 CA-201에 비해서는 상당히 가격이 인상되었다. 그렇지만, 변화된 내용이나 다른 제품의 가격 인상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인상률이다. 현 시점에서는 디자인과 음질, 가격 대 성능 비에서 모두 고른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제품임에 분명하다.
    만일 전체적인 시스템의 밸런스를 고려했을 때 500~800만원 정도의 스피커를 구동하기에 이만큼 적절한 앰프는 당분간 없을 것 같다. 인티앰프나 100와트 이하급 앰프들과는 저음의 어택이나 중량감에서 분명히 다른 차원의 위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음색이나 해상력 면에서도 인티앰프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뛰어나다. 이 조합보다 조금 저렴한 가격의 인티앰프들도 많이 나와있다. 하지만, 더 큰 음량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더 많은 스피커를 무리 없이 구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CP-500과 CA-2200에 필적할 제품은 없어 보인다.